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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4/14 16:32:56
Name 사업드래군
Subject [일반] 헬창이 가져온 한 가정의 비극.
주로 난임부부를 치료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심심치 않게 동료나 선후배들이 겪은 난임 부부들의 이런저런 사연을 접하게 됩니다.
최근에 업계 사람으로부터 전해들은 한 어이없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난임의사 A에게 한 부부가 찾아옵니다.
여성의 나이가 40정도 되는데, 결혼 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나이는 많지만 결혼 한 지가 오래되지 않아 조금 더 자연적으로 임신을 시도해 볼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건강검진을 받다가 청천벽력같이 유방암 판정 소식을 듣게 됩니다.
대학병원에서는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데 먼저 선행화학요법이라고 하여 수술 전에 먼저 항암치료로 종양의 크기를 줄이고 수술을 진행할 계획이었습니다.

문제는 항암치료를 하게 되면 항암제에 민감한 난자와 같은 생식세포의 기능이 거의 없어지게 됩니다.
특히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는 항암제는 가장 생식세포 독성이 강한 항암제입니다.
따라서 항암 후에는 거의 폐경 상태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임신을 할 수가 없습니다.

다행히 요즘에는 가임력 보존이라고 하여 여러 방법으로 어느정도 생식능력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미리 체외수정 (시험관 시술) 방법으로 난자를 채취하여 남편의 정자와 수정시킨 후 배아(수정란)를 만들어 액체질소에 냉동하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선행항암 - 수술 - 항암이 끝나고 몇 년 후에 의사의 판단으로 재발의 가능성이 거의 없어질 때쯤 얼려진 배아를 해동하여 자궁에 이식함으로써 임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환자는 몇 주 내로 항암치료가 시작되기 때문에 바로 난자를 채취하여 보관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딱 1번의 난자채취 기회가 있었습니다.
여러개의 난자를 채취하여 수정시킨 후 배아를 만들어 보관하게 되면 배아 1당 나중에 약 30% 정도의 임신율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개의 배아가 만들어진다면 추후에 냉동된 배아를 이용하여 몇 번 임신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나이가 많아 과배란유도 주사의 용량을 높게 썼음에도 불구하고 난자가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젋은 여성이라면 10개~20개의 난자도 나올 수 있지만 이 여성은 불과 4개의 난자만이 채취되었습니다.
어쨌든 4개의 난자가 모두 수정된다면 최소 2번 정도, 반만 수정되어도 적어도 1번의 배아이식을 시도할 기회는 남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1번에 넣을 수 있는 배아의 개수는 1~3개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수정을 하려고 보니 남편의 정자가 거의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주 극소량의 정자가 채취되기는 했지만 운동성이 거의 없는 상태였습니다.
최근에는 아무리 수가 적더라도 6,000배까지 확대되는 고배율의 현미경으로 정상적인 정자 몇 개만 찾아내면 수정이 가능한데,
그 몇 개의 정상적인 정자도 보이지 않아 결국 수정에 실패했습니다.

결국 1개의 배아도 만들어지지 않고 수정되지 않은 난자의 상태로 단 2개만을 액체질소에 냉동보관할 수 있었습니다.
이 방법은 결혼하지 않는 미혼여성이 가끔 쓰는 방법이지만 나중에 난자 1개당 임신성공률은 2~5%에 불과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수정시켜 배아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면 배아 1당 30%의 임신설공률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임신가능성이 1/10로 줄어들어 버린 셈이고, 환자의 나이를 생각하면 거의 임신을 기대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입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본다면 제 때 기회를 놓쳐버린 안타까운 부부의 사연 정도로 생각하고 끝났겠지만...

