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2/05/30 18:10:10
Name VKRKO
Subject [실화괴담][한국괴담]삼풍 백화점 - VKRKO의 오늘의 괴담
*DECRO님이 투고해 주신 이야기입니다.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저에게는 너무나도 생생한 일입니다.

모두들 삼풍 백화점 붕괴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수백명의 사상자를 내며 하루 아침에 건물이 무너져버린 그 사건을요.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그 사건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삼풍 백화점이 무너지던 바로 그 날, 어머니랑 사촌 누나와 삼풍 백화점에 갔습니다.

제가 살던 곳은 서초구 반포동의 미도 아파트여서, 삼풍 백화점은 걸어서 갈 수 있는 매우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 삼아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돌아올 때는 아버지와 삼풍 백화점 식당가에서 저녁을 먹고 차를 타고 돌아올 생각이었습니다.

지금 떠올려보면 삼풍 백화점은 꽤나 멋진 곳이었습니다.

물론 건축 상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었겠지만, 어린 제가 봐서는 알 수가 없었죠.



들어가자마자 꽤 커다란 홀이 있고, 홀을 기준으로 건물이 좌우로 나뉘었습니다.

지하로 내려가면 서점과 잡화점이 있었고, 식당가도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걸어서 삼풍 백화점에 들어가기 위해 길을 건너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우리 앞에 택시가 섰습니다.

거리 가득 차가 있었지만, 그 전까지 택시는 한 대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길을 건너려는 순간 세 사람 앞에 택시가 선 것이었습니다.



누구도 택시를 부르기 위해 손을 들지 않았고, 택시 기사와 눈이 마주치지도 않았습니다.

애초에 택시 기사들은 운전을 난폭하게 하는 경우는 종종 있더라도, 보행자 신호등이 파란 불이 되어 사람들이 길을 건너면 다른 손님을 찾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 택시는 파란 불이 되어 반대편으로 건너가는 사람들 앞을 가로막으며 우리를 태웠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 셋 모두 삼풍 백화점에서 무엇을 살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택시를 탔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택시가 길을 건너는 사람 앞을 막아선다면 놀라거나 화를 낼 텐데도 말이죠.

방금 전까지 백화점에서 할 쇼핑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두 택시에 올라 탄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남부 고속 터미널 옆에 있는 갤러리아 백화점 지하로 가서 우선 청바지를 사기로 했습니다.

삼풍 백화점과 그 곳은 매우 가까웠기에 금새 도착했습니다.

저는 가장 왼쪽에 타고 있었고, 가운데에 어머니, 그리고 가장 오른쪽에는 사촌누나가 타고 있었습니다.



갤러리아 백화점에 도착해, 오른쪽 문을 열고 사촌누나와 어머니가 내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내리고 나서 문을 닫으려고 뒤돌아 본 순간 택시가 사라져 있었습니다.

택시 자체가 꽤 낡은 택시였기 때문에, 탈 때 문을 닫으면서 소리가 꽤 크게 났던 것이 생생했는데 그 사이 택시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누군가 택시에 타서 떠난 것이라면 분명 문 닫히는 소리가 났을 것이고, 애초에 제가 뒤돌아 보았을 때는 차와 차문 사이에 제가 있었기 때문에 문을 닫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엔진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차가 그냥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그 때는 그냥 별 생각 없이 백화점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삼풍 백화점이 무너졌습니다.

물론 갤러리아 백화점에 있던 사람들은 전혀 사고에 관해서는 몰랐고, 라디오에서 삼풍 백화점에 붕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어머니께서는 그냥 지붕의 상판 하나가 떨어져서 사람이 좀 다쳤나보다 하실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4층 가전 코너를 지나가는데 왠지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TV 판매관 앞에 직원들이 모두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그래서 그 쪽으로 가서 TV를 보니 처참한 붕괴 현장이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TV 한 구석에는 삼풍 백화점 붕괴라는 뉴스 자막이 떠 있었죠.



제가 알고 있던 분홍색의 백화점은 온데간데 없고, 마치 전쟁 영화에서나 나올 듯한 처참한 폐허 뿐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사태를 깨달은 저는 어머니께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왜 하늘에 헬리콥터들이 수없이 날아다니는지, 구급차와 소방차 소리가 왜 이렇게 계속 울려 퍼지는지, 삼풍 백화점 쪽으로 가는 모든 교통이 통제가 되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택시가 우리를 살린겁니다.

그 이상한 택시가.

사라진 이상한 택시가 말입니다.



도대체 그 택시는 무엇이었을까요?

