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출처:
https://www.independent.co.uk/sport/football/european/rb-leipzig-uefa-champions-league-psg-semi-final-red-bull-ucl-a9672936.html
번역 출처:
https://www.fmkorea.com/3042946015 에펨코리아 KYKM
지난 2015년 라이프치히의 극단적인 서포터 중 일부는 극우 단체인 레기다에 항의하는 현수막을 내걸려고 했다. 해당 서포터들의 레드불 아레나 입장이 금지되었고 몇몇은 보호관찰 조치를 받았다. 이것은 독일 축구 클럽의 핵심이라고 여겨지는 행동을 위한 것이었다. 분명히 RB 라이프치히가 의도하는 문화의 핵심 부분이 아니었다.
얼마뒤 클럽 회장인 올리버 민츨라프는 다음과 같이 발표 했다.
"우리 구단은 정치적 메세지가 담긴 현수막을 승인하지 않겠다. 경기장과 축구 경기는 그런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발표의 두번째 문장은 민츨라프 회장이 생각한 것보다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것이다.
축구 경기가 정확히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레드불 프로젝트 전체와, 왜 화요일의 역사적인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을 앞두고 그것이 그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가 하는 가에 대한 핵심적인 질문이다. 그 경기는 단순히 RB 라이프치히와 파리 생제르망의 경기가 아니다. 축구가 주된 목적이 아닌 카타르와 레드불사의 사이드 프로젝트 대결이다. 국가 기업과 음료수 기업의 대결이다.
왜냐하면 그들 구단의 소유주가 구단을 그렇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카타르의 PSG를 통한 스포츠 워싱은 이미 유명하다. 인디펜던트지가 들은 한 RB 라이프치히의 초기 회의 내용에 의하면, 레드불 오너 디트리히 마테시츠가 레드불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아, 그건 영리 기업이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걸 통해서 음료수 한 캔 더 팔려는 건 아니지만, 브랜드 인지도를 대폭 높일 수 있다."
'브랜드 인지도'같은 상업적인 단어는 축구팬들을 축구에 열광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목적이 소프트 파워나 스포츠워싱만큼 중대한 사안은 아닌건 사실이지만, 미심쩍고 축구와 그 역할의 방향성에 대해 논쟁을 불러 일으킨다.
축구의 역할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RB 라이프치히를 둘러싼 핵심적인 논쟁점이다.
마테시츠 오너 같은 인물들은 축구를 상업의 수단이라고 보는 반면, 독일의 축구 문화는 축구를 하나의 경기 그 이상인, 지역 사회를 대표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들의 의지를 반영한 공동체 경험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주 독일 스포츠 잡지 11Freunde사가 화요일 있을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취재를 거부한다고 발표한 것이 이 점을 가장 적극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RB 라이프치히는 축구 클럽이 아니라 흉내를 내고 있다. 축구만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독일 다른 클럽의 많은 서포터들은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리는 원정 경기에 불참하며 오랫동안 같은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4만명의 팬들이 정기적으로 그들의 축구를 보러 오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복잡하게 한다. 독일의 팬 문화 전문가인 로버트 클로스는 RB 라이프치히를 다양한 문제들의 거의 유일한 대표 사례로 보고 있다.
클로스는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팬 시위 문화는 30년간의 오랜 역사가 있다. 경찰의 폭력, 좌석, 사설 TV, 경기 날의 대립이 시위의 원인이라 볼 수 있는데 모든 것이 RB 라이프치히에 대한 논쟁에서 절정에 달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오랜 전통이 없고, 팬들이 적고, 다른 클럽 팬들은 그들은 인공품이라고 부른다. 독일에서 RB 라이프치히만큼 심한 축구의 상업화와 규칙 위반을 상징하는 구단은 없다."
궁극적인 문제는 그들의 시작부터 연관되어 있었다. 레드불사는 당시 5부리그의 SVV 마르크란슈테트 구단을 사들여 팀을 통채로 갈아엎으면서 그들의 전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클럽은 비록 작았지만 거대한 홍보가 되었다.
몇몇 인기 축구 클럽들이 설립당시에 논란이 있었고 인위적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리버풀은 에버튼과 임대료 분쟁을 벌이던 안필드 구장의 오너 존 홀딩이 그의 경기장에서 플레이할 축구단이 필요하여 창단되었다. 첼시는 풀럼이 스탬포드 브릿지 구장을 이용하고 싶어하지 않을때 그 경기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고자 설립됐다. 독일의 바이엘 레버쿠젠은 영리 기업과 연관된 몇 안되는 구단 중 하나였기에 오랫동안 외부인 취급을 받았다.
이런 논쟁들은 클럽이 지역사회의 일부로 인정받기 시작하고 애착이 생기면,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다. 클로스는 이렇게 말했다 "RB 라이프치히도 10년이 지나면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엔 클럽이 더 많은 행동을 취해야할 것이다."
