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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9/26 19:40:05
Name 노익장
Subject [일반] 그래서 구속요건은 완화되어야 할까요?
*법조인이 아닌 일반인의 시각에서 쓴 글입니다.

최근 구속이 기각된 피의자가 이후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계속 보도되고 있고, 이에 구속을 하지 않은 판사에 대해서도 비난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진작 그 사람을 구속했다면 피해가 없지 않았겠냐는 말이죠.

한편 형사소송법 제70조에는 구속의 사유로 이렇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
① 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  
1.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2.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3.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② 법원은 제1항의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

1항의 요건 중 하나 이상이 충족되었을 때, 2항의 사유들을 고려하여 법원은 구속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면 1항의 요소들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법원은 피의자를 구속하면 안됩니다. 2항의 사유들은 보충적으로 적용되니까요.

따라서 설령 흉악범이라 할지라도 무조건적으로 구속할 수는 없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살인범 640명(살인기수와 미수를 합친 것으로 보입니다) 중 140명이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았으며, 강도범 1067명 중 과반수가 훌쩍 넘는 610명이 불구속되었습니다.

즉 수사는 불구속수사가 원칙이며 구속수사는 예외적입니다. 법원의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에서도 '무죄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수사ㆍ재판의 원칙에 입각하여 인신구속을 엄정하게 함으로써'라고 표현하며 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구속의 일차적 목적은 범죄의 예방이 아니며, 법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형사소송의 진행과 형벌의 집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피의자가 도망하지말고 수사와 재판을 받고, 증거인멸로 수사를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구속은 법원의 판결없이(영장실질심사는 판결이 아닙니다) 사인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합니다. 구속기간은 법률신문에 따르면 1심에서 최장 6개월, 2심과 3심에서 4개월씩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론적으로라면 무고한 사람이 1년이 넘게 옥살이를 하는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속이 되지 않아 벌어지는 피해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분명 그러한 사례들은 존재하고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데요. 찾아보니 우리에겐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라는 것이 있고 이것은 잘 지켜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법률신문에 따르면 민사소송에서는 소장접수 이후 첫 공판일이 매년 늦어지고 있는 추세이며, 형사소송에서도 2년 이내에 1심 선고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5년새 2배로 늘었다고 합니다. 우선 이러한 재판의 지체를 개선하는게 우선이지 않나싶습니다.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는 것은 형사소송의 한계이지 않나합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엄정하게 지켜짐으로서 범죄자인 이가 무죄를 선고받는 경우도 있을테고, 독수독과의 원칙에 따라 수사기관이 입수한 사실인 증거가 채택되지 않아 처벌받지 않는 사례도 있을텝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들로 인해 무죄추정의 원칙을 완화해야한가거나 수사기관의 위법한 증거수집도 인정해야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구속제도 역시 어쩔 수 없은 한계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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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6 19:54
수정 아이콘
구속요건 완화에는 정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몇몇 사건들 때문에 감정적으로 왜 안잡아 넣냐고 대중들이 분노하지만
그 이면에는 잘못 건드리면 공권력 내키는대로 인신구속할수있는 악법이 될수도 있으니까요
22/09/26 19:54
수정 아이콘
'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를 1항 각호에 추가하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이러면 불구속수사가 원칙인데 과도하게 구속을 늘리는 게 아니냐. 민식이법 뭔식이법처럼 소위 '떼법' 국민감정에 못 이겨서 악법을 만드는 게 아니냐. 부작용은 고려했느냐 식 이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도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이슈로 된 계기가 스토킹 범죄자의 피해자 보복 살해인데(합의하려다 못하고 검찰이 9년 구형하니까 내 인생은 어차피 끝났다 이러면서 찾아가서 살해했죠)
아무 거나 다 위해 우려가 있다 식으로 다 구속할 것도 아니라고 보고요.
어차피 저걸 조항에 추가해도 법 전문가인 영장전담판사가 사건 자료를 다 보고 판단할 겁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아니냐 식의 주장도 봤는데. 그건 진짜 내가 암것도 안 했는데 미래예측을 보니 너는 살인을 하게 되어있어 식으로 잡아가는 거니 말이 안 되는 거고.
구체적으로 위해 우려가 있고 보복 우려가 있으면 그걸 당연히 방지할 명분도 있고 필요가 있지요. 국가는 일어난 범죄를 처벌하는 것도 마땅히 해야 하지만, 범죄예방에도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 우려를 애매한 경우까지 부당하게 늘리지 않고, 구체적으로 이건 진짜 저지를 수도 있겠다 싶은 정도를 판사가 판단해서 구속하면 별 부작용이 없지 싶어요.