담당의사가 남편의 호르몬 수치를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무정자또는 희소정자증이라고 하는 상황도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담당의사가 보니 호르몬 검사결과가 이상하여 남편에게 자세히 물어본 것입니다. 아마 남편의 몸상태를 보고 더욱 의심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남편은 자신이 헬스를 하면서 몸을 키우기 위해 남성호르몬 주사를 장기적으로 사용하여 왔다는 사실을 실토합니다.
사용했던 주사는 이전에 박태환 선수가 사용하였던 네비도와 같은 성분의 주사제였습니다.
장기적으로 이 약물을 사용하게 되면 뇌하수체에서 나오는 내인성 자극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고 정자의 생성을 억제하게 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환자는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남편 때문에 자신의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거의 영영 잃어버리게 된 셈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운도 굉장히 없는 셈입니다.
몇 달만 빨리 병원을 찾아가 임신을 시도했더라면 남편의 상태를 알 수 있었을 것이고, 설령 남편이 약물을 사용하고 있었더라도
이를 다시 약물치료로서 정상화 시킬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을 것입니다.

임신을 고려하고 있는 남편이라면 제발 내츄럴로 몸을 키우시기 바랍니다.


요약
1. 40세 여성이 결혼한 지 얼마되지 않아 유방암 진단을 받음
2. 선행항암치료 전에 딱 1번 난자채취를 하고 배아를 만들어 보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
3. 정상적인 남편의 정자가 하나도 없어 수정에 실패하고 난자상태로 냉동보관. 추후 임신의 가능성이 1/10로 줄어들어 버림.
4. 알고보니 헬창 남편이 몰래 남성호르몬 주사를 장기간 사용하고 있어 정상적인 정자가 없었던 것임
5. 이제 현대의학으로 자신의 난자로 임신을 시도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음.
6. 운동은 내츄럴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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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4 16:38
수정 아이콘
부인은 결혼생활 내내 아이를 갖고 싶었고 남편은 쉽고 빠른 몸만들기를 포기할수 없어서 유야무야 넘어가려고 했나보네요.으이구
21/04/14 19:14
수정 아이콘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부부라고...
21/04/14 16:39
수정 아이콘
진짜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난임때문에 고통당하는 분들이나, 시험관을 계속해서 시도하시는 분들을 보다보면 세상이 참 불공평한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떤 부부들은 그렇게 쉽게쉽게, 더 들어서지 말라고 하는데도 쑥쑥 들어서는걸 보다보면 말이죠 ;;;;;;
농담이 아니라 시험관 계속 시도하시는 분들은 국가가 끝까지 지원해줘야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시험관 과정도 쉬운게 아닌만큼 더더욱이요.

그나저나 남성호르몬 주사에 생식능력을 줄이는 부작용도 있었군요.
남성호르몬이라고 하면 좀더 생식능력이 강화될거같은 이미지였는데, 좀 의외입니다.
요슈아
21/04/14 16:46
수정 아이콘
사람의 몸은 항상성을 지니고 있어서
남성호르몬이 계속 들어온다 그러면 과용량이 되어버리니끼 몸에서 자체적으로 남성호르몬 배출을 줄여서 맞추려고 하는데

