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4/06 23:18:41
Name 라울리스타
Link #1 https://brunch.co.kr/@raulista
Subject [일반] 『인간 실격』이 청년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유는? (수정됨)
lNrKZ1G_iKMGBbWnX_Eak0ACeFs





수년 간 우리나라 젊은 세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다자이 오사무(1909~1948)의 『인간 실격(1948)』입니다. 오래 전에 일본에서 쓰였으며,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결코 유쾌하고 밝은 내용의 작품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21세기에 바다 건너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작품의 유명한 도입부입니다. 주인공인 '요조'는 남부러울 것 없는 부잣집의 자제로 태어났습니다. 게다가 소설 곳곳에서 요조의 잘생긴 외모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부를 잘해서' 온 학교의 존경을 받을 뻔했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꽤나 명석한 학생인 듯 합니다. 이처럼 겉으로 바라본 요조는 모든 것을 갖춘 화려한 '엄친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조는 화려함 속에 누구보다 예민한 감수성을 감춰놓고 있습니다. 인간 관계에 대해 항상 불안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에서 온갖 행운을 타고난 요조의 고민 따위는 당장에 배고픔을 느끼거나, 현실의 고통에 짓눌리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시덥잖은 배부른 걱정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조는 타인에게 철저히 자신의 진심을 감추는데 누구보다 익숙합니다.




요조는 지역 유지인 아버지의 연설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뒤돌아서면 마구 폄하하는 아버지의 지인들의 모습을 목격합니다. 평소에는 본성을 숨기고 있다가 노여움이 드러날 때 나타나는 인간의 표정에서 요조는 큰 공포를 느낍니다. 이처럼 요조는 인간 사회라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위선과 가식으로 가득찬 것은 아닌지 강한 의심을 품습니다. 남들은 별로 할 것 같지 않은 이러한 고민을 하는 자신의 속내마저 남들에게 '별난' 사람으로 비춰질까봐 두려움을 느낍니다. 결국 요조는 타인과 진심을 나누고 관계를 쌓아가는 데 더욱더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06ZqKAzJmUw7DT5hqLHDCm8DAWE
요조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 관계




요조는 자신의 꿈인 화가가 되기 위해 도쿄로 상경합니다. 도쿄에서 '호리키 마사오'라는 친구와 어울리게 됩니다. 재미있는 점은 요조는 작중 호리키와 유일하게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지만, 결코 호리키를 '교우'로 여기지 않습니다. 실제로 요조와 호리키는 같이 어울리고 놀 때만 가깝게 지낼 뿐, 서로 감정적인 교류가 드러나는 장면은 없습니다. 요조의 유쾌하지만 건조한 인간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요조는 호리키에게 술, 담배, 창녀, 좌익 사상을 배웁니다. 이 네 가지는 요조가 숨막히는 '익살꾼'의 가면을 잠시나마 벗을 수 있는 쉼터들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요조는 좌익 사상 자체에 흥미가 있다기 보다는, 좌익 사상이 음지에서 불법으로 전파되는 사상이기 때문에 더욱 편안함을 느낀다는 점입니다. 요조는 양지에서 꽉 짜여진 질서 속에서 큰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그러한 요조에게 음지에서의 '익살'은 가면이 아닌 진실된 익살이었습니다. 요조는 단숨에 좌익 단체 사이에서 인기 인물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같이 함께하는 직장 상사나 학교 선배와의 술자리보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더 홀가분한 편안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꼭 누군가와 깊고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때 사람은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고는 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남부러울 것 없는 배경에 누구보다 쾌활한 익살꾼이지만 요조가 가진 본연의 고독감과 소외감을 완벽히 감출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요조의 이런한 면들이 여성들의 모성애를 자극하여 요조는 많은 여성들과 관계를 맺습니다. 작 중 요조와 관련이 있는 많은 여성들 중 요조가 실제로 사랑을 느낀 여성은 두 명 입니다. 첫사랑인 쓰네코는 사기범으로 수감 중인 남편이 있는 유부녀입니다. 호색한인 호리키마저 '궁상맞은 분위기의 여성'으로 묘사했을 정도로 왠지모를 어두운 분위기의 여성입니다. 요조가 이 여성에게 사랑을 느낀 이유는 두 사람이 비슷하게 가지고 있는 어둡고 음침한 본연의 모습을 서로에게 보여주어도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요조는 쓰네코와 함께 자살을 기도하지만 불행히도 쓰네코만 죽게되고 요조는 불안한 생을 이어가게 됩니다.




