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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8/30 20:07:55
Name 마지막좀비
Subject [일반] 헤어짐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올해 대학에 가는 아이가 있는데 생각이 많네요' 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 후로 시간이 흘러 흘러 아이는 대학에 입학을 하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 글에서도 사귀는 사람이 참 부담스럽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지금은 헤어짐을 정말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이 엄마를 그렇게 보내고 그럭저럭 저는 잘 지내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정년까지 보장이 되는 직장에서 나름 간부직에 근무를 하고도 있고, 가끔 맛있는 혼밥도 추진을 해서 잘 먹고 있었고
저녁 시간에는 게임도 하고 혼자 영화도 보기도 하면서 그럭저럭 근심걱정 없는 그런 삶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항상 하는 말처럼 아이가 대학을 졸업만 하면 그냥 그대로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삶에 큰 미련이 없기도 했고, 오히려 삶에 큰 미련이 없다 보니 하루 하루의 삶이 그럭저럭 고민도 근심도 없는 그런 삶이 이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인간간의 관계성이 약한 사람이라 어지간하면 어머니와도 아이와도 동생과도 거의 연락을 하지 않고 살고 있었습니다.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아이 엄마가 그런 관계를 붙잡아 주고 있었지만 지금은 실낱같이 이어져가고 있는 셈이죠

아이 이외에는 무엇을 책임지기도 싫기도 했고, 아이와의 관계도 어쩌면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으로 해결을 하는 셈입니다.

아이도 절 닮았는지 저와의 관계에서 그냥 저냥 무덤덤한 편이고...



아이가 고등학교 과정을 밟는 동안 저는 최대한 긴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외식도, 영화도, 돈이 들어가는 일은 아주 가끔..  
정말 마음이 동할 때 한번씩 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싫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전보다는 조금 쪼들리는 생활이기는 하지만 굉장히 자유롭다고 항상 생각하고 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며칠전 그 사람이 우리 관계를 좀 더 진척시켰으면 좋겠다는 말을 합니다.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했습니다.

전 사실 지금도 반동거를 하는 셈이지만 결혼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이것도 어쩌면 자격지심일 수도 있지만, 내가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이 그 사람과 더 가까워지고 법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 일에 큰 주저함으로 다가오더군요..

그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되므로 나름 재산가인 그 사람과의 관계가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싫었고...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두 사람의 생활에 금전적으로 보태지 못한다는 것이 사람을 얼마나 위축시키는 것인가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뭘 볼때도 , 먹을 때도, 집에서 쉴 때도
거의 내 취향이라는 것을 내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100%라고 할 만큼 그 사람이 보고 싶은 거, 그 사람이 먹고 싶은 거, 그 사람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지낸다고 봐야겠죠

그 사람은 이런것 을 요구하지 않지만 알아서 긴다는 표현처럼 그것이 나의 취향인 것처럼 잘 맞춰주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딱히 그런 것이 싫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거의 내 생각은 내보이지 않고 아이 엄마가 하자는 대로 따라가는 삶을 살았던 것을 돌이켜보면 그냥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 모습이 그런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뿐입니다.

문제는...

아이 엄마와 아이가 미국에 가고 나서 혼자 지내면서 느낀 그 자유로움..
경제적으로 쪼들릴지언정 편했던 시간들...

그 시간과 생활이 지금의 생활과 대비되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많이 차이가 나는 것도 알게모르게 저를 힘들게 하는 점이기도 합니다.

전형적으로 우유부단함의 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 나이에 이게 고쳐질 거라고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누가 부담을 일부러 주고 있는것도 아닌데, 혼자 그 관계를 부여잡고 끙끙대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 참 한심스럽기도 하고요...



이런 부담감을 마음에 품고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것인지
또, 관계를 더 진척시켜야 하는 것인지...

참 답답하게도 어리석은 고민을 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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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실버
18/08/30 20:32
수정 아이콘
자유를 맛보셨으니....
저라면 그냥 혼자 지내겠습니다. 저를위해서도 그분을 위해서도 그게 나아보여요.
바카스
18/08/30 20:45
수정 아이콘
이미 본인 자아가 모를뿐이지 답은 정했다고 생각되네요.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이상 흐른 뒤 변경점없이 살고나서 후회할것이냐 안 할것이냐.

