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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5 16:50
어찌보면 순간순간 '이게 최선일까'하는 깊은 고민을 하시는 스타일 같기도 하고, 약간의 경험 후, 깊은 경험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스타일 같으시기도 하네요.
저는 어릴 때부터 꿈꿨던 진로를 (중간에 약간씩의 방향 전환은 었었지만), '이게 최선일까'하는 고민없이 계속 달려서 어쨌든 그 진로위에서 계속 가고 있네요 (사실 대학원 때 그런 고민이 있긴했지만...). 최고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경쟁력 있는 위치라고 생각도 하고요. 육군병장님 (응?) 께서도 어서 가장 원하는 (혹은 원하는 것 같은) 길 찾으시고 나아가실 수 있길 기원합니다.
23/04/25 17:33
글쓴 분과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다 결국 박사까지 마치고 나름 자리를 잡고
딱히 아쉬울 거 없는 삶을 살고 있는데도 "최소한 의대는 타기만 하면 목적지까지 알아서 철길이 있는 기차같은 느낌인데, 나는 매 목적지마다 새로 네비를 찍는 노가다를 하는 기분이다." 의사 친구들과 비교해 이런 아쉬움은 여전히 남네요 근로소득 측면에서도 좀 그렇구요 흐흐 그런데 살아보니 인생이 꼭 목적지를 찍고 네비따라 가듯이 해야하는 여정은 아닌거 같습니다 목적 지향을 위해 과정이 주는 즐거움을 놓치는 우는 범하지 마세요 주위에 그런 친구들 많은데 목적지에 효율적으로 도달하기 위해 포기한 것들에 대한 후회가 큽디다 해보지 않은 경험들 계속 새롭게 해보시고 특히 아직 학벌이라는게 스펙이 될 수 있는 나이에 이성친구 많이 만나보세요
23/04/25 18:16
미생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어쩌면 우린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다가오는 문을 열어가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저는 글 쓰신 분도 목적지에 도달했다기 보다는 하나의 문을 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무언가가 됐다고 끝나는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는 목적지에 제가 원하는 것이 없을 것을 가정하고 계획을 짭니다 되면 좋고 안되면 각 봐서 다시 하거나 포기하거나 그렇죠 그 과정에서 슬프거나 좌절하기도 하는데 어쩔 수 없습니다 다 그렇게 사는거죠 뭐
23/04/25 18:17
몇 가지 꼰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0. 종점은 없습니다. 관뚜껑에 못박힐 때까지는요. 1. 목표와 목적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목적은 이유죠. 왜 그것을 해야 하느냐? 목표는 도달점입니다. 어디까지 가면 되느냐?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글쓴님이 언급하시는 목적지들은 곧 목표들입니다. 2. 문제는, 목적이 없는 목표는 흔들리기 쉽습니다. 일이든 무엇이든, 인간은 충분한 이유가 주어져야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나는 이걸 왜 하지? 가 충족되지 않으면 아몰랑 롤이나 켜서 칼바람이나 한 판 하자, 가 되기 쉽습니다. 3. 프랭클린 플래너를 써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자기사명서와 지배가치 찾기 활동이 이럴 때 유용합니다. 사명이 곧 목적이고, 지배가치는 삶의 목적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이와 관련된 괜찮은 콘텐츠를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 당장 구글 검색해봐도 잘 안 나오네요. ㅠㅠ 4. JYP가 이런 말을 했죠. 궁극의 행복은 To Have(소유)나 To Be(지위)가 아니라 To Do(행동, 혹은 일)에서 온다. 저는 격하게 공감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To Do를 찾아야 합니다. 5. 우리 사회는 수능 고득점! 서연고 입학! 좋은 직장 취업! 같은 목표만 계속 아이들에게 주입하지 목적을 찾으라는, 효율적이지 않은 조언에 아주 인색하죠. 심지어 폄하기 일쑤입니다. 니가 배가 불렀구나? 라면서요. 슬픕니다. 응원합니다.
23/04/25 18:28
전 20대에 학부/대학원 과정 거치며 공식적으로 전공 바꾼 횟수만 3번 입니다 (생물학 -> 로스쿨 -> 보건행정 -> 보건행태).
계획적으로 바꾼거 아니고, 들어가 보니 생각과 달라서 바꾼 경우만 3번 입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전 안해본거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지언정, 해본거에 대한 아쉬움은 안생기는 타입이거든요. 다양한 분야를 경험 해봤다는 점에 감사하고, 나와 잘 안맞는게 무엇인지 확인했다는 점에 만족합니다.
