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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2/03 02:22:30
Name Honestly
Subject [일반] 전세보증금 반환 소송 후기 (수정됨)
안녕하세요.
약 6개월에 걸친 전세보증금 반환소송의 종지부를 찍게 되면서 소식을 알리고자 키보드 앞에 앉았습니다.
결말이 사이다일지, 고구마일지는 스크롤을 내려가면서 아시게 될 것입니다.

나홀로 소송진행하면서 느꼈던 점들,
무엇보다, 이곳 피지알에서 도움을 받기도 했고,
비슷한 고민이 생길수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이렇게 글을 써내려 갑니다.


1. 전세계약 연장의사가 없음을 확인
문제가 생기게 된 집은 2017년 9월부터 살았습니다. 제가 사는 지방 이 동네는 그 무렵 한창, 4년 전세니, 10년 전세니 신축붐이 일었는데,
아파트 청약을 받기전까지는 집을 구매할 의사가 없었던 저로서는 4년 전세계약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처음 전세보증금은 1억 1천만원정도였는데, 중간에 2년 뒤인 2019년에 한 차례 보증금인상이 있었고,
2021년 9월, 4년 계약이 종료되면서, 어디 딱히 이사갈 계획이 없었던 저는 1년을 추가로 연장하면서, 다시한번 보증금이 인상,
누적된 전세보증금은 1억3천만원을 넘기게 됩니다.
사실 4년 전세 종료 후 분양전환 옵션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 부동산가격이 고점을 찍고, 2억이 넘는 금액을 매매가로 제시하니, 나도 혹시했었던,
사고 싶은 마음은 싸게 식어버렸습니다.

전세와 매매가가 너무 차이나길래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장기 전세를 장려하기 위한 것인지,
주택도시기금에서 세대(전체 60여 세대의 한동짜리 아파트) 당 약 5천만원을 지원(대출)해준게 있었나봅니다.
그러니깐, 최초에 주택도시기금에서 출연된 5천만원과 전세보증금 1억 1천을 합쳐서 1억 6천만원 정도가 적정 전세보증금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4년이 지나고나니 시세도 오르고, 보증금도 올라서, 5천만원이 포함된 2억 초반에 매매를 하려고 했던거죠.

아무튼 집 살생각이 없었던 (사실은 돈이 없었던) 저였지만, 이러다 저러다 갑자기 이사갈 일이 생겨버립니다.
2년 뒤에 아이를 초등학교 보낼 곳을 찾다가 설마하면서 지원했던 국공립 유치원에 덜컥 당첨이 되버린 겁니다.
아직 계약기간은 9개월 이상남았는데, 부랴부랴 이사갈 전세집을 정하고, 은행 추가 전세대출도 준비해서
2월 말에 이사하고, 3월에 아이를 등원시키게 됩니다. 계약만료일이 9월이니, 3월 기준으로도 6개월 남은거죠.
이때까지만해도 9월에 보증금받으면 은행에 갚아야지 하고 큰 신경을 안썼습니다.
좀 더 큰집으로 이사하면서, 가족들에게 손벌리고, 이것저것 다끌어모았는데, 그래도 부족해서 대출받은 돈이 공교롭게도 1억3천정도였습니다.
그 돈 받아서 대출갚으면 되겠네 행복한 상상을 했더랬습니다.
처음 전세계약을 할때는 집주인이 누군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어차피 시행사 통해서 계약서 쓰고, 입금하고 했으니깐요.

나가려고 마음먹게되면서 알게된 사실은, 아파트 한동 전체가 어느 개인의 소유라는 것이었습니다.
돈은 있지, 돈있는데 뭐해, 주위에서 하도 바람을 넣어대니 건설/건축은 잘 모르는 사람이, 시행사/시공사껴서
그야말로 돈으로 플렉스해버린거죠. 빌라왕, 아니 초보아파트왕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천정부지로 시세는 치솟았는데, 분양전환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알림장에는 분양전환해라.이것저것 지원해주겠다 하루가 멀다하고 업데이트 되는데,
나중에는 매매 시 발생하는 취등록세까지 지원해준다는 문구도 있었던걸로 기억되네요.
이때부터 보증금이 제때 반환안되리라 짐작은 했습니다.

분양전환 상담한답시고, 2층 빈집에 분양사무소 차려놓고, 집주인(아파트 주인)이 고용해놓은 분양상담사가 상주하고 있었는데,
집을 사려는 사람이 생기면 바로 계약종료 전이라도 반환이 될 거다. 여기저기 부동산에 수소문해놨다 하더군요.
그런데 3월부터 7~8월이 될때까지 그소리만 반복하고 있으니, 좀 골치아파지겠다 싶었습니다.
아, 집주인이 돈x랄해서 아파트 지은거라는 소리도 그 직원한테 들은거같은데, 같은 편 맞아?

