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2/06/29 21:14:34
Name VKRKO
Subject [청구야담]오래 된 무덤을 지켜준 최규서(憑崔夢古塚得全) - VKRKO의 오늘의 괴담
봉조하 최규서가 젊을 적에 용인에 살았는데, 한 민가에서 친구들과 함께 과거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하루는 친구들이 모두 놀러가고 최규서만 혼자 앉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거동과 모습이 뛰어나게 훌륭한 한 관인이 여러 사람을 거느리고 들어오더니 상석에 가서 앉았다.



최규서가 그의 옷을 보니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옷이었다.

몹시 괴이하게 여긴 최규서가 물으니 그 사람이 대답했다.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 고려 때의 선비라오. 실은 내 집이 이 민가의 서쪽 방 밑에 있는데, 이 집 주인이 아침저녁으로 내 집 위에서 불을 때서 견딜 수가 없구려. 손자 한 놈은 그만 한 쪽 허벅다리가 다 타 버렸을 정도라오. 그대가 나를 위해 이 집을 옮겨서 우리 집안을 도와주지 않겠소? 그렇게만 해준다면 내 비록 죽은 넋이나 반드시 결초보은 하리다.]



최규서가 말했다.

[그대는 어찌하여 친구들과 내가 함께 있을 때 말하지 않고 하필 나 혼자 있을 때 찾아온 것이오?]

[다른 사람들은 정신력이 약하여 말하기가 어려웠소. 그대는 다른 이들보다 재주가 훨씬 뛰어난 까닭에 그대가 혼자 있는 틈에 이렇게 찾아온 것이오.]



최규서가 흡족해하며 말했다.

[내 한 번 해보리다.]


이 말을 들은 관인은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다음날 최규서는 주인을 불러 물었다.

[혹시 네가 이 집을 지을 때 무언가 이상한 것을 보지 않았느냐?]

주인이 대답했다.



[서쪽 방 아래가 무덤이 아닌가 의심이 갔습니다만, 세상 사람들이 말하기를 옛 무덤 위에 방을 만들면 심신이 안정된다길래 그대로 방을 만들었습니다.]

최규서가 말했다.

[내가 이상한 꿈을 꾸었는데, 만약 자네가 서둘러 이사가지 않는다면 반드시 큰 화를 입을 것이네.]



주인이 이사갈 돈이 없다고 하자, 최규서는 곧 엽전 15 꿰미를 빌려와서 그 날로 이사를 가게 했다.

그 후 관인이 밤을 틈타 최규서의 집으로 찾아와 감사하는데, 몹시 기뻐하며 감격하였다.

관인이 말했다.



[그대는 반드시 큰 귀인이 되어 오복을 두루 얻을 것이오. 다만 지위가 판서에 이르렀을 때는 반드시 사퇴해야만 제대로 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그대에게 닥칠 화 또한 어마어마할 것이외다.]

최규서는 이 말을 항상 마음 속에 담아두다가, 관인의 말에 따라 판서가 되자 곧 사퇴하였다.

그리고 은퇴하여 용인에서 즐거이 살았다고 한다.




원문 및 번역본 :  http://koreandb.nate.com/life/yadam/detail?sn=47




영어/일본어 및 기타 언어 구사자 중 괴담 번역 도와주실 분, 괴담에 일러스트 그려주실 삽화가분 모십니다.
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 http://vkepitaph.tistory.com )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 http://cafe.naver.com/theepitaph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테페리안
12/07/01 19:53
수정 아이콘
뭔가 정신 못 차리고 계속 벼슬하다가 위기가 찾아오고 그제서야 아! 은퇴해야하지! 하고 은퇴해서 즐겁게 살았다를 생각했는데....
치고 빠지기가 벌처견제와 같군요 크크
아나키
12/07/01 20:23
수정 아이콘
[다른 사람들은 정신력이 약하여 말하기가 어려웠소. 그대는 다른 이들보다 재주가 훨씬 뛰어난 까닭에 그대가 혼자 있는 틈에 이렇게 찾아온 것이오.]
최규서가 흡족해하며 말했다.
[내 한 번 해보리다.]

이 대목에서 사회생활의 가르침을 얻고갑니다... 부탁할때는 넌지시 아부를 해라....
12/07/09 15:31
수정 아이콘
치고 빠지기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493 [번역괴담][2ch괴담]택시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7521 12/07/15 7521
492 [번역괴담][2ch괴담]피부 박리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7764 12/07/13 7764
491 [청구야담]사람을 환생시킨 애가(起死人臨江哀輓)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7243 12/07/12 7243
490 [번역괴담][2ch괴담]숲의 나쁜 요정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7315 12/07/09 7315
489 [번역괴담][2ch괴담]뒤를 보지 않는 남자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7620 12/07/07 7620
488 [번역괴담][2ch괴담]사랑의 결실 - VKRKO의 오늘의 괴담 [14] VKRKO 8303 12/07/04 8303
487 [번역괴담][2ch괴담]드럼통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8246 12/07/03 8246
486 [청구야담]피재길의 웅담 고약(進神方皮醫擅名) - VKRKO의 오늘의 괴담 [10] VKRKO 7887 12/07/02 7887
485 [번역괴담][2ch괴담]백사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7018 12/07/01 7018
484 [청구야담]오래 된 무덤을 지켜준 최규서(憑崔夢古塚得全)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7599 12/06/29 7599
483 [실화괴담][한국괴담]귀문 - VKRKO의 오늘의 괴담 [7] VKRKO 8384 12/06/28 8384
482 [번역괴담][2ch괴담]우물의 신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7612 12/06/25 7612
481 [실화괴담][한국괴담]퇴마 사이트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8727 12/06/22 8727
480 [번역괴담][2ch괴담]너스 콜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7887 12/06/21 7887
479 [번역괴담][2ch괴담]합숙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7152 12/06/20 7152
478 [실화괴담][한국괴담]살인마 - VKRKO의 오늘의 괴담 [6] VKRKO 8621 12/06/19 8621
477 북유럽 신화 - 토르와 하르바르드 [7] 눈시BBver.29692 12/06/14 9692
476 [번역괴담][2ch괴담]임대 기차 - VKRKO의 오늘의 괴담 [11] VKRKO 7909 12/06/12 7909
475 [번역괴담][2ch괴담]오두막 - VKRKO의 오늘의 괴담 VKRKO 7280 12/06/11 7280
474 [번역괴담][2ch괴담]안개 속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957 12/06/09 6957
473 [번역괴담][2ch괴담]숨바꼭질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7356 12/06/08 7356
472 [번역괴담][2ch괴담]악마에게 홀린 여자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7572 12/06/07 7572
471 [번역괴담][2ch괴담]배 속의 못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7035 12/06/05 703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