7bVF4fvpE7gCrYxJHwqs9P1edhA.jpg
영화 『인간 실격』, 제목과는 다르게 다자이 오사무의 전기영화. 소설속 쓰네코의 모티브가 된 여성인듯 합니다.




요조가 사랑한 두 번째 여성은 마지막 사랑인 요시코입니다. 첫사랑인 쓰네코는 요조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었던 것과는 달리, 요시코는 요조의 정 반대 성향의 사람입니다. 요조는 요시코를 '신뢰의 천재'라고 말할 정도로 남을 절대 믿지 못하는 요조에 비해 요시코는 일단 다른 사람을 믿는 순진무구한 여성이었습니다. 요조는 요시코를 만나며 그 동안의 방황을 마치고 결혼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요시코의 타인에 대한 '믿음'은 결국 비극으로 귀결됩니다. 집에 자주 드나들어 경계심이 없던 상인에 의해 요시코가 강간당하는 현장을 요조가 목격합니다. 요조는 배우자가 강간을 당했다는 사실보다, 평소 타인에게 싫은 소리 한 번 못해봤기 때문에 강간 현장을 보고도 아무것도 못한 본인에 대한 혐오, 그리고 상인에게 일말의 경계심도 없이 무구한 신뢰심을 가진 여성의 결말이 결국 강간으로 귀결되었다는 점에서 인간에 대한 혐오가 더욱 강력해집니다. 그렇게 요조는 홀로 두 번째 자살을 시도하지만 이마저도 실패합니다. 이후 알콜, 마약 중독에 빠지며 결국 가족에 의해 정신 병원 생활을 하게된 요조는 자신의 인생을 '인간 실격'으로 규정합니다. 앞으로 자신의 삶엔 더 이상의 행복도, 불행도 없을 것이며 그저 지나가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자백합니다. 겨우 스물일곱살이지만 이미 요조의 외모는 백발의 마흔살 이상으로 변했다고 자조하며 요조의 수기는 끝이 납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 지나치게 예민하고 음산한 요조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제아무리 좌절의 순간이어도 강인하게 이겨나가지 못한 요조의 나약함에 큰 동정심이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요조는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인 캐릭터인데, 다자이의 자살을 두고 미시마 유키오라는 작가는 '냉수마찰이나 기계체조만 꾸준히 했어도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디스를 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요조는 최근 대한민국의 젊은 청년들의 감성과 분명 닮은 면이 있으며 그러한 점이 『인간 실격』이 꾸준히 사랑을 받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MZ세대는 ‘혼술’, ‘혼밥’이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은 일상 생활이 되었습니다. 직장 동료들과 친해질 수 회식이나 대학 인맥을 만들 수 있는 OT, MT 등이 코로나로 인해 사장되는 것에 대해 딱히 아쉬워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꽉 짜여진 질서에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는 것 보다는 자발적인 개인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그 어느 세대보다 '공정함'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기성 세대와 대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MBTI 놀이가 유행할 정도로 자기 자신을 관찰하고 캐릭터화 하는 것을 즐기며 이것으로 인해 지나친 자아도취 혹은 반대로 자기혐오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인간 실격』은 청년들에게 음산하고 어두워 우울한 감정을 주기도 하지만, 나만 유독 예민하고 세상과 어긋나게 사는 것이 아니라는 깊은 공감대를 주는 양면성을 갖춘 신기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 분량도 많지 않기 때문에 이 혼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한 번 즈음은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adNZjUL8TWghOJnCyiYHOrsenOI.png
회식 부활을 우려하는 MZ세대 (출처 : 국민일보 기사)




※링크의 브런치에 오시면 더욱 많은 글들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2/04/06 23:35
수정 아이콘
회식 강요가 극혐이긴 합니다
피지알 안 합니다
22/04/06 23:4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인간실격이 청춘에게 꾸준히 사랑 받는 작품이긴 합니다만 얼마 전 서점에 갔더니 베스트셀러 순위에 있더라구요. 저는 그거 보고 어느 미디어 매체에 소개가 되었나 생각했었네요. 어딘가 소개 되긴 했겠죠? 별개로 요즘 세대가 더 좋아할만한 부분도 있긴 하군요. 시대의 흐름이 그런데 코로나가 그것을 더 촉발시킨 것 같습니다.
