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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2 05:56
대학시절 졸업은 머나먼 날 같고 매일매일은 힘드니까 늦은 밤 인도에 전화해서 가족과 대화하면서 소리를 내는 룸메이트가 그렇게 밉더군요. 증말 엄청요. 가끔은 나가서 문을 열고 조용히 좀 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은 정도로요. 그런데 실제로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용기가 부족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오히려 그걸 아무 말 없이 참았던 게 용기였던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이 힘들어도 그 동안 저는 성장했고, 결국 졸업도 마쳤죠.
삶이 힘든 분들이 세상이 불바다였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백프로 이해가 됩니다. 그럼에도 전면적인 충돌, 갈등, 살인으로 갈 필요는 없겠죠. 아무리 힘들고 고단해도 짐승은 되지 않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22/05/12 06:55
그래서 교육은 족쇄일지도 모릅니다. 국가가 요구하는 교육은 원래 사회의 고등구성원이면서도 전시에 언제든 초개와 같이 죽을 수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그 교육이 지금 방향성에서 혼돈의 지점에 서있습니다. 공정성이라는 부분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계급제 사회로의 이행단계라는 거. 이제는 어렴풋이 다 인지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20,30대의 화두는 공정성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불만은 사회가 공정성이 없기 때문에 가지는 불만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정의롭습니다. 분배의 정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공정하지 않고 기업이 공정하지 않고 일본이 공정하지 않고 중국이 공정하지 않습니다. 여자들이 공정하지 않고 결혼한 남자들이 공정하지 않습니다. 세계화는 기회가 아니라 비극입니다. 외국의 간섭을 막고 외국인을 내쫓고 나라의 주권을 지켜달라는 100년 전의 요구를 정의로 배웠다면, 지금의 요구 또한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이해가 가는 것입니다. 이 분노를 해결하는 근원적이고 일시적인 요구는 희생제입니다. 지금 10대 후반, 20대 초반 아이들이 '화해와 상생'이라는 말에 얼마나 넌더리를 내고 있는지..... 사실 유게나 겜게만 가도 알만한 일입니다. 인터넷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마지막 말씀하신 똑같이 짐승이 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자기 인생 넋두리하며 누군가를 저주하던 후배에게 했다가 경멸어린 눈빛을 받았던 기억때문에 확신이 잘 안섭니다. 우리 때는 더 힘들었어 임마...라는 말은 정말 아무 도움도 안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저 이야기에 대한 반론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제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본문에 대한 반박이에요. 하지만 그 글을 몇 번이고 타이핑하다가 도저히 작금의 날선 분위기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아 전제가 되는 현상에 대한 나름의 역사적 정리? 그런 글부터 적어봤습니다. 평소 생각하던 노예제 폐지-자본주의-민족주의-페미니즘 으로 연결되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거든요. 좀 더 신중하게 정리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22/05/12 07:53
국제정치 이야기도 하셨는데 일단 국가 내적인 이야기에 좀 집중해보고 싶습니다. 나름 맑스주의 찍먹은 해 본 사람으로서 분배의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의식 자체에는 공감할 수 있습니다. 연애탈락이나 결혼탈락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겠지요. 그 심층에는 이 문제는 맬서스가 분석한 대로 사회의 자원이 인구가 원하는 만큼 따라가지 못하는데에 근원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기술개발은 자원의 풍요를 가져오고, 자원의 풍요는 인구붐을 가져오고, 인구붐은 자원의 부족을 가져옵니다. 그러면 이제 자원의 부족은 역사적으로 무력투쟁을 가져온 바가 적지 않습니다만, 과연 이것이 역사의 필연인가 하고 묻는다면 더 이상 그렇지는 않다 보거든요. 핵무기의 도래 이후에 선진국들의 무력투쟁은 일순간 인류의 절멸을 불러올 수 있는 너무나 위험한 방식의 해결법이 되었습니다. 결국 핵무장 이후의 무력투쟁은 필연적으로 선진국들간의 건곤일척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전쟁의 결과는 선진국들의 작은 파워게임 이상의 효과를 이루어 낼 수 없고, 따라서 기득권 타파는 이루어 낼 수 없다는 비극으로 귀결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 시대의 무력투쟁은 비로소 빈자들에게 무의미한 슬픔만을 야기하는 야만적인 해결법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라 하겠습니다. 말씀하신 것과는 다르게, 저는 짐승이 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짐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승자가 존재할 수 없는 전장의 야만을 그 어떤 방식으로 정당화 할 수 있겠습니까?
