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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4/05 02:24:09
Name 토루
Subject [일반] 바른 마음 -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의 도덕 (수정됨)
'무엇이 도덕적인가?' 라는 질문은 일상 속에서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 간의 적나라한 의견 차이를 보여주곤 합니다. 이와 관련한 가장 대표적인 것을 하나만 꼽자면, 성소수자의 권익 보호 문제일 것입니다. 진보주의자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취업/가정 내 증오/사회적 희화화와 차별 (게이 조롱, 성소수자들을 AIDS 환자로 몰아가는 등) 의 문제에 직면하는 성소수자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도덕적' 이라고 판단합니다. 반면 보수주의자는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그러한 성소수자들에 대해 들어가는 희화화와 차별은 나쁜 것일지 몰라도, 이를 제도적으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거나 차별금지법을 입법, 퀴어 축제를 지원하는 등의 행위는 성에 대한 공동체의 합의와 가치관을 무너뜨리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가치관의 혼란을 부여할 수 있으므로 '제도적 개입을 자제하는 것이' '도덕적' 이라고 판단합니다.

이러한 도덕관의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이고 무엇에서 시작되었는가. 바른 마음 (조너선 하이트) 에서는 이러한 도덕성 기반을 진화심리학에 기반한 다섯 가지 기준으로 분류했습니다. (후속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여섯가지라고 파악하는 경우도 있지만, 책에서 제시된 다섯가지 도덕의 기준을 설명하겠습니다.)