사실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었고, 그 무렵 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 담당자로부터 연락을 받게 됩니다.
60여 세대중에 계약연장없이 먼저 나간사람도 있고, 분양전환한 사람도 일부 있을텐데,
슬슬 저와 같은 입장으로 전세만료를 앞둔 사람들로부터 보증금반환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 하더군요.
이런저런 얘기하던중에, 무심코 제가 처하게 된 약점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전세금반환을 정당하게 주장하기 위해서 갖춰야할 3대장 중에 전입신고, 계약서 상의 확정일자는 문제없었지만,
이미 이사를 나가버렸기 때문에 실거주를 하지 않는다는게 문제될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아뿔사 당장 내일모레 계약종료인데, 직원인지 아닌지 모를 사람하고만 구두상으로만 얘기하고, 집주인 얼굴도 본적없고, 이사나가겠다는 의사표시를 제대로 해두지 않았던 거죠.
묵시적 갱신으로 간주될수있으니, 그렇게되면 또 3개월을 지체해야하는 문제가 생기고.

주택보증공사 직원분께서 해주신 조언에 의하면,
일단 양자간에 계약종료일 기준 재계약의사가 없음을 서로간에 확인하는 종료확인서를 받아놓으라고 하십니다.
다행히, 임대인 측에서도 집이 팔리기 전까지는 전세금을 반환해줄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보증공사에서 받을수 있도록 협조는 해주는 입장이었습니다.
전세계약종료 확인서를 받는 그날까지도 임대인 얼굴은 볼수 없었고, 그 분양상담직원을 통해서 인감도장 날인받고,
서류를 확보해놓을수 있었습니다.

2. 임차권 등기
계약만료일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보증금반환 보증보험처리를 위해 실무작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주민등록등본부터해서 계약서 원본 등등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10여 종류가 훨씬 넘어가더군요.
그중에는 인감도장을 사이사이 간인해야하는 서류도 있고, 무엇보다도 인터넷에서 발급받을수 없는 서류들,
예를들면 인감증명서 발급이나, 전입세대열람원같은 서류를 직접 떼러 주민센터왔다갔다하는것도 귀찮았습니다.
참고로 다 아시겠지만, 전입세대열람원은 임차인 세대 외에 다른사람이 전입안되어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것인데,
만약에 전입된 사람이 있다면, 이해관계를 주장할수 있기 때문에 이를 사전방지하는 용도로 제출해야 한다더군요.

본격적인 법적조치 첫번째는 임차권 등기였습니다.
이사를 나가게 되는 경우 실거주를 못하게 되는데, 그에 따른 대항력을 잃지 않기 위해 임차권을 등기하고,이사를 나가야 된다고 합니다.
제가 가진 두번째 약점이 실거주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는데, 부랴부랴 계약만료일전에 이부자리 좀 갔다놓고
사람이 종종 드나드는 척 궁색한 근거를 만들어놓긴 했었습니다.
물론, 부동산에서 집보러 자유로이 드나들수 있도록 그전부터 현관문 잠금잠치를 해제해놨었는데,
임대인이 실거주를 하지 않은것에 대해 트집을 잡지 않은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되네요.
암튼 별일 없길 기도메타로, 인터넷전자 소송을 통해 임차권등기를 신청하게 됩니다.
아마 임차권등기가 보증공사를 통한 전세보증금반환의 필수조건이었던만큼,
임대인도 이의제기없이 순순히 따랐던것같습니다.

22년 9월 3일 계약종료 이후 9월 5일날짜로 임차권등기 접수했고, 한번정도 보정명령을 거친 뒤,
9월7일에 결정, 바로 임대인에게 결정정본발송이 됩니다.
이후 별다른 이의신청없이 9월19일부로 확정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문을 근거로, 등기국에 등기촉탁을 요청했고,
며칠 뒤 9월 하순 즈음, 등기부등본 상에서 당당히 박혀있는 임차권의 위엄을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3. 지급명령 신청과 이의제기
처음부터 원금에는 큰 걱정이 없었습니다. 보증공사에서 서류접수 등 시간이 걸리겠지만, 보증금회수에는 문제가 없다는데 확신이 있었고,
다만, 가진자가, 아파트 한 동을 가질 정도의 재력인데, 그 1억 남짓 마련하는게 어려운일이었을까.
없는 사람이, 급한 사람이 우물판다는데, 대출까지 받아서 이사나갔는데, 뭔가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수도 있었습니다. 전세계약이 종료된 다음날 보증공사에서 바로 반환해주는게 아니더라고요.
소위 '보증사고'라는게 발생되어야 하는데, 그 기준은 정당한 이유없이 2개월을 반환받지 못해야만, 보증사고로 간주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2개월 뒤에 보증사고로 간주되어야 보증이행청구를 할수 있고, 서류가 워낙 복잡하다보니, 미비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해야하고,
보증공사 내부 검토를 거치고나면, 최종 반환되기까지 3~4개월정도 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어, 그럼 지연이자받을수 있겠네?