22/04/07 00:18
수정 아이콘
인간실격같은 글을 읽고 느낀건 '나는 예술을 하면 안되겠다'란 생각. 주변에 예술하거나 좀 똘똘하다 싶은애들은 인간실격에 나오는 성격(감수성 풍부하고 생각이 많음, 착한데 좀 신경질적임)이더라고요.

반면에 저는 그런건 덮어두고 걍 좋게넘어가는 스타일이라
보는 내내 주인공은 왜저렇게 꼬여있나 싶었습니다
김재규열사
22/04/07 00:32
수정 아이콘
예전에 가끔 들렀던 '인간실격패 알고보니 부전승'이란 술집이 생각나네요
기술적트레이더
22/04/07 00:52
수정 아이콘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22/04/07 00:55
수정 아이콘
굉장히 공감가는 도입부이네요. 주인공의 인간관계에 대한 시각도 그렇고요.
유명한 책이지만 읽어보진 않았는데 소개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종종 다른 책도 다뤄주시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민 프로듀서
22/04/07 00:59
수정 아이콘
책 읽는데 두드러기 나시는 분은 이토준지가 그린걸로 보시면 됩니다.
아케이드
22/04/07 01:05
수정 아이콘
아니... 이토준지가 인간실격도 그렸나요? 중간에 괴물 나오는건 아니죠?
인민 프로듀서
22/04/07 01:07
수정 아이콘
소설을 충실하게 만화로 그렸습니다. 소용돌이나 공포의 기구 안나오니 안심을...크크크
아케이드
22/04/07 01:08
수정 아이콘
그렇다면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크크
실제상황입니다
22/04/07 01:13
수정 아이콘
푸른문학 시리즈라고 애니로 된 것도 있습니다
아케이드
22/04/07 01:16
수정 아이콘
옷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及時雨
22/04/07 08:51
수정 아이콘
3권 구성인데 3권 초판 나올때 이토 준지 인쇄 싸인이 들어간 노트를 줘서 제가 3권만 샀습니다 크크크
한뫼소
22/04/07 02:57
수정 아이콘
원서로 어찌어찌 독파를 한게 소세키의 마음이랑 다자이의 인간실격이었는데, 마음에 등장한 선생과 오오바 요조가 뭔가 비슷하지 않나라는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소심함과 유순함, 비겁함에 걸쳐있는 심경을 회고적으로 풀어내는 부분을 보면서 연민/경멸/공감같은 다양한 감정이 들더라구요. 일상에서 드러내기엔 부끄럼 많은 정서를 글로써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선 본문의 언급처럼 지금 와서도 의미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자이의 MBTI가 새삼 궁금해지네요.
브리니
22/04/07 05:14
수정 아이콘
일본소설 많이 본게 아니지만 갑자기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가 생각 나네요. 고양이가 관찰하는 인간세상 관찰기. 그리고 데미안도. 싱클레어가 처음 어두운 세계를 목격하고 반쯤 경외시한 것 처럼 요조도 혹시 그런 마음이 있어 써클활동에 빠져들게 된게 아닐까 짚어봅니다. 지나치게 자조적인 화살표를 안으로만 향하게 된 젊은이들이 조금 둔감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22/04/07 07:3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인간 실격』이 청년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유는? => 저 위에 언급된 '마음'도 그렇고... 진정성 집착, 결벽증, 위선거부, 자기혐오, 패배주의, 나르시즘, 정신승리, 자뻑, 탐미주의, 댄디즘, 관종기질, 염세론, 죽음예찬, 현실도피, 극단주의, 솔직용감한 자기고백, 실질적 개선은 없는 끝없는 자기반성과 성찰, "이따위 세상 차라리 다 망해버리면 좋을 텐데"(세카이계) 은밀한 바람... 저 당시 일본문학 금수저 주인공들 대충 비슷비슷하죠. 트렌드였던 듯. 요즘에도 먹히나요.
