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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7 14:17
저도 대학다닐때 음악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작곡가의 꿈을 꾼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4학년이 됐을 때, 이미 프로 작곡가로 활약중이었던 선배님이랑 술을 한잔 하면서 제 꿈을 얘기했죠. 그런데 그 선배님은 "안군아 너는 작곡보다 더 잘하는 게 있잖니. 이 동네는 천재가 아니면 굶어죽는 동네라서 너는 이쪽으로 안 들어오는 게 좋겠다." 라고 조언했고, 이후 어찌어찌 해서 프로그래머가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 와서는.. 그 선배에게 무척 감사하는 중입니다. 이후 많은 선후배들이 음악가의 길을 가려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신입 때부터 비범한 재능을 보이던 친구들만 그럭저럭 자리를 잡더군요.
23/06/27 16:32
그랬군요. 본문에 등장했던 제 친구도 세계를 누비는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결국 군무원이 되어 두 딸의 아버지가 되었지요. 미련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고 하더군요. 꿈의 경로를 이탈한 사람들의 사연에 더 주목하고 싶습니다.
23/06/27 14:27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일정 수준 뛰어나더라도 그게 내가 밥 벌어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허들을 넘을 수 있느냐. 이것도 참 중요하죠.
다른 사람의 재능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참 부질없는 짓이지만 눈에 보이는 것에 초연 하기도 어렵고요. 재미없는 일과를 해서 사는 일반적인 사람들에 속하게 되고 그걸 느끼기 시작하면 인생 참 재미없어 지는 것 같습니다. 나에게 없는 어떤 재능이 내가 재미있어 하는 일과 관계된 것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까요. 하지만 쉬운 난이도가 게임의 재미를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듯 어려움이 항상 재미가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인생이란 게임이 하드코어 난이도로 설정되어서 목숨이 1개 밖에 없는 이상 무언가 이 어려움에 의미를 찾고 살아가야 한다고 느낍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3/06/27 16:33
음미체는 어릴적 싹수가 안보이면 접는게 상책 입니다.
예전과 달리 저성장 고학력 시대인 지금은 학업 역시 싹수가 멀면 적당히 하는게 좋고요.
23/06/27 16:41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도리어 제일 애매한 게 싹수는 보였는데 결실을 못 맺은 경우가 아닐까 하고요. 동네에 아는 형은 실제로 밴드 생활을 20년 넘게 했는데, 지금은 귀농해서 부모님과 살고 계시거든요. 10~30대 시절에 알바를 하면서 음악에 올인했는데, 결국은 잘 안 됐죠. 20대까지 한 것에 대해서는 후회를 안 하던데, 30 넘어서까지 한 건 후회를 많이 하더군요.
23/06/27 21:03
한때 소셜 댄스(린디합)에 몰두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재능이 없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한 것 같아서 살짝 후회되기도 하지만, 어차피 그게 아니었으면 또 다른 소모적인 일에 시간을 쏟았겠죠. 그래도 가끔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스윙 음악을 들을 때마다 감상적이 되곤 합니다.
23/06/28 20:54
그랬었군요. 그래도 돌이켜보면 그런 몰입의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 소중한 것 같아요. 추억이 되기도 하고, 또 뇌과학적으로도 인지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도 하고요. 몰입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다른 대상에 대한 몰입도 쉽게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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