물론 이미 비슷한 금액의 대출을 받아서 5~6프로 이자를 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돈이 그돈이었습니다.
실질적인 금전손해가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에, 괘씸해서 받는게 아닌, 정당한 청구였던거지요.
임차권등기완료 되자마자, 9월 26일, 역시나 인터넷전자소송을 통해,
원금 1억3천만원과 계약만료일부터 갚는날까지 5%의 이자를 청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기에 이릅니다.
또 역시나, 미비한 부분이 있었는지, 보정명령이 뜨고, 보완하기를 반복,
결국 9월 30일에 임대인에게 지급명령정본이 발송됩니다.

2주안에 임대인이 이의신청을 하지 않게되면 그대로 확정되는데, 보통 이 단계에서 이의신청을 대부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의없이 확정되면, 확정된 날 이후로는 12%이자를 적용하게 되지만, 이의를 제기하면, 민사소송으로 넘어가서 책임소재를 가리게 되는데,
어차피 안줄 돈이라, 좀더 시간이라도 끌수 있는 용도로 활용한다고 합니다.
보증공사에서 준대잖아 배째! 그런거죠
아니나 다를까, 불길한 예감은 역시나, 10월11일부로 임대인이 이의신청을 제기하게 됩니다.
이렇게 넘어가는 소송을 본안소송이라고 부르던데, 용어자체부터 이제 본게임이 시작된것같은 압박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4. 법원출석과 예상치못한 변수 발생
이제와서 찬찬히 생각해보면, 직접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깟 이자정도는, 하다가도, 아니 5~6프로에 서너달이면 얼마야 하는 생각에, 갈팡질팡했을것 같습니다.
어찌되었던, 본격적인 나홀로 민사소송이 시작되었고, 보증공사에서 원금을 받기까지 3~4개월 소요될텐데,
그 이자비용 이,삼백만원 받기 위해 변호사를 쓸수는 없으니, 직접 진행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금액을 청구하는 소송이라도 지급명령일경우 납부했던 인지송달료가 10만원초반이었는데,
민사소송으로 넘어가니, 거의 50여만원이 되는 돈을 재차 납부를 해야했습니다.
이 또한 다 받아내리라 마음먹었죠.

미리 인터넷검색을 통해 염두해두고 있던더라 제법 발빠르게 대응했습니다.
10월 13일에 역시 인터넷 전자소송을 통해 민사소송접수를 하게됩니다. 다음날 알게 된거죠. 변론기일에 맞춰 출석해야한다는 사실을.
그런데 하필 변론기일로 잡힌 11월 8일에 중요한 회사 행사가 있습니다.
찾아보니 변론기일변경신청이라는게 있습니다. 그때 새삼느꼈던것 같습니다.
법을 모르는 문외한도, 어느정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변호사 없이 소송할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것을.

그 과정에서 전세계약이 끝난지 2개월이 도달된 시점인, 즉 보증사고로 간주되는 시일을 채우고, 11월 5~6일 경,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보증금 반환을 청구하는서류를 제출하게 됩니다.
그래도 재판은 진행되어야 하니깐. 변경된 변론기일에 맞춰 11월 22일에 법정 도착.
일찍 도착해서 재판일정을 보니 10분간격으로 그 10분동안 3~4 건씩 배정되어 있습니다.
바로 들었던 생각은, 아니 드라마에서 보면 서로간에 열정적으로 변론하던데, 사건 당 2~3분인데, 그게 가능한가?
다들 변호사들이 대신 온거같은데, 나만 본인인가, 이,삼백만원 받자고 변호사 선임할수도 없고, 주눅이 들더라구요.
그 혹시 모를 최후의 변론같은거에 대비해서,
요즘에 뉴스에서 보듯 빌라왕 어쩌고
보증금을 반환해주지 않는것을 당연히 여기는 풍조를 ,저쩌고,
사회적 경종을 울려야 어쩌고, 나름 준비를 했었습니다.-_-
그런데 판사님께서 원고/피고 각각 질문 한번씩 하시더라고요.

-그냥 빨리 보증금 반환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우리가 자동차보험을 왜 가입합니까.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보증보험가입되었고, 거기서 지급이 될 겁니다.
-그렇다해도 임대인이 반환해줄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에게도 보증보험가입사실을 질문하셔서, 원금은 반환되겠지만, 3~4개월 걸릴것이고,
무엇보다 지연이자에 대한 책임이 보증공사에는 없다는 것이 보증약관에 있음을 답변했습니다.
-그렇다면 판결은 12월 13일에 내리겠습니다.

그리고 끝.
정말 2분안에 끝났습니다.
판결은 판결대로, 시간안배도 적절하게, 실로 감탄했습니다. 좋은 예감도 들었구요.
그런데, 갑작스러운 변수가 생겼습니다.
11월 초에 보증공사에 청구했던 전세보증금이 생각보다 빠르게 11월 30일에 제 계좌로 입금되버린 것이었습니다.
기분이 좋았던것보다 우선적으로 든 생각은, 아니 그러면 소송은 어떻게 마무리하고, 지연이자는 어떻게 되는 거지
정확히 88일만에 받게 되었으니, 그에 따른 법정이자5% 1,598,043원은 그냥 포기해버릴까.
원금과 지연이자를 달라는 판결을 구하는 소송인데, 원금은 해결이 되버린거죠.