멍멍이개
22/04/07 08:26
수정 아이콘
저 당시만 그런게 아니고 여전히 트렌드죠 호밀밭의 파수꾼만 해도..
세츠나
22/04/07 10:56
수정 아이콘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유전되는 성격 요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키나 체중 같은거죠.
맥도널드
22/04/07 08:51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파프리카
22/04/07 11:37
수정 아이콘
소설은 아니지만 이토준지 만화로 작품을 접해봤는데 불쾌하고도 기괴한 감정 때문에 찝찝했던 기억이 나네요. 소설 역시 어질어질하네요 크크 역시 이토준지니깐 이런 스토리를 소화시킬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그나저나 미시마 유키오 본인도 정작 할복하지 않았나?...
플리트비체
22/04/07 13:26
수정 아이콘
대다수 청춘들이 공감하기엔 인간실격 주인공은 금수저 초미남이었다는 점....이 걸리지만 메시지는 호소력 있죠
닉언급금지
22/04/07 14:10
수정 아이콘
그 비판했다는 미시마 유키오는 천황제 부활 외치면서 배째서 죽은 걔 아닌가요?
나중에야 그 배째시마가 금각사의 작가라는 점을 알고 나서
서정주 급의 배반감을 느낀 적이 있어서 기억하고 있네요.
노도햄빵
22/04/07 15:5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제 생각에 이 책이 대다수의 청춘들에게 인기있는 이유의 8할은
제목이 "인간실격" 이라는 있어보이는 제목 +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라는 유명한 도입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전체의 내용 보다도...
22/04/07 15:56
수정 아이콘
크크 이게 맞는거같긴하네요
22/04/07 18:14
수정 아이콘
대학생 시절 이 소설을 주제로 발표도 했었던 작품.. 당시에 참 빠져 살았던 작가네요.. 하지만 나와는 달리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았던게 함정.. 쳇!
데스티니차일드
22/04/07 19:18
수정 아이콘
어릴때는 인간실격의 요조에 감정이입 많이하던 친구들은 나이먹어서 돌아보면 뷔용의 아내의 오타니 같은 삶을 사는게 재밌습니다
데스티니차일드
22/04/07 19:22
수정 아이콘
근데 인간실격의 영화화는 개인적으로 짤에 나온 2019년판 말고 이쿠타 토마, 이시하라 사토미가 나온 2010년판이 짜세였었습니다. 완성도를 떠니서 퇴폐적인 색감이 좋아서 술먹고 보면 너무 좋은것..
라울리스타
22/04/08 10:36
수정 아이콘
영화 추천 감사합니다. 2010년판 한 번 시청해봐야 겠네요. 흐흐
류지나
22/04/07 19:23
수정 아이콘
미시마 유키오 : 쯧쯧쯧... 헬스 안하니까 자살같은거나 하지! (향년 45세, 자살로 죽음)
피우피우
22/04/07 19:38
수정 아이콘
(수정됨) 학부 시절 글쓰기 수업 과제로 이 책 서평을 써서 냈던 기억이 납니다.