23/04/25 18:32
자신을 위한 목적지를 찍는 것보다 대한민국을 위해 아니면 인류를 위해 지구를 위해 무언가 하겠다는 목푤를 세워보세요. 내가 이 질환의 치료제는 꼭만든다 혹은 대한민국 동성결혼은 합법화한다 내지는 어떻게든 죽기전에 화석연료를 종식시킨다. 이정도로 세워두시면 도달도 힘들고 쉽사리 지치지는 않을것 같은데.
어쨋든 굳럭.
23/04/25 20:05
여행을 가다 보면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비슷한 면이 있는데요. 우리가 패키지여행보다 자유여행을 좋아하는 것은, 목적지에 도착해서 내려서 사진찍고 차타기를 반복하는 식의 패키지여행을 재미없어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정작 자유여행을 하더라도 결국 패키지여행과 비슷한 목적지들을 찍게 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도 자유여행이 훨씬 재미있고 내 것 같거든요. 그건 여행의 기쁨이자 본질이 '목적지'에 있지 않고 거기로 가는 길, 혹은 그 근처에서 헤매는 길 위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했습니다. 삶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23/04/25 21:45
중학생때부터 게임개발자가 되는게 꿈이었고, 중학생때 처음으로 조악한 게임을 만들어 PC통신에 올리고, 고등학생때 아마추어 게임 개발팀에 참여하고, 20대에 게임회사에 취직하면서 꿈을 이뤘죠.
이후, 어떤 후배가 이런 말을 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선배는 꿈을 이룬걸까요, 꿈을 잃은걸까요?" 라고... 그리고 20년이 더 흘렀지만 아직 그 대답을 찾지 못한채 살아가는 중입니다.
23/04/25 21:47
수학과 물리를 정말 사랑했습니다.
방학만 되면 하루 종일 수학 물리 공부만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죠. 수학과 물리를 많이 배운다는 기계공학을 전공했어요. 주변 의대생 친구들이 부러웠지만 내 선택이 틀리지 않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석사까지 마치고 전문연으로 삼성에 들어갔습니다. 사업을 해서 의사인 친구들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며 증명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6년간의 대기업 생활 및 사업 준비를 하며 얻은 결론은 사업으로 성공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32살 겨울에 퇴사를 하고 1년을 공부하여 의대에 진학했습니다. 의사가 되고 개원을 했으며, 병원이 잘되자 또 사업을 하겠다고 법인들을 차리고 수십여명의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있네요. 의사인 친구들보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을 아이러니하게도 의사가 되어 이루었네요. 나의 길은 행복합니다. 공학도 행복했고, 대기업에서는 힘들었지만 사람 경험이 큰 밑거름이 되었고, 의사로서의 삶도 즐겁고, 사업을 성장시키는 것도 고통스럽지만 재밌습니다. 지금 나이의 님의 고민은 너무나 당연하고 건강한 겁니다. 저도 누구보다 나의 삶과 길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그런 고민을 많이 했던 지인들의 삶이 훨씬 발전적이고 풍요로워요. 목적지는 항상 변합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보이는 새로운 세상이 있거든요. 새로운 세상이 나를 또 가슴 떨리는 목표가 있는 삶으로 안내합니다. 행복은 어떤 목적지에 서있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해요.
23/04/25 23:17
저도 비슷한 삶을 살았지만, 목적지를 매번 네비에 찍었다가 지운다는 여정은 아니었네요. 그냥 별 생각이 없었어요.
목적지 없이 방황하다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결국 돈은 많이 못 벌지만, 적당히 제가 좋아하면서 꽤 잘하는 직업으로 정착했습니다. 다음 생애에도 이 직업하면 좋겠어요. 다만, 목적지를 일찍 정했다면, 훨씬 좋았을거라는걸 압니다. 본인이 잘 모르겠으면, 주위의 조언을 들어도 됩니다. 여행을 예로 많이 드는데, 누구나 좋아할만한 여행지는 대부분 만족합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여행지는 직접 가봐야 알고요. 내가 경험이 많은 여행자가 아니면, 조언을 받으세요. *나이가 들수록 게임이 현실의 도피처가 되면 더이상 안됩니다. 현실의 경험이 자양분이 되는 삶을 응원합니다.
23/04/28 08:09
이런 좋은 글을 이제 보네요
고민없이 편안하게 목적지 향해 가는걸로 보이는 사람도 똑같이 고민하고 매번 네비 다시 찍고 갑니다 다들 똑같다는 걸 알게되면 마음이 편해지고 도전을 즐기게 됩니다 어딜 가던 길이 있고 그 길은 갈림길이고 힘든결정을 해야하는것 처럼 보이지만 어느 길로 가더라도 다시 길이 나옵니다 짧다면 짧은 인생인데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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