5. 보정명령의 연속, 그리고 최종 판결
처음으로 다음날, 법원에 전화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이미 변론이 종결되고, 판결선고일이 정해졌으니, 다시 변론을 재개하는 변론재개신청서를 제출하라고 합니다.
재개된 변론일은 해를 넘겨서 23년 1월 17일로 정해졌습니다.
이제 청구원인과 청구취지를 변경하라고 합니다.
원금을 보증공사로부터 변제받은 사실을 추가해서 12월 6일에 청구원인 및 청구취지 변경서를 제출하게 되구요.
그런데 익숙한 용어, 보정명령이 12월 30일에 떨어집니다.
정확히는

'청구취지를 법률형식에 맞게 검토하여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서를 제출하시길 바랍니다(금액 불특정)' 이렇게.

아, 못받은 날짜를 계산해서 금액을 쓰라는 말이구나.
이제는 막연히 원금과 이자를 청구하는 것이 아닌, 금 1,598,043원을 명시해서 청구취지 변경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1월 5일, 또다시 떨어진 보정명령.
거기에 따르면

'제출된 청구취지 변경신청서에 따르면 청구취지의 기재가 지급명령신청서의 형식을 따르고 있으므로,
소장의 형식에 맞체 정정한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하시기바랍니다.

여기서 한계를 느꼈습니다. 법원에서 요청하는 민사소송의 청구양식을 어떻게 알고 맞춰야 할지.
결국엔 pgr 질문게시판을 통해 karlstyner님으로부터 조언을 얻게 되었지요.

karlstyner님께서 적어주신 문구를 그대로 가져오면,
1. 피고는 원고에게 1,598,043원 및 이에 관하여 2022. 12. 1.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변경신청서 송달일까지는 연5%의, 이 사건 청구취지변경신청서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위 제1항은 가집행 할 수 있다.
라는 판결을 구합니다.

이게 바로 법원에서 요구하는 민사소송의 형식이구나. 이제 와서 보니 필요한 내용이 다 들어있습니다.
받을돈 이자받아야하고, 발생한 소송비용도 청구해야하고, 판결이 나면 그것을 근거로 무슨 경매같은 걸 집행할수도 있는것같고.
다행히도 더이상 법원으로부터 보정명령은 없었습니다.  
다음날 1월 6일 피고 임대인에게 변경신청서가 전달되었고, 그에 대해 꼬박꼬박 답변서는 제출하더라구요.
그 답변서의 내용인 즉슨, 계약만료 즉시 보증공사에 청구하면 바로 받을수 있는데,
88일이 걸린것은 원고가 신청을 늦게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식이었습니다.
어이가 없었죠. 보증공사에 전화한통이면, 그게 사실인지, 본인의 착각인지 바로 알수 있는데,
혹시 몰라서 팩트여부에 대해 보증공사 담당자와 통화녹취까지 해놨었습니다.
며칠을 더 기다려서 미리정해진 2차 변론기일 1월 17일에 출석했습니다.
피고 역시 푼돈으로 소송하는데 변호사는 필요없었는지, 직접 출석했고요.
판사님은 딱 두가지만 물어보셨습니다.

-원고는 청구취지 변경신청하신거 맞죠?
-네
-피고는 답변서 제출하셨고요
-네
-판결선고일은 1월 31일입니다.
끝.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바쁘셔서 빨리 끝나는게 아니라, 이런 건은 애초에 처음부터 따지고 말고 자시고 할게 아니었던게 아닐지.
그정도로 명분은 있었거든요.

판결선고일 1월 31일이 엊그제였죠.
말일이라 회사에 연차내기 힘든 상황이라 출석을 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원고는 변론기일에는 참석해야 하나, 판결선고일에는 불출석해도 문제없다고, 인터넷에 나오길래 안심했습니다.
중간중간 초조하게 전자소송 사이트를 접속하길 몇차례. 그런데 원고일부승이라는 결과가 뜹니다?
아니,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서 일부승소인가, 그럼 소송비용도 나눠서 부담해야되나. 항소해야 하나 별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퇴근시간즈음되어서야 판결문을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판결문 일부를 가져와봅니다.

1. 피고는 원고에게 1,598,043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수 있다

아마 2번때문에 원고일부승이 뜬것 같고, 저는 거기에 쫄았을 뿐이고.

