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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1/01 08:02:05
Name jozefow
Subject [일반] 2, 4, 6 이야기
간단한 게임으로 얘기를 시작해 봅시다. 숫자 세 개를 차례로 말할테니 그것들이 어떤 배열 규칙을 가지고 있는지 한 번 맞춰 보세요. 2, 4, 6 이제 당신이 이것과는 다른 숫자 배열을 말하면 그게 맞고 틀린 지를 말해줄텐데, 가령 4, 6, 8 이면 오케이, 8, 6, 4 이면 땡. 기회는 4번. 사람들은 아마도 시시하다는 듯이 6, 8, 10. 8, 10, 12. 10, 12, 14 등을 언급한 후, '짝수를 순서대로' 를 외칠 것입니다.

하지만 땡! 답은 '숫자를 점점 크게 하기' 입니다. 사람들은 썰렁한 테스트라 흥분하겠지만,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4, 6, 8 이 통과된 후 이 가설을 검증(정확한 표현으로는 반증)하기 위해 4, 6, 7. 4, 5, 8 등의 숫자를 시험해야 하지만 실제 그렇게 하는 이들은 드뭅니다. 사람들은 그저 4번의 기회를 자신의 가설을 입증하는 데만 모두 써버립니다.

그래서 멍청한 당신. 무릎꿇고 반성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답을 틀린 이가 제정신을 갖춘 사람이며, 맞춘 이는 무언가 이상한 인종일 수 있습니다. 한 번 우리 일상생활을 둘러보세요. 당신은 도서관이나 PC방의 의자에 앉을 때 혹시 이 의자가 그저 내 눈에만 비치는 환상일까 염려되어 항상 손으로 만져본 후 거기에 앉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혹은 물체는 알려진 바와 다르게 위로도 솟을 수 있다는 신념을 지니고 빌딩을 오르내리며 공을 떨어뜨려 보는 이는 어떤가요?

요는 (흔히 지적되는 바와 달리) 우리가 지닌 소위 말하는 편견, 고정관념이라는 것이 우리 개체에게 큰 이익이 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이득에 비하면) 그로 인해 치뤄야할 대가는 미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항상 사물의 양면을 보자는 구호는 언제나 구호로 끝나는 게 아닐까요?

사람들이 지금처럼 계속 의자에 고민없이 앉고, 동시에 2, 4, 6 테스트도 쉬이 패스하게 하는 방법은 뭘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저는 제 망상속에서 정당 하나를 창당한다면, 매 회의 때마다 전체 의견이 수렴되는 방향과 반대로 딴지를 거는 안티(?)맨 직책을 여럿 만들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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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북
20/11/01 09:50
수정 아이콘
무슨 얘기하시는지는 알겠지만 예제가 좀...
6810 다음으로 81012, 101214 테스트하는 건 수리탐구 능력이 부족한 거 아닐까요;
20/11/01 12:08
수정 아이콘
당연히 6, 8, 10 다음으로 반증의 사례를 시험할 거 같은데,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 예시를 본게 아마 캐롤 타브리스의 '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The mismeasure of Woman, 스테판 제이 굴드 책 제목을 패러디한 듯) 에서였는데요. 꽤 유명한 심리학 실험이었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어쨌건 숫자 예시는 님 말씀처럼 조악했던 거 같구요. 아래 아난 님 글과 댓글을 읽으면서 '온라인에서 토론이란 역시 그냥 자기 입장 내세우면서 자기만족하는 거구나' 라는 느낌이 들어 이 글을 적어봤습니다. 평소 중국 위구르 문제 관련해서 제가 가진 생각은 다른 분들과 다르지않지만, 그래서 정보? 로서 가치는 아난님의 글이 수십배 높은 거 같은데, 비아냥까지 해야하나 싶더라구요.
기술적트레이더
20/11/01 13:40
수정 아이콘
테스트에 대한 답변의 사례가 통계자료로 나온건가요?
자신의 가설 확인을 위해 기회를 쓰는건 당연한거고 위배되는 조건도 시험해볼 것 같은데...
그리고 테스트가 수리학적 문제인데 저런 답을 내놓고 좀 더 다양한 답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해서 멍청하다고 하는데 문제가 멍청이같단 생각은 안해보셨는지...
20/11/01 13:56
수정 아이콘
테스트에 대한 답변의 사례가 통계자료로 나온건가요 => 논문이니 그렇겠죠. 저는 저 책에서 이런 연구논문이 있었다 는 대목을 읽었던 거구요.

자신의 가설 확인을 위해 기회를 쓰는건 당연한거고 => 처음에 아 이건 '짝수를 순서대로' 라는 가설이 떠올랐으니 처음에 6, 8, 10 이라든지 10, 12, 14 라든지 를 부르는 건 당연하죠. 그리고 그 다음 수순으로 위배되는 조건도 시험해볼 거 같은데,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안 하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테스트가 수리학적.. => 저는 저 문제를 못 맞춘 이들이 멍청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본문을 제가 좀 이상하게 적었나 봅니다. 그리고 지금 끄적이고 보니 문제가 좀 조악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 예전 기억으로 옮긴 거라, 제대로 적은 건지도 아리송하네요.
F.Nietzsche
20/11/01 13:59
수정 아이콘
그런 기법이 이미 있죠. devil's advocate라고...
20/11/01 14:18
수정 아이콘
문구는 가끔 들어봤는데 그 의미는 부끄럽게도 이제 확실히 알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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