우려나 이견도 이해가 가는데, 보통 살인은 돈 아니면 여자 문제입니다. 돈문제 아니면 치정살인이요.
욱하는 심정에 집착에 이런 건데. 복수심 등이요.
스토킹 범죄 경우 뭐 문자 몇 번 보냈다고 다 잡아넣으란 게 아니라 판사가 보기에도 이건 구속할만한데 싶은 것들은 법 조항 미비로 못한다면, 그걸 좀 고쳐두는 게 무슨 심각한 떼법 악법이라 생각하지 않아서 몇 자 적어봤습니다.

이건 필요한 개정 같아요.
다른 게시물 예시를 들면. 여러 사건 사고가 터진 후 여러 사고예방조치, 안전예방조치가 새로 만들어졌죠.
이 경우도 그와 유사하게 앞으로 더 이상 소를 잃지 않도록 외양간을 합리적으로 고치는 개정이라 생각하는 겁니다.
노익장
22/09/26 20:26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니 Crochen님의 말씀이 설득력이 있네요.

피해자와 주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는 기존 구속요건 중 하나인 증거인멸의 염려와 비슷하게 형사소송절차에서 수사기관의 증거수집을 방해할 수도 있고, 이런 위해에 대한 우려로 공판과정에서 피해자등이 증언을 거부하거나 번복할수도 있겠구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이선화
22/09/26 20:46
수정 아이콘
실제로 형사재판에서도 구속 불구속 여부는 아니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를 고려하는 경우가 있으니 입법으로 개정하면 좀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신체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니 위헌망치 맞을 확률이 꽤 높다는 건 문제긴 하네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생각해보자면 지금 현실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피고인들은 명문의 조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거의 구속되고 있지 않나요? 이슈가 된 최근 사건도 구속영장 청구가 사건으로부터 거의 일년 전이던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법조문에 그렇게 적혀 있었더라도 최근 사건의 경우는 똑같이 살해가 일어났을 것 같습니다..
22/09/26 19:5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인터넷에선 남편 살인 했다고 확실하는 이은해 사건 구형이 미뤄진 이유만 봐도
살인이냐 방조냐 사실관계가 확실해야 한다고 미뤄졌죠
법은 그렇게 해야죠
이 사람이 스토킹 해서 살인저지를거다고 하는게 아니라
VictoryFood
22/09/26 20:08
수정 아이콘
구속 말고 접근금지명령을 보다 폭넓게 시행하는 것은 어떨까요?
피해자의 요청이 있다면 최대한 접근금지명령 시행하는 걸로요.
그렇다고 전자발찌를 채울 필요까지는 없고 코로나 초기에 감염자 핸드폰 앱에 위치정보 넣었던 것처럼
접근금지명령에 따라 피의자의 핸드폰에 앱을 까는 정도면 큰 비용이나 피의자의 권리침해도 막을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뭐 그럼에도 범죄를 저지를 사람이 없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래도 꽤 유의미한 예방이 되지 않을까요?
노익장
22/09/26 20:28
수정 아이콘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young026
22/09/28 00:40
수정 아이콘
미국의 예지만, 접근금지명령이 오히려 대상자를 자극해서 보복을 조장한다는 글을 얼마 전에 본 적이 있습니다.
Promise.all
22/09/26 20:14
수정 아이콘
사실은 더 많은 범죄'용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좋은 선택도 아닐것 같기도하고, 현실적인 선택도 아닐 것 같습니다.
용의자는 범죄자가 아니기도 하고, 구치소의 자원도 한계가 있는거죠. 그런것보다 전자발찌가 조금 더 낫다고는 생각합니다.
밀리어
22/09/26 20:22
수정 아이콘
형사소송법 제70조에 4항으로 "폭행을 할 염려가 있는때"를 추가하는게 어떤가하는데 포괄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염려가 있는때"도 괜찮은거같고요
답이머얌
22/09/27 01:42
수정 아이콘
이 경우 전과가 있는 이들은 거의 무조건 구속이 될 우려가...
지난 번에 걸렸는데 이번에도 걸리다니 앞으로도 또 걸리겠구나 라는 편견이 강화될테니까요.
22/09/26 20:25
수정 아이콘
전 이게 만들어진다해도 실효성이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재판과정 중에 살인을 저지를 사람들은 어떻든간에 이후 인생을 버리는 사람들인데 이런 뒤 없는 사람들은 도주 우려로 그전에 구속당할걸요.
도주 우려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이지만 면밀한 검토후에 보복우려로 구속하는게 가능한가 싶습니다.
스물다섯대째뺨
22/09/26 20:28
수정 아이콘
저도 처음에는 보복우려나 범죄우려를 구속사유에 넣어야한다고 처음엔 생각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수인거 같습니다.. 단순히 고발당했으니까 보복할 수 있다고 하면 일단 고발만 하면 무조건 구속시켜놔야 합니다. 이번사건은 워낙에 범죄가 악질적이니 그렇겠거니 생각하지만, 그 범죄가 악질적인지 심지어 실제로 범죄가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단계에서 어떻게 구속을 시켜둘까요? 그리고 만약 구속을 해서 어떻게 수사가 끝났다고 쳐도, 자 이제 이사람이 출소 후 보복할 우려가 있습니다. 그럼 또 구속해야할까요? 너무나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는 절대 수사단계에서 구속하는게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차라리 경찰이 더 나은 보호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클레멘티아
22/09/26 20:32
수정 아이콘
"의심스러울땐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이게 형사법의 원칙이죠.