이유를 요약하자면,
1. 1,598,043원은 계약만료일 22년 9월 3일부터 보증공사로부터 반환받은 11월 30일까지의 88일간의 지연이자인데,
거기에 또다시 그 이후의 지연이자를 청구하는것은 복리이자를 청구하는 것이라 이는 법적 권원이 없다는 것

2. 주택도시공사에서 2개월이 경과해야만 보증금을 반환해주지만, 그것은 보증공사의 규정일뿐,
그렇다해서 피고가 보증금반환의무를 면하게돠는것은 아니라는 것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에필로그 -_-
그로부터 어느덧 2일이 지났습니다. (판결일)
역시나 결과를 예감했었는지, 피고도 판결일에는 출석을 안했더라구요.
오늘 점심즈음 전화가 옵니다.
일단 바쁜척 받지 않았고, 바로 문자가 오네요.
1,598,043원을 줄테니 통장번호를 보내달라
??? 난 소송비용도 받을건데?
임차원등기, 지급명령소송, 민사소송까지 오면서 지출한 수수료 및 인지송달료들을 나열하면

임차권등기신청수수료
등록면허세납부수수료
임차권등기 인지송달료
지급명령 인지송달료
본안소송 인지송달료
합계금액이 65만원이 넘네요.

슬쩍 소를 취하해달라고 합니다. 아니 진짜 소송비용 안줄려고??
바로 전화를 해서 소송비용도 빼시는 거냐고 얘기했더니, 금액을 알려달라며, 이런쪽은 잘 몰라서 그랬다며,
주저리주저리 머리긁는 소리를 해댑니다.
받아야할 금액 합계는 2,251,986원.

재미있는건 5개월동안 머리싸매고, 전전긍긍했지만, 저 금액에서 불로이득은 1원도 없다는 것이지요.
수수료는 수수료 대로 실비 지출했고, 지연이자는 5%는 그보다 1~2%높은 은행이자를 내고 있었으니 오히려 손해이고.
아, 저금리 시대였으면 개이득인건데. 결과적으로는 임대인 돈뜯어서 은행갔다준거네요.흐흐
그리고 연차 두번 내서 두번 출석했는데!
사실 중간에 보증공사가 개입되어 있어서 살짝 애매하긴했습니다. 늦게 받으면 받을수록 이자가 늘어나니깐요.
아니, 잠깐만 대출이자가 더 높으니깐 내손해인가?
아무튼 이길 자신은 있었거든요. 물론 보증공사 없었으면, 임대인이 대출을 받아서라도 일찍 줬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사를 나가면서부터 지금 이시점까지 저 역시도 약점이 있었던지라, 물흐르듯이 운도 따라줬던것 같구요.
정말 사기꾼급 악질이었으면 그점 조차도 악용했을거라,
순순히 판결에 따르겠다고 하는걸 보니, 제가 만난 임대인 사람 자체의 악의는 없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보증금 좀 늦게 줄수도 있지, 어차피 보증공사에서 줄거자나, 다른 집은 안그러는데 왜 너만 그래.
서로 양보해서 사정 좀 봐주지, 좋은게 좋은거 아냐?
그게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했던거지요. 좋은게 좋은게 아닌건데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분한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는, 모르는 사람에게 그런 큰돈을 덥썩 맡기고서, 온전히 문제없이 받을수 있기를, 마냥 물떠다 놓고 기도할수 밖에 없는,
우리 주위의 누군가들. 내 가족, 내 친구, 내 이웃 누군가가 될수도 있고요. 그저 몰랐기 때문에, 법이 어렵기 때문에 권리를 놓치고, 목소리를 못내고 있다면 억울합니다.
그래서 더 가진사람은 그걸 당연하게 여기게 되고. 없는 사람들이 선의의 피해를 봐야 하구요.
그래서 그게 당연한게 아닌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글이 비슷한 처지에 계신분들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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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라
23/02/03 03:23
수정 아이콘
정말 고생하셨네요.
그래도 받아내셨다니 다행입니다.
23/02/03 07:32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습니다. 얼마 전 친구가 전세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걱정이 큰데
잘 해결 되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하아아아암
23/02/03 07:35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비슷한 겅험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임대인이든 임차인이든 복잡한 법적인 요건, 절차, 의무 등을 초월(?)해서 사시더라구요. 법에 보장된 권리일지언정 이를 인정 받으려면 결국 법적 절차를 밟을 수 밖에 없다는 걸 그때 느꺘습니다.
불량직딩
23/02/03 08:00
수정 아이콘
이번사태로 다들 전세라는 부동산 사금융제도의 취약점을 느끼게 되었죠. 어찌되었건 축하드립니다
미카엘
23/02/03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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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를 싹 뜯어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부동산 관련 법은 근본부터가 좀 문제가 있다고 봐요. 아무튼 너무 고생하셨고 축하드립니다.
록타이트
23/02/0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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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도 고구마도 아닌 부담 없는 영양가 좋은 한끼 반상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Grateful Days~
23/02/0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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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고생 많으셨습니다..
타츠야
23/02/0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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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만 읽어도 머리가 아프려고 하는데 정말 고생 많으셨고 수고하셨습니다.
마블러스썬데이
23/02/03 08:23
수정 아이콘
고구마 결말일까봐 인트로만 읽고 걱정했는데 잘 끝나서 다행입니다
23/02/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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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23/02/0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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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R 질게의 위엄!
23/02/0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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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셨습니다. 저 같으면 스트레스로 잠도 못 잤을 듯싶네요.
이부키
23/02/0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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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전세가 한국에만 있는건 아니네요.
23/02/0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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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많으셨습니다. 결혼하고 세 번 이사다니는 동안 다행히 이런 일은 없었는데 다음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아서 마음 많이 졸이던 때가 생각나네요. 제도가 사회 변화를 못따라가요... ㅠㅠ
23/02/0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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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법무사 안쓰시고 직접 다 해내시다니...대단하십니다.
저도 전세보증 들긴 했지만 한없이 불안하네요 흑흑
인생을살아주세요
23/02/0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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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귀한 사례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쥴레이
23/02/03 09:19
수정 아이콘
아우 고생 많으셨네요. 글에서 고생함이 느껴지네요.
지니팅커벨여행
23/02/03 10:08
수정 아이콘
조마조마하며 읽었는데 결말이 사이다라니 다행입니다.
23/02/0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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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드립니다. 전세랑 권리금은 없어져야 합니다 크크
23/02/0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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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글만 읽어도 머리 아프고 힘드네요. 진짜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선꽃
23/02/0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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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보 공유차 너무 자세하게 써주셔서 다른 분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은때까치
23/02/03 10:23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습니다!! 일단 축하드리고.... 생생한 후기 감사드립니다.
이혜리
23/02/03 10:36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글 보면서 어질어질 합니다,
고생하셨고, 축하드립니다 :)
Not0nHerb
23/02/03 10:37
수정 아이콘
지난한 과정이 있었네요. 좋은 결과 축하 드립니다.
SoLovelyHye
23/02/03 10:54
수정 아이콘
법잘알분들께 질문이 있는데,

