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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8/06 17:07:59
Name Farce
Subject [일반] 사람과 괴물 사이의 이야기 2 : 나쁜놈들 전성시대
사람과 괴물 사이의 이야기 2 : 나쁜놈들 전성시대

지난 글 보기: 사람과 괴물 사이의 이야기 1 : https://pgr21.com./?b=8&n=77697
지지난 글 보기: 아우슈비츠와 주토피아 https://pgr21.com./?b=8&n=76502



[신이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세상에 풀어 놓은 존재가 너무나도 두렵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 글은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나쁜 괴물들의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글이었습니다.
착한 사람인 우리가 징그러운 괴물 이야기를 만들어야 했던 이야기를 다루는 글이었죠.
오늘은 역사를 한 번 거슬러 올라가 보자 합니다. 괴물들을 만들고, 욕했던 그리 착하지 않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자 여러분! 손에 집히는 가장 가까운 책, 영화, 게임 뭐 아무거나 줄거리를 하나 펴 봅시다.
나쁜 놈 하나가 등장하고 갑자기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옛날 옛적에 아주 평화롭고 완벽한 세계가 있었답니다. 그런데,
고대의 악마가 봉인에서 풀려났습니다!
외계인이 머나먼 별나라에서 침략했습니다!
사악한 과학자에 의해 좀비 바이러스가 세상에 퍼졌습니다!
기타 등등. 진부한 이야기 있잖아요.

세상에 악이 고개를 들면, 어디선가 거대한 악에 대항할 수 있는 선한 사람들의 무기가 꼭 하나씩 주어지죠.
악마라면 마법사가, 괴물이라면 변신로봇이, 외계인이라면 외계무기 같은 것들도 같이 세상에 등장합니다.
그러면 그걸로 괴물들을 두들겨 패고, 세상은 다시 평화로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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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요!]

악의 세력, 악의 지배는 말입니다. 그게 마왕, 마족, 기업, 제국, 마법사, 직장 그 녀석 등등 뭐라고 불리든지 간에
보통 용암이 가득한 무더운 지역에 기지를 지어놓고, 부하들은 뼈, 시체, 유령으로 만든 한심한 침략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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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의 사우론의 땅 모르도르를 보세요. 이게 이상적인 지배자의 모습입니까?]

차라리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겨울철 원정이 더 그럴싸해 보일 정도로 날림이라니까요?
자기편으로 원주민들을 설득하지도 않아, 쓸데없이 잔인하게 굴어, 중요한 장비는 자기네 차원에서 포탈 열어야 해.
툭하면 자기들의 부하가 쓸모없다고 죽이고, 서로 내분을 일으키기도 하죠.
그게 나쁜 놈들 본성이니까요. 악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악이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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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라 ‘우주 최후의 희망!’ 사실 나는 한 대만 치면 죽는다!]

강력한 마왕이 세상을 파멸시키기 직전이라고요? 어쩌라고요? 장르에 따라서 긴장이 거의 안 될 때도 있습니다.
“배틀스타 갤럭티카”, “스타워즈”, “기동전사 건담” 등 조금 오래된 SF 작품을 봅시다.
주인공은 군인은 아니지만, 전투에 대한 재능과 인간적인 매력이 충만한 반란군 지도자고,
주인공이 ‘우주 최후의 희망’이 될 정도로 사악한 제국의 세계정복이 코앞이었지만 아무튼 악은 집니다.

도대체 이야기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전개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정답은 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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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screen shot

[아니다 이 악마야!]

일시적으로 악의 세력이 침입해오기 전의 사람들의 세상은 선하고 질서로 가득한 완벽한 곳이니까요.
주인공은 내면의 힘을 성장하고, 다시 그 내면의 질서를 확장해 세상을 치료할 실마리를 찾아냅니다.
가까스로 본래 아름답던 세상을 짓누르고 있던 악은, 해가 뜬 뒤의 귀신처럼 혼비백산하다가 지리멸렬하게 흩어지죠.

이런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은요. 본래 종교적인 믿음에서 나온 권선징악의 이야기들이 시작입니다.
고대의 영웅서사시와 중세의 (요즘 말로 ‘퀘스트’라고 하는) 기사도문학에서 갈고 닦아진 유서 깊은 전통이지요.

‘괴물용이 등장해 나라가 혼란에 처했으나, 하나님을 믿는 기사 게오르기우스는 신의 이름으로 괴물의 목을 쳤다!’
그러면 왕과 백성들은 잔치를 열고, 딸을 기사에게 내줍니다. 평안한 가정의 회복이야말로 상징적이니까요.