22/05/12 16:05
그러게 말입니다. 마지막 문단의 말씀에 저도 심정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리고 나름 그런 마음으로 피지알을 해왔구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엄연히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이상적인 답변만으로 언제까지 '이성'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정말 언제까지 이성을 요구할 수 있는거죠. PGR에서 유게의 한복판에서 겜게의 한복판에서 느끼는 감정은 이성의 한계점은 언젠가 온다는 것입니다. 야만의 시대를 원하는 목소리가 정말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금 아슬아슬한 지점에 서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집권당을 바꾸는 것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저런 목소리들을 강하게들 내뱉지만 이게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지점에 도달할 경우 어떻게 될지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가끔 사회적 이성이란 사람들을 어마어마하게 도륙내놓고서야 겨우 자리잡는 개념같아서 말이죠. 21세기는 다른가? 다르기는 합니다. 핵무기라든지, 스마트폰이라든지... 그런데 그게 인류가 야만을 거부하는 이성을 갖춰서 그런 것인지는 딱히 모르겠습니다.
22/05/12 11:24
한국 청년들의 분노는 아직은 '내가 승자가 되어 가지지 못하는 세상은 부숴버려야 한다'보다는 '내가 패자일수는 있으나 최소한 납득 가능한 룰로 패자가 되게 해달라'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최소한 똑같이 의자에 앉아 공부해서 정시를 쳐서 내가 패자가 된건 납득할 수 있다. 있는집은 그 와중에 좋은 사교육으로 약간의 이득은 보겠지만 이렇게 인강이 발달한 세상에 나도 노력하면 어느정도 따라갈 여지는 있있겠지. 하지만 컨설턴트 받을 돈도 좋은 품앗이나 루트를 알 수 있는 인맥도 없는 우리가 수시에서 특권층과 어떻게 경쟁하나? 엘리트 루트로 좋은 커리어를 쌓아서 경륜을 만든 사람이 고위직이 되는것은 그러려니 하겠다. 아무튼 공부하는 능력이건 사회생활을 하는 능력이건 특출난 점이 있고 본인이 그쪽으로 고된 자기관리를 해왔기에 그것도 가능했을테니까. 하지만 학력도 경력도 특출난 것이 없는 인물들이 우리는 납득할 수 없는 뭔가로 고위직에 특별발탁되는 세상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우리가 학교 다니며 주입받아온 노력의 가치는 다 거짓이었고 사실 중요한 것은 그저 시류를 타서 줄을 잡는것 뿐이었나? 통치나 사회질서에 있어서 사람들을 납득시키는 의례나 질서는 본문에서 시사하듯이 항상 흔히 생각하는것보다 중요하게 작용해 왔는데, 청년들이 보기에 지금의 겉치레나 룰은 보기에도 너무 조악하고 불규칙해서 아무리 봐도 납득이 안되는거죠. '내가 패자가 될수는 있습니다. 평생 경쟁의 패자로 바닥에서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름 위의 당신네도 나에게 최소한의 이유는 납득시켜야 합니다. 그것조차도 없으면 우리가 모든것을 존중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국은 다행히 아직 진정한 의미의 '극우'가 뭔지 몸으로 경험해볼 일이 없었습니다(군사정권 시기의 뭐시기 뭐시기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파시즘과 그냥 군사정권은 서로 구분하는 쪽으로 학술적으로 가고 있지요). 그러나 이런 추세로 계속 간다면 우리도 전간기의 유럽을 휩쓴 반자포자기적 폭력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1/3정도는 분노에 눈이 멀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할 것이고, 나머지 1/3정도는 분노에 눈이 멀어 분노를 쏟아내도록 유혹하는 이념이 옳다고 확증편향에 잡혀 그렇게 할 것이고, 마지막 1/3정도는 어차피 x됐기 때문에 나만 x되는것보단 다들 쓴맛을 보는 것이 공평하므로 그렇게 할 것입니다.