이 경우 청구취지를 변경할 때
1. 원고의 법원 출석으로 인한 연차 비용
2. 보증급 미지급으로 인한 은행 대출 이자
를 비용으로 청구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을까요?
Honestly
23/02/03 13:58
수정 아이콘
1은 법원에서 공무원 출장여비인가 책정하는 기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신청을 하게되면 그 정도가 적정한지 법원에서 다시 판단을 하는 절차가 있고, 임대인도 두말않고 받아들이는것같아서, 그정도는 양보했네요
2는 결국 지연이자를 청구하는것이, 그로인한 기회비용들 예금을 맡겼다면 받을수 있는 이자같은 것들에 대한 보상이라고 봐야죠, 대출에 대해 발생하는 이자까지 청구하기에는 중복으로 봐야하지 않을까요, 만약 법정이자 5프로가 아닌, 실제로 제가 부담하고있던 대출이자 6~7프로를 청구해도 되었을지 까지는 모르겠습니다
23/02/03 11:57
수정 아이콘
와 이건 귀하네요.
좋은 결과 축하드리고, 잘 읽었습니다.
띵따라쿵딱
23/02/03 12:53
수정 아이콘
옜날 세상물정 모를때 첫 전세집이었는데 계약 종료 후 이사간다고 전세금 돌려 달랬더니
다음 세입자 구해지면 그때 주겠다고 돈 없다고 배째라고 하던 집주인이 생각나네요
잘 모르던 시절이었고 이사는 가야 해서 이사 나갔는데 6개월 이었나?? 그정도 지나서
이자도 없이!!! 전세금만 돌려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크크크

그때 이해를 못했던게 분명 전세금으로 내돈을 주인한테 줬는데
집주인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내가 준 돈이 왜 없지?? 하면서
내돈을 집주인이 다른데 써버렸다는걸 이해 못하던 순진한 시절이었죠 크크크

법적으로 전세를 받으면 집주인이 은행에 강제 예치해서 다른데 사용 못하도록
제도를 바꿔버리면 사기니 투기니 모든 문제가 전부 해결될텐 아닌가요? 크크크
하아아아암
23/02/03 15:13
수정 아이콘
그러면 전세가 대체로 없어질겁니다.
바카스
23/02/03 13:17
수정 아이콘
2년전 전세보증 반환 소송 진행했던 기억이 나네요. 승소는 했어도 집 주인 재산만 내가 가져갈 수 있는데 당시 집주인이 법인 세워놓고 집 장사하던 사람이라 해당 법인이 소유한 집들 하나하나 알아낸다고 생고생했던 기억이ㅜㅜ
23/02/0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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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나는 원금만 찾고 소송비용과 이자는 부동산 변호사에게 준다 생각하고 처음부터 소송 진행하는 것이 맘 편합니다. 변호사들은 집주인을 압박하는 방법을 알기에 계좌, 재산 가압류 같은 방법을 씁니다. 특히나 부동산 굴리는 이들에게 계좌 가압류는 치명적이거든요.
Honestly
23/02/03 13:49
수정 아이콘
계좌압류나 경매처분은 판결문을 근거로 후속조치할수있는데, 엊그제 판결문을 받고서, 어떻게 참교육을 시켜줘야 할지 기대감에 엉덩이가 들썩들썩 입꼬리가 씰룩씰룩했었습니다
집주인도 이상한놈한테 잘못걸렸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정리를 해줘서, 다행히도 그 지경까지는 가지 않았네요
Honestly
23/02/03 13:40
수정 아이콘
(수정됨) 댓글 주신 모든분들의 공감과 격려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조만간 혼자만 배꼽 잡고 웃기에는 아까운, 부수적인 에피소드들에 대해서 2탄을 준비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도라곤타이가
23/02/03 15:02
수정 아이콘
과정 공유 감사합니다. 스크랩 해두었습니다
23/02/04 13:02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법률정보까지도 찾아볼 수가 있지만
사실 글쓴이께서 기본적인 이해력이나 응용력이 상당히 높아서
대체로 적절히 법적 절차를 수행하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꽤 많은 일반 시민들 중에 똑같은 정보를 가지고도 글쓴이처럼 못하셨을 분이 많을 겁니다.
23/02/04 13:15
수정 아이콘
1. 한편 본문 사안에서 법원에게 두가지 아쉬운 점이 발견됩니다.
하나는 사소한 것이며, 또 하나는 법리오해의 소치인지라 사소하다고만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2. 우선 사소한 잘못은 글쓴이의 작년 말 질의에 대해 변론재개신청을 하라고 한 법원 직원(아마 실무관이었을)의 설명입니다.