중세 이후로도 이런 줄거리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내용이었습니다.
“방황하는 자라고 모두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라고 톨킨의 “반지의 제왕”은 주인공 아라고른을 소개합니다.
앞으로 모든 판타지의 전통이 될 이 소설이 완성되던 시기는 1930년대에서 1950년대 사이였습니다.
바로 유럽대륙에 거대한 악의 세력, 나치가 잠시 동안 머물다가 지나간 시기와 일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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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사우론의 오크 군대.]

사람들은 가장 어두운 시기에 판타지를 샀지요. 그래서 “반지의 제왕” 은 후대의 모든 판타지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나니아 연대기”, “피터 팬 영화판”,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작품 속에서
마법의 세계는 독일공군의 폭격을 피한 영국인 아이들의 것이거나,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제5도살장”, “캐치-22”와 같이 연합군의 폭격을 맞게 된 포로들의 것이 됩니다.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지나면서 “회복을 위한 선과 악의 큰 전쟁”이라는 비유는 더욱 현실에서 강렬해졌습니다.
후대에 미국 대통령이 될 아이젠하워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직전에 “유럽에서의 십자군”이라는 훈시를 내렸지요.
같은 이름으로 회고록마저 냈습니다. 지금도 나치 좀비는 창작물에서 가장 정의롭게 죽일 수 있는 피조물이지요.
나치 좀비들을 죽인 다음에는, 공산 악마들의 시대였습니다. 나치를 잡고도 아직 세상의 절반이 악의 서식지였지요.
1983년 미국 대통령 레이건은 연설에서 소련과 공산주의에 대해서 “악의 제국”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우리는 신의 일을 하고 있으며, 저들을 죽이면 지상에 천국이 열린다.’라는 11세기 십자군 시기 수준의 표현이었죠.
‘빨갱이로 살 바에는 뒤져라. (Better Dead Than Red)’ 라는 포스터가 2차 세계대전 이후로 미국 곳곳에 붙었습니다.
데이비드 치데스터 비교종교학 교수는 냉전 시대에 극단적인 사이비 종교가 많이 발생했던 이유에 대해
진실을 섬기거나, 악마를 섬길 바에는 차라리 죽으라는 정치권의 메시지가 대중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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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악의 제국은 어디로 갔는가?]

그러다가 냉전은 끝났습니다. 나치도, 소련도 우리가 우리의 세계에서 쫓아냈지만, 천국은 오지 않았습니다.
신과 함께 악마도 죽었습니다.
착한 일이 신이 내리는 복이 아닌 것처럼, 악한 일이 악마의 사주만은 아니게 되었지요.
내 하루하루의 고통이, 나를 핍박하는 세상이, 가만히 있는 나를 후려치는 세상의 부조리가
히틀러도, 스탈린도, 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 탓이죠?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계속해서 죗값을 치러야할 것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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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질서. 그들의 명령. 그들의 변명.]

전통설화가 없던 미국에 영국의 탐정소설이 상륙하여 수많은 탐정과 영웅 이야기를 낳았습니다.
바로 1930년대, 시민들은 금주령과 대공황으로 시름 하고 시장과 경찰은 갱단의 편이던 삭막한 시대의 일이었습니다.
셜록 홈스 같은 영국 탐정들은 경찰은 아니었지만, 경찰과 함께 일했고, 범인을 체포시키고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하지만 필립 말로 같은 미국 탐정들은 경찰이 아니어서 다행인 존재였죠. 추격전, 총격전, 복수까지 알아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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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은 현대 미국의 위대한 영웅이자 탐정으로.
그가 영화에서 한 일은 경찰서에서 악당 조커를 주먹으로 패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좀 더 모호한 악마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지구 반대편에 있는 정치인보다는 내 옆에 사는 정치꾼들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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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도 먹고살고, 사람도 먹고사는, 정말 평화로운 일상 판타지]

유명한 컴퓨터 RPG 게임,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과 “위쳐 3: 더 와일드 헌트”의 경우
주인공의 숙적이자 세상을 위협하는 사악한 존재를 상대하는 내용은 별개의 중심이야기로 다루어집니다.
아마 이 부분 줄거리만 띄어놓고 보면, 과거 중세의 음유시인마저 극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세상을 여행하면서 마주하는 지역의 왕국과 종족들 사이의 정치적인 사건들은
현실적이면서도, 모호합니다. 손쉽게 뿌리를 찾아서 풀 수 있는 갈등도 아닌 경우가 많지요.
심지어 주인공이라고 전지전능하게 앞뒤를 알 수 있는 것만도 아닙니다. 제한된 의뢰 내용만 제공해주고,
보통 내막은 더욱 복잡한 경우가 많아서, 주인공이 일방적으로 선한 대리인이 되지 못하게 막아두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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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드를 위하여!]

