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선거 기간동안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2/12/04 23:27:00
Name Alan_Baxter
Subject [일반] 정치학으로 풀어보는 대선 TV토론의 영향력
정치는 흔히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표현합니다. 교과서에서는 당연할 법한 것들이 정치판에서는 통용되지 않은 경우도 많고,
정치사에선 우리가 그동안 생각해오던 고정된 개념을 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늘 진행된 대선후보 TV토론도 마찬가지 입니다.
'6억+다까끼 마사오라는 발언만 남기 때문에' 박근혜 후보가 불리하다는 주장,  '동정심 자극'으로 박근혜 후보가 유리하다는 주장,
문재인 후보가 부각이 안되어서 유리한지 불리한지 여부 등등 PGR에서도 뜨거운 논쟁 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 나름대로,
정치학에서는 TV토론의 영향력을 어떤 식으로 보는지에 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TV토론은 TV광고, 여론조사와 함께 미디어 선거운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최초의 대선후보 간 토론은 1858년  링컨과 더글러스 후보간에 있었던 토론이라고 일컬어집니다. 하지만, TV 중계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의미 있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최초의 대통령 후보 간 토론이 TV를 통해 열린 것은 1960년이었습니다. 당시 케네디와 닉슨 후보 간의 대결이었는데, TV토론을 통해 케네디는 국가지도자가 되기에는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다는 국민여론을 뒤집고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요. 1988년 선거에서는 부시 후보와 듀카키스 후보간대결에서 "만약 당신의 부인이 강간당한 후 살해되었다고 해도 사형제도 폐지에 찬성하겠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분노 보다는 통계를 들어 차분히 사형제도 폐지를 역설하면서 오히려 '인간미가 없는 차가운 사람' 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역사상 TV토론은 선거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대한민국 대선에 있어서는 뚜렷하게 판세를 바뀐 적이 없었지만요. 정치학자들은 TV토론을 직접 보면서 뽑을 후보를 결정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언론 혹은 여론의 판단을 고려해 지지후보를 결정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도 197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포드는 결정적인 말실수를 했지만 정작 토론 후 12시간 내에 행해진 여론조사에서는 포드가 앞었다고 했지만, 언론 보도로 이를 꼬집자 다시 상대후보가 훨씬 앞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렸듯 대한민국에서의 경험적 연구들을 보면 토론을 더 잘한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락을 결정할 정도의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TV 토론 시청층이 "이미 지지 후보를 결정하고, 시청하는 정치관심층"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토론의 형식이 일방적으로 자기 생각을 전달하고 단편적인 토론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TV토론은 발언 그 자체보다 분위기와 발언태도 등이 유권자에게 더 많은 영향을 준 경우도 많은데요. 1960년 케네디-닉슨 토론에서 라디오 청취자들은 닉슨이 잘했다고 생각한 데 반해, TV 시청자들은 케네디가 잘했다고 생각한 데서 나타납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오늘 진행된 토론이 실제 여론에 어떻게 작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내일부터 나오는 여론조사를 통해 어떤 후보가 우세할지 나오겠지요.

3줄 요약
- 미국 선거에서는 TV토론이 영향을 많이 미친다. 하지만 한국 선거에서는 그다지...
- TV토론 시청자의 평가 보다도 언론에서의 TV토론 평가가 지지율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 TV토론 시청자들은 주로 지지후보를 결정하고 보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 이러한 정치학 이론에 비쳐보았을 때 제 예측은
- 이정희 후보는 오늘 활약에 비해 태도 때문에 소폭 상승에 지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박근혜 후보는 이정희 후보가 내민 핵심 키워드 '6억원' '다까끼' 등의 발언으로 다소 하락할 것 같습니다.
- 박근혜 후보의 우세가 박빙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질 것 같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스타본지7년
12/12/04 23:29
수정 아이콘
뭐 그래도 3%차이니까.,.. 이번엔 그래도 좀 영향있지 않을려나 싶네요. 게다가 두번 더남았으니.
개미먹이
12/12/04 23:31
수정 아이콘
문재인으로선 1% 가.소중한 타이밍인데 이번에 상승 기회를 얻었다고 봅니다.
조용하던 대선에 6억이니 다카키 마사오니 하는 네거티브를 이정희가 긁어줬으니까요. 이런 토론 외적 요소가 크지 않나 싶네요.
12/12/04 23:35
수정 아이콘
어쩔수가 없는 게, 애당초 이 시점까지 부동층인 사람들이 2시간짜리 TV토론을 잘 볼리가 없지요.
실제 KBS2를 제외한 모든 지상파에서 9시 뉴스 시간을 포함한 황금시간대에 방영했음에도 시청률은 29%였고요.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접하는 건 언론에서 2차로 짧게 편집한 내용일 뿐입니다. 큰 영향을 끼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지요.
