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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5/22 20:58:33
Name 연휘가람
Subject [일반] [15] 카레 (수정됨)
한 손에 실내화 주머니를 들고 다니던 국민학교와 초등학교를 가로지르던 시절.
우리 어머니들께서는 우리 아이의 다른 한 손에 들려 보낼 도시락 반찬이 늘 걱정이었을 것이다.

집안 형편의 정도를 가장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했던 것이 바로 도시락 반찬이었고 ,
아이들 기가 죽게하지 않기 위해 아침 저녁 상의 반찬은 줄이더라도 도시락만은 꽉 눌러 담아주셨던
나와 친구들의 도시락이 기억이 난다.

하지만 가득 담긴 도시락의 시간이 긴 친구들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곧 마치 출발 한 시간 뒤의 마라톤 경기처럼 도시락을 나눠 먹는 그룹은 자연히 나누어졌다.

내 도시락도 돼지고기가 아주 약간 들어간 김치볶음이 전부인 날이 대부분이었으나
다행히 반찬의 가짓수보다는 김치볶음의 맛을 인정 받아 여러 반찬을 가져오는 친구들과 밥을 먹는 날이 많았었다.

친구들의 도시락에서 당시 십여 년 인생 속 처음 먹어 본 음식이 매우 많았었다.
그리고 그 중에 카레가 있었다.

카레를 싸온 친구는 카레를 싫어했는지 투정을 부렸으나 난 처음 맛 본 카레에 푹 빠져버렸고
도시락을 바꿔 먹을 정도로 좋았었다.

하교 후 어머니에게 카레를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었다고 우리도 해먹자고 졸라 댔었으나
어머니께서는 한동안 카레를 해주지 않으셨었다.

평소 떼를 잘 쓰지 않았던 나지만 유독 카레만은 노래를 부르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얼마 뒤 성화에 못 이기신 어머니는 오늘 저녁엔 카레를 먹자고 말씀하셨었고
잔뜩 기대에 찼던 나는 저녁 밥상을 보자마자 실망했었다.

도시락으로 먹어봤던 카레와는 너무 다른 노란색 국이 상에 있던 것이다.
당연히 맛 자체도 아이들 입맛에 맞지 않는 강한 향의 액체 였을 뿐이고
그렇게 졸라대던 아이가 시큰둥하자 어머니는 카레를 치우시며 앞으로 카레는 없다! 라고 선포하셨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카레라는 음식은 당시의 어머니에게도 생소했던 것 같다.
유튜브나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뚝딱 알아 낼 수도 없던 시절 ,
어쩌면 어머니는 아이가 카레를 먹고 좋아하던 첫 날 부터 카레라는 음식을 하는 방법을 수소문 하셨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난 어머니의 그 정성을 몰랐던 철부지 아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와 다시 그 때의 카레에 대해 어머니와 이야기 하기엔 세월이 많이 지났고 ,
어쩌면 나도 모르게 드렸던 수 없이 많은 상처 중 하나여서 기억도 못 하실 에피소드일 수 있지만
나에게 카레란 여러 감정과 생각이 담겨진 음식이 되었다.

어떤 음식들에는 과거의 한 장면을 고스란히 떠오르게 하는 힘이 있다고 했던가.
앞으로의 카레에는 미안함이 아닌 즐거움을 담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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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2 21:06
수정 아이콘
저는 예전이 요플레가 처음에 나왔을때 그 향이랑 맛이 상한 음식인줄 알고 구멍 가게 가서 바꿔달라고 하니 아줌마도 어 상했네 하면서 바꿔주셨죠. 그리고 그게 그때 엄청 비싼 간식이어서 사달라고 조른건데 어머니께서 드시고 어 이거 상했네 해서 세번을 바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당시 아무도 요플레가 그 맛인 줄 몰랐던… 그때가 갑자기 생각나네요..
여우별
22/05/22 21:06
수정 아이콘
간만에 카레가 먹고싶군여...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은 두 분 다 돌아가셨지만 어릴 때 친할머니께서 해주시던 찰떡과 외할머니께서 해주시던 수제 동그랑땡이 너무나도 생각나고 먹고싶을 때가 있답니다...
진짜 그 손맛들은 평생 못 잊을 맛인 듯 해요..
22/05/22 21:54
수정 아이콘
집에 부잣집 친구가 올라와서 어머니가 카레를 해주셨는데 그넘이 “우리집은 바몬드 카레 먹는데…”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네요
구라리오
22/05/23 02:30
수정 아이콘
동네에 처음 생긴 롯데리아에서 감자튀김을 처음 먹고 감자튀김 노래를 불렀던 저 때문에 어머니는 감자를 일일이 얇게 썰어서 말리고 다시 그걸 튀겨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효도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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