“워크래프트” 시리즈는 분명 2까지만 해도 인간과 오크의 싸움을 다루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러나 “워크래프트 3”에서 ‘스컬지’라는 ‘악의 세력’으로 ‘언데드’ 시체들이 하나의 ‘세력’으로 격상되었습니다.
똑같이 금을 캐고, 나무를 잘라서, 아픈 친구에게 약을 발라주고, 영웅은 레벨 업을 하며, 스토리를 진행하지요.
‘플레이 가능한 세력’이자 ‘또 다른 플레이어’로서의 악의 제국을 다룬 경우 중 하나입니다.
괴물은 때려잡고, 쓰러져야 하는 존재지, 사실 어떻게 짓고 유지하는지가 다뤄지는 존재가 아니거든요?
그러다가 혹시나 마음을 바꿔먹거나, 구원을 받고서 대등한 세력으로 오래 세계에 머물면 보기 흉하지 않겠습니까.

자신만의 논리, 불의와 정의가 있는 대안세력으로서 ‘과거 악의 세력’을 쓰는 것은 매우 현대적인 선택지입니다.
톨킨은 ‘뒤틀린 요정’이자 ‘부수는 하수인’으로 “반지의 제왕”의 오크를 만들었으나,
“워크래프트3”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오크를 ‘명예로운 전사 종족’으로 격상하여, 여러 종족을 이끌게 했습니다.
‘스컬지’를 벗어난 언데드 집단 ‘포세이큰’의 수장인 ‘실바나스’를 오크가 이끌던 ‘호드’의 지도자로 만드는 것도,
사실 참 거부할 수 없이 매력적인 선택지였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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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데드 군주보다 사람이 못나더라?]

“문명 4”의 대형 모드 ‘폴 프롬 헤븐 2 (Fall From Heaven 2)’에 등장하는 흡혈귀 집단 ‘칼라빔’의 군주,
‘데시우스’는 하늘의 신들을 대신하여 계속해서 전쟁을 치러주는 지상의 세력들에게 질린 영웅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피의 힘으로 인간을 서로 평가할 수 있는 흡혈귀 왕국을 세우지요.
그의 왕국은 악의 세력에서 유일하게 문명 시리즈 특유의 건물관리가 강조되는 내정중심 세력입니다.

“워해머 : 토탈 워”로 유명해진, ‘워해머’ 세계관의 흡혈귀 군주 ‘블라드 폰 칼슈타인’도 공통점이 많습니다.
악마들로 인해 세상의 종언이 찾아오는 ‘워해머’의 세계에서,
‘블라드’는 “흡혈귀는 신을 섬기지 않는다.”라는 멋진 말을 남기고, 종말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신기한 것은 여기서도 흡혈귀들의 국가는 부수는 악마들과는 대비되는, 재건하는 세력이라는 것이지요. 시체지만요.

나쁜 세계에서 상대적으로 덜 나쁜 녀석들을 각자의 이상과 한계를 지닌 ‘대안세력’으로 만드는 것은
악하거나, 악할 수도 있는 세력을 즐겨보는 것이 재미있는 컴퓨터 게임 위주로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정도가 지나치면 ‘예전에는 줄거리에서 나쁜 짓 하던 놈들인데 다 용서해준다. 크크?’라는 비꼼을 듣기도 하지만요.
이런 현실 정치적인 면모는 고의로 삽입되어 판타지와 현실 사이를 잇는 가교 구실을 해줍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판타지는 사실 판타지 혼자여도 충분합니다. 충분히 혼자 재미있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에요.
톨킨은 반지의 제왕을 쓰면서 자신의 작품을 현실에 빗대서 읽을 수는 있다고 인정했지만,
1차 대전 당시 현실을 풍자하거나 상징적으로 다뤄서 만든 것이라는 해석에는 분노했지요.

그런데도 우리는 요즘은 PC라고 싸잡아서 부르는 행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봐, 나의 공명정대한 현실은 어디 있는 거야!? 라고 외치는 것이지요.
도대체 왜 이런 짓이 필수가 된 것일까요?

