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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5/04 23:56:21
Name 재문의
Subject [유머] [야구계층] 제가 본 것중에 역대 최고의 팬픽.txt
제목 : 이방인





어? 선배님은 안가세요?"

집에 갈 차비를 마친 창용을 보고

창민이 의아한 듯 물었다.


"어...어디가? 우리?"


정말 모르는듯한 창용의 반응이

창민은 이상할 따름이었다.



"어..정말 못들으셨어요? 이상하다...?"




그 때, 복도로부터


조심성 없는 쿵쾅거리는 발걸음이 들리더니


라커룸의 문이 쾅 하고 열렸다.




"심창민 이 새끼야! 형들 다 기다리..어.선배도 계셨어요."



지만이었다.


지만은 창민과 같이 있는 창용을 보고


적잖이 당황한 듯 이내 얼굴이 시뻘게졌다.



"어..니네 어디가냐?"



'젊은 애들끼리 또 클럽이나 가나보구나'


창용은 그런 후배들이 귀여운듯  


미소를 띄우며 물었다.



"노는건 좋은데 말 안나오게 적당히 해. 시즌중이잖아."



창용은 그렇게 한마디를 더 보태고


라커를 나가려던 참이었다.



"저기 선배님, 그게 아니고.."



지만이 고민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기... 오늘 승엽이형이 한 턱 쏜다고.."



창용의 걸음이 순간 멈칫했다.



"선배님도 같이 가시죠. 맛있는 집에 예약 잡아놨다고.."



지만이 넉살좋게 창용의 팔을 붙잡고 매달렸다.



"...아니, 나 선약있어."



창용은 그런 지만을 살며시 뿌리치고


가던 길을 마저 옮겼다.



"...그리고 안지만 임마."



창용은 걸어가며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지만을 불렀다.



"예?! 예! 선배님."



지만이 창용의 뒷통수에 대고 대답했다.



"...승엽이는 형이고, 나는 선배냐..."



라커룸을 나서는 창용의 뒷모습이 어쩐지 쓸쓸해보였다.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됐을까'



집으로 가는 창용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처음 대구로 트레이드 되어왔을 때,


이 낯선 환경에서 동갑내기 친구 승엽의 존재는


창용에게 항상 큰 도움이 되었다.



비록 성격도 다르고,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구석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웠지만


같은 해에 태어나, 같은팀에서 야구를 하는


삼성의 슈퍼스타들.


그것만으로도 둘의 공감대는 충분했다.




"하.."




창용이 낮은 탄식을 뱉었다.






지금 이곳은, 나에게 너무 외롭다.





'시간을 그 때로 되돌릴수만 있다면.'




창용은 애꿎은 담배만 자꾸 깨물었다.




------------------------------------------------------------





"..저...승엽이한테 주려고 했던것 만큼, 딱 그만큼만 주십쇼"




".....이승엽 선수 말입니까?"




"...예"





2004년 시즌이 끝나고 FA시장은 그 어느 때 보다도 큰 주목을 받고 있었다.


심정수라는 최고의 슬러거와, 최고의 유격수 박진만 그리고 핫코너의 지존 김한수.


국내최고의 투수 임창용이 시장에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선협상기간이 끝나고 얼마 있지 않아서


심정수 박진만이 각각 최대 60억과 40억에 삼성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해 스토브리그 내내 임창용의 거취에 관한 문제는 탑 뉴스로 취급되어


스포츠신문 1면을 장식하곤 하였다.




"..저도 팔 빠져라 열심히 던졌습니다. 그 만큼 받을 자격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잘 알죠 임창용선수. 임창용 선수같은 투수 어디가서 구할수나 있나요..잘 압니다 저희도"




관계자는 곤란한듯 헛기침을 쿨럭쿨럭 하다


다시금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이승엽 선수와 같은 선상에 놓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예산은 위에서 주는거라서요.

  

제 마음대로 할수 있는 일이 아니라, 저희도 참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창용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잠시만 바람 좀 쐬다 오겠습니다"




밖으로 나온 창용은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을 뽑았다.


무슨맛인지 느낄 정신도 없을만큰


창용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뜨거운 커피를 억지로 목구멍으로 넘기면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한참을 무작정 걷던 창용은


주섬주섬 휴대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예. 아버지. 안된답니다."




전화기속의 목소리가 화가 난듯


크게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처음부터 제가 이건 아니라고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아버지...저 같아도..승엽이만큼은.."




성난 목소리는 창용이 채 말을 마무리할 틈도 주지 않았다.


창용은 체념한듯 한참을 듣고 있을 뿐이었다.




"...예. 그렇게 한번 해보겠습니다."




전화를 끝낸 창용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이건 아닌데.'



창용은 고개를 가로져어 돌렸다.


잎이 다 떨어져 앙상한 나뭇가지만큼


창용의 마음도 춥기 짝이 없었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창용은 무겁게 입을 때었다.


처음엔 나즈막하게 시작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점점 언성이 높아져갔다.




"제가 이승엽보다 못한게 뭐가 있습니까. ?


마무리하라면 마무리했고!! 선발하라면 선발했습니다!!


나가라면 나갔고! 꾀 부린적 한번 없습니다!!!"




창용은 어느새 완전히 흥분한 모습이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했습니다!


