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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 14:31
https://pgr21.com./humor/375944
이 글에서도 나온 얘기지만 관객들이 그걸 선택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죠.
20/02/10 14:41
일본은 제작위원회라는 시스템이 있어서
그냥 영화 찍을때 페이만 받고 끝나는거죠 망할때는 괜찮지만 영화가 흥해도 받는게 없어서 의욕이 없죠...
20/02/10 14:40
(수정됨) 현재 일본에 거주하면서 애니메이션 공부하고 있는 사람으로 몇자 찌끄리면,
일본은 제작위원회 구조를 탈피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영화쪽 인재들이 성장할수가 없습니다. 애니메이션쪽은 저렇게 투자받고도 존속이 되지만 영화는 안그렇거든요. 제작위원회 구조에서 감독은 정말 말그대로 부속물, 일개 스태프에 불과한 존재가 되버립니다. 해외처럼 감독 이름 박고 띄우는게 아예 안되요. 왜냐면 수익구조 자체가 아예 제작위원회, 즉 스폰서가 스포라이트고 뭐고 다 처먹는 구조라서 그렇습니다. TVA라서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작년에 화재로 대참사가 났던 교토 애니메이션의 경우 대표작인 케이온이나 하루히시리즈는 OP/ ED 타이업 싱글은 10만장을 훌쩍 넘고, 다른 음반들이나 굿즈들도 엄청 팔렸습니다만 제작위원회 시스템 특성상 음반이 많이 팔려도 가장 수익을 많이챙기는건 음반쪽 레이블인 포니캐년이 되죠. 이런 음반이 대박날지도 모르기때문에 음반사들이 제작위원회에 참여해서 돈을 내고 독점 권리를 획득하는거라서요. 쿄애니도 어느정도 수익은 있겠지만 원작 출판사(카도카와 문고) 음반사(포니캐년,란티스)가 많은 지분을 투자한 만큼 수익의 많은부분을 가져가는건 어쩔수가없습니다.그래서 쿄애니가 자기들이 돈을 벌기위해서 오리지날을 시도했지만 망한 문토도 있고 해서인지 자체 라노베 브랜드를 만든계 교토아니메 문고 입니다. 여기서 나온 소설들이 중2병이라도 사랑은 하고싶어, 무채한의 팬텀월드, 경계의 저편같은 작품 들이죠.그래서 해당 소설원작 애니의 히트로얻는 수익은 메인 출자자이자 원작 저작권사인 교토애니가 가장 많은 수익을 가져가기에 자체 원작 라이센스 획득에 목숨을 걸고 있던터에..작년같은 참사가 났습니다만, 얘기가 조금 엇나갔는데 예컨데 저런식으로 제작위원회, 즉 스폰서가 모든것을 가져가버리는 시스템에서 영화감독이 창작의욕을 고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사실상 돈대주면(제작비용) 클라이언트 요구대로 만드는 엔지니어에 지나지 않거든요. 쿄애니의 케이스처럼 굿즈가 얼마나 팔리든, 영화 관객이 얼마나 동원되고 2차판권 수익이 얼마나 나오든 실제 영화 제작진들은 완전히 거기서 소외되게 됩니다. 이러니 일본 영화판이 클래야 클수가 없죠.
20/02/10 14:48
(수정됨) 결국 자본주의의 원동력은 돈인 것인데 제작자에게 돈이 안가고 돈이 없으니 뜻도 못펴고 투자자도 외국에서 구해야 하고,하려는 사람도 줄고. 산넘어 산인거군요. 카메라를 들고 뛰어라 감독이 받은 보수 보고 기가찼는데 허허
20/02/10 14:48
이 시스템의 원조가 83년작인 환마대전이라고 하더군요.
당시 워낙에 거물들이 참여했던 작품이라... 그 뒤로 나우시카등 대작들이 이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거고... 그래도 최근에는 좀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하더군요.. 너의 이름을 필두로 ( (이름만 제작위원회고 프로젝트 펀딩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하더라구요..) 거기에 넷플릭스같은 외부 자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형국이기도 하고...
20/02/10 15:13
유튜브에 일본 거주 한인께서 일본문화의 특징이 "갑을 관계"가 확실한것이라 하시던데 진짜 그런 것 같네요. 연예인도 월급제, 영화감독도 급여... 창의력이란 그 창의성에 대해서 확실하게 보상하는 시스템에서 생겨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일본의 창의성 체계가 무너져 가는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습니다.