제가 도달한 결론은 말이죠. 현대의 아픈 사람들에게 가짜로나마 퇴치할 괴물들이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더 모호한 영역으로 나아가 가봅시다. 왕도, 국경선도, 집단도 없는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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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en capture windows


[차별 사세요! 해커 차별, 마법사 차별, 동양인 차별, 흡혈귀 차별...]
“섀도우런 : 홍콩”은 사이버펑크를 잘 이해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바로, 파편화되어버린 사회입니다.

인터넷의 발명 이후, 사람은 서로를 한심하게 보기 시작했죠.

얼굴도 안 보이지, 학위는 다 가지고 있지만, 직업은 서로 너무 세부적이지, 전문가는 인터넷 검색보다도 못합니다.
보다 나이 있는 사람들은 최신 정보도 모르고, 철지난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으며 복종을 강요하고 있으며,
어린 것들은 무조건 입만 열면 안 된다고 버티고, 이상한 말이나 주워 듣고 부화뇌동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요.
까만 것이 화면 앞에서 꼼지락거립니다. 문자일 수도 있겠지만, 목소리도 안 들리고, 오해할 방향으로만 해석되고,
단어는 나랑 합의한 뜻으로 안 쓰고, 사실검증도 하지 않고 글을 쓰는 것을 보니, 북한이나, 야당의 공작원인 것 같고,
직업이 뭔지, 성 정체성이 뭔지, 어디 생물학적 출신인지, 알기도 귀찮고, 그러니 알자마자 분류해서 버리고 싶고,
평생 얼굴 안 봐도 되지요. 요즘 사람들은 눈을 쳐다보지 않아요. 오해만 사니까. 오해는 귀찮고, 아프니까.
제발 꺼졌으면 좋겠어. 나는 너에게 돈을 줬는데 왜 물건만 주고 사라지지 않니.
내가 관심 없는 분야에 열광하는 놈들은 한심한 것에 돈과 신경 쓰는 실패한 인생이고,
나는 전문적인 지식을 배운다고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이니 평생 단순노동은 인생 적자가 뻔해서 할 생각은 없지만,
싸구려 외국인이 내가 사는 나라에 늘어나는 건 질색이죠. 적어도 외국인 중에 과학적으로 이슬람은 나쁘답니다.

너무 진지하고 불편한 이야기니까. 용도 소환해보고, 마법과 해킹기술, 거기에 홍콩의 영국인/홍콩인/중국인 차별,
그리고 흡혈귀 질병까지 집어넣어 봅시다. 다양한 직업군과 캐릭터가 등장하는 매력적인 턴 전투 게임에서
갑자기 이야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불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면 나는 가치를 못 느끼겠어요.
내 세상은 LCD 모니터 뒤에 있는데, 내가 느끼는 감정은 유튜브, 트위치의 선동영상 밖에 없는데,
현실에서 인간관계는 돈을 주는 편의점 알바생에게 어설프게 웃으며, 버스 기사에게 전자카드를 말도 안 하고 대면서,
부모님은 TV를 보고, 나는 핸드폰을 만지는데, 어째서 메시지가 사이버스페이스가 있지 말아야 하죠?
나의 성적 판타지, 나의 정치적 판타지, 모든 이상향은 모두 저세상, 만들어진 피안에 있습니다.
이 세상, 차안은 육체가 잠시 먹기 위해 머무는 족쇄에 불과해지죠. 그러니 저세상 게임은 PC하고 순수해야 합니다!

불편한 현실이 트라우마 발작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판타지가 일방적으로 현실에게 접붙이를 당하는 몰골이랄까요.
그래서 현대 판타지는 스스로가 판타지인 것을 깨닫고, 사람의 선함을 깎아내리는 것에 공을 들이기 시작합니다.
어차피 사람이 많이 모여 봤자, 아무것도 잘 되는 것이 없고, 끔찍해진다는 것을 알지 못하냐는 느낌으로요.
“투스 앤 테일”에서는 나치 군복을 포함한 2차 세계대전 당시 군복을 입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산업혁명을 일으키고서는, 짐승에서 벗어나 지능을 가지고 더 ‘문명적’으로 ‘고기’를 많이 먹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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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사람이란 정말 끔찍한 짐승이 아니냐?]

인간성이라는 것은 사실 인간이 아니어도 지닐 수 있고, 사실 사람조차도 똑바로 지니지 못한 특징이 아닐까?
아무튼 사람은 정답이 아니잖아?

“길가메시 서사시”를 포함한 과거의 권선징악 작품들의 결말은 전통적으로 좋지 못하였습니다.
신의 세계의 모방품에 불과해서 사악함이 판치는 인간 세계를 잠시 구했다고, 영웅이 신에 이르려고 하는 순간,
사람을 가소롭게 여기는 신들은, 영웅을 벼락으로 죽입니다. 적어도 이때의 신들은 사람의 신이기라도 했죠.