22/05/12 15:10
저는 청년들이 결과의 공정함을 원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죠. 그들이 원하는 것은 기회의 공정함입니다. 사회 교과서에 적혀있는 그것이요. 차별은 하되 납득할 수 있는 차별을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 생각에는 세상이란 차라리 결과적 평등이 쉽지 기회의 평등은 너무나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이라는 것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더욱 그렇습니다. 윗 세대들이 아무렇지 않게 해왔던 이 기만이 결국 한계에 도달한 것이 아닐까요. 여기에 윗 세대들이 그토록 추앙해왔던 서양세계의 민낯이 드러난 것도 큰 이유가 되겠지요. 사실 서양세계는 납득하고 있죠. 사실상의 신분제를요. 우리사회의 이상향이 결국은 신분제 사회라니. 납득이 가겠습니까.
22/05/12 15:30
저는 뭐 신분까지는 아니더라도 계급까지는 현실적으로 있을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사회학에서도 주구장창 계급 얘기를 하죠. 다만 문제는 예전의 신분이나 계급은 거기에 걸맞는 희생과 반대급부 역시 존재했는데, 지금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걸 억지로 없는것마냥 눈가리고 아웅을 하려고 하니까 오히려 그런것까지 사라져버린다는거죠.
근세 서양의 지배층은 중세 '지키는 자'의 이데올로기적 포지션에서 시작되었고, 지배권을 유지한 시대 내내 끝없는 아래로부터의 수혈이 없었다면 존재 자체가 사라질수도 있었을만큼 전쟁으로 또 정치논리로 갈려나갔습니다. 당장 영국 귀족 가문만 해도 대부분 빨라야 튜더조, 늦으면 스튜어트조 이후 시작된 가문 출신이고 진짜 중세까지 거슬러올라가는 가문은 거의 안남았으니까요. 근데 지금 우리는 특권층은 안된다, 특별한 프레스티지를 가진 상류층의 존재는 옳지 않다는 식으로 말을 하면서, 사회 요인의 비행 등으로 뭔 일만 나면 도덕적 해이, 노블리스 오블리제 부재를 비난한단 말이죠. 그런데 그런식으로 기대하는 의무감과 덕성은 그냥 그 위치에 간다고 생기지가 않아요. 누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세뇌되고 훈육되어온 계급의식에서 나오죠. 제가 재밌게 여기는 것중에 하나가 역사(특히 조선사 쪽) 공부한 분들이랑 말을 하다 보면 그 시절에 비교해서 현재 지도층과 정치인의 책임감이나 도덕적 의식 부재를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데 조선시대 경화사족은 최소 4대 5대 6대 안정된 경제적 기반 위에서 대대로 학문 공부하고 비슷한 클래스 가문들과 교제하고 통혼하고 도덕적으로 수준 이하인 곳이랑은 가능한 상종 피하고 이렇게 대를 이어 정제해가며 가문의 자아를 구축한 사람들입니다. 산림은 뭐 이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지방에서는 알아주는 사람들이었구요.