죄를 지은 사람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지 않는게 더 중요한거죠.
22/09/26 20:32
수정 아이콘
정말 어려운 문제임을 먼저 짚어야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보복범죄의 우려가 있는 경우도 구속사유로 추가하는 것을 지지하기는 합니다만,
본글에서 노익장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신문)을 거쳐 구속이 이루어져 버리고 나면,
형사소송법상 1심의 구속기간 한계 6개월을 풀로 채워버리고 나서,
뒤늦게 무죄 판결이 나오는 케이스도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이런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번 신당역 사건과 같은 케이스들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겠고요.

정말 진지하게. 사회 각계각층의 고민이 필요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22/09/26 20:45
수정 아이콘
정말 악용의 여지도 커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유자농원
22/09/26 20:48
수정 아이콘
완화라기보다 조건을 합리적으로 하면 될 것 같네요.
사경행
22/09/26 21:09
수정 아이콘
(수정됨) 구속까지는 아니더라도 보복 우려가 있는 경우 피해자와 피고인의 분리는 확실하게 이루어져야한다고 봅니다.
전자발찌 착용 후 석방 및 전자발찌 착용에 대한 모니터링, 피해자 근처로 피고인이 접근하는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어야죠.
현재 대법원과 변협에서 조건부 석방제도의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는 만큼 빠른 시일내로 정착되었으면 합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606742?sid=10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1/0003302871?sid=102
22/09/26 22:35
수정 아이콘
저는 형법집행에 있어 국민의 법감정은 배제해야 한다고 봅니다.

맘에 안드는게 있으면 국회를 압박해서 고쳐야죠.
덴드로븀
22/09/26 23:02
수정 아이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0730035?sid=102
[교정시설 수용률 115.8%… “과밀수용 해소 종합계획 마련”] 2021.06.09.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598805?sid=102
[“교정시설 과밀수용, 국가배상책임 있다” 대법원 첫 판단] 2022.07.15.

일단 법적 절차나 판단을 좀 무시하더라도 국민정서에 따라 적당히 다 구속시키면 참 속편하겠지만...
현실은 구치소/교도소가 꾸준하게 포화상태고, 이걸 확충하려면 지역별 반대도 이겨내야하고 세금도 많이 쓸수밖에 없죠.

구속을 많이 시키려면 세금도 많이 써야하고 당신집 옆에 추가로 교정시설을 짓는다고 해도 과연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을까요?
혼날두
22/09/26 23:34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구속요건을 완화시키는것보다 그래서 어디다 구속시킬건데?가 현실적으로 더 어려운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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