기존의 인간필멸의 서사시와 현대 이후 인간성에 불완전함에 대한 고민은, ‘비관’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지금 세상에서 신은 사람의 모습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답이 없는 세상에 의견만 많으니, 자동으로 ‘말세’가 나오죠.
차라리 사람을 닮은 기계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낙관주의’라고 저는 평할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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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라고 테오도어 아도르노라는 독일의 철학자가 말했습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집단이 올바른 길을 찾을 능력이 있기나 한가?’라는 전쟁 이후 비관을 말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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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무슨 괴물이니?]

아시다시피, 서정시라고 하는 것은, 사람의 감수성을 밖으로 표출하는 작업입니다.
사람이 세상을 감각적으로 이해한 다음에 다시 그것을 재해석해서 아름답게 적는 과정인 것인데,
두 번이나 큰 전쟁을 벌이면서 사람들을 무더기로 폭사시키고 총알을 갈려놓고 가스를 뿌린 놈들이 이딴 짓을 해봐야,
야만 그 이상의 행위가 나올 수나 있겠냐는 것입니다. 거창한 서정시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숨만 쉬어도, 열심히 무언가만 해도, 이미 사람의 결과물들은 비관적일 수도 있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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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나이트크롤러”는 한 독립 언론사를 다루는 영화입니다. 주인공 ‘레오 블룸’은 딱 봐도 사람이 아닙니다.
시선 처리도 괴상하고, 표정도 이상하며, 말투도 묘하게 건조하거나 쓸데없이 격정적입니다. 정상인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능력이 있으니, 방송국에 짧은 시간 동안 정상인척 하면서 실실 웃으면서,
단독 입수한 ‘취재파일’을 넘기는 것은 아주 완벽히 잘하는 친구입니다. 그래서 성공하지요. 아주 많이요.

그리고 주변에 그를 배우고자 하면서 꼬이는 정상인들은 점점 하나씩 소모됩니다. 죽는다고요.
애초에 블룸의 일의 성질이 그러니까요. 정상인에게 뒤집어씌우고, 자극적으로 왜곡해서 폭력 영상 팔아먹기.
거꾸로 물어봅시다. 인간성이 없는 존재가 성공한 사회가 정말로 사람들이 모인 사람들의 사회로 보입니까?
사람 가죽을 쓴 허깨비들이 잠식하고 사람은 모르는 사이에 다 죽여 버린 것 아니에요?

singularity
open source screen capture


[“늦지 않았어.”]

게임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영화 “지구를 지켜라” 한국에서 만들어진 두 작품은,
사람에 대한 실망과 좌절이 섞인 우울한 분위기가 계속 흐릅니다. 그리고 그것을 대변하는 정서가 바로,
‘아직 늦지 않았다.’입니다. 보통 이 말은요. 여태까지 한 것이 있으니까, 조금만 더 가보자는 의미로 쓰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들에서는 사람에게 쓰이는 말입니다. 허튼짓 하지랑 말고. 빨리 죽어 달라. 끝내 달라.
어차피 사람의 끝장이라는 것이 다 이러니까.

게임은, 전지전능한 신에 근접한 인간들이 ‘인간성’을 찾아서 자신의 ‘상상력’을 열어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결과물은 괴기하고 흉측하게 뒤틀린 존재들이 쏟아지는 것이었죠.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영화는, 외계인이 창조한 불량품이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신선하지도 않은 내용입니다. 가망이 없고 악화될 짐승이라,
결국 지구를 청소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대목까지도 말이지요.

gael

[순수한 인간]
일본의 유명한 게임 “다크소울”과 “블러드본”도 동일한 우중충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앞서 말하던 전통적 판타지에 대한 하나의 변형이지요.
인간의 선한 세계에 일시적인 악이 침입했던 것이 아니라,
순환하는 세계에 들러붙는 인간이라는 잿더미가 있었고. 세상은 이제 한 번 더 순환해야 하는데,
그 톱니바퀴 사이에 인간이라는 잿더미가 버티면서 더욱 더 추해지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1편에서 저는 전통적 설화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며,
괴물을 쳐다보면서 우리는 새로운 인간의 길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억지로나마 희망이 있게 적었습니다.

그런데요. 2편이 오래 걸린 이유는 말이죠.
저 스스로에게 이렇게 희망을 다루는 글을 쓰는 것이 지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산 사람보다는 글과 기호로 소통하는 것이 편한 인터넷 기생충에 가까운 인간입니다.
저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금방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지치는 소심한 사람입니다.