가. 민사소송법 상 확정판결에는 기판력,
즉 더이상 당사자든 법원이든 확정판결의 소송물에 대한 판단과 다른 소송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효력이 있습니다.
가령 1억 짜리 대여금 청구소송을 당한 채무자가 사실은 변론종결 전에 5천만원을 갚았음에도 이를 항변하지 않아서 1억 인용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채무자는 총 1억 5천만원(미리 갚은 5천만원 + 확정판결로 강제집행당할 1억원)을 다 뜯겨야 하고
5천만원을 채권자에게 청구할 수도 없습니다(대법원 1995. 6. 29. 선고 94다41430 판결 등 참조).

나. 그런데 위 기판력에는 3가지 범위의 제한이 있는바, 그 중 하나가 '시적 범위 제한'이며, 그 기준시는 '변론종결일'입니다.
즉 위 사안에서 5천만원 변제 시점이 변론종결일 이후였다면
채무자는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하여 자기는 5천만원만 갚으면 된다고 다툴 수 있고(민사집행법 제44조 제2항)
이 점을 들어 채권자가 진행하는 강제집행을 정지시킬 수도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46조 제2항, 제49조 제1호).

다. 사안에서 변론종결일은 22. 11. 22.이고, 보증보험금이 입금된 것은 22. 11. 30.입니다.
보증보험금의 입금은 전형적인 제3자의 적법한 채무 변제(민법 제469, 480, 상법 제726조의7 참조)에 해당하며
그 효력은 채무자(사안에선 임대인) 본인의 변제와 다르지 않으므로(=임차보증금 원금의 소멸)
기판력과 관련해서는 앞서 드린 설명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변론 종결, 재개 여부는 모두 법원 자유재량임에 비춰(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0다290538 판결)
채무자인 임대인 입장에서야 변론재개를 요청하는게 합당했겠지만
채권자인 글쓴이 입장에서는 입을 싹 씻고 그냥 원리금 전부인용 판결을 받았어도 아무 문제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뒷일은 임대인이 알아서 해야 되는 것이었고요(이 글의 2. 나. 참조).

라. 다만 이런 사유로 변론재개를 하는 일도 종종 있는 일이고(주로 채무자 요청에 따라)
무엇보다 중립의무가 있는 법원 입장에서는 이런 상담을 소송당사자에게 제공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글쓴이보고 변론재개신청을 하라고 한 걸 크게 탓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변론재개 여부는 법원 재량이니 그냥 가만히 판결 받으시라고 했으면
글쓴이에게 더 이로웠을 것이라는(추가 서면 쓰느라 골치 안썩어도 되고, 승소판결 빨리 받음) 아쉬움은 있습니다.
23/02/04 13:56
수정 아이콘
3. 좀더 큰 잘못은 판결, 정확히는 글쓴이를 일부패소시킨 대목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법원이 변제충당 내지는 지연손해금의 지연손해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점이 있다고 사료됩니다.

가. 본문 사안에서 최초 지급명령부터 글쓴이가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하기 전까지의 소송물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소송물은 기판력보다도 어려운 개념인데, 그냥 소송상 청구하는 권리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1) 보증금 원금 약 1억 3천만원
2) 위 원금에 대한 지연손해금(22. 9. 3.부터 지급명령 송달일까지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

나. 그런데 글쓴이께서는 보증보험금 수령을 반영한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본문 사안의 소송물에는 변경이 있었습니다.
정확히 어떻게 변경되었는지 여부는 이른바 변제충당,
즉 채무 일부 변제가 있던 경우 변제금이 여러 채무를 어떤 순서로 소멸시키냐의 법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1) 우선 공사가 지급한 돈이 정확히 원금만 소멸시켰다는 해석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민법은 변제금이 채무 원리금 전부를 소멸시키기엔 부족할 경우, 이자 -> 원금 순으로 충당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479조 제1항).
공사가 글쓴이에게 원금만 주겠다고 설명한 건 보험계약상 지급가능한 금액이 보증금 원금 상당액이라는 취지일 뿐이어서
이 변제충당 문제에 대해 어떠한 지침도 주지 못합니다.