22/05/12 15:53
아 신분이 아니라 계급이라고 할 걸 그랬네요. 아까는 자나 일어나서 답을 달아 그렇다고 변명을 해봅니다. 크크
아래 문단의 내용에 크게 동의합니다. 역사교육에서도 교과서, 방송매체와 현실사회 사이의 모순이 너무나 크게 드러나고 있어요. 안그래도 학문으로서의 역사와 교육적 목적으로서의 역사 사이에서 어떻게 갈피를 잡아야 하는가. 애초에 왜 둘이 분리되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큽니다.
22/05/12 07:50
글을 읽으면서 자연스러움이 계속 강조된다는 것을 느끼는데, 자연스러움이 곧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는 만큼, 굳이 반박할 것이 뭐가 있나 싶기는 합니다. 다만 자연스러움을 도덕적 정당성으로 포장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항상 경계를 해야한다는 정도가 제가 드릴 말씀의 전부인 것 같습니다.
22/05/12 08:43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글 잘쓰십니다.
'민중'이라는 것의 한 단면이 분명 그러하겠죠. 그와 대척점에 있는 또 다른 면, 또 다른 수많은 면도.. 위험한건 섣부른 판단으로 이렇다 저렇다 쉽게 재단하고 믿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22/05/12 09:01
사람은 단독생활 하는 동물이 아니었고, 아니고,당분간은 아닐겁니다.
그래서 자유라고 언급된 부분 뿐만 아니라 법, 제도, 규칙도 말씀하신 자유 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22/05/12 09:17
보통 세상이 불바다가 되었을때 가장 먼저 죽는건 세상이 불바다가 되었으면 하던 취약층이고 그런 혼란은 수습될 경우 더 심한 양극화를 유발합니다.
그리고 공산혁명같은걸로 지배계층이 혁파되도 다른 놈이 그자리를 차지하는거지 그 권리가 취약층에게 돌아가진 않습니다. 취약층이나 사회 낙오자가 지배자가 되는건 라이트 노벨에서나 가능한겁니다.
22/05/12 09:22
어차피 "이 엿같은 세상 다 망해버려라~" 하는 심리에는 자신이 기득권 층이 되리란 기대보단 소위 공정한 파멸을 원하는 심리가 더 크다고 봅니다.
뭐 무의식적으로는 자신의 신분 상승을 바라는 마음이 내재되어 있다고 하시면 할 말은 없지만..
22/05/12 09:44
공정한 파멸은 생태계 대멸절급이 아니라면 역사상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허긴 한국이 그나마 거기에 가까운 공정한 파멸을 한번 겪었죠 식민지배+6.25 콤보로 말이죠 그외 서방국가들은 수많은 전화에도 공고한 귀족가문이 지배세력으로 온존되었죠
22/05/12 11:44
그건 오해이실겁니다.
영화 "킹스맨"에서 언급하고 지나가듯 1차대전으로 유럽에서 기존의 귀족가문들이 상당수가 대가 끊겨서 아예 사라져버렸습니다. 물론 영국 황실같은 대귀죽+왕족이야 잘 살아남은 가문도 있었지만 여러 귀족들의 젊은이들이 장교로 입대했는데 아시다시피 참호전에서 중하급 장교들은 소모품으로 앞장서서 돌격하다가 다 죽어나갔고 저격병의 1,2차 사살목표는 통신병과 지휘관입니다. 물론 귀족가문의 젊은 자식들만 그렇게 죽은게 아니라 영, 프는 그냥 귀족출신이든 평민 출신이든 당대 젊은이의 1/3이 죽거나 죽을 정도로 다치고 1/3이 영구장애를 입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22/05/12 15:16
뭐 당장 원하는 건 지배계층 누구를 불태우는거지 자신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 그런 건 아닐겁니다.
공산혁명이 그랬듯이요. 결국 귀결은 말씀하신 내용대로 그리 돼요. 프랑스혁명이 그렇고 크메르 루주가 그렇고... 하지만 시작은 일단 태우는 거죠.
22/05/12 09:24
세계 대전이 일어난지 백년도 채 되지 않았고,
현재는 명백히 불법인 노예 제도, 조혼 등도 마찬가지라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죠. 50년뒤의 내가 이 글과 댓글들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네요.
