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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3/25 14:41:16
Name 토다기
Subject [일반] 쓰레기 처리를 한다는 것.
사실 이쪽 세계(?)에 대해선 전혀 몰랐습니다.

관심도 없었죠.

그러다 아는 사람이 일을 하게 되고

몇 번 일을 도와주러 가면서 업계에 대해서

개미 눈꼽만큼 알게 되었습니다.


개미 눈꼽이라도 뭔가 얘기하고 싶어서 대충 끄적여봅니다.



1. 사실 무슨업이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생활서비스? 철거? 청소? 토탈생활서비스?

치우는 일입니다. 쓰레기를 치우거나 재활용할 것들을 치우죠

쓰레기를 치운다라

그거 그냥 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구요.

그렇지만 처리하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많을 때.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이사정리'  혹은 '세간정리' 라고 할까요.

집이 이사를 하게 될 시 모든 물건을 다 가져갈 수가 있지만

놓고 갈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이 잡동사니일 수도 있지만

오래된 가구나 가전 등도 놓고 갈 수도 있죠.

집을 깨끗하게 비워야하기 때문에

가져갈 것들만 가져가고 남은 것들을 처리해줍니다.

특히 그냥 이사도 이사지만 '이민이사'의 경우가 특히 그렇죠

해외에 나가는 데 큰 물건들을 가져가기 힘드니 전문적으로 맡겨서

한 꺼번에 처리합니다.

또 하나가 '유품정리'입니다.

어떤 이유에서 사람이 죽고, 집을 비워야 할 때죠.

집 안에는 고스란히 고인이 살다간 흔적이 있고, 이를 치우는 겁니다.



2. 단순히 수거도 합니다. 헌옷수거 아마 들어보셨을 겁니다.

혹은 조그만 트럭을 몰며 가전제품 삽니다. 하는 것도 보셨을테구요.

헌옷이나 종이류 가전제품 류 등을 주로 수거합니다.

하면서 느낀 것은

생각보다 처분할 때 돈이 되지 않는다 입니다.


특히나 제가 일하면서 절대 사지 말아야겠다 라고 생각하는 게

런닝머신인데... 수거하러 갔을 때 넌지시 '옷걸이(빨래 널때)로 쓰셨죠?' 하면

태반이 웃으면서 예 합니다.

근데 그거 팔기 힘들어요.

아니 오히려 돈을 줘야할 때도 있거든요.


가전제품의 경우도 정말 최신식이 아니면 중고가 아니라

고철이 되어서....

예를 들면 조그만 전자렌지에 경우 가져다가 중고가전가게에 넘기면

한 만 원 할까요....



3. 1인 가구의 증가로 일을 하면서 나름 성장할 거 같긴 한데 라고 생각했습니다.

같긴 한데는 옆에서 보다보면 돈을 벌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있어서.

특히 가구류 등의 경우는 스티커처리라는 방법이 있지만

문제는 스티커를 붙이고 이걸 그 장소에 갖다 놔야하는 겁니다.

이 일을 해보기전에는 제가

'내가 냉장고를 옮긴다고?'

'내가 가구를 옮겨?'

라고 생각조차 안했습니다.

그냥 불가능 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제는 이렇게 저렇게 하면 옮기겠네 라고 생각을 하는데

대다수는 저와 비슷할 겁니다.

특히 집안에 남자가 둘 이상 있지 않은 이상은 꿈도 꾸기 힘들죠.


'이제 이 원룸 비우고 이사가야 하는데 저 장농이랑 책상, 식탁은 어쩌지....

책도 안 보는 거 많은데. 옷도 옛날 것이 많고. 내 왜이렇게 잡동사니가 많네

어쩌지...' 라는 상황에 투입이 되는 겁니다.


혹은 친구 있으니 불러서 하면 되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괜히 일하다 다치면 더 문제가 되고, 먹을 것도 사줘야 하고, 어느 정도 돈도 줘야할 거 같고

전문가도 아니고... 하니까요.

물론 요새는 빌트인이 많아지고 있긴 한데

아닌 곳도 많고 혼자 처리하기엔 막막하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거 같습니다.


4. 금액에 관해서는 저야 어느 정도 본 게 있고, 주변에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 후려치기는 안 당할 거 같습니다만

그냥 단순히 생각하셔서 1톤 트럭 한 대에 쓰레기를 꽉 채우면 20~25만원.(이건 서울 기준으로 일산, 송파, 장안동, 녹천 등에 있는 폐기물처리장에 쓰레기를 버릴 때 내는 돈입니다.) 최소 사람 둘이 오면 명 당 단순계산으로 8만원. 기름값 등등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사업자는 그 날 여러군데를 돌면 인건비가 고정적이기에 이득이겠죠. 한 곳만 하면 그만큼 손해이고.

여기서 가전제품, 에어컨, 옷 혹은 플라스틱 고철 구리 등의 재활용품 등이 있으시다면

이걸로 단가가 낮아질 겁니다.

물론 중고로 빠지는 가전 빼면 크게 빠지지 않는 게

옷의 경우 100kg은 들고가야 고물상에서 4~5만원이나 받을까합니다.

최근 저유가로 고철값도 많이 내렸으니....



5. 가끔은 사무실이나 상가 철거에도 가봤는데 장사하실 때 임대하시면 (아마 다 아시겠지만) 집처럼

원상복귀 조항이 있으실 겁니다.

즉, 들어오기 전 모습을 만들라 이거죠.

그 모습이란게 콘크리트.....

어느 술집이나 피시방에 갔다고 쳐보죠

위에 천장이나 바닥 벽 등이 콘크리트 벽이 아닐 때가 있습니다.

예 그럼 그거 다 뜯어내야합니다.

계약 끝났을 때.