그런 저에게조차 현대라는 곳은 숨 막히는 장소더군요. 그래서 어떻게든 해야한다는 심정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저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악이 없는 현대에서,
눈에 보이지 않고 있는 악이 사람이 되는 비관을,
우리가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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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흑인대머리남캐
18/08/06 17:21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래서 제가 택한게 도피입니다. 둠하세요 둠 히히 악마들 찢고 죽인다!! 아 체인쏘!! 훌륭한 대화 수단이지!!! 또한 케장 만화가 괜히 히트치며 서브컬쳐 전반에 훌륭한 밈이 되는게 아닙져 카오스도 이런 카오스가 없습디다 어쨋든 제탓은 아닌듯함 그래서 오히려 편안함
18/08/06 19:26
수정 아이콘
사실 판타지는 판타지 일뿐,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로 끝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다만 누군가가 이런 식의 장치들을 가지고 또 괴상한 음모를 꾸밀 생각을 해보면, 언제나 비판적인 사고를 가지고 대비해둬야겠습니다.
1편에서도 다뤘듯이, 악마를 잡는다고 사람 사이에서 설치는 사람들을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18/08/06 18:15
수정 아이콘
흥미로운 얘기 잘 읽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요렇게 될래나요.
1) 인간은 악을 필요로 한다
2) 현대 사회는 악의 존재가 모호하다
3) 이로인해 인간은 가상의 적을 만들어낸다. ex) PC에 대한 과도한 집착, 이슬람 공격 등등.


과거에 악이란, '내 집단의 안녕을 위협하여, 나의 생존과 번식을 방해하는 존재'였을 텐데요.
이게 과연 nature에 의한 것인가 nurture에 의한 것인가..

집단을 이루는 양태는 인간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동물군에서 발견되는 만큼, nature의 영향이 큰 것도 맞지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적을 몰살하고 재화를 강탈하는 행위가 찬양받기도 했던 십자군 전쟁 때나,
수십명을 죽인 테러범에게조차 적법한 절차에 따른 재판과 인도적 형집행을 보장하는 현대에나,
인간의 nature에는 큰 차이가 없을 거거든요. 수백, 수천년은 유전자풀이 의미있게 변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죠.


그렇다면 '악'을 규정하고 징벌하는 인간의 행동 양식에 있어서 보다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nature가 아니라 nurture다.. 문화와 교육이 훨씬 중요하다는 겁니다.


아무리 살기 힘들어도,
옛날 보다는 지금이 낫죠. :)
18/08/06 19:37
수정 아이콘
뭐 사람이야 진화를 논하려면, 다른 유인원이 청동기에 진입해서 문자를 만들어야 그때야 좀 선각자로서 토론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다시 말해, 요즘 진화심리학 같은 분야에서 '그것은 유인원에 불과했던 사람을 탓해야한다.' 식의 결론이 자주 나오니까요.
말씀하신 표현대로라면 nature 우선주의이지요. 따라서 nurture라는 후천적 요소도 중요한데, 저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culture라는 것입니다.
집에서 혼자 기르는 수준의 문제야 정말 유인원들 문제이지만, 지금은 온갖 문화산업 선전매체들이 의도를 가지고 퍼지니까요.
좋은게 좋은 것이라고, 디즈니의 공주 이야기를 재미있게 봐주고, 정장을 일할 때 입어도, 그게 감사해줄 일은 결코 아니니까요.
오히려 그 과정에서 무언가 다른 대안이 죽었으면 죽었지요. 그래서 저는 옛날보다 더 피곤한 것이 현대라고 생각합니다.
복잡한 세상을 줘놓고서는 공정하지도 않은, 그런 복마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비관적인 것이고요.
매체가 '소비'되는 사회에서, '소비'는 순전히 개인의 일인것처럼 포장되지만, 소비자 혼자 VS. 혼자가 결코 아닌 제공자 & 사회의 힘겨루기죠.
저는 나름대로 저 혼자서 도달한 결론들의 빵부스러기를 흘려놓습니다만, 조금이나마 희망이 보였다면 저는 이런 짓을 하지 않았을거에요.
18/08/0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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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악에 대한 니즈가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더라도, 니즈의 크기 및 대응 방법은 문화와 교육에 의존한다는 얘기입니다.

현대의 인간이 고대, 중세의 인간 만큼 악을 필요로하지도, 그 악에 대해 격렬하게 대응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경향은 인간이 미혹에서 벗어날수록 강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악에 대한 니즈에 대해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는 거지요.