첫번째, 배려와 피해 기반입니다.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악이다. 타인에게 기쁨(만족)을 주는 것은 선이다. 이러한 배려와 피해 기반은 진화 과정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주었던 모성애에 그 기원을 둡니다. 아이를 낳고, 아이가 울고 보챌 때 부모들은 그 상황을 방치해두려고 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고통, 고뇌,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모일수록 영아의 보호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양육에서 더 좋은 성과를 거둡니다. 이러한 행동 기제가 진화적으로 보편화되는 과정에서 -즉 배려 기반의 도덕 기반을 가진 유전 인자를 제외한 다른 유전 인자들이 높은 영아사망률을 기록하며 유전자풀에서 쓸려나가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악이며, 타인에게 배려를 베푸는 것은 선이다" 라는 도덕적 기반이 유전자 레벨에서 감정적으로 각인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기 때문에 아동을 때리거나, 학대하거나, 귀여운 바다물범이나 강아지가 학대당하는 모습을 보면 슬픔과 분노, 증오의 감정을 느낍니다. 이는 비단 아동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흔히 노인이나 다른 평범한 성인들에게 발현되기도 합니다. 특히 여성을 향해 더 잘 발현되는 특성을 가집니다.
여성을 향해 배려 기반이 더 잘 활성화되는데도 재미있는 진화적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 현대 사회 이전 대부분의 집단에서 여성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보호의 대상이었습니다. 근대 사회의 이르기까지 여성은 그 특성상 아동을 임신-출산하는 노동력의 공급책이었으므로 남성보다 귀중했고, 따라서 보호받는 위치에 놓여있었습니다. 남성 100명이 있고 여성 1명이 있는 집단은 1년에 1명 밖에 아이를 가지지 못하지만 남성 1명이 있고 여성 100명이 있는 집단은 1년에 100명의 아이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노동력 팽창의 구조는 필연적으로 여성을 보호하고 남성을 전쟁의 소모품으로 활용하는 집단이 집단간 생존경쟁에서 유리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현대 사회에서 왜 여성을 바라볼 때 배려 기반이 더 많이 활성화되는 지에 대한 논거가 됩니다. 비록 이러한 생리적, 진화적 차이가 가부장제를 만들고 전쟁과 경쟁에서 승리한 소수 남성에게만 권력을 독점시키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두번째는 공평성과 부정 기반입니다. 원시 고대 사회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노력에 대한 동일한 대가는 생존(과 이에 직결되는 번식)을 위한 일종의 황금률이었습니다. 동일한 노력을 했음에도 타인을 위해서 자신의 몫을 양보하는 사람은 그 스스로의 생존을 위한 자원을 마련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고 그 필요 이상의 이타심으로 인해 생존 경쟁에서 탈락했습니다. 반면 동일한 노력을 했음에도 남을 등쳐먹고 사기를 치며 자신의 몫을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사람은 집단 내에서 아무도 그와 협력하려 들지 않았고 충분한 협조를 구하지 못해 그 필요 이상의 이기심으로 인해 생존 경쟁에서 탈락했습니다. 고대에서부터 현대까지, 집단 내에서의 협력 관계 구축과 개인의 자원 확보는 둘 다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사항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정당한 몫을 챙기려고 노력하고, 사기를 치려고 시도하는 자를 배제하려는 인지행동 양식은 공평성에 대한 진화적 기반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공평성 기반에 있어 동일한 노동에 있어 동일한 몫을 챙겨가는 것은 선입니다. 이를 사기치려는 시도는 악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현대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는 서로 다른 시각에서 공평성 기반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보수는 열심히 일한 자신의 임금이 세금으로 착취되어 기초수급자 같은 게으른 사람이나 불법이민자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의 재원으로 활용되는 것이 공평성 기반을 어긴 부도덕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주의자는 감세와 사회보장제도의 축소를 지지합니다. 그렇지만 진보는 부자들이 사회제도적으로 가난한 자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가난한 자들은 현재의 사회제도에 의해 노력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므로 사회의 1%가 부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사회를 부자 증세를 통해 공정하게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극도로 스노우볼링이 진행되어버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의 노력으로 사회의 압력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환경미화원의 하루가 대기업 회장 아들의 하루보다 몇백배, 몇천배 무가치하고 노력하지 않은 삶일까요? 그러나 그들에게 주어지는 금전적 보상과 대우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진보주의자들은 이러한 사회를 개혁하기를 원하고 그렇기에 증세와 사회보장제도의 확대를 지지합니다. 그러나 둘 다 세금 문제에 대해 '공평성' 이라는 도덕적 기반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세번째는 충성심과 배신 기반입니다. 조직에 충성하는 것은 선한 일이다. 조직을 배신하는 것은 악한 일이다. 고대 원시 사회부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처럼 인간은 언제 어디서나 무리를 이루며 살아왔습니다. 보다 정확히는, 무리를 이루려 하지 않은 모두는 야생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번식에 실패해 도태된 것이지만 말입니다. 결국 무리를 이루고 조직을 유지하는 팀의 입장에서, 조직의 생존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에 충성'하는 것입니다. 기질적으로 조직에 충성하고 반역자를 민감하게 색출해내어 조직의 안정을 유지해야만, 다른 조직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영역을 지키며 생존하고 번식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 가운데에서, '조직에 충성하는 것은 선이며 조직에 충성하지 않은 것은 악' 이라는 명제에 동의하지 않은 강한 배신 DNA를 가진 우리의 방계 조상들은 배신을 저지르고 즉시 도태되었습니다. 결국 대를 이어오며 충성심 기반은 하나의 도덕 요인에 편입되었고 이는 조직을 존속시키고 강하게 만들어 번식에 성공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는 정치적으로 보았을 때 진보 정당 계열이 보수 정당 계열보다 더욱 분열하기 쉬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보수적 성향을 띄는 조직의 조직원들은 어찌되었든 단일한 조직을 만들고 충성하는 행위에서 그들 개개인이 안정감과 도덕적 편안함을 강하게 느낍니다.


네번째는 권위와 전복 기반입니다. 이 권위라는 것은, 꼰대의 권위주의가 아니라, 자녀가 부모에게 순종하고 부족원이 부족장에게 순종하는, '자발적인' 권위 체계에 가깝습니다. 고대부터 이어져온 대부분의 무리 사회에서, 부족장 혹은 부모는 언제나 부족원 혹은 자녀보다 지혜로웠고, 많은 경험을 보유했으며, 생존에 성공한 베테랑들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말을 듣는 것이 곧 생존확률을 높이는 일이었고 이에 대해 반기를 들거나 분열을 조장하는 일은 대다수의 경우 잘못된 행동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정당한 권위를 가진 사람에게 불복종하고 반항을 표하는 행위는 오만하고 악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졌으며, 그들에게 복종하고 존경을 표하는 행위는 지금까지 축적되어온 성공 경험에 대한 존중을 표한다는 점에서 매우 겸손하고 바람직한 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는 하나의 도덕적 기반을 이루었습니다.