그게 오래 지속되면 퇴화되어버린다고...
Lainworks
21/04/14 17:13
수정 아이콘
남성호르몬 생성장소: 고환
근데 밖에서 호르몬이 들어옴 : 야 이러면 고환은 일 안해도 되는거 아니냐??? 개꿀
NoGainNoPain
21/04/14 17:59
수정 아이콘
헬창들이 남성호르몬 주사할 때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부작용이 성욕감퇴 발기부전입니다.
앞의 분들이 하신 이야기대로 외부에서 남성호르몬 지속적으로 주사하면 몸은 남성호르몬 생산안해도 되네? 개꿀! 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리자몽
21/04/14 16:43
수정 아이콘
와이프가 그리 애기를 갖고 싶어 했는데 남편이라는 사람이 약물로 만든 본인 몸 신경 쓰다가 최악의 상황이 된거네요 -_-...
StayAway
21/04/14 16:44
수정 아이콘
이래서 결혼전에 검사 받아봐야됨..
동굴곰
21/04/14 16:47
수정 아이콘
근육얻고 고자되기를 선택했군요...
부인만 안되셨네요...
40년모솔탈출
21/04/14 16:48
수정 아이콘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는 동안 성생활은 정상적으로 할 수 있다고 들었었는데
정자는 고환의 문제이니 감소하나보군요.
죽력고
21/04/14 16:50
수정 아이콘
약물 헬스러들이 생식능력에 문제 생길 가능성 높다는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한떄 헬스쪽 유투브 채널 좀 보다보면 여지없이 나오는 얘기더라구요.
딱총새우
21/04/14 16:52
수정 아이콘
항암치료도 힘드실텐데 앞으로의 부부관계가 무너질 정도로 충격적이네요. 보디빌딩을 위한 약물복용이 양지로 나와야 될 것 같아요. 사전에 부작용들을 인지하고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말이죠.
NoGainNoPain
21/04/14 18:05
수정 아이콘
남성호르몬 부작용들은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다 알수 있는 일입니다. 유튜브에 해당 내용들 얼마나 많은데요.
굳이 저런 부작용만 있는 것들을 양지로 내보낼 이유가 없습니다.
이리스피르
21/04/14 18:52
수정 아이콘
그 약물복용이 흔한 것도 아니고 솔직히 복용하려고 하면 그 부작용은 다 인지하고 선택하고 하는거죠
21/04/14 16:52
수정 아이콘
약물 코디네이터가 중요하긴 한가보네요.. 황철순씨 부인도 출산 잘 하셨던데..
뭐 헬창분이 고의로 무정자증이 되고 싶어서 그렇게 했겠습니까 좀 안타깝네요..
카미트리아
21/04/14 18:12
수정 아이콘
본문 보면 몇달만 일찍알았어도 정상화 시킬 방법이 있었다는 걸로 봐서는
코디네이터의 유무가 중요한건 아닌 듯 합니다
조말론
21/04/14 16:52
수정 아이콘
미래를 팔아 만든 몸에 저 이후로도 자부심이나 자존감이 남아 있을지.. 식단하고 운동만 하시지
미카엘
21/04/14 16:53
수정 아이콘
과유불급
콩탕망탕
21/04/14 17:00
수정 아이콘
젊어서.. 스무살 즈음에 생식능력이 왕성한 처녀, 총각 시절에
본인의 난자 또는 정자를 미리 채취해서 냉동시켜놓았다가
나중에 상황을 봐서.. 그걸 이용하는 어떤 상황이 올수도 있으니까..
40쯤 되어서 필요하게 되면.. 20년전에 얼려놓았던 본인의 생식세포를 이용한다..
이런거는 너무 SF적인가요? 가능할것도 같은데요..
BlazePsyki
21/04/14 17:03
수정 아이콘
실제로 그렇게 한다고 들었습니다.
及時雨
21/04/14 17:04
수정 아이콘
나중에 난자 1개당 임신성공률은 2~5%에 불과합니다. 라고 본문에 써주셨네요
사업드래군
21/04/14 17:12
수정 아이콘
기술적으로는 전국의 난임병원에서 지금도 늘상 하고 있는 일입니다. 심지어 저같은 사람도 합니다.
문제는 사실 20살 쯤에 자신이 그럴 상황에 놓이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여성도 최소 30은 넘어야 그럴 생각이라도 한 번 하게 되겠죠.

또한 남성은 만 45정도까지 정자상태가 크게 나빠지지 않기 때문에 항암치료 할 사람이 아니라면 그럴 필요가 거의 없고
여성은 난자를 20대에 얼려봤자 나중에 1당 임신성공률이 2~5%라서 그냥 30에 결혼해서 정자와 수정시킨 배아상태로 얼리는 게 훨씬 이득이라서...

