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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5/07 12:03:09
Name The xian
Subject [스타2 협의회 칼럼] [The xian의 쓴소리] You are not prepared.
* 이 칼럼은 2011년 1월 3일에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어제 2011년 스타크래프트 2 리그의 출범을 알리는 개막전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지난 세 번의 오픈 시즌에서 보여준 열기와는 다르게, 장충체육관의 모습은 매우 한산했고 중계진들의 목소리나 관중들의 환호성 역시 힘이 많이 빠져 있었습니다. 관중 수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흥행 문제에 대해 비판한(비난이 아닌) 기사도 있었습니다만 제가 집계를 해 본 것이 아니니 관중 수에 있어서는 말하지 않으려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한두 명 더 들어왔냐 아니냐 하는 것을 시시콜콜하게 말하는 것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기도 하고요.

지난 번 칼럼(The Live)이라든지, 그 동안 사적으로 관계자 분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는 GSL이 앞으로 흥행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방송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일관성 있게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GSL 2011 투어는 작년의 오픈 시즌에 비해 더 많은 방송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았거니와, 그나마 있는 방송 기회를 홍보하는 데에도 지난 오픈 시즌보다 퇴보한 모습을 보였고 그것이 개막전의 흥행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GSL에 관심을 가지는 팬들의 수가 원래부터 적었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GSL은 오픈 시즌에 이미 개막전이나 결승전 등의 오프라인 행사에서 3천명 이상의 관중을 동원했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이번의 흥행 부진은 '더 많은 기회'가 확보되지 않은 것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특히 관중 수의 감소 문제는 - 아무리 지금까지의 오프라인 행사 수가 적다 해도 - 매우 경각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홍보의 부재가 매우 큰 악재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뉴스들의 경향을 봐도 쉽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저는 포털사이트 등의 검색창에 'GSL' 이라는 검색어를 쳐서 지난 시즌 3 결승전이 끝나고 어제까지의 기간 동안 나왔던, 'GSL'이라는 검색어가 들어있는 뉴스 중 150여개 이상의 뉴스들을 읽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뉴스들 중 대개는 앞으로의 GSL을 홍보하는 뉴스들이 아니라, 죄다 연말 게임계 10대 뉴스 등의, 결산 뉴스에서 언급된 지적재산권 이야기나 이미 치러진 GSL 오픈시즌 이야기들 뿐이었습니다. 반면 새로운 GSL 2011 투어 이야기는 이런 연말 결산 뉴스 등에 묶여 정말이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즉, 미래의 GSL이 더 알려져야 할 시기에 과거의 GSL 이야기가 더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GSL 2011 투어의 시작을 전후해서는 대다수 e스포츠 커뮤니티에서 언제 GSL 개막전이 시작하는지도 몰랐다는 이야기를 쉽게 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커뮤니티 활동 등을 하지 않는, 주목도가 낮은 관중들은 더 알기 어려웠을 것이며, 그렇게 생각한다면 적잖은 e스포츠 팬들은 GSL 2011 투어가 언제부터 개막하는지도 몰랐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지요. 연간 계획이 이미, 그리고 매우 어렵고 빡빡하게 잡혀진 상황에서 그것을 돌이키는 것은 매우 어려우셨을 수도 있습니다만, 감히 말합니다.

이번의 준비 없는 대회 개막은 매우 무모했고, 선수들의 노력을 빛바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개막전 당일 오프닝 세레모니에 참석한 모든 코드S 선수들과 코드 S를 바라보는 코드 A 선수,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스타크래프트 2 프로게이머 지망생들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안일하게 대회를 준비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꿈과 비전을 위해, 새로운 가능성을 위해 자신들의 청춘과 기득권과 돈과 시간을 던지고 더러는 기존 e스포츠계의 배척까지 감수하며 그 자리에 온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는 지금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가 처한 어려움을 모르지 않습니다. 필요성을 알고 있음에도 진척이 늦을 수밖에 없는 속사정도 있겠고, 지적재산권 분쟁의 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헤게모니 싸움으로 몰고 가며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를 이벤트리그나 e스포츠가 아닌 것처럼 취급하는 언론이 상당 수이니 홍보도 쉽지 않을 것이며 게임 전문 채널 역시 스타크래프트 2 리그를 배척하고 있죠. 그렇지만 그런 상황이라고 해도 이른바 '본게임'에 들어간 이상 그런 악재는 극복의 대상이라면 모를까 책임을 면할 수 있는 방패막이가 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당장에 필요한 것들이 여럿 있습니다.

첫째. 케이블, IPTV, 공중파 등에서 더 많은 방송기회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건 하루라도 빨리 하셔야 하는 것입니다. 이른바 'ASAP.'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방송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하루가 늦어지면, 그 하루 늦어지는 만큼 사나흘씩 리그가 퇴보한다는 위기의식을 가지셔야 합니다. 방송기회의 확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정규 리그 진행은, 게임으로 따지자면 비공개 서비스 때 서버 대여섯 개가 미어터졌던 게임을 공개 서비스를 하면서 겨우 서버 한 개 열어두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한 셈입니다. 지금은 오픈시즌이 아닙니다. 본게임입니다.

둘째. 지적재산권 문제를 빠르게 매듭지어야 합니다. 블리자드가 협상의 여지를 말했음에도 되레 법적 인정을 받고 싶다고 적반하장격으로 나서는 그들에게 설령 1심에서 승소한다 한들, 그들은 시간을 끌기 위해 항소나 상고를 할 것이고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 법정 공방에서 이긴다 한들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고개를 숙이면 스타크래프트2 e스포츠는 타 종목들처럼 KeSPA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지요. 그러므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포함한 모든 강온전략을 동원해서 문제를 조기에 매듭지어야 합니다. 협상으로, 시간을 두고 해결할 시기는 이미 예전에 지났습니다.

셋째. 홍보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과거 오픈시즌 때의 흥행력만을 생각하고 이번 GSL 2011 투어 개막전 때처럼 개막전을 하는지 아닌지도 모를 만큼 어정쩡한 이름 알리기를 하게 되면 또 다시 이런 오프라인 이벤트가 있다고 해도 선수는 선수대로 힘만 들고 돈은 돈대로 들고 경기장의 반응은 반응대로 차갑게 될 것입니다. 정규 투어의 시작입니다. 그에 맞는 GSL의 브랜드 및 이름 알리기가 필요합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온정을 접고 냉정하게 말하겠습니다. 시작한 이상 이미 늦었고, 여기에서 더 지지부진한다면 더 늦게 될 것입니다. 저는 스타크래프트2 e스포츠가 더욱 발돋움해 나가도 아쉬울 판에, 뒷걸음질치는 광경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는 이제 막 시작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준비가 되지 않은 리그를 용인해주는 e스포츠 초창기가 아닙니다. 시청자들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마니아들의, 커뮤니티의 피드백에만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으로 리그의 진행이 잘 이루어질 시기 역시 지난 지 오래입니다. 지금은 본게임이고, 정식 서비스이며, 공개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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