다섯번째는 고귀함과 추함 기반입니다. 고귀한 것은 선한 것이다. 추한 것은 악한 것이다. 성스러움과 역겨움에 관한 우리의 관점은 크게 두가지의 진화적 경로를 통해 구축되었습니다. 하나는, 성적인 문란함과 그로 인한 성병 감염의 예방이었습니다. 조직 내부의 난교와 집단적 성병 발병은 그 집단의 생존 확률을 크게 낮추었습니다. 따라서 조직 구성원의 성에 대해서 통제를 가하는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생존확률이 높았고 그렇기 때문에 성을 통제하는 도덕 기반으로서의 순결함은 그 의의를 가졌습니다. 한 사례를 들면, 누나와 남동생이 서로 합의를 하고, 완벽하게 피임을 하고, 다른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상황에서 그 둘만 만족감을 가지고 성행위를 반복적으로 즐기곤 한다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준다면, 대부분의 경우 그 행위에 대해서 '부도덕한 행동이다' 라고 답한다고 합니다. 이 행위가 공리주의적으로 비록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근친상간을 통한 기형아의 탄생을 멀리하려는 진화심리학적 동인이 작용하여 인간의 도덕감정에 "부도덕하다"는 인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고귀함과 추함 기반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진화심리학적 동인은 식량에 관한 것입니다. 인간은 언제나 잡식동물의 딜레마 속에 살아갑니다. 잡식동물은 '먹어도 된다' 라고 판단된 식량들이 전부 고갈된 상황에서, 새로운 식량에 도전해 학습을 거쳐 새로운 식량을 확보해 삶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새로운 식량에 도전했는데 그 식량이 독을 가지고 있거나, 미생물에 오염되어 있거나, 기생충으로 가득해 먹고 죽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잡식 동물은 새로움 애호증과 새로움 혐오증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으며, 각 개인은 개인차가 있지만 새로운 것 (비일상적인 것)에 역겨움을 느끼는 방어 기제를 통해서 자신의 생존 확률을 높이려고 시도합니다. 이러한 방어 기제는 고귀함(먹어도 되는 것, 세균에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것)과 추함(오염된 것, 역겨운 것) 사이를 구별짓고 이를 선악의 틀로 이해하게 하여 생존확률을 높이는 지침이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진보주의자는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도전하는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이들은 굳이 식량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음악, 새로운 아이디어를 즐기고 새로움 애호증에 더 무게를 둡니다. 그러나 보수주의자의 경우 새로움 혐오증에 더 무게를 두며, 경계와 영역, 전통을 지키는 일에 자신의 노력을 쏟습니다. 이는 성소수자와 난민 문제에 대해서 왜 진보주의자가 관용하고 보수주의자가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지에 대한 도덕적 논거가 됩니다.


