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7/07 15:35:04
Name 항즐이
Subject [일반] 성실한 컨텐츠 소비자의 추천 - 멋진 축사(존 스튜어트 to 브루스 스프링스틴)


미국 문화 중에 이건 참 괜찮다- 싶은게 몇 가지 있는데, 연설/축사에 유머를 곁들인다는 게 그 중 최상위에 속합니다.
그래서 시상식 오프닝이나, 수상 소감 같은 것들도 많이 찾아보는 편인데, 아무래도 준비 된 연설인 경우가 더 완성도가 좋죠.

해당 영상은 해마다 워싱턴DC의 케네디 센터에서 예술가들에게 훈장?(Honor)를 수여하는 행사의 일부입니다. 대통령이 동석하고는 하죠.
(그 중 특히 코미디언 분야는 마크 트웨인 상을 수여하는데, 이것에 관한 내용도 다음에 올리겠습니다.)

수상자의 모든 업적을 돌아보고, 축하공연을 하기도 하지만 보통 핵심은 수상자를 향한 헌사(Tribute)와 수상자의 수상소감(acceptance speech)입니다.

2009년에는 미국의 유명한 가수인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이 수상자였고, 그를 축하하기 위해 역시 유명한 코미디언이자 토크쇼 진행자인 존 스튜어트(Jon Stewart)가 축사를 합니다.

진지하고 멋진 자리에 걸맞는 멋진 연설이라 추천합니다.


아래는 편의를 위한 제 멋대로의 난잡한 번역입니다.
---
저는 음악 평론가도, 역사가도, 기록관도 아닙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미국 음악 역사의 신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지 말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의 작품의 맥락이나 그 작품의 뿌리와 민중들, 위대한 미국의 구전 역사 전통을 조명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뉴저지 출신입니다.(브루스 스프링스틴도 뉴저지 출신)

그러므로 저는 제가 믿는 바를 여러분들께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믿는 바에 따르면, 밥 딜런(미국의 전설적인 포크 송 라이터)과 제임스 브라운(흑인 음악의 대부)이 자식을 하나 낳았다는 겁니다.
네~. 하지만 그 시대에 인종 간 동성결혼이 갖는 어려움 때문에, 뉴저지 턴파이크 고속도로 8a와 9 IC 근처에 아기를 버렸습니다.

그 아기가 바로 브루스 스프링스틴입니다.

전 사실 제가 그를 동경하게 되기 전까지 꽤 오랫동안, 그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제 삶에 대해 스스로 질문해보기 전 까지는.
그리고 알게된 건 그의 음악이 그저 무대와 공연장의 즐거움에 관한 것이 아니라,
바뀔 수 있는(나아질 수 있는)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평범하게 알 법한 센트럴 뉴저지 1번도로 바깥의 바에서 일했습니다.
매일 밤, 바 문을 닫고 제 차에 올랐죠. 1976년형 물빠진 갈색 그렘린(주: 엄청 오래되고 낡은, 원래도 인기 없는 차)
그렘린은 2가지 목적으로 개발된 모델이죠. 젊은 남성의 피임과 포드 핀토가 스스로 너무 구리다고 생각하지 않게 하는 것.

하지만 제가 매일 제 차에 올라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음악을 틀 때마다, 모든게 바뀌었습니다.
더 이상 스스로를 낙오자(loser)로 느끼지 않았죠.
브루스의 음악을 들을 때면, 우리는 낙오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서사시의 인물이 되죠. 낙오자에 관한 서사시.