죽은 요조와 제가 만나 작중의 장소들을 요조의 시대와 현대로 번갈아 방문하며 가상대담을 하는 형식이었는데... 지금 읽어보니 좀 오글거리기도 하네요 크크크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가졌던 가장 큰 의문은, 소위 위선, 가면으로 표현되는 겉모습은 가짜고 그 속에 감춰진 모습은 본성이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던 것 같네요. 뒷모습도 사실 어떻게 보면 가면의 일종이고, 위선이라 여기는 겉모습도 어찌됐든 본인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는 점에서 본 모습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점에서요. 그러니까, 어떤 모습이든 전부 그냥 한 인간의 다양한 페르소나들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당시에 이 책을 읽고 요조라는 인물에 대한 제 생각은.. '관계맺음을 두려워 한 겁쟁이, 그러나 그 두려움은 보편적인 것이므로 인간 실격이 아닌 평범한 인간' 이었던 것 같네요. 젊은 세대들이 '관계맺음'에 서투르다는 사회 진단이 자주 나오는 걸 보면 본문에서 말씀해주신 이 책이 청년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와 접점이 좀 있지 않나 싶습니다.
22/04/07 20:43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지 십수년도 더 지났지만, 초반에 학교 운동장에서 친하지 않은 한 친구에게 자신의 위선을 간파당하는 부분이
두고두고 생각이 났더랬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 자신을 가장 깊게 투영하며 읽은 장면이기도 해서 마음에 한동안 남았던...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5406 [일반] 종교 개혁과 관련 시간순 정리. 영국국교회, 루터, 칼뱅, 로욜라. [7] 12년째도피중7848 22/04/11 7848 2
95405 [일반] 이때까지 모니터 선택기 및 참고기 [117] 마트과자13019 22/04/11 13019 8
95404 [일반] [성경이야기]이스라엘 땅 분배 2탄 - 청약의 피해자 [10] BK_Zju9566 22/04/10 9566 18
95402 [일반] 방바닥에서 맨손으로 검사키트 조립…작업장엔 개·고양이 [7] 찬공기12616 22/04/10 12616 1
95401 [일반] 4월 10일의 남부순환로 [16] giants8181 22/04/10 8181 14
95400 [일반] 어쩌면 내 인생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글 [62] 느조스19999 22/04/10 19999 6
95399 [일반] 『1917』에서 인상깊었던 장면들 [7] 라울리스타6408 22/04/10 6408 5
95398 [일반] 지갑 절도범이 잡혔습니다. [16] CoMbI COLa8955 22/04/10 8955 15
95397 [일반] 요즘 본 영화 감상(스포) [1] 그때가언제라도4513 22/04/10 4513 0
95396 [일반] 40년 트렌드라인을 뚫어버린 미국 10년물 [48] 기다리다12750 22/04/10 12750 1
95395 [일반] 제64회 그래미 어워드 수상자 [6] 김치찌개8868 22/04/09 8868 2
95394 [일반] 진격의 거인 명장면 꼽아보기 [46] 삼화야젠지야10723 22/04/09 10723 11
95391 [일반] 하루키 에세이 -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독후감 [8] aDayInTheLife5437 22/04/09 5437 2
95389 [일반] 최근 즐겁게 본 만화들 (2) [22] Cand7963 22/04/09 7963 3
95388 [일반] [팝송] 조세프 샐뱃 새 앨범 "Islands" [3] 김치찌개4475 22/04/09 4475 0
95387 [일반] 삶의 질을 향상시킨 가전 순위 [126] 똥꼬쪼으기23019 22/04/08 23019 6
95386 [일반] 망글로 써 보는 게임회사 경험담(9) [26] 공염불10520 22/04/08 10520 26
95382 [일반] [성경이야기]이스라엘 땅 분배 - 청약 1탄 [21] BK_Zju11530 22/04/07 11530 12
95381 [일반] <앰뷸런스> - 한결 같네, 어찌 되었건.(노스포 지향) [32] aDayInTheLife8250 22/04/07 8250 2
95380 [일반] 음식 사진과 전하는 최근의 안부 [37] 비싼치킨12409 22/04/07 12409 64
95379 [일반] 상하이 봉쇄 연장 [71] 맥스훼인19550 22/04/07 19550 9
95378 [일반] 『인간 실격』이 청년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유는? [31] 라울리스타13225 22/04/06 13225 9
95377 [일반] 난장판이 되어버린 쌍용차 인수전: KG그룹은 인수 검토만 [44] SAS Tony Parker 13894 22/04/06 13894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