적어도 그 부분이 지역 사회가 허용하는 행동과 관련해서는 훨씬 더 복잡해지는 부분이다. 라이프치히는 서포터 회원들이 다수 의결권을 갖는 독일의 유명한 50+1 규정에 가입했지만, 그 빈틈을 이기적으로 이용해, '그 정신을 거스르고 있다' 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부분 클럽의 회원료는 연간 100 유로 미만이지만 라이프치히는 1,000 유로부터 시작하며, 그럼에도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오직 라이프치히 클럽의 19명만이 회장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대조적으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샬케와 같은 클럽들은 각각 10만명 이상의 유료 회원들이 있고, 티켓 가격에 따라 이슈에 대한 투표를 할 수 있다.
"라이프치히는 클럽에 대한 참여 가능성이 없다" 클로스는 말했다. "그건 독일 팬 문화에서 중요한 것이다. 응원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참여에 관한 것도 있다."
그렇기 떄문에 RB 라이프치히의 문제는 그들이 구단을 마케팅용으로 쓴다는 사실을 넘어서는 것이고 축구 경기속에 구현된 또 다른 형태의 자본주의라고 쉽게 치부하게 되는 이유이다.
"젊은 팬들이 민주적인 경험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은 축구에서의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된다." 라고 클로스는 주장한다. 또한 이러한 많은 논의가 의사 참여가 부족한 영국 축구문화에서 이질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RB 라이프치히는 독일 축구 클럽의 정체성을 위배하고 있다. 독일에서의 축구 클럽이란 지역사회의 핵심이고, 지역사회는 클럽의 핵심이 된다. 심지어 라이프치히의 기형적인 성장 과정에도 불구하고 그 슈퍼 클럽 또한 팬들로 인해 성장했다. 심지어 바이엘 레버쿠젠도 축구를 하고 싶어하던 직원들로부터 성장했다.
예를 들어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구단주 맬컴 글레이저가 그들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를 현금 인출기로 만드는 것보다 레드불이 청량 음료를 광고하는 것이 더 나쁜 것은 지역적 특수성 떄문이다. 만약 맨유, 맨시티, 첼시 중 어느 구단의 구단주가 떠나더라도, 거기엔 매우 확고한 정체성을 가진 자랑스러운 클럽이 남아있다. 라이프치히는 레드불이 떠난다면 모든 것이 흩어져 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 잠재적인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독일의 많은 사람들은 RB 라이프치히의 더 큰 문제점은 그들이 클럽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이 많은 사람들이 이 클럽의 성장 모델이 잘못됐다고 하는 부분이다. 필자의 다른 칼럼에서 축구계를 향한 초 거대 자본의 유입이 축구의 정체성 자체를 침식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 적이 있다. 이것이 바로 그런 상황이며 바이에른 뮌헨이 독일 시장 구조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방식 때문에 실제로 축구에 대한 레드불 같은 영리 기업들의 관심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더구나 라이프치히는 상당히 혁신적인 방법으로 팀을 꾸려왔다. 그들 팀 전체 연봉은 네이마르의 절반도 안되고, 킬리앙 음바페의 절반보다 조금 더 많은 수준이다. 분데스리가에서 그랬듯이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라이프치히가 축구계의 경쟁 균형을 개선시키긴 했지만, 문제는 그것 또한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요한 재분배보다 기존의 축구 시장의 파이를 더 좁히고 자본주의를 더 가속시킨다. 전세계에도 더 큰 영향을 주는 기업 자본주의이다.
부정할 수 없는 한가지 사실은 라이프치히는 분데스리가 클럽의 지역적 분배를 향상시켰다는 점이다. 그들의 연고지는 오랜 시간동안 상위 3개 리그에서 연고팀이 없는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였다. 라이프치히는 또한 많은 이들이 부유한 서부 독일을 선호하는 대세에서 벗어나 절실히 축구팀의 부흥이 필요한 구 동독지역을 선택했다.
알렉산더 초르니거는 하부리그에서 RB 라이프치히의 첫 승격을 달성한 감독으로 지역에 미친 영향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는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라이프치히는 독일 연방이 세워진 곳으로, 역사적인 옛 축구 도시이지만 독일 축구 지도에서 사라졌었다." 라고 말했다. "4부리그에선 7,500명의 관중이 있었는데 월드컵 경기장이었기 떄문에 상당히 비어보였다. 하지만 3부리그에서 만5천명이 됐고, 분데스리가로 승격할 기회를 얻었을떄 4만석이 매진됐다. 그렇게 우리는 매년 예상 평균 관중을 거의 두배씩 늘렸다."
"라이프치히에선 우리의 클럽 컬러와 클럽 엠블렘을 볼 수 있다. 내 기억으로 처음에는 팬들이 클럽 컬러를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았다. 다른 클럽들이 있었고 그들의 눈치를 봤기 떄문이다."