이건 집안 처리하는 것이랑은 단가가 다릅니다.

특히나 파티션 나눈 거에 석면 같은게 들어갔을 경우엔...

제가 작업 해본 곳이(옆에서 거들기만 했죠.) 피시방, 병원, 학원 등 이었는데

간단하게 원장실이 있는 데 그게 인테리어 업체 불러서 만든거죠.

그렇다면 다 부셔야 합니다.

이럼 1톤 트럭 한대로는...


장사를 생각하면 시작 시 인테리어 비용 + 나갈 시 철거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6. 아 그러고보니 가구의 경우 거진 다 쓰레기입니다.

중고로 넘길만큼의 상품성이 없는 이상....

각종 그릇들 유리류 들도 모두 깨부시죠.

하면서 아깝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처리해야 할 것들인데

어떤 누군가는 사용할 의향이 있을텐데

접점이 없죠.



7. 하면서 느낀게 저희 집 생각하면 막막합니다.

보통 그 집에서 오래 살면 살 수록 버릴 것들이 산더미거든요.

집이 크고 작은 것 보다는

얼마나 오래 살면서 정리 안하고 쌓아두냐가 관건이죠....

저보고 저희집 하라고 하면 안할 거 같습니다.


물론 저희집보다 훨씬 심한데도 많습니다만...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마당있는 집이었는데

그 마당에 쓰레기가.... 바닥이 안 보일만큼....

아마 아는 사람 아니었으면 도망가지 않았을까....


아 그리고 건물 철거하면 거기 막 돌이든 콘크리트등 쌓이니까

쓰레기 있어도 되겠지 라고 저도 생각했는데

철거 하기 전에 안예 있는 생활쓰레기는 모두 빼야한답니다.

가장 충격적인 곳 마당 쓰레기를 치운것도

그 이유...

건설폐기물이랑 생활폐기물을 따로 취급하기에






8. 살면서 일이 생길 겁니다.

결혼을 하면서 배우자랑 합치는 데 혼자 살던 곳을 정리해야 할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그 집을 정리할 때

집에 커다란 벽거울이 있었는데 별로라 치우려 할 때

혼자 사는 데 가구 처리해야 할 때

이사 가게 되어서 옥상을 정리해야 할 때

인테리어 때문에 사놓은 인조 나무 혹은 화환 치워야 할 때

회사 이전 하는데 가져갈 필요 없는 물건이 많을 때

등등


처리해야 할 일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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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25 14:48
수정 아이콘
뭔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잘읽었습니다.
토다기
16/03/25 17:01
수정 아이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진아
16/03/25 14:52
수정 아이콘
담백한 글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이야기만 하셨는데
뭐랄까 행간에 철학적 느낌이 든다고 해야할까요
무언가를 치운다는게 어떤 의미를 가진 행동일때가 많아서.... 인생의 변화? 새로운 시작? 모든것의 끝?

1번 관련해서 다큐멘터리가 비슷한 내용을 다루었던게 기억나네요.
고독사 하신 분들의 집을 치우는 분들 이야기였는데.... 무척이나 먹먹한 이야기였던것으로 기억합니다.
토다기
16/03/25 17:06
수정 아이콘
저는 그저 "여러분 이런 것도 있어요."라는 의도로 쓴건데 댓글을 읽고 나니 저렇게 대규모로 치운다는 건 그 사람 인생에 변화가 있는 거구나 생각이 되네요.
16/03/25 16:56
수정 아이콘
아버지 돌아가시고 집정리하던게 생각나는 글이네요. 시간만 있다면 가구나 가전제품은 중고나라에서 파는게 낫겠더라고요..수석장 하나 중고나라에서 판매한 돈이 수거업체에서 각 전부 사간다고 한 금액이랑 비슷했거든요. 첫번째 사간다고 하신 아저씨..아버지가 홈쇼핑서 지른 시기에 본인도 보셨다면서 부인분의 반대로 못샀단 얘기도 해주시고 결국 또 반대크리로 못사셨던...암튼 나머지 자잘한 물건은 수거업체불러서 적은돈이지만 받고 팔았었네요.
토다기
16/03/25 17:13
수정 아이콘
정말 시간이 있다면요. 유품정리의 경우 의뢰인(대게 자녀분이시죠)이 아예 다른 지역에 사셔서 시간이 촉박한 경우가 있거든요. 그리고 쓰레기(버릴 것)이 가구 포함하면 정말 1톤 트럭(포터나 봉고) 한 차 분량이 나옵니다. 양이 만만하지 않지요. 정말 시간이 많지 않은 이상 그냥 업체 부르는 게 빠르고 복잡하지 않습니다.

아 그리고 글에 빼먹었는데 대게 크게 돈이 되지 않은 물품은 주변에 나눠줍니다. 저 같아도 프린터를 3대나 받아서 쓰고 버리고 쓰고 버리고 했네요. 은근히 멀쩡하고 깨끗한 물건 버리는 경우도 많아서요.
인생의 마스터
16/03/25 19:36
수정 아이콘
저도 용역으로 철거하러 몇번 다닌적 있는데
가구 샤시 등 다 때려 부수는건 재밌더군요
근데 건물 다 부수고 쓰레기 분류하는 작업은 정말 재미없었...

이 일 해보면서 사람이 큰 집을 원하는 이유는 집에 쓰래기를 더 많이 쌓아두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참 모순적이라 느껴졌죠. 관물대 하나로 잘만 살았던 군생활을 마친 직후였던 시기라 철거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 양이 더 임팩트있게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토다기
16/03/25 21:07
수정 아이콘
샷시... 고철보더 더 돈인 그거... 저도 치우면서 재활용분리를 따로 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그냥 다 쓰레기이면 더 쉬울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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