이승엽이 그렇게 대단하면 이승엽보고 투수까지 다 하라하시지,


저는 왜 데리고 왔습니까! 왜!! "





말을 마친 창용은 속으로 아차 싶었다.



'승엽이를 욕하려고 한건 아닌데'



그저 생각보다 섭섭한 대접에 쌓여있던 울분을 터트리고 싶었을 뿐인데,


괜시리 승엽이를 욕하는 꼴이 되버린거 같아


창용은 다소 멋쩍어졌다.



"그러니까 제말은..."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창용은 하던 말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곳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승엽이 창용을 복잡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승엽..아.."







------------------------------------------------------------



집으로 돌아온 창용은


불도 켜지 않은 채


냉장고에서 차가운 맥주 한캔을 꺼냈다.



지친 몸을 쇼파에 누이고


잠시 생각에 잠겨있을 즈음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창용선배님. 저 지영입니다."



"응 지영아. 이 시간에 왠일이냐?"



"감독님이 지금 급하게 보자십니다.



아무래도 오늘 겜중에 싸인이 다 들킨거 같다고


급하게 수정하자십니다."



창용은 귀찮은듯 짜증섞인 목소리로 대꾸했다.



"들키킨 뭘 들켜. 그리고 내일 하면 되잖아."



"다른 하실 말씀도 있으신거 같고...


마침 제가 선배님 댁 앞입니다. 저랑 같이 가시죠 선배님"



창용은 발코니로 밖을 내려다보았다.


지영이 눈을 꿈뻑꿈뻑 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지영의 차를 타고 가는 도중


창용은 살짝 잠이 들었다.


급하게 마셨더니 맥주 한캔에도 적당히 달아오르는게


잠이 솔솔온다.



갑자기 시끄러워진 주변에 차가 멈췄다.


10분이 채 되지 않아서였다.



'아직 도착할 시간이 아닌데'



창용은 잠결이지만 '이상하다'라고 생각했다.


불현듯 잠이 달아나며 창용은 눈을 떴다.


차는 한 고깃집앞에서 멈춰있었다.



그리고 창용의 눈길이 닿은곳엔




[경 임창용 200세이브 축]




이라는 적힌 작은현수막이 고깃집 간판 밑에 달려있었다.




멀리서 승엽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임마. 주인공이 이렇게 늦으면 어떡하노."





승엽의 뒤로 다른선수들이 보였다.



이게 꿈인가 생신가.


창용이 어리둥절 할때 쯤,


지만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창용이형! 빨리 내려요 배고파 죽겠어요 형!"




-the end








(에필로그)




축하파티를 마친 승엽은


집으로 돌아와 주위를 살핀 뒤 조심스럽게 전화 한 통을 걸었다.



"끝났습니다."



"어 그래. 파티는 잘해줬나?"



"예 덕분에 잘해줬습니다. 돈 많이 쓰신거 아닙니까?"



"가는 어떻드노? 좋아하드나?"



"기분 좋아보였습니다."



"그래? 껄껄껄 그럼 그 이야기도 꺼내봤나? 기분 좋을때 살짝 꺼내보라 캤잖아"



"저기..오늘은 못했습니다.."





전화기 속 상대는 크게 실망한듯 한참을 아무 말이 없었다.




"(운영진 수정) 진짜.."





한참의 적막이 흐른 후 남자가 나지막히 욕을 내뱉자


승엽은 미안한 기색을 내보이며 말했다.




"조만간 하겠습니다. 은퇴 하는게 어떻겠냐... 그렇게만 하면 됩니까? 감독님"


----------------------------------------




이거야원 크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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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벽돌
15/05/05 00:10
수정 아이콘
아니 이게 뭐랍니까 제 손 어떡하죠? 크크크
그 유명한 "내만 봐라"를 읽으면 이보다 더 손발이 오그라들려나요
키스도사
15/05/05 12:31
수정 아이콘
https://namu.wiki/w/%EB%82%B4%EB%A7%8C%EB%B4%90%EB%9D%BC

한번 읽어보시길 크크크크크
티란데
15/05/05 00:21
수정 아이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15/05/05 00:22
수정 아이콘
류중일감독이 임창용선수 은퇴시키려고 한다는 이야기인가요?

선감독이었으면 더 재밌었을거같은데..
15/05/05 00:31
수정 아이콘
그럼 이미 이승엽은 은퇴했습니다..
전립선
15/05/05 00:38
수정 아이콘
저도 에필로그 부분에 경상도 사투리가 아쉬웠습니다. 전라도 사투리였다면! 각동니뮤ㅠㅠ
재문의
15/05/05 01:50
수정 아이콘
선감독님이었으면 이야기자체가 말도 안되죠.

이승엽 부터가 이미 자리가 없는데요?
동물병원4층강당
15/05/05 00:24
수정 아이콘
껄껄껄
삼성그룹
15/05/05 00:35
수정 아이콘
껄껄껄!(2)
15/05/05 01:26
수정 아이콘
던지는걸 보면 구위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역시 직구와 변화구 던질 시 팔의 각도가 다른걸로 선수들이 공략하는 걸까요?
저 신경쓰여요
15/05/05 01:36
수정 아이콘
크 역시 껄동님이야 껄껄하지
더스번 칼파랑
15/05/06 20:51
수정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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