복잡하게 이거저거 따지지말고 내 스스로 행복해질게 뭐냐를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akb는사랑입니다
18/08/30 20:50
수정 아이콘
솔직히 이런 글은 9할이 자기 마음을 알면서도 쓰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저도 예전에 전여친과 관계 복원을 시도하던 당시에 거의 똑같은 글을 쓴 적이 있거든요.
생각하는 바를 따르시기 바랍니다.
Lacrimosa
18/08/30 21:05
수정 아이콘
만남을 가지던 초반에도 그러한 사실관계가 다르진 않았을겁니다 알면서도 서로 깊은 호감을 가진것 아닌가요? 현실이라는 단어로 도망쳐본 경험이 있는 저로선 후회가 더 크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결정은 본인 몫이지만
18/08/30 21:08
수정 아이콘
결혼을 하지 않는다치고 상대방과 연애만을 한다면 그것을 얼마나 지속하고 싶으신지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그냥 연애만 하면 계속 같이 있고 싶으신지?
18/08/30 21:16
수정 아이콘
상대를 위해서라도 선을 확실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보다 인생 선배시니 구구절절 된소리 읊지 않겠습니다.
18/08/30 21:28
수정 아이콘
꼭 결혼하셔야 합니다. 사주를 보아하니 65세 정년 끝나고 은퇴 후 연금 받으며 그냥저냥 지내던 어느 날 갑자기, 해준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기대보다 잘 자라준 자녀분과 다른 인연분을 지긋이 바라보며 좀 더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하시면서, 닉네임은 기억나지 않지만 피지알에 댓글 단 아무개 말만 믿고 덜컥 저질렀을 뿐인데 이런 날도 있구나 하십니다. 운명을 거스르려 하지 마십시오.
Chandler
18/08/30 21:35
수정 아이콘
저도 심정적으론 여기에 한표...

사실 본인이 원하시는대로 하시리라 생각합니다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는 어느 선택이던 존재할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에선 전후사정과 자세한 이야기를 알지 못하는 제3자 입장에선 제일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길을 가시라 말씀드릴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 길이 글쓴분과 얼마나 맞지 않는지는 잘 모르지만 일반적인 상황이라는 가정엔 결혼을 권유해야 할것 같긴합니다. 예를들어 제가 잘 아는 친구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저도 결혼을 하라고 권유할거같아요. 너무 클리셰같은 권유지만 클리셰가 클리셰인건 이유가 있죠..


물론 결국 선택은 본인의 몫이고 후회가 적은쪽을 선택하셔야 하겠다는 진부한 말로 끝낼 수 밖에 없지만요.
18/08/30 21:41
수정 아이콘
상대방은 결혼을 원하는데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면, 그 사실을 최대한 빨리 이야기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 같습니다.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일 뿐이지 저 사람 인생에서까지 주인공 하려고 하면 안 되죠.

다만 글을 읽다보니 좀 의아한 부분이 있습니다. 저번 글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다시 읽어보았는데, 상대분께서는 원글님께서 재산이 얼마 없는 것도 알고, 얼마 없는 재산의 상당수를 따님에게 줄 생각인 것도 알고, 기타 이런 저런 손해보는 부분을 알면서도 만남을 지속하시는 상태죠. 근데 오히려 '내가 다 맞춰주고 있다' 라는 느낌을 속으로 가지고 계시네요. 말씀하신 수준으로 기울어지는 만남이라면, 당연히 이 쪽에서도 접어줘야하는 부분이 생기는 것이 (정의롭다고까지는 못해도) 자연스럽지 싶습니다. 돈은 다 챙기면서 나는 맞춰주는 것이 없는 만남을 원하신다면 그건 여성향 판타지에서도 욕 먹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먹는 것 정도 상대방한테 맞춰주는 것이 뭐 그렇게 대단한 양보인지도 잘 모르겠고요. 저는 마누라랑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만 먹는 생활을 오래하다보니 제가 원래 좋아했던 음식이 뭐였는지 이제 기억도 안 납니다. 정말로요. 아마 아빠들의 절반은 그럴 거에요.