배려, 공평성, 충성, 권위, 고귀함이라는 다섯 가지 도덕 요인을 보면,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눈치를 채셨겠지만, 진보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은 이러한 다섯 가지 도덕적 동인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극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진보주의자들은 배려/공평성을 도덕을 판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이며, 나머지는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배려/공평성/충성/권위/고귀함이라는 다섯 가지 도덕적 기준을 모두 동일하게 중시합니다. 따라서 진보주의자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공평성에 문제가 되지 않으면' 그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입니다. 진보주의자는 조직에 충성해야만한다는 도덕적 이끌림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며, 조직을 배신하거나 반발하더라도 그것이 합리적인 이유라면 맹목적인 충성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그저 전통적인 권위라는 이유로 그를 받아들이고자 하지 않고 스스로 검증하고자 하며, 동의할 수 없다면 반항하기도 합니다. 진보주의자들이 (그들이 생각하기에) 구시대적인 관습에 반항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회의 압력과 눈치가 껄끄럽기 때문이지 지금까지 유지되어온 권위에 순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도덕적 판단의 결과물이 아닙니다. 진보주의자의 이러한 시각은 특유의 나르시시즘 (조직/권위에 대한 얕잡아봄) 과 도덕에 대한 톨레랑스로 나타납니다.
반면 보수주의자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공평성에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조직에 피해를 주거나 (좋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을 고발한 내부고발자), 권위에 반항하거나, 순결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뒤흔드는 행위라면 그것을 도덕적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행동은 결국 집단의 역량을 약화시키고 무질서를 증가시켜 악을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낮추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보수의 핵심 사상 중 하나가 국수주의와 집단주의에 근거한 반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보수주의자의 이러한 시각은 도덕에 대한 일종의 꼰대짓(...)으로 나타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주의자들의 경우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에 대해 극심한 반발을 보이거나 이를 제도권으로 인정하는 차별금지법 등의 도입에 깊게 반대하는 성향을 가집니다. 이것이 보수주의자들의 도덕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재미있는 점은, 평균적으로 100명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정규분포 상에서 20%는 진보주의자이며 20%는 보수주의자이고 나머지 60% 가량이 사상적으로 그 가운데 어딘가에 확신을 가지지 못한 채로 혹은 중도적인 입장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 개인의 편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주의자가 내세우는 도덕적 논리보다 보수주의자가 내세우는 도덕적 논리를 더욱 편안해하고 공감합니다. 왜냐하면 배려, 공평성, 충성, 권위, 고귀함이라는 다섯 가지 도덕 요인 가운데 진보주의자들은 '배려', '공평성' 이라는 두가지 도덕 요인만 고려하고 나머지는 아예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유의 '위험함', '이질적임' 으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보수주의자들이 '배려, 공평성, 충성, 권위, 고귀함' 을 모두 고려하는 것은 비록 그 세부적인 비율의 측면에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더라도 모든 도덕적 동인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훨씬 편안함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건 마치 저는 이과니까 사회 공부 안해도 돼요 하면서 사회 0점을 맞아오는 아들이 불안한 부모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진보주의자의 경우 '배려' 기반을 도덕의 최우선 항목으로 삼아서, 때로는 공평성 기반과 배려 기반이 충돌할 때는 두가지 밖에 없는 도덕적 기반 가운데 공평성 기반마저 내던지고 배려 기반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로 예를 들자면, '베짱이가 비록 일을 안한 것은 문제지만 그래도 굶어죽을 수는 없으니 죽을 내어주어야겠다.' 와 같은 것이 진보주의자들의 사고 방향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진보주의자들의 관점을 정치의 영역에서 사회 전체로 적용시키는데 있어서는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평성마저 희생시킨 배려 우선적 정책은 필연적으로 무임승차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이러한 딜레마 상황에서도 오직 '배려' 라는 하나의 도덕적 수용체만을 가지고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시키려고 하는 것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일반 시민의 관점과 크게 괴리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바른 마음은 보수와 진보, 그리고 도덕에 대하여 가장 심도있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풀어낸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여러 글을 통해 많은 소개가 되었는데,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가 서로 도덕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하여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함께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여 글을 올려봅니다.