물론, 기대치를 헤븐에 두면 현실은 헬로 보이겠지만요.
18/08/0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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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1984'가 역사를 이해한 존재들의 역사왜곡을 다루듯이, 문화와 교육이 이해된 세상에서 얼마나 인간의 미혹이 억제될 수 있을까 회의적으로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미래에 대한 기대치를 probe님과는 다르게 잡은 것은 확실합니다.
18/08/07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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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정독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18/08/0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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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란글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metaljet
18/08/0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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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보다 '인간적인'사람들로 내 주변을 채우기위해서는
'비'인간을 우리와 구분하여 성 밖으로 몰아내거나
싸잡아서 철조망 안에 넣었던 시절로 돌아가야 하는 거죠.
관용이라는 것은 애초에 현대가 주는 축복이자 불편함입니다.
18/08/0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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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정답이 있었고, 몰아낼 악마도 정해져있었으니까요. 그게 없어진 세상에서 과연 우리가 하하호호하면서 잘 지낼 수 있을까... 그게 항상 의문이라서 그렇습니다.
18/08/0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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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의 바탕에는 적에 대한 무지가 있습니다. 그 무지 위에 적을 악으로 규정할 수 있지요. 적/악에 대해 알아갈 수록 싸워서 소멸시켜야 할 이유는 점점 적어집니다. 가깝게는 주말에 본 신과함께2를 돌이켜 보면, 고려 장수들에게 죽어간 여진족 어른들은 죽어야 하는 악의 존재였을까요? 여진족의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면 그 악의 정의는 점점 옅어져 갑니다.
그냥 악하기 위해 존재하는 바보같은 괴물은 이제 세상에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몇몇 개인이 그렇게 보이지만, 집단이 개인을 정의하기 어렵고 개인이 집단을 정의하기가 점점 어렵게 느껴지는 지금의 우리에겐 말이지요.
18/08/0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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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을 잘 요약해주셨네요 :D. 다만 제가 집중하고 싶은 것은, '무지'가 아니라 '무지'를 이용하는 과두정 엘리트들과 민중들입니다. 20세기라는 '증오의 세기'에 TV, 라디오, 포스터로 수 많은 증오의 선전물이 나왔지만 그런 증오로 상대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자가 전쟁을 이끈 독일과 일본은 붕괴했고, 반면 미국의 경우에는 수 많은 인종차별/인종배제 (독일어 사용 금지, 독일어 이름 철자개명 강제, 일본계 미국인 수용소 운용)를 진행했음에도 전략 수립에 있어서 과도한 증오가 개입되지 않도록 잘 조절했지요. 예를 들어, 확실한 일본 파괴가 예정되있던 일본상륙 작전 대신 차기정권선거라는 정치논리에 따라서 신무기 핵폭탄 투하 작전으로 선회하는 방식으로요. 소설 '1984'에서도 '이중사고'를 통해서 당의 선전에는 열광하지만 동시에 '이중적'으로 기술적, 정치적 현안을 (자기모순적이며 모호한 당의 집단통제체제를 거스르지 않는 현명한 방안으로) 처리하는 당 엘리트에 대한 묘사가 나오고요.
그런데요, 현대에는 이런 엘리트와 민중 사이의 경계까지 박살나고 있지요. 가짜뉴스, 그러니까 전문적인 언론인이나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비전문가나 차이가 없고, 정치인의 카리스마를 만들어야할 소명인식, 현실인식, 정치현안에 대한 관료적 이해가 역시나 민중과 상관이 없습니다. 선진국, 특히 대한민국 또한 피해갈 수 없는 고학력사회에서는 이미 이런 인식이 팽배하지요. 실제정치권이 인터넷의 의견을 높게 사지 않았다면 이미 한국의 수 많은 정치적 논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식의 행위는 독일 중앙당의 파펜이 히틀러를 용인한 것처럼, 일개 방구석 극단주의인사들에게 현실정치의 권위를 나눠주는 행위가 되가고 있고요. 아무도 '무지'한 사람이 없습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PGR21을 보시는 것 같이 서로 할말이 한마디씩은 있는 세상입니다. KNIC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바보같은 괴물은 이제 세상에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괴물을 만들어내는 일이 세상에서 사라지지는 못하고 오히려 더 심해지지 않을까. 우려에 담긴 글을 한번 적어봤습니다.
18/08/0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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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생각을 담은 대댓글 감사합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데 정리가 안되어 쓸 수는 럾고,
대댓글에 감사하다는 말씀이라도 드리려고 댓글 적습니다.
글루타민산나룻터
18/08/0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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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에서는 인간들은 이미 낙원에 도달해 있음에도 여전히 서로를 증오하고 죽이고 있다고 했죠.