22/05/12 09:46
최종보스, 진짜흑막은 없지만 음모는 있습니다. 모두가 흑막의 존재를 의심하고 보스의 존재를 의심하는 세상이니까요. 그런 사람들이 도리어 음모를 꾸미죠. 보이지 않는 적을 무찌르기 위해서. 화형식은 분자화되었고 희생제는 원자화되었습니다. 거대서사에만 음모가 있었던 게 아니라 소수자담론에도 음모는 있었던 것입니다. 내가 지목하는 니놈이 죽여야할 신이니까.
언젠가 했던 말이지만, 메타버스 현대의 인류가 전쟁광이나 학살자는 못 되더라도 페미전사나 반페미전사, 그리고 피시전사나 반피시전사 정도는 될 수 있을 거예요. 온라인극좌나 온라인극우 정도는 될 수 있을 것이고. 게다가 양극화 시대라잖아요. 우리끼리 냉전 해보는 거죠 뭐. 작성자 분도 전에 한번 온라인의 식민지성을 논하지 않으셨습니까? 우리는 드디어 우리 팽창의 열망을 투사할 곳을 찾았습니다. 이곳에서 모든 것이 불타겠죠. 가끔씩 인싱공양도 좀 해주고. 민주화라든가 보이루라든가. 그러는 동안에도 물론 바뀌는 건 없겠죠. 위에서 말씀들 하시는 것처럼 계급은 더 공고화되겠죠. 그러니 각자의 정체성을 찾아내 환상 속의 투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저는 이걸 긍정합니다. 이거 외에 우리의 자유를 실현할 길이 대체 어딨단 말입니까? 공존이니 어쩌고 저쩌고 상생이니 어쩌고 저쩌고. 존중과 배려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충분히 목도해 왔다고 봅니다. 아니꼬워도 타인의 존재양식을 인정해주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죠. 아니꼬운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자제해라가 이 시대의 존중이고 배려입니다. 그런데 이런 세태에서 존중이나 배려는 힘의 논리로 흐를 수밖에 없죠. 내가 아니꼽다고 하여튼 목청껏 울부짖는 게 새로운 메타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근데 새로운 메타라니? 그게 아니었던 적이 있기나 했나? 하여튼 다들 그러고 있는 거라면, 뭐 그냥 그런 판이겠지요. 공존하지 마세요. 상생하지 마세요. 존중도 하지 말고 배려도 하지 마세요. 그러면 님들이 동의하지 않는 가치가 대세가 될 것입니다. 꼬우면 꼽다고 해야 한다잖아요? 맞습니다 덧없는 투쟁이라도 오직 그것만이 자유입니다. 그것만이 해방이고. 어차피 내 자유, 내 해방은 타인을 억압하기 마련이에요. 그러니 계속 그냥 꼽다고 합시다. 조금 불합리해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남들도 님들을 불합리하게 대할 테니까요?
22/05/12 12:32
사실 이렇게 생기는 문제들을 '담론장에서 해결해 나가는 다원적 사회를 만들면 됨'가 포스트모더니즘인데...해결 안됨 크크
오히려 미어샤이머식 현실주의가 내부적으로 구현되고 있죠. '나(우리 집단)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정확히 얼만큼의 힘이 필요한지 알 수 없으므로, 확보 가능한 최대한의 힘을 확보한다' 남는것은 투기장 뿐이고 투기장에서 영원히 싸우던가 아니면 모든 경기에서 이긴 최종 승자가 아우구스투스처럼 새로운 룰을 반포할 때까지 계속 가겠지요.
22/05/12 18:43
기억하고 계시는 군요. 그 글.(…) 제가 글 쓴 이유 중에 실제상황입니다 님의 댓글들도 일부 지분이 있을걸요? 크크크.