여러분들은 이러한 다섯 가지 도덕적 동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대화를 나누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배려/공평성 도덕 기반에 공감하고 나머지 기반에 잘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찐 진보주의자(...)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위 글의 대부분의 내용은 '바른 마음(조너선 하이트)' 에서 발췌 요약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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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아빠
21/04/05 02:31
수정 아이콘
(수정됨) 보수주의자가 모든 도덕적 기반을 공평하게 취급한다... 는건 새롭군요.
저는 당연히 진보의 반대편 도덕적 기반들을 더 중요하게 본다... 는 식으로 전개될 줄 알았거든요.
비슷한 요지의 다른 글을 읽어본 적도 있고..
그리고 공평성이란 측면에서 한마디 말씀드리자면...
진보주의자들은 결과로서의 공평, 즉 배려쪽에 한참 치우친 공평성을 중요시하는 한편
보수주의자들은 기회로서의 공평을 중요시하지요. 즉 능력주의에 가깝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평하다는걸 하나로 취급하는건 좀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양쪽에서 말하는 공평이 서로 다른 경우가 아주 흔합니다.
소독용 에탄올
21/04/05 03:52
수정 아이콘
해당 부분은 기제는 동일하다라도 기제가 작동하는 값이 다른 형태로 설명할수 있을겁니다. 공평하다고 느끼는것이 도덕과 연결되는 기제를 굥유하지만, 어떤것을 공평하다고 느끼느냐가 다른거죠.
실제상황입니다
21/04/05 03:1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무엇에 공감하느냐보단 무엇에 공감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1번과 5번은 제가 가장 공감하지 않는 가치관이구요. 특히 1번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언행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고통스러웠다고 해서 그게 잘못인 것은 아니죠. 근데 이건 정도의 문제라고는 생각합니다. 타인에게 물리적 폭력을 가해서 고통을 유발시켰는데 그게 악이 아니라고 느끼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그렇다고 단지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었다고 악이다? 도가 지나친 비약이죠.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시선강간이라든가 성적 대상화 같은 것들이구요. PC 같은 경우에도 그런 게 많죠. 저는 탈코르셋이라거나 가부장제를 타파하자 같은 소리에는 진심으로 공감하는 편이지만(그래서 동성혼, 근친혼도 찬성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수준으로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거나 5.18 역사왜곡처벌법, 2D 아청법 같은 주장들은 진짜 싫어합니다.
21/04/05 04:01
수정 아이콘
진보의 도덕은 권력에 소외된 우리가 같이 행복하고 잘살자에 있다 생각합니다. 권력을 잡지못하니 머리수를 동원하기 위한 포용적 모습을 보이지만 기존 기득권층이란 적을 설정하고 빼앗은 이득을 볼 우리와 남을 구분하며 우리안에서도 보다 많은 이득을 누릴 천룡인과 가재의 구분이란 배제의 모습도 보이죠.
DownTeamisDown
21/04/05 10:01
수정 아이콘
같은관점으로 보수의 도덕을 보면
권력을 쥐고있는 우리가 계속해서 행복하게 잘살자에 있거든요. 권력을 잡았으니 이걸 이용해서 계속 해먹자는 생각을 하고 이를 위해서 새롭게 부상하는 산업이나 사상,세력등을 힘으로 찍어 눌러서 사회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뜨와에므와
21/04/05 08:17
수정 아이콘
죄를 저질렀다는 걸 부인하는 놈과
죄가 죄라는 걸 부인하는 놈
요즘 말하는 이게 딱인 것 같네요
후자의 뻔뻔함이 더 피부에 와닿는 상황...
21/04/05 09:46
수정 아이콘
이 책 정말 좋습니다. 종교/ 정치 얘기로 쓰잘데기 없이 갑분싸 만드는 사람 오프라인에서 볼 때마다 정말 어디 가둬놓고 십회독 시키고 싶습니다.
리얼포스
21/04/05 09:53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1/04/05 10:09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저는 [진보주의자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공평성에 문제가 되지 않으면' 그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입니다.] 이 부분이 약간 마음에 안드는군요. 과거의 사례들을 보면 이 부분도 그다지 지켜진 것은 아니니까요. 역사 속에 있던 진보적 사건들을 보면 언제나 누군가는 희생되어왔으니까요. 그 희생자들이 선한가 악한가로 혁명가들의 선악 역시 갈렸겠지만 말이에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공평성에 문제가 되지 않으면' 이란 조건을 만족한 건 지극히 선한 이타주의자들이었지 그 들이 진보적인가 보수적인가는 별개의 문제라고 보는군요.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러한 이타주의자들 역시 일종의 정신질환의 일종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말이지요.
21/04/05 10:10
수정 아이콘
저 책에서 말하는 진보/보수는 아마 미국의 정치세력을 뜻하는것 같은데
한국의 진보/보수 와는 많이 다른듯 합니다.
21/04/05 10:28
수정 아이콘
미국에서 쓰여진 글이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도 있습니다.