그러나 그건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진정한 능력이 아닙니다.
제가 그를 볼 때마다, 무엇을 하던 그는 바닥까지 비워냅니다(남김없이 최선을 다합니다.)
그리고 이 인물의 아름다움은 바로 바닥까지 남김없이 가족을 위해, 예술을 위해, 관객을 위해, 그리고 이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진다는 점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한때 잃어버렸던 생기를 되찾은 우리 자신을 선물로 받게 되죠.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이민들레
22/07/07 16:17
수정 아이콘
지금 우리나라였으면 불편한 그렘린 차주들이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을까...
김일성
22/07/07 16:23
수정 아이콘
미국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회적 합의로 즐길 수 있는 유머의 범위가 넓다는건 너무 부럽습니다.
인민 프로듀서
22/07/07 16:27
수정 아이콘
힘빠졌다고 뭐라 그래도, 여전히 보스 음악은 좋더군요. 지금은 무겁고 진중해서 좋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5983 [일반] (스포주의)토르4 후기-짱 재밌다! 연인과 함께 시청 강!추! [27] SigurRos7516 22/07/10 7516 6
95982 [일반] MCU의 또 다른 우주적 존재, '인피니티 스톤' 창조주들의 이야기. [35] 은하관제13245 22/07/10 13245 12
95981 [일반] 스포有. 탑건 매버릭. 미국에 대한 향수 [35] 지켜보고있다9308 22/07/10 9308 16
95980 [일반] 마이크로닉스 개인정보 유출 두번째 이야기 [12] manymaster8878 22/07/09 8878 0
95979 [일반] 최근에 본 웹소설 두 편 후기입니다!! ( 약간의 스포주의! ) [10] 가브라멜렉8491 22/07/09 8491 3
95978 [일반] (스포) 토르4를 보고나서 [30] 제가LA에있을때7524 22/07/09 7524 0
95977 [일반] 단면 [12] 초모완7634 22/07/09 7634 53
95976 [일반] 아베 암살사건 용의자는 종교단체에 대한 앙심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입니다 [31] 이그나티우스17762 22/07/09 17762 23
95975 [일반] (스포)요즘 본 만화 잡담 [24] 그때가언제라도6323 22/07/09 6323 1
95974 [정치] 과학은 장례식만큼 진보한다 - 최근 이준석 사태에 대한 단상 [132] 세인츠21500 22/07/08 21500 0
95973 [일반] 아베 전 일본총리 피격관련 소식 (17시46분 사망확인) [241] Dresden29253 22/07/08 29253 3
95972 [정치] '왕릉뷰 아파트' 소송 1심 건설사 승소…법원 "철거 이익 미미" [70] Leeka15382 22/07/08 15382 0
95971 [일반] 허준이 교수의 성공을 어떻게 보아야할 것인가? [161] antidote16368 22/07/08 16368 62
95970 [정치] 국힘 윤리위, 이준석 대표 당원권정지 징계(불판) [216] StayAway23045 22/07/08 23045 0
95969 [일반] [nhk] 아베신조 전 총리 유세중 산탄총에 의해 피격, 사망 [276] Nacht34379 22/07/08 34379 6
95968 [일반] [SMP] 한전이 발전소에서 전기 사오는 가격이 정해지는 원리.ytb [39] VictoryFood9965 22/07/08 9965 1
95967 [정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JTBC의 '윗선' 보도) [635] Davi4ever45133 22/07/07 45133 0
95966 [정치] 최저임금과 공무원 임금 상승률 비교 [200] Leeka19246 22/07/07 19246 0
95965 [일반] 인류의 미래, 한발짝 앞으로 ITER 토카막 조립시작 [65] 어강됴리11445 22/07/07 11445 3
95964 [일반] [BBC]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당대표 사임 [12] Nacht9040 22/07/07 9040 0
95963 [정치] 내년도 공무원 월급 동결 유력 [130] 사경행17117 22/07/07 17117 0
95962 [일반] 유희왕 작가, 타카하시 카즈키 사망 [35] 김유라10283 22/07/07 10283 0
95961 [일반] 성실한 컨텐츠 소비자의 추천 - 멋진 축사(존 스튜어트 to 브루스 스프링스틴) [3] 항즐이5250 22/07/07 5250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