(3) 이와 달리 원금부터 소멸시키는 것으로 인정되려면 소위 '합의충당', '지정충당' 어느 하나가 인정되야 하는데
전자의 경우, 통상의 전세보증보험 약관에 변제충당규정은 없는지라 인정되기 어렵고
후자의 경우 위 금원을 원금에 충당하겠다는 공사 -> 임대인, 또는 임대인 -> 공사로의 의사표시(내용증명 등)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민법 제476조 제3항)
일단 그 중 어느 것이든 이 사건 소송에서 법원에 현출된 바는 없었음이 자명합니다.

다. 이렇게 보면 결국 사안에서 공사의 변제금은 1) 보증금 이자, 2) 보증금 원금 순으로 충당되어야 마땅하므로(민법 제479조 제1항)
글쓴이의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제출 이후의 소송물은 이렇습니다.

1) 보증금 원금 잔액 1,598,043원
2) 위 원금에 대한 지연손해금(보증금 지급일 다음날인 22. 12. 1.부터 청구변경서 송달일까진 5%, 그 다음날부터는 연 12%)

karlstyner님이 써주신 청구취지는 이러한 법리에 부합하는 아주 타당한 것이고
법원은 변제충당에 대한 법리(민법 제479조 제1항)을 간과하여 위 1)의 1,598,043원을 지연손해금으로 오판하여
글쓴이의 정당한 지연손해금 청구를 기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라. 한편 백번 양보하여 사안에서 합의충당 내지 지정충당으로서
공사 변제금이 정확히 보증금 원금만 소멸시켰다고 보아야 하더라도
지연손해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사실 청구할 수 있고, 이 점에서도 법원 판단에는 일부 잘못이 있습니다.

(1) 민법 상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채권(=언제 갚을지 안정한 채권)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청구를 한 날(=채무자에게 도달한 날)부터는 이행지체가 되어, 지연손해금이 발생합니다.
(민법 제387조 제2항, 제390조, 제397조 제1항)
한편 대법원은 지연손해금 채권이 바로 여기의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채권이므로
'지연손해금의 지연손해금'을 따로 청구한 날로부터 '지연손해금의 지연손해금'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0다268760 판결 외 다수)

(2) 백번 양보하여 1,598,043원이 원금의 지연손해금일 뿐이라고 해석하더라도
최소 글쓴이께서 '지연손해금(1,598,043원)의 지연손해금'을 따로 청구한 날(22. 12. 6.)부터는
글쓴이가 '지연손해금의 지연손해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석하는게 법리에 부합합니다.
보증보험을 가입했으니 자기는 돈 안줘도 된다는 소리나 하고 있는 임대인에게
소촉법 제3조 제2항의 사유가 적용될 리도 없는 이상 이자율은 연 12%가 마땅하고요.

(3) 즉 법원 생각대로 1,598,043원을 원금의 지연손해금이라고 봐야 하더라도
그에 대한 22. 12. 7.부터 다 갚는 날까지의 연 12% 지연손해금을 기각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법원이 민법 제387조 제2항, 지연손해금의 지연손해금에 대한 법리오해로
글쓴이의 정당한 '지연손해금의 지연손해금' 청구를 기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23/02/04 14:02
수정 아이콘
물론 이런 오판으로 글쓴이께서 보신 손해가 오늘 기준으로 32,836원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지라
보기에 따라서는 이것도 큰 잘못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법원이 법을 정확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점 자체에 대해서도
기대를 안 가질수는 없다 보니 조금 길게 적어봤습니다.

절대 얼마 전 모 금융기관을 대리해서 대여금 소송을 하다가
왜 이자의 이자를 청구하냐는 보정명령을 받고 그게 가능한 근거를 담은 긴 서면을 쓰느라 짜증났던 기억이
본문의 주문을 보고 불현듯 떠올라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Honestly
23/02/04 16:38
수정 아이콘
와,역시
사람 불러야 돼 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군요.
판결문을 보기전까지 원고일부승이라는 말이 엄청 신경쓰이더라구요.
차라리 원고대부분승이라는 용어가 있었다면, 마음이라도 덜 졸였을텐데. 흐흐
소송금액이 컸다면 지연손해금의 지연손해금도 커졌을테고, 그렇다면 쉽게 넘길 사안은 아니었을것 같네요.
아마 그 법원에서 전화받으시는분도, 본인확인 그런거 없이 사건번호 조회해서 답변해주셨던거라
원고, 피고 안가리고 통상적인 절차를 말씀해주셨던것 같습니다
자세한 답변 감사합니다.
기판력이라는 말이 가지는 효력은, 정말 일반인이 인터넷으로 검색정도로는 정말 알아내기 힘든 개념이겠네요.
그래서 전문가분들이 계시는거고,
정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상세한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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