첨언하자면 '현실 정치'에서 진보/보수 '정치세력'이 권력의 획득과 유지라는 현실적 여건이 추가된 상황에서 공유하고 표방하는 가치와, 개인의 도덕적 수용체 레벨에서 진보주의자/보수주의자가 어떤 식의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가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 책은 개인이라는 층위를 분석한 글이라서 현실 정치와 역사적 맥락이 개입된 현실의 정당/지지자들을 분석하는데 그대로 대입하기에는 활용가능한 툴이 아니기도 합니다.
갸르릉
21/04/05 10:30
수정 아이콘
세부적인 분류는 좀 의구심이 들긴 하는데 선호하는 도덕적 가치가 있고 그에 따라 진보 보수적 행동 양식이 나뉜다는 것 자체는 맞는 말 같습니다.
도들도들
21/04/0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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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 책을 추천받고 사서 읽었는데 도무지 재미가 없어서 도저히 1/4을 넘기기 어렵더군요. 요약해주신 내용을 보니 왜 재미가 없었는지 이해가 됩니다.
일단 이 책은 생래적 진보주의자와 생래적 보수주의자를 구별하고 있는 듯한데, 미국에서는 그런 구분이 유용할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다수를 점하고 있는 유럽식 진보주의자를 식별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현대 사회가 구조적으로 꽉 짜여져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개인의 심리는 사회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개인의 도덕성이 결부되지 않은 사회개혁을 외칠 수 있는 것이고요. 이것은 마르크스가 역사를 도덕이나 의지로부터 분리하여 오로지 객관적 경제법칙으로 해석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해가 쏙쏙 잘 되게 요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그랜드파일날
21/04/05 11:14
수정 아이콘
이 책은 안읽어봤지만, 인지심리학자의 책이라 나름 생물학적인 측면에서는 설득력이 있을 거라 생각하긴 하는데
말씀하신 부분이 재밌습니다. 사실 미국도 좌우가 있고, 유럽도 좌우가 있고, 유럽도 프랑스 좌우 독일 좌우가 다 다른데,
한국 보수주의자는 미국 우파를 따오고 한국 진보주의자는 유럽 좌파를 따오죠. 아예 기반한 논리 자체가 다르니 서로 니들은 진짜 진보/보수가 아니야 하고 말이 안통할 수밖에 없음 크크
21/04/05 11:27
수정 아이콘
좋은리플입니다
계층방정
24/02/08 17:50
수정 아이콘
최근에 이 책을 읽어보고 비슷한 주제를 다룬 글이 이미 PGR21에 있었나 찾아보다가 이 글을 만났네요. 4분의 1을 넘기기 어려웠다면 아마 다른 이유 때문에 재미가 없으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본문은 2부 요약이고, 1부는 “도덕적 판단은 직관에 따라 결정되고, 추론은 직관을 정당화한다.”는 내용이거든요. 그리고 이 책의 단점 중에 하나로 꼽히는 게, 1부 2부 3부를 따로따로 책 한 권씩으로 내도 될 만한 걸 하나로 묶어서 읽기 버겁다는 점입니다.
단비아빠
21/04/05 10:4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이와 관해서 전에 읽었던 다른 글의 해석으로는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의 차이는
나를 둘러싼, 내가 소속되고 지켜야 하는 [우리]라는 범위를 어느 정도로 인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었는데 아주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보수 쪽으로 갈수록 우리의 범위가 좁아지며 극단적으로는 나 혼자가 되고 그게 아니면
내 가족 정도만이 우리의 범위가 됩니다.
진보 쪽으로 갈수록 우리의 범위가 넓어지며 넓게는 국가, 민족, 인종, 심지어 인류까지 확장됩니다.
그리고 양쪽 모두 자신을 둘러싼 우리라는 울타리를 지키려는 생각 자체는 다를 바 없습니다만
범위가 다르다보니 방법론도 달라지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죠. 진보주의자들에겐 난민들조차 우리라는 울타리
안쪽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죠. 하지만 보수주의자들에게 난민이란
울타리 한참 바깥쪽의 존재입니다. 받아들일 이유가 없는거죠.
트랜스젠더는 어떨까요? 진보주의자들에겐 트랜스젠더 역시 사회 구성원이고 우리의 일부입니다.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보수주의자들에겐 그들은 이질적인 존재고
우리와 다른 존재죠.
이런 보수주의자들의 배타적인 기질은 과거에는 생존에 좀더 유리했습니다만
발전과 함께 우리의 범위도 좀 더 넓게 인식되어야 하는 필요성이 계속 생기게 되죠.
그리고 인류의 역사는 우리라는 인식 범위를 넓히려는 지속적인 시도의 연속이구요.
그래서 진보인거고 그래서 보수인거죠.
하지만 사회제도적으로 아무리 우리의 범위가 넓어졌다고 해도 여전히 마음속으로
인정하는 우리의 범위가 좁은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래서 계속 싸우는거죠.
본문에서의 기준으로 설명한다면 보수주의자들이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도덕적 가치인 충성심, 권위, 고귀함에 대한 추종은 모두 어떤 조직체계를 견고하게
유지하는데만 촛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내고발자에 대해서
진보적인 사람이라면 그 회사를 포함한 좀더 넓은 범위의 사회에서 이러한 사내고발을
통한 솎아내기는 크게 도움이 된다고 볼겁니다. 그러므로 긍정적이지만 그 회사만이
오직 지켜야할 범위인 사람에게 사내고발자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배신자일뿐이겠지요.
뭐 이렇게만 보면 진보는 선이고 보수는 철퇴되어야 할 구악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장기적인 방향성을 보면 그렇습니다만 단기적으로 볼때 무리한 진보는 대개 안좋은
결과만을 가져왔습니다. 성공한 적이 거의 없지요. 진보에 대한 무조건적인 맹신도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진보와 보수는 조화되어야만 하지요.
여수낮바다
21/04/05 11:07
수정 아이콘
길게 쓰다 보니 일반게시판이네요. 현 정치집단들이 여당 야당 다 저 기준에서의 올바른? 진보 보수에 맞지 않는 부끄러운 행동을 보였던 것을 열거했다가 지웁니다. 뭐 다들 아실 내용들이니까요.