저는 그 스트레스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이제 정게에는 아예 안들어갑니다만. 정게와 재통합되기 전까지만 자게에 역사나 이런 류의 글을 올리려고요. 이 글도 정게에서 소비됐으면 어떻게 흘러갔을 지 뻔히 아시잖아요. 그러고보니 제가 추후 이 글의 반박성 글을 올리면 실제상황입니다 님과 예전에 의견이 갈렸던 부분에 대해 다시 논쟁할 것 같은 느낌이군요. 저는 페미니즘은 서구화를 추구하는 사회인 이상 받아들여야 할 운명같은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프랑스 사람들이 광장 사형축제를 뺏긴 것과 마찬가지. 일본 청년들이 요바이의 즐거움을 뺏긴 것과 마찬가지. 님은 그걸 늦춰보겠다고 하시지만 그것이야말로 동도서기죠. 물론…. 개인적으로는 페미니즘과 싸우는 포지션이지만 사회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시말하지만 그게 맘에 든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제사를 계속 지내고 싶다고 해서 사회가 제사를 없애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선택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잖습니까. 어…. 일하는 중이라는 걸 잊어버렸습니다. 나중에 이 글의 반박성(?) 글에서 마저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22/05/12 22:35
네 저도 그때 말씀드렸듯 회의적이긴 합니다. 다만 운명이라고 수긍하는 순간 끝이라는 거죠. 비단 페미만의 얘기는 아니고요. 가치투쟁이란 게 그런 것이니 저항을 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화형식이든 희생제든 인신공양이든 할 수 있는 것은 다 동원해봐야죠. 불합리할까요 이게? 운명보다도 더요? 모두가 다 그러고 있는 판이라면, 뭐 그냥 그런 거겠지요. 그러니 공존할 시간에 선동을 할 수밖에 없지요. 음모는 있습니다. 그냥 이 광기의 흐름에 몸을 맡깁시다. 혐오? 합시다 까짓거. 그것도 운명적입니다.
22/05/12 09:50
희생양 매커니즘 생각나네요. https://pgr21.com./freedom/83824 이 글 좋았죠.
'이세계에서 온 당신은, 우리의 구원자입니다.'
22/05/12 12:40
제 관점에서 보면, 세계가 블록화 되어있던 시절엔 어느 나라에서 문제가 터지면 그 나라 안에서 어떻게든 해결해야만 했죠. 그래서 혁명도 나고, 전쟁도 나고, 내란도 벌어지고.. 했던거지만, 지금은 미국 주도의 세계화 시대라서, 어떤 문제든 강대국 & 선진국들은 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못사는 나라들에게 전가시키는게 가능해진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코로나 사태가 터졌을때, 일단은 돈을 무지하게 풀어서 팬대믹 상황의 부가적인 문제들을 막아내고, 이제 탈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동안 풀어놓은 어마무시한 돈과, 사회적 변화 때문에 여러가지 다른 문제들이 고개를 드는 상황인데, 여기서 체력이 든든한 선진국들은 일단 자국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치를 할테고, 거기서 생기는 폐기물(?)들을 후진국에다가 전가하겠죠. 그러므로 선진국들은 약간의 물가상승과 약간의 경기침체라는 아픔을 겪는 정도에서 그칠거고, 후진국에선 폭동, 쿠데타, 혁명... 등등이 일어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게 될겁니다. 그리고, 그들의 희생으로 다시 세계는 정상화되겠죠.
22/05/12 12:59
화형식은 의식적으로나마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플랫폼위에 주기적으로 누군가가 끌려가서 대중들의 조롱앞에 산화하죠. 뭐 딱히 죄의 유무도 중요하지 않고요.
22/05/12 18:15
예전에 멍석말이라고 표해서 쓴 글이 있는데, 맹렬함은 화형식의 불길만큼이죠, 요즘 인터넷 처형식은 말입니다.
아주 가벼운 정의를 위해 아주 무거운 돌덩이를 던지는 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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