동독 지역에 대한 논쟁이 마지막 시사점이다. 라이프치히가 지역민들에게 환영 받는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하다고 클로스가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RB 라이프치히는 동독 역사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 간접적으로 그들이 이 지역에서 수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과 사회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다른 개념이다. 물론 그들은 다른 현대의 기업들이 그렇듯이 소규모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압도적으로 지역 구조나 지역 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떄문에 RB 라이프치히를 사회 기관이라고 볼 수 없지만 라이프치히 지역에는 그런 사회적인 구단들도 있다. 4부리그에 있는 로코모티브와 BSG 케미이다."
그 클럽들의 팬들뿐만 아니라 구 동독 지역의 타 클럽 팬들도 바로 그런 이유로 RB 라이프치히에 대해 가장 적대적인 행동을 취해 왔다. 유니온 베를린은 이번 시즌 초 RB라이프치히와의 경기에서 라이프치히의 구단 구조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킥오프 시에 침묵을 지켰고, 디나모 드레스덴 서포터들은 3년전 잘린 황소 머리를 경기장 안에 던졌다. 그 드레스덴과의 경기에는 원정 경기에 3만 5천명의 팬들이 왔었고, 이는 이 지역의 축구 전통의 풍부함을 보여준다. 그것이 전통을 위배하는 것에 대해 실제로 반감을 표시하는 이유이다.
"첫 경기부터 미움을 받았었다. 특히 동독 지역 팬들로부터" 초르니거는 말했다. "할례셔를 상대한 첫 경기가 기억나는데, 그들은 우리 버스에 돌을 던졌었다. 가장 미움받는 클럽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존중또한 있었다."
경기 안에서는 분명히 존중이 있었다. 그것은 축구에서 처음 시작하는 팀의 가치를 알려준다. 라이프치히는 아무런 부담도 없었고 그저 최선을 다 할 수 있었다.
유럽 전역의 여러 정상급 클럽에서 일해온 한 축구계 인물은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클럽을 만든다면, 라이프치히를 벤치마킹해야할 것"이라고 한다.
"그들의 선수 영입 방식은 매우 우수하다. 그들은 수익을 재투자하기 전에 꾸준히 어린 나이의 선수들을 발굴해서 성장시킨다. 모든 구단이 그렇게 해야한다."
라이프치히는 또한 랄프 랑닉 단장이 정한 축구 철학으로 인해 어린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꾸준히 모니터링되고 업데이트되는 효과적인 지도자 학교 역활도 하고 있다. 마르코 로제, 랄프 하센허틀, 대니 로흘과 율리안 나겔스만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복잡한 문제가 있다. RB 라이프치히의 자체 유스팀은 아직 분데스리가에서 1분이라도 뛴 선수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그들의 유스 출신 선수들은 레드불 프랜차이즈 산하의 타 구단으로 보내진다. 현재 라이프치히에 소속된 다욧 우파메카노와 마르셀 자비쳐를 포함한 18명의 선수가 잘츠부르크에서 라이프치히로 왔다.
그리고 축구는 그 자체로 재미있고 현대적이기에 판매 전략의 다른 한 부분이다.
초르니거는 "레드불이라는 브랜드와 잘 어울린다" 라고 말한다. "날개도 달아주고 여러가지를 보여 준다. 축구를 보다 화장실에 갔는데 경기에서 재밌는 유일한 부분을 놓치면 즐겁지 않을 것이다. 그건 즐거운 축구가 아니다. 이 팀의 철학에서는 많은 걸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스러운 것은 그 철학의 다른 측면들이다. 한 소식통에 의하면 라이프치히 클럽은 축구 경기를 마케팅으로 포장된 '정치적 사회적으로 중립적인' 시각적 경험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건 말그대로 다른 독일 구단과는 대조적이다. 가능한 최대로 기업화되어 있다."
살아 있는 경험이란 개념과 반대되는 무익한 소모품으로서의 축구다.
클로스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RB 라이프치히가 독일 축구에서 유일한 자본가 구단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다. 하지만 지난 30년 동안의 모든 정치적 재정적 발전을 위기로 몰고가고 있다."
라이프치히는 축구의 정의에 대해 도전하고 있다.
어쩌면 대놓고 기업들의 참여와 엔터테인먼트의 수단으로 프로스포츠가 발전한 우리나라에서 스포츠를 접한 사람이라면 이런 독일의 문화가 잘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K리그의 부흥을 위해 더더욱 기업 스폰서를 강조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도 나올 정도니... 읽다보며 느낀건데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옆동네 잉글랜드와도 정서가 꽤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본문에서 언급된 의결권 문제가 라이프치히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칼럼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단순히 한두개의 주제로 반감이 생긴게 아니다보니 참 복잡한 문제기도 하네요. 본질, 가치관, 현상, 근본 등등등...
다음 시즌엔 황희찬이 이 팀 소속으로 뛰게 될텐데, 어떤 의미로든 독일에서 가장 핫한 클럽 중 하나에서 한국 선수가 뛰게 된다는 점도 꽤 흥미로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