찐진보에서 찐보수로 전향한 제 입장에서, 솔직히 좌파우파 가리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그렇지 못한 제 자신을 반성도 많이 합니다만 매번 반성에 그치고 실천을 못하는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전 그럴 때마다, 스스로 되내입니다. 진보좌파 대부분의 시민들은 자신들이 믿는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선한 의도로 저런 행위를 한 것이다. 심호흡을 하며 그런 생각을 하면 이내 흥분하며 공격성을 보였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그리고 누구누구처럼 못된 진보좌파 정치인들은 진보좌파의 일부에 불과할 것이고, 그런 못된 자들은 진영에 상관 없이 여기저기 있다는 것에도 생각이 미치게 됩니다.

아무쪼록, 앞으로는 분열과 갈등이 줄어들고 더 통합된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너무 갈등의 골이 깊어졌어요.

그 출발점이, 이 훌륭한 본문의 글 같은 생각이 널리널리 퍼지는 것이길 빕니다.
상대가 악마가 아니라 그저 정의의 기준이 다를 뿐이라는 것을.
여수낮바다
21/04/05 11:13
수정 아이콘
제가 선호하는 진보 보수의 차이점을 강조하는 관점은, 스티븐 핑커가 인용하여 정리했던 관점입니다.
보수주의자들은 주변 환경을 더 비관적으로 보며, 진보주의자들은 더 이상적으로 본다는 것이죠.

근본적으로 세상을 보는 관점 자체에서 차이가 있기에, 같은 문제에 있어서도 더 조심하게 되는 보수주의자들과, 더 좋은 쪽을 생각하게 되는 진보주의자들은 부딪힐 수 있겠지요.
보수쪽을 생각 안하고 진보적인 관점만 추구하다가는 사회 전체가 큰 혼란과 위험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고, 진보를 무시하고 보수쪽만 생각한다면 사회가 발전이 없을 것입니다.

좋은 사회란, 세상을 더 조심하자는 사람들과 더 나은 쪽으로 가자는 사람들이 정반합을 일으키며 안전하게 발전해 나가는 사회라 생각합니다
긴 하루의 끝에서
21/04/05 12:39
수정 아이콘
약 600쪽 가량 되는 다소 두꺼운 도서이기는 하나 해당 주제와 관련하여 인지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가 저술한 [도덕, 정치를 말하다 -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원제: Moral Politics - How Liberals and Conservatives Think)]도 추천합니다.
21/04/05 12:51
수정 아이콘
결국은 두번째가 큰것 같아요

이 분류에 따르면 저는 진보인데, 전 제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거든요

상류층이 많은걸 가져가는것은 좋지만, 그만큼 희생도 해야한다 그래야 사회가 유지되고 결과적으로 사회가 안정화되기에 결과적으로 상층에게도 이득

이게 제 관점인데 뭐 이런말하면 씨도 안먹히더라구요
21/04/05 14:06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제가 사회주의의 필연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 쓴는 비유인데. 현 기득권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큰힘 큰책임은 필수라고 하지만 주변에는 씨알도 안먹히네요.
-안군-
21/04/05 14:16
수정 아이콘
제가 평소에 막연하게 생각하던 내용이 체계적으로 잘 정리돼있는 걸 보니 뭔가 안심(?)이 되는군요. 좋은 글이네요.
본문의 관점과 비슷하게,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진보 정치세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진보세력은 1,2를 취하고 3,4,5를 버리는 선택을 하지 않거든요. 충성심 강하고, 권위적이고, 고결함을 추구합니다.
3,4,5를 의도적으로라도 무시하고 1,2에 집중하는 정치세력이여야 진보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드러나다
21/04/06 08:33
수정 아이콘
읽고싶지만 미루고있었는데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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