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4/12/06 14:48:48
Name THE LAKE
Subject [후기]KTF프리미어리그 - "NaDa 와 Reach"
1.Intro...

내 기억속의 첫사랑은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22살의 늦은 나이에 시작했고 상대는 5살 연상의 어느 직장인이었다.
보통의 연인들처럼 서로의 입장과 상황을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운 상황속에서
2년이라는 긴 기다림끝에 나를 허락한 그녀와의 교제는 그리 오래가지 못해 끝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다시 한번 하겠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 이라고 말하겠다.

첫사랑이 그리운건 단순하게 만났던 이성의 문제가 아닌 그 시절의 자신의 모습과 관련이 있는것은 아닐까?
지금보다 패기있고, 열정이 있는.
그리고 지금보다 젊음이 충만해던 그 시절.
첫사랑의 이성이 그리운것보단 첫 사랑을 했던 나 자신의  젊음, 그 열정이 그리운것은 아닐까?

물론 지금도 나는 젊다.
하지만 그 때는 '더' 젊었다.





2.다시 만난 첫사랑-[ReD]NaDa

과거의 나다는 참 강했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강하다.
하지만 과거의 나다는 '더' 강했다.

그저 강하다는 말 이외에는 다른 말이 어울리지 않을만큼
계속해서 토해내는 물량과 100분의 1초를 잡아내는 타이밍, 약한부분과 강한부분을 감지하는 센스까지.

무척 강했다....
.......
....
..
다시는 볼 수 없을 줄 알았다.

첫사랑은 추억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는 사람들의 말.
다신 만날 수 없기때문에 더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사람들의 말.
그것은 모두 진실이다.

절대 지워지지 않는 첫사랑처럼 나다의 강함을..
요 몇일간 보리라고는 정말 예상치 못했다....





3.역할론 - 마인

한 가정에는 가장이 있다.
시대가 많이 바꼈지만 아직도 나의 머릿속에는 아버지가 돈을 버시고,
어머니가 집안일을 하시며 아이들을 돌본다.
자식은 공부 열심히하고 나이가 들면 직장을 구하게되고 어렸을 때 받았던 고마움을 하나씩 갚아나간다.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때 행복한 가정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에서 마인의 역할은 무엇일까?
옵저버가 없는 드라군의 발을 묶어두는 것이 일감으로 떠오른다.
다크템플러와 리버드랍을 막는 용도로 사용되는것도 어렵지 않게 생각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 일꾼을 잡는 용도로 만들어 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초반 드라군 자폭으로 미네랄 끝자락의 마인은 모두 제거했다고 판단한 리치의 미스와
마인쪽으로 드라군을 유인한 나다의 센스가 마인의 역할을 바꿔버린 한판이었다.

사실 멀티가 아닌 팩토리를 하나 더 선택한 나다의 후반운영이 더 탁월했다고 본다.
무리한 멀티를 시도하다 병력 다 잃어 다시 원점으로 만드는것보단 조금 늦더라고 병력갖추어 바로 압박하며 멀티한다는 계산.
개구리가 움크리는 것은 보다 더 멀리뛰기위해서라고 누가 말했던가?...


...토스 팬들은 pgr에서의 이분의 아이디가 떠오르지 않았나 싶다...

'벌처는 사기' -_-;;





4.심리전

OSL 4강 4차전에서 우브를 제압하던 리치의 모습은 퍼펙트했다.

적절한 시간에 건설된 캐논
적절한 시간에 생산된 드라군의 수
적절한 시간에 들어간 공격까지

나다는 얄밉다.
만약 듀얼에서 박지호선수와의 경기를 이날의 경기까지 생각해서 짜온거라면
나다는 정말 얄미운 선수다.

나다의 살짝 비틀어버린 초반 경기운영덕분에 위에서 살펴봤던 리치의 운영 역시 살짝 꼬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커맨드센터보단 배럭을 하나 늘린 나다에 리치는 많이 꼬였다.

테란의 언덕에 자리잡고 있던 병력이 얇아질수록 리치의 승리를 믿는 사람들의 믿음 역시 얇아졌을 것이다.





5.화룡점정

스타크래프트에서 맵이라는 것은 그것이 사용된 시간에 비례하여 다양한 전략,전술을 내포하고 있다.
노스탤지어는 제법 오래된 맵이다.
예전부터 변함이 없는 것중 하나는 테란의 진출을 다리에서 막아야 한다는 것이고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것은 토스는 테란의 사잇길을 건물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리치는 첫번째것엔 매우 충실했지만 두번째것은 잠시 잊어버린듯 했다.

마지막으로 용의 눈을 그려 그림을 완성했다는 화룡점정.