해서 제 솔직한 느낌은, 이제부터 헤어지는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서 그동안 묵혀놨던 안 좋은 점을 하나씩 굳이 찾아내는 단계이신 것 아닌가 싶습니다.
김혜진
18/08/31 16:55
수정 아이콘
와! 왠지 그럴것 같군요.
18/08/30 21:59
수정 아이콘
한참 어린데 이런 조언 드릴 자격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만
하려면 그냥 하는거죠. 그러나 안 하려는 생각이 들면 안 해도 되는 / 안 해야 하는 수천 수만가지의 이유가 따라붙는다고들 하는데
지금 여러 이유들이 달라붙은 것 아닌가요. 좀 더 본질적으로 고민해보세요. 지금 말씀하신 이유들은 너무 부차적으로 느껴져요.
18/08/30 22:12
수정 아이콘
자기 삶에 만족하신다면 자녀 분 미래에 무엇이 더 좋을지 생각해 보는게 어떨까요. 이제 겨우 대학에 들어갔을 뿐이잖아요. 앞으로 직장을 구하고 배우자를 만나고 결혼까지 한다면, 손자들을 낳고 육아를 하고 또 그 손자들이 공부를 하고 대학을 간다면, 지금 작성자 분이 어떤 선택을 했을 때 자녀 분에게 도움이 될지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요.
티케이
18/08/30 22:36
수정 아이콘
글쎄요.. 왜 안되죠? (끌려가는 결정에서도 100프로는
아니지만 나름의 만족감을 느끼셨던거 같은데..)
내 위주로 생각하면 안되나요? 그냥 지금은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으니까 더 만나고.. 관계를 진척시키고.. 안되면 헤어지는 그런..
왜 결혼 등의 생각이 없으면 빨리 헤어져줘야하나요? 어떤면에서는 예의 이기도 하겠죠.. 그런데 이기적으로 그냥 더 만나고 난 그동안 행복하면 안되나요?
정말 이기적으로 생각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운좋으면 자기도 모르는 지점에서 내 행복을 찾을 수도 있고.. 못 찾아도 그 동안은 행복할테고..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나 혼자 있을때가 행복한 사람이면 그 때 헤어지면 되고..글쎄요.. 왜 안될까요?
그냥.. 두번은 안되고 예의는 차려야하고 뭐 그런거.. 가끔은 염치없고 이기적이면 안되냐 싶기도 하네요..
18/08/30 22:50
수정 아이콘
그래도 되긴 하는데, 상대방의 의사 표현에 대한 내 의사가 무엇인지 정도는 알려주는 것이 좋지 싶습니다. 상대방이랑 포커 치는 게 아니잖아요...
티케이
18/08/30 23:31
수정 아이콘
네. 맞는 말씀입니다. 결론은 비슷 하겠지만..
상대방이랑 포커 치는게 아닌 관계를 갖는거죠. 상대방이나 관계가 목적이 아닌 '나' 또는 '내 행복' 이 관계를 맺는 근원이라는거죠. 그 차원에선 이기적이어도 되고 그렇더라도 상대방도 날 보고 알거 다 알고 대처할테니.. 맘대로 해보자 뭐 이런 얘기였네요.
18/08/30 23:33
수정 아이콘
말씀 잘 이해했습니다. 저는 결혼관이 상당히 구식이라서 관계를 맺는 이유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다르긴 한데, 티케이님의 견해도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궁합이란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음냐리
18/08/31 01:42
수정 아이콘
이런건 다른 사람 말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본인이 믿고 판단하는대로...
The Special One
18/08/31 01:54
수정 아이콘
아내쪽이 잘사는편인데 찢어지게 가난한 저희 가정에서 지고 들어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결혼생활중 처가쪽과 해외여행 4회 할동안 저희집과는 국내여행도 못해봤네요. 그러려는게 아니라 그냥 어쩔수 없었습니다. 장인장모님이 여행비를 상당부분 대주시니 저는 저희부모님 모시고 가자는 얘기를 할수가 없더군요. 여러모로 위축되게되고 마음아픈일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내를 사랑하지만 항상 마음의 짐이 있습니다.

오해하시는분들이 계신데, 아내쪽이 부자라고 내가 부자가 되는것은 아닙니다. 조금 더 편리해지기는 하지만 있는집들은 금전구분이 명확합니다.
음냐리
18/08/31 02:4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 이건 좀...부모님께서 대단히 섭섭하셨겠네요. 이런건 외가쪽에서 친가쪽 마음 안쓰도록 친가도 같이 가자고 권하거나 하는게 좋은데.

제 친구중에 님같은 경우가 있는데, 육아시 애를 친가쪽이 거의 다 떠맡고 반찬도 외가는 가만히 있는데 친가쪽에서 다 가져다주고 그랬습니다. 그 결과로 부모님 허리 골병들고 주위사람들로부터는 뭐하러 그렇게 사냐고 욕 먹었다고 그러더군요. 결혼은...그냥 본인들만의 것이 아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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