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안 궁금해 하실 수도 있지만..
어제의 긴박했던 상황을 이제 정신을 좀 추스리고 정리해보려 합니다.
사건 배경:
와이프는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휴가를 받아 장모님을 모시고 아이와 함께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분명히 금요일날 온다고 했어요.
저는 간만에 가까운 곳에 사는 동지와 술판을 벌이려고 준비중이었는데 순수한 마음으로 지금쯤 어디서 아이와 놀고 있을까 궁금하여 제 차에 우연히(?) 설치된 커넥트 태그를 통해 위치를 확인하니 맹렬한 속도로 서울로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흔들리는 동맹 :
접근 경로상 춘천을 찍고 온 것으로 미루어, 다른 곳으로 놀러 가는 것일 수도, 아니면 결혼생활에서 곧잘 발행하는 기습상황일 수도 있는 군사이동 경로였습니다.
긴급하게 연합군에게 이 사실을 전파하고 술약속을 홀드 했습니다. 계속해서 경로를 확인하며 퇴근 전까지 최종 결정을 주기로 하고 계속해서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매복전술인가 주둔인가:
장모님을 댁에 모셔드리고 바로 집으로 이동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처가집에서 차량이 더 이상 이동하지 않습니다.
일전에 와이프에게 차에 커넥트 태그를 두었다가 어디 놀러갈때 아이에게 달아주겠다고 알려준 적이 있어 어쩌면 차량 위치정보가 노출되고 있음을 알고 있을 수 있습니다.
퇴근시간이 다가오면서 연합군에게 진군 여부를 통보할 시점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동맹에게 카톡을 보냅니다.
"OO 이는 뭐 하나..?"
숫자 1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매복이다! :
퇴근 5분 후 어쩔 수 없이 핫라인으로 통화를 시도하니 통화가 되었습니다. 누구도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대화가 시작됩니다.
" OO 이는 뭐하고 있어?"
"그냥 '쉬고'있지 뭐.."
'...매복이다!'
재빠르게 연합군을 물리고 후일을 기약하기로 한 뒤 집으로 돌아갑니다.
방심: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이내 폭우가 되었습니다. 아직 차량은 처가집에 있고.. 같은 단지에 사는 연합군은 지금이라도 진군이 가능할 터..
'분명 이런 폭우를 뚫고 아이를 태워 운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느새 시간은 오후 7시를 지나고 있고.. 원래는 퇴근길에 족발 대짜를 픽업해서 가려고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배달앱에서 지금이라도 주문하고 8시쯤 연합군을 오라고 하면 될 것 같았습니다.
연합군에게 다시 문자를 날려놓고 배달앱을 뒤지며 누가 진정한 우리동네 족발 맛집인지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최종 방어시스템 작동:
이번에는 무슨일인지 연합군의 응답이 없었습니다.
바로 근처에 있으니 합류는 얼마든지 가능하겠다 생각해서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주문을 날리고 연합군을 호출하려고 했습니다.
이제 집으로 가는 길에 집 앞 슈퍼에서 이슬 몇 병을 사고 족발 주문을 날리면 됩니다.
그리고 연합군에게 핫라인 연결을 시도 했습니다.
오후 7시 24분.
징.. 하는 울림이 느껴져 통화연결을 취소하고 알림메시지를 봤습니다.
'현관문 열림'
아뿔싸!!
현관문이 열리면 도어센서 알림을 받도록 설정을 해두었는데 그 알림이 도착한 것입니다.
저는 연합군에게 다음을 기약한다는 답을 송신한 후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이가 호비를 보고 있더군요.
와이프는 "아이가 아빠를 너무 찾아서.." 라는 설명과 함께 이번 여행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저는 와이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iot는 참 쓸모있는 거구나.. 라는 생각들을 했습니다.
1편
유부남 여러분 얼른 구매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