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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2/02 23:24:51
Name 불행
File #1 1575223491.jpg (44.1 KB), Download : 48
출처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nintendoswitch&no=1878394&s_type=search_all&s_keyword=%ED%9D%99%EC%88%98%EC%A0%80&page=1
Subject [텍스트] 인생 첫 게임기, 스위치를 사기까지의 여정 (수정됨)


동생들 많은 장남으로 자라오면서 장난감 같은것도 없었고 컴퓨터도 없던 어린 시절,
삼촌이 어디서 주워다준 고물같은 컴퓨터에 인터넷 가입할 돈조차 없는 상황에서
동네 친구네 형이 디스켓으로 옮겨다준 골드버전 해본게 처음이자 마지막 포켓몬이었다.

옛날 화곡역 내부에 부스처럼 되어있는 게임기랑 게임씨디 파는 가게가 있었는데
지금의 나만한 주인 청년 둘이서 외부 큰 모니터에 연결해 플스2를 했었다.
주말이면 하루종일 거기 앞에 서, 그들이 절체절명도시 하는걸 구경하는게 즐거움이었다.

용돈 받아본적 없이 자란 학창시절에 닌텐도니 PSP니 이런게 출시되고
학교에서 애들이 그런걸 가지고 놀던걸 부럽게 쳐다보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흘러 아저씨가 되고 집안도 괜찮아지고,
안정적인 직장도 생기고 숨통트고 살게 됐는데도

게임기 = 비싼 사치품 이란 인식이 흙수저 DNA 에 깊게 각인되어있더라.
그런데 이번에 소드실드 나온걸 보는데 너무 하고싶는거야,
퇴근하는 경로에 한우리가 있어서 가서 구경하다가
'살까? 에이 내가 뭔 게임기냐..' 이런 생각만 하면서 두번이나 발을 돌렸었다.

세번째에 산다고 말하고 핸드폰으로 계좌이체 버튼 누르려니까,
'내가 게임기를? 이런 사치품을 사도 될까? 이돈이면 동생이 필요하다고한 어쩌구 저쩌구……'

죄 지은것마냥 이런 생각이 들면서 엄청 두근거리더라.


결국 오직 나만을 위한 인생 첫 게임기를 샀다.


집에와서 상자만 보고있어도 막 웃음이 실실 나오더라.
기기만 혼자 한참을 만지작거렸다.

포켓몬 실행해서 초반부 진행하고 있는데도
너무 재밌고 엄청, 벅차오르더라.
모두들 즐스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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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대법관
19/12/02 23:26
수정 아이콘
처음으로 제가 번 돈으로 게임기 샀을때의 그 충격적인 감동이 떠오르네요
플스4 사서 세팅해놓고 아침저녁으로 어루만지고 패드를 품에 안고 잠들었습니다
cruithne
19/12/02 23:28
수정 아이콘
저도 돈 벌고 처음 산 콘솔이 플4였는데, 기분이 묘합디다...
잘먹고잘싸는법
19/12/02 23:32
수정 아이콘
저도 어렸을때 레고가 그렇게 갖고싶었었는데
조카꺼 대신 조립해주고나니
이젠 갖고 싶어지지 않아졌습니다...?
삼촌한테 시키지 마라 악마야 ㅠ
야크모
19/12/03 09:11
수정 아이콘
저도 어렸을때 프라모델을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삼촌 대신 탱크 바퀴만 수십수백개 만들다 보니
어째 만들고 싶어지지 않아졌습니다...?
조카한테 시키지 마라 악마야 ㅠ
비오는풍경
19/12/02 23:34
수정 아이콘
기기에 관심이 많다보니 콘솔 소식엔 빠삭한데 정작 콘솔을 구매한 것은 십수년전 엑박 오리지널이 마지막입니다.
Horde is nothing
19/12/02 23:40
수정 아이콘
게임보이 얼마나 가지고 싶던지 크크
플스 스위치 삿는대 vita도 메모리 장난만 안했으면 사서 영전했을건대 --
김보노
19/12/02 23:44
수정 아이콘
저도 올 초부터 스위치 살까말까 하다가 포켓몬 나와서 지난 주말 신품 스위치를 질렀습니다.
포켓몬 하는데 정말 재밌고.. 이게 뭐라고 그렇게 고민했을까 싶어요.
어릴 적 친구들이 게임보이로 포켓몬 하던거 옆에서 부럽게 구경하기만 했었는데 이젠 마음껏 할 수 있네요
부모님좀그만찾아
19/12/02 23:44
수정 아이콘
어렸을때 플스2사고 운거 생각나네요. 그때 산게 메기솔2하고 스맥다운 히어컴스더 페인이었는데
첫 포장 뜯었을때 그 두근거림이란 평생갈거 같습니다.
술마시면동네개
19/12/03 00:28
수정 아이콘
어릴적 삼성겜보이 이후 제 돈주고 비타랑 플포프로 구매햇을때 제 감동과 비슷하시군요 크크
티모대위
19/12/03 00:59
수정 아이콘
옛날에 진짜 일생 소원으로 여겼고 결국 부모님께 엄청나게 졸라서 샀던 12만원짜리 게임보이 칼라 생각나네요... 그때는 정말 세상을 다 가진 듯했죠. 지금은 그 비슷한 수준의 게임기를 제가 직접 만들수도 있게 됐는데. 6만원짜리 팩 두개 가지고 진짜 진득하게도 했습니다. 포켓몬 골드는 플레이타임이 600시간이 넘었었죠. 일본판이라 글도 못 읽는데요.

