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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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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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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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침상 환자의 방귀소리와 함께 눈을 뜨는 건 참으로 멋진 경험입니다. 너무나 멋진 나머지 평생 두 번은 결코 겪고 싶지 않을 만큼요.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자 조용했던 병실도 다소 활기차게 돌아갑니다. 오전부터 주치의 회진이 있었는데 대충 증상을 설명한 후 애걸복걸했습니다. 오늘은 집에 가고 싶다고요. 주치의는 일단 좋지 않은 무릎을 정형외과에서 한 번 확인한 후 결정하라고 알려줍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 동안 옆 병상 환자들이 한 사람 한 사람씩 진료를 받으러 내려갔다 옵니다.
간호사에게 작업 걸던 1번 병상 아저씨가 먼저 허리 MRI를 찍으러 내려갑니다. 다음에는 방귀를 뀌어대던 2번 병상 환자가 깁스를 하러 내려갑니다. 그 다음 차례는 3번 침상 아저씨입니다. 하필이면 트럭에서 떨어져서 뇌진탕이 일어나고 그 다음에 다리를 깔려서 상태가 많이 안 좋습니다. 오늘도 옆에 있는 동년배 여성이 '너는 저분들이 묻는 거에 대답을 좀 똑바로 해라.' '너는 왜 묻는 거에 대답 안 하고 쓸데없는 말을 하냐.' '아무리 졸려도 간호사가 부르면 대답을 해라' 등등 온갖 잔소리를 폭풍처럼 쏟아냅니다. 분명 애인이 아니라 아내가 틀림없다는 제 판단이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알고 보니 여동생이더라고요.
이제보다 조금 더 익숙해진 몸놀림으로 샤워를 하고, 물리치료를 두 번 받았습니다. 밥은 언제나처럼 맛이 없었고요. 무릎을 굽히고 있으면 욱신거려서 오전 내내 병상 옆에 서서 조금씩 허리 운동을 했습니다. 옆 환자가 바지에 오줌을 싸서 잠시 밖으로 도망나오기도 했고요. 경찰서에서도 전화가 왔습니다. 피해자 조사를 받아야 하니 내일쯤 한 번 와 달라고 하더라고요. 점심때쯤 되어서는 1번 침상 아저씨에게 보험사 직원이 찾아왔습니다. 합의를 보려는데 뭔가 액수가 잘 안 맞는 모양이네요.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더니 협상이 결렬되고 직원은 돌아갔습니다. 1번 침상 아저씨가 투덜거립니다. 보험사랑 협의는 저렇게 하는 거구나 하고 마음 한켠에 새겨 둡니다.
드디어 제 차례가 되어 외래진료를 보러 내려갔습니다. 증상을 이야기하고 엑스레이를 찍었습니다. 엑스레이 기사가 초보인지 경험 없는 티가 팍팍 났습니다. 아무튼 딱딱한 유리침대 위에서 몸을 돌려가서 무릎을 찍은 후 또다시 무료하게 대기를 합니다. 병실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세상에, 외래진료를 하러 내려오니 완전 시장통처럼 사람이 많더군요. 이 세상은 넓고 아픈 사람은 너무나 많은 모양입니다.
엑스레이 검토를 마친 정형외과 의사가 다시 저를 부릅니다. 그리고 붓기가 있지만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네요. 귀가 번쩍 뜨입니다. 바로 부탁했죠. "퇴원해도 되는 거죠?" 난처한 기색으로 주치의와 상의해 보라기에 다시 득달같이 주치의에게 퇴원 요청을 넣습니다. 그리고 삼십 분쯤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퇴원(통원치료)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저녁에라도 반드시 퇴원해야 할 이유가 있었습니다. 딸아이 생일이 그날이었거든요. 급히 집에 전화해서 아이에게 저녁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말한 후 나흘만에 환자복을 벗어던지고 옷을 갈아입습니다. 그 때쯤에 마침 지인이 병문안을 왔습니다. 고맙게도 한손에는 케이크, 반대쪽 손에는 아이 장난감을 들고 왔네요. 흑흑. 감동이었습니다. 다만 짐이 너무 많아지는 바람에 좀 고생이었지만요.
여튼 고마운 지인에게 대접할 게 없어서 스벅 커피라도 한 잔 안겨드린 후 택시를 탔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2018년 11월 5일 오후 5시 30분. 저는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와 아내의 환대를 받으며. 그리고 자랑스럽게 포효했지요.
"부페 먹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