참고로 아버지는 원래대로라면 붕괴 시간 직전에 삼풍 백화점에 도착하셔야 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 갑자기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아무 말 없는 전화들이요.

그리고 언제나 들으시는 뉴스 라디오 방송의 속보를 듣고, 가족들이 무너진 백화점에 있던 것으로 생각하고 망연자실해 계셨다고 합니다.

다행히 우리 가족은 모두 무사했지만, 과연 아버지에게 전화를 건 것은 누구였을까요?






영어/일본어 및 기타 언어 구사자 중 괴담 번역 도와주실 분, 괴담에 일러스트 그려주실 삽화가분 모십니다.
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 http://vkepitaph.tistory.com )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 http://cafe.naver.com/theepitaph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2/05/30 18:44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이 배경이라 더 재미있네요. 조상님이 도와주신 거였을까요?
Abrasax_ :D
12/05/30 22:5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냉면과열무
12/05/31 00:40
수정 아이콘
비슷한 이야기일수도 있는데, 예전에 자주갔던 소규모 친목 커뮤니티에서 어떤 분이 써주신 경험담이 생각납니다.

어머니랑 동생이랑 여느때처럼 삼풍백화점으로 쇼핑을 갔는데, 그날따라 어린 동생이 자꾸 보채더랩니다.

누나 자꾸 흙냄새 나.. 나가자..

평소 이러지 않았던 동생이라 이상하기도 하고 해서 백화점을 나섰다고 해요. 집에 와서 tv를 보니 속보로 백화점 붕괴 소식...
거간 충달
12/05/31 08:13
수정 아이콘
균열시의 먼지를 맡았던것 아닐까요? 비가오기 시작할때 빗물에 튀긴 흙냄새를 맡는 것처럼요.
지옥의마검랑
12/05/31 08:40
수정 아이콘
저희 할머니댁이 삼풍백화점 근처라서 종종 삼풍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곤 했는데요. 붕괴되던 날 저희 집인 반포에서 친구랑 둘이 택시를
타고 삼풍백화점으로 가고 있던 도중... 무너졌다는 속보가 라디오에서 들리더군요. 10분이라도 빨리 갔다면 큰일날뻔한 기억이 있습니다.
내사랑 복남
12/06/12 17:08
수정 아이콘
호홀...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470 [번역괴담][2ch괴담]귀신 들린 게임 - VKRKO의 오늘의 괴담 [6] VKRKO 7900 12/06/04 7900
469 [번역괴담][2ch괴담]반장의 비밀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7448 12/06/02 7448
468 [번역괴담][2ch괴담]동창회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7562 12/05/31 7562
467 [선비와 구렁이 20편]-완결 [5] 지옥의마검랑6759 12/05/31 6759
466 [선비와 구렁이 19편] 지옥의마검랑6037 12/05/31 6037
465 [실화괴담][한국괴담]삼풍 백화점 - VKRKO의 오늘의 괴담 [6] VKRKO 8702 12/05/30 8702
464 [선비와 구렁이 18편] 지옥의마검랑5890 12/05/30 5890
463 [선비와 구렁이 17편] 지옥의마검랑5743 12/05/30 5743
462 [번역괴담][2ch괴담]빗소리 - VKRKO의 오늘의 괴담 [25] VKRKO 7184 12/05/29 7184
461 [선비와 구렁이 16편] 지옥의마검랑5568 12/05/29 5568
460 [선비와 구렁이 15편] 지옥의마검랑5790 12/05/29 5790
459 [번역괴담][2ch괴담]현수교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6813 12/05/27 6813
458 [선비와 구렁이 14편] 지옥의마검랑5965 12/05/24 5965
457 [선비와 구렁이 13편] 지옥의마검랑5733 12/05/24 5733
456 [번역괴담][2ch괴담]강제헌혈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7692 12/05/23 7692
455 [선비와 구렁이 12편] [2] 지옥의마검랑5893 12/05/23 5893
454 [선비와 구렁이 11편] 지옥의마검랑6023 12/05/23 6023
453 [번역괴담][2ch괴담]의뢰인 - VKRKO의 오늘의 괴담 VKRKO 6681 12/05/22 6681
452 [선비와 구렁이 10편] 지옥의마검랑5768 12/05/22 5768
451 [선비와 구렁이 9편] 지옥의마검랑5680 12/05/22 5680
450 [번역괴담][2ch괴담]다진 고기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7235 12/05/21 7235
449 [선비와 구렁이 8편] 지옥의마검랑5625 12/05/21 5625
448 [선비와 구렁이 7편] [1] 지옥의마검랑5772 12/05/21 577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