20/02/10 14:49
일본 영화 진짜 뛰어났고 저런 수준 높은 나라에서도 C급 이하 상영영화 나오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가만히 있어도 알게 될 만큼 명성 있는 작품을 안 들려서 안 보게 됐어요.
20/02/10 15:10
한국영화도 내수가 이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장이긴한데 왜 이런 작품 방향성의 차이가 난걸까요.
한국영화가 90년대나 21세기초에 잘나가던 장르만(멜로,액션,조폭) 나중에까지 하드코어하게 파진 않는데... 얼마전까진 신파의 물결소리를 들었어도 그게 흥행용 양념이였지 메인을 먹은놈은 별로없었거든요. 관객들이 특정 테마가 계속 나오면 금방 질리는 편이라 그럴까요?
20/02/10 16:52
우리는 외화도 잘 흥하는 편이라 경쟁 구도가 있는데 일본에서 외화는 개봉도 엄청 늦게 하거나 흥하기도 힘듭니다.
우리도 내수 비중이 높다지만 일본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되죠.
20/02/10 15:16
현지 유학생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말한 부분은 영화뿐만 아니라 일본의 사회구조 전체를 꿰뚫는 특징이라고 봐야 합니다. 탄탄한 자국 시장 + 리스크 감소에 대한 집착 등등이 전반적인 산업의 발전을 더디게 하고 있습니다. 탄탄한 기본기와 그동안 축적된 자본은 한국을 비롯해서 비할바가 아니라서 산업화시대에는 잘먹혔지만, 속도가 빨라진 현재 시장을 주도하기에는 속도가 너무 더딥니다.
20/02/10 15:27
일본에서 유학했고 10년이 지나 다시 재유학을 결정했을 때 일본과 프랑스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프랑스로 오게 된 이유 중 하나가 고레에다 감독의 이 인터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산업은 겉으로는 안정적이지만 봉준호같은 이레귤러한 케이스 혹은 절대 특출난 무엇이 더이상 나오지 않을거라 예상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20/02/10 16:04
갈라파고스화만이 문제는 아니겠죠. 전세계에서 가장 갈라파고스화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케이팝이죠.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가요시장만큼 갈라파고스화 된 시장이 있을까 싶은데, 그 때의 그 갈라파고스화를 시작으로 지금의 케이팝의 독특한 특성이 만들어졌죠. 지금 케이팝은 갈라파고스화 됐다고 말하기 어려우나 그거야 '케이팝'이 음악시장으로서 그렇다는 거고, 여전히 한국 음악시장은 갈라파코스의 끝판왕에 가깝죠.
갈라파고스화만 진행된 거라면 독특한 형태의 무언가라도 남길 수 있을 겁니다. 애니메이션 쪽은 얼추 그렇긴 하고요. 일본 영화계의 문제는 갈라파고스화의 문제가 메인이 아닌거죠.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셨듯이 제작위원회 문제가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제작이 어떻게 이뤄지냐보다 성과에 대한 보상이 어떻게 이뤄지냐라고 봐야겠죠. 일본의 제작위원회가 성과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고해서 제작위원회를 바꿔내더라도, 다른 제작형태 역시 성과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일본영화계에 넷플릭스가 새로운 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영화관이란 공간에서 벗어날 준비를 할 시기가 온 것 같아요.
20/02/10 17:26
가장 이상적인건 월급 + 인센티브이고, 저는 모든 연예계 분야에서 이 쪽에 늘 찬성하는 편이지만... 보통 동북아시아에서 이렇게 하면 인센티브는 0에 가깝고 월급은 쥐꼬리긴 하죠.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20/02/10 18:19
한국도 시스템적인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닌데... 어쨌든 그런 시스템적인 제약이 있으면 불세출의 인물이 등장하긴 힘들죠. 환경이 되야 영웅도 나오는 거지 시스템적인 제약을 뚫고 나오는 극소수의 영웅은 제약이 없었다면 진작 날아올랐을 인물이고요. 그런 이레귤러가 나와봐야 시스템 문제 때문에 날개는 못 펴는 사람들이 더 많을 테니... 그런데 다들 입을 모아 일본은 내수 시장으로 먹고 살만해서 괜찮다는 말을 하니 그게 무너져야 뭐라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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