프루브옆에 마인을 심는 그 순간.
프리미어리그 준플레이오프는 3:0으로 끝나가는 것을 의미했다.





6.후~ 난감하군요

난감하다.
오늘처럼 플레이하는 나다를 어떡하면 이길수 있는 것일까?
후~ 난감하군요..

봉인에서 깨어난 듯한 머쉰의 질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나다의 팬들로써는 즐겁겠지만
상대하는 선수와 팬 입장에서는 대략 난감하다;;




-3줄요약.

윤열아 수고했다. 이제 연생이만 잡자.
서지훈의 듀얼탈락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무플은 좋지않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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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2/06 14:51
수정 아이콘
후기 잘 봤습니다.^^
어제 이윤열선수는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였죠.
이뿌니사과
04/12/06 14:54
수정 아이콘
나다가 의심할 여지 없이 잘했겠지만..
리치 팬입장에서 3-0은 상상하기 어려웠던 결과네요. ㅜ.ㅜ
리치는 힘내서 다음 스타리그 우승하고 ^^
나다는 프리미어 우승하시길.
이직신
04/12/06 15:55
수정 아이콘
이윤열선수의 기세... 플미어리그 5연승할때도 이와 같은 기운이 느껴졌지만.. 그땐 에버배 탈락이후 또 주춤했었죠. 이제는 쭉 갔으면 합니다.. 이윤열이여~ 영원하라~
★Different
04/12/06 16:05
수정 아이콘
충분히 좋은 글이네요~~
스타와는 관계없이 첫사랑 얘기 나오니까 나도 모르게 첫사랑이란것에대한........

서지훈선수 저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듀얼탈락은 진짜 충격이었고...아쉬웠습니다...

윤열선수는...그 잃어버렸던 자신감들...점점 찾아가는것 같아서 보기 좋네요^^
이별없는사랑
04/12/06 16:30
수정 아이콘
어제 이윤열선수의 플레이가 더 난감한 것은...
짜온 빌드가 아닌 게임 도중 생각나는대로 플레이했다는 것이죠...
요시오카세이
04/12/06 16:37
수정 아이콘
좋은 후기 잘봤습니다~^^;; 잘쓰셨네요~ 어제 나다의 플레이는 한마디로...' 후....난감하네요... ' 그 자체였죠...^^;; 최강의 포쓰..
finethanx
04/12/06 17:17
수정 아이콘
저도 후기 잘 봤습니다. 봉인에서 깨어난 듯한 머쉰 덕택에 무한 잠수모드이던 저도 깨어나서 어제 오늘 신나게 리플달고 있습니다. 하하 ^^;;

근래의 나다 경기에선 특유의 닥치고(-_-;) 공격 스타일이 안나오는 대신, 무한 확장식의 전략이 많았는데요. 전자의 다이나믹함에 혼을 뺐겼던 저인지라;; 이제 나다 특유의 스타일을 볼수는 없는건가 하는 욕심을 부리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런데.......바로 그렇게 해주네요. ㅜ_ㅜbb 암울한 일상의 한줄기 빛;;이었습니다.
04/12/06 17:37
수정 아이콘
음, 김정민 선수를 응원하는 입장에서 요즘 나다의 플레이를 보면 걱정이 태산입니다.
MSL 위너스 4강에서 붙게 되는데, 김정민 선수도 상승세지만 이윤열 선수의 요즘 기세는 정말...
지옥의 스케쥴 속에서 흔들릴 법도 했건만 결국 다 승리를 일구어냈네요. 그야말로 대단한 선수입니다^^
아케미
04/12/06 18:25
수정 아이콘
휴, 경기를 못 보았는데 얼마나 압도적이었을지. 나다가 너무 강해서 싫다고 했던 이야긴 옛말, 이제는 그 무시무시한 강함을 다시 보고픕니다. 재방송아 기다려라…
참, 언제나 독특하고 재미있는 후기 잘 읽었습니다. ^^
연두볼펜
04/12/06 18:3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요즘 이윤열 선수 경기를 보고 있자면 "와~ 너무 잘한다..." 라는 말 밖에는.....
04/12/06 19:11
수정 아이콘
나다는 죽음의 스케쥴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스타일인가봅니다.
다른 게이머들 처럼 정말 한두개는 포기할법도 했는데,,

다시금 나다 날아오르나요?
카이레스
04/12/06 21:59
수정 아이콘
멋진 후기 잘 보고 갑니다. 정말 잘 쓰시네요.

이윤열 선수 아직 부족합니다. 좀 더 많이....예전 이상의 절대 강함을 다시 한번 보여주세요. 예전보다 더 강하게...더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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