싸울 적이 없어지면 억지로라도 적을 만들어서 계속 투쟁해가는 이유는,
천국에 도달해 봤자 그 천국에서 사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혹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천국에 도달하기 위해 투쟁하는 자신, 혹은 투쟁하는 누군가를 보면서 천국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자위하는 것만이 인간이 존재하기 위한 원동력이라고 한다면,
적과 투쟁하는 과정, 혹은 억지로 적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지금 이 자리가 지옥이 될 수도, 혹은 되고 있다는 것은 별 상관이 없는 얘기겠죠.
18/08/09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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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종교의 근본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인식이라는 것이 현실이 전혀 필요없어도 존재하는 허깨비일수는 있겠지만, 현실을 거부하는 망상은 결국 자기자신과 다른 현실 속의 존재를 긁어먹게 되는 법이겠지요. 사람은 육체의 허기짐을 벗어나면 정신적으로는 이미 그 어떤 당위성도 지니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현실과 합의하지 못하면 죽거나 아프거나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타협하고 살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면 이 살갗이 터치는 이런 현실적 투쟁 가운데에서 우리가 나서야할 길이 무엇이겠습니까? 저는 현대가 고립을 불러일으킨다는 비관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런 투쟁의 역사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수 많은 광신도들이 증명했듯이, 먹고사는 현실세계를 거부하면 결국 그 추하다는 현실에게 꼭두각시처럼 추하게 조종당하다가 죽거든요. 옴진리교에, 공산주의에, 존스타운에 염불과 기호는 많아도, 사람에 대한 이해와 현상에 대한 해결책이 없어서 망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전자수도승
18/08/09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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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에게는 비극이지만 인류단위에서는 매번 코딱지만큼이지만 전진하는 면이 있었다고 믿어야죠 뭐
아프리카 반투족의 의미가 '인간'인 것부터가 이미 옛날 사람들의 인간에 대한 인식 수준이 적나라하개 드러나는 단어 - 분명 모든 언어는 필요해서 만들어졌을 테니까요 - 라 보는 입장에서는 외국인(피부색, 언어, 생김새, 생활방식 등등이 다른)을 같은 사람 취급해주는 것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라고 봅니다

그러니 한나 아렌트를 나쁜 지지배라고 툴툴거려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인간의 밑바닥을 들여다보고 논문을 쓰는 사람과, 그러한 논문이 금서가 되지 않고 현대 윤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서 수많은 사회가 이를 완전히 무시하지 않고 수용한 것을 보고 있자면 인류의 성숙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봅니다
다만 한 인간의 조건이 완성되는 순간은 인생의 끝에서 이뤄지는데, 인간은 그 이상을 살아갈 수 없으니 결국 후대로 이어지도록 끊임없는 교육과 수양이 필요하겠죠
시지프스가 그렇듯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이게 끝날 일은 요원하겠지만
18/08/09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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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몇번이나 증명되었듯이 인간의 자멸방지의 본능이라는 것을 무시하면 안되지요, 크크.
아마 인류는 계속해서 길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석유의 종언이 현대문명의 종언이라는 피크 오일은, 계속되는 기술발달로 퇴장했지요.
멜서스 트랩도 그렇고요. 2차 세계대전과 냉전 역시도 지나간 역사입니다. 그 전의 수천년 어치의 초법적인 폭력들이야 말할 것도 없겠네요.

다만 언제가 과정이 문제가 아닐까요. 시지프스의 과정... 으흐.
TheLasid
18/08/1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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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선과 악을 제대로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혹은 세상은 대부분 회색 영역에 속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능력이 있었다면
그도 아니면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줏대라도 있었다면
선악이라는 색안경을 벗어버리고 세상과 타인, 나아가 자기 자신을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겠지요.

괴물을 다룬 매체는 결국 인간이 괴물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려줍니다.
여기에서 굳이 인간은 악하다라는 결론을 도출할 필요는 없겠지요.
저는 괴물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멋지고, 아름답고, 나름 귀여운 친구들이잖아요.
사람이 내면에 괴물을 품고 있다면, 이왕이면 먹이도 주고 똥도 치워주면서 잘 길러보는 편이 좋겠죠.
진화하면 더 멋있어질지 모르잖아요! 괴물도 사람도요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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