정말 애지중지했던 그녀석 이후로 처음 산게 바로 스위치네요. 게임기가 사치품이라고 저도 생각해왔는데, 좀더 생각해보니 한달 허리띠 졸라매면 본체에 타이틀에 주변기기까지 살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자마자 질렀습니다. 게임보이 칼라가 전부였던 콘솔 인생에서 이제 제돈 써서 마음껏 취미생활을 하니까 이제야 자유를 얻은 듯하더라고요.
19/12/03 01:20
수정 아이콘
사촌집이 사업을 하다보니 여유가 있어서 온갖 콘솔게임기가 다 있었습니다.
심지어 네오지오까지...
어린나이에 너무부러웠지만 전 부모님께 조르지 못하겠더라구요.
저희집은 평볌하다가 아이엠에프이후 힘들어져 제가 용돈모아 산 컴퓨터가 전부였고 콘솔 게임기는 사치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게 마음에 한처럼 묻어 두었었습니다.
무려 작년까지두요.
와이프랑 대화를 하다가 저 이야기를 지나가듯 가볍게 하소연했었는데 와이프가 마음에 걸렸었나봐요.
저몰래 조금씩 돈을 모아 플스4를 사주더군요.
그 날은 정말 잊지못할 하루였습니다.
플스와 타이틀을 사서 나오는데 눈물이 날거 같더군요.
이게 뭐라고 그렇게 고민을 했었는지..
이거만으로도 전 평생 와이프한테 충성하고 살기로 했습니다.
아이유
19/12/03 01:48
수정 아이콘
제가 제일 처음으로 산 게임기는 초딩..아니 국딩 시절 구입한 중국산 패미컴 짝퉁과 합팩 하나였습니다.
공부잘하고 착하게 심부름 잘하고 같은 이루어지지 않을 공약을 걸고 몇달간 조른 끝에 동네 게임샵 같은 곳에서 구매했죠.

근데 티비에 연결을 못해서 하루만에 반품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주 간단한 노랑 빨강 흰색 AV선 연결하고 티비 외부입력 눌러서 하면 되는걸 그땐 몰라서
엄마, 아빠, 삼촌, 이모 다 들러붙어서 해봐도 방법을 몰라 결국 반품...
그때 분명 집에 비디오도 있었고 그것도 AV 연결했을텐데 왜 게임기는 연결 못했을까 참 아쉽습니다. 허허

그 뒤에 고딩때 추석 용돈으로 산 게임보이가 사실상 첫 게임기였고,
대학교때 여름방학 알바비로 산 플스1, 복학하고 산 플스2, 직장인때 산 플스3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네요.
회전목마
19/12/03 06:49
수정 아이콘
저도 닌텐도 2DS XL 샀을때 딱 저느낌이었는데 ㅠㅠ
19/12/03 08:31
수정 아이콘
저도 첫 직장 얻고 나서 산 첫 게임기 느낌이 나네요 흐흐
굳이 오프라인 매장으로 가서 사버렸던 추먹이 있습니다.
19/12/03 09:52
수정 아이콘
크크 제 작년과 비슷하네요.. 전 작년 레츠고때 한정판 똬악... 플스는 없지만 포켓몬은..! ds를 못사고 스위치로 바로갔네요.
(정작 포켓몬은 별로 안하고 젤다.. 젤다를 구하라..!!!)
11년째도피중
19/12/03 15:14
수정 아이콘
가슴에 손을 얹고... 정말로 젤다를 구하기 위해 절박하게 노력하셨습니까? 크크크
일단 전 아님.
19/12/03 15:16
수정 아이콘
모르고 젤다 구했다가 다시 뒤돌아서서 천하를 즐겼....아직 구하긴 일러...
고물장수
19/12/03 17:30
수정 아이콘
한국시장에서 콘솔게임이 흥하지 못했던 이유가 절절히 흐르네요.

스마트폰은 카톡하려면 있어야되고 pc도 이런저런 핑계로 살 수 있지만...
게임기는 오로지 여가와 취미를 위한 기계니까요.
한국인에게 잘 허락되지 않는... 재충전과 마음의 양식을 쌓는 시간이지만 우리에겐 허송세월이라 불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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