가장 좋은 것은 결혼은 했는데, 당장 몇 년 내 임신계획이 전혀 없는 부부가 이득을 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대상입니다.
미쿠루
21/04/14 18:33
수정 아이콘
관삼 있어서 알아봤는데 난자의 경우 최대 보관기간이 5~6년인가 그렇습니다.
사업드래군
21/04/14 18:59
수정 아이콘
아, 배아는 5년까지 보관이지만 정자, 난자는 보관기간에 제한이 아직 없습니다
미쿠루
21/04/14 19:39
수정 아이콘
헉 제가 잘못 알고 있었나보네요. 좋은 정보 정말 고맙습니다.
류지나
21/04/14 17:01
수정 아이콘
저는 애가질 생각이 없어서 그런지 솔깃하게 들리네요. 다른 부작용만 없었으면 진짜 약물을 했을지도... 살빼고 싶다...
iPhoneXX
21/04/14 17:16
수정 아이콘
고자만 문제가 아니라 심장 쪽에도 부작용이 많죠. 레슬러들 중에 약물로 심장마비 와서 가신 분들 많습니다.
류지나
21/04/14 17:23
수정 아이콘
심장비대증 같은게 대표적인 약물 부작용이라 하더라구요. 그래서 진짜 핀포인트로 관리해주는 의료계 관계자가 없으면 꿈도 꾸지 말아야...
21/04/14 17:15
수정 아이콘
안타깝기도 하고 아이러니 하기도 하네요
외형적인 남성의 강조를 위해 한 행위가 번식의 남성을 죽이고 있다는게....
국밥마스터
21/04/14 17:18
수정 아이콘
헬스 관련 유튜브들 보면 이런 약들이 생각보다 구하기가 쉽고 실제로 일반 회원들에게도 권하는 트레이너가 있다는 얘기도 있던데 어휴
21/04/14 17:24
수정 아이콘
그저 안타깝네요
플러스
21/04/14 17:24
수정 아이콘
남편이 [몰래] 남성호르몬 주사를 장기간 사용하고 있었다면, 정말 문제네요.
속일걸 속여야지...
21/04/14 17:26
수정 아이콘
알고 주사맞앗을텐데...여자만 속았네요
Gottfried
21/04/14 17:31
수정 아이콘
마치 '어쩌다 이렇게 됐나'라는 식으로 흘러가는 이야기같지만, 불편한 진실이 있다면 애초에 남편이 자녀를 원하지 않았던 거죠. 눈이 있고 귀가 있고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인데 모르고 그랬을 리 없어요. 아내 쪽이 간절히 원하는 부분을 정면으로 거부하면 사이가 틀어질 것 같으니까, 일종의 우회적인 수동 공격성을 발휘한 셈이죠. 남편 입장에서는 근육도 키우고 피임도 되니 일석이조..!?
담배상품권
21/04/14 17:51
수정 아이콘
아니, 이혼사유 아닌가요?
Janzisuka
21/04/14 18:01
수정 아이콘
속인거죠 뭐
Cazellnu
21/04/14 18:04
수정 아이콘
이건 남자가 심하게 많이 잘못한걸로
햄돌이
21/04/14 20:20
수정 아이콘
만약 치료가 되더라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부분인데
안타깝지만 임신보다는 치료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각자 가치관은 다르겠지만 저라면 임신이 가능하더라도 건강한 부부생활과
치료에 전념할 것 같습니다.
그 닉네임
21/04/14 20:22
수정 아이콘
헬창들보면 농담으로 빨리 결혼해서 애낳고 싶다고 하죠
약빨고 싶다고 크크
성큼걸이
21/04/14 20:37
수정 아이콘
로이더들은 겉을 번지르르하게 만들기 위해 진정한 남성성을 잃은 존재들이죠
라디오스타
21/04/14 20:39
수정 아이콘
근데 또 헬창들은 정말 근육에 목숨을 거는데.. 약빨고 운동안하기 >> 네츄럴로 운동하기 라고 하니까.. 유혹이 안될수가 없긴하죠..
Liberalist
21/04/14 20:47
수정 아이콘
본문의 남편은 그냥 정신 나간 인간이네요. 아무리 몸 만드는게 중요하니 뭐니해도, 몸 이전에 인간이 덜 됐습니다 진짜;;;
Parh of exile
21/04/14 22:37
수정 아이콘
이혼사유로도 충분하지 않나요;;
21/04/15 07:44
수정 아이콘
이혼한다 한들 여자분은 이미 불임 확정이고 어떤 남자를 만난다 해도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네요. 프로페시아 드시는 분들도 임신 준비할 땐 끊으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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