인간흑인대머
12/12/04 23:37
수정 아이콘
이대로 굳혀지는가 싶은 찰라에 나비 날개짓이 한번 강하게 불어오네요
12/12/04 23:38
수정 아이콘
요약이 몹시 깔끔하군요.
최근엔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란 매체까지 합해졌지만 이것 또한 지지 후보를 결정한 사람들이 반대측이랑 말싸움 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겠죠.
그런 의미에서 말하신 언론 평가.
특히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매체인 TV와 직접 손에 쥐고 볼 수 있는 신문에서 어떻게 정리해서 언급하는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라라 안티포바
12/12/04 23:40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이렇게 장단점이 있는 사건 후에는 거대언론인 조중동을 통해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여권쪽이 유리하다고 봅니다...만.
조금 더 지켜봐야겠죠. 워낙 핵폭탄급 변수라 사실 짐작도 힘듭니다.
12/12/04 23:41
수정 아이콘
대선임에도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던 것들이 TV토론에서 나오니
속이 시원한 기분이네요.
12/12/05 00:10
수정 아이콘
저는 오늘 토론으로 문재인이 손해를 봤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이 득을 봤다고 생각하시네요.
현재 대선후보중에 토론으로 가장 많은 표가 움직일거라고 예상되는 인물이 문재인입니다. 반드시 기억에 남는 무언가를 남겨줘야 했습니다.
특히 오늘 주제에 외교/안보/통일이 들어있는만큼 문재인은 중도층이 그에게 갖고 있는 의문점을 해결시켜 주는건 필수였구요.
지속적으로 NLL이나 안보문제가 나왔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문재인후보가 공격받고 문재인 후보는 이를 방어해서 그간의 오해를 불식시켰어야 했는데
오히려 이정희가 애국가, 다카키 마사오로 어그로를 끌어 버려서 사람들은 문재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못합니다.
6억, 다카키 마사오가 비록 화제성은 크지만 그게 표를 움직일수 있을까는 의문입니다.
표의 변동성을 따졌을때 토론에서 가장 두각을 보였어야 할 문재인 후보가 토론내내 원양어선을 타러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던건 큰 손해입니다.
경제나 복지, 노동 같은 부분은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비슷한 스탠스라서 특별히 표가 움직일만한 부분이 없어요.
이정희가 나와서 재밌기도 했고 시원하기도 했지만 토론회의 시작과 끝이 이정희로 끝난건 오늘 토론의 주인공이었야 했던 문재인에겐 분명 악재입니다.
12/12/05 00:28
수정 아이콘
뭐 저도 이렇게 생각도 했습니다. 분명 문재인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자원은 '시간'입니다. 너무 반격이 늦어지고 있어요.
근데 문재인 개인이 토론회에서 잘했다고 해서 이 대선판 굳히기에 얼마나 큰 영향이 있을까 생각한다면, 차라리 예상치 못한 이런 돌발변수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일단 모멘텀에 흠집은 냈고, 나머지는 일주일간 공굴리기를 잘해야죠.

그리고 박근혜 입장에선 사실 좀 골치아파졌다고나 할까요.. 지금까지 자기가 공격을 받을꺼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형태는 생각을 못했을테니.. 이제 이정희라는 변수도 무시못할 변수가 되었습니다. 박근혜의 과거나 아버지에 대한 공격은 사실 별건 아니지만 이의 대처를 통해 '무능'의 이미지를 가지는건 절대 피해야 할테니깐요. 지금까지야 단지 말을 못한다라는 의견도 많았지만, 이거 때리는대로 다 맞으면 진정한 호구의 탄생이죠.
12/12/05 00:44
수정 아이콘
저도 박근혜가 골치 아파졌다는데에 동감합니다. 궁 한번 못써보고 끝났어요;;;;
그런데 그렇다해서 여권 지지층에서 박근혜를 버릴수 있을까 하는데에는 부정적입니다.
박근혜를 버린 이들에겐 다른 대안이 없는게 크지 않나 싶네요.
만약 단일화 후보가 안철수였다면 오늘 있었던 토론의 파급력이 훨씬 커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박근혜 -> 문재인으로의 표 이동은 불가능하다고 보지만 박근혜 -> 안철수는 가능하다고 보거든요.
문재인 후보는 오늘 토론으로 나온 떡밥들 공굴리기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안철수와의 퓨전이 더 시급하구요.
그런점에서 단일화 과정이 너무 아쉽습니다. 대흥행의 떡밥을 그런식으로 날려버리다니요....
단빵~♡
12/12/05 00:21
수정 아이콘
저희 부모님께서는 오늘 보고 이정희가 속시원하게 말잘한다고 하시더군요 솔직히 놀랐습니다.;; 그리고 문재인후보는 말 차분하고 듬직하게 잘한다고 문재인후보 뽑아야겠다고 하시더군요 두분다 성향은 보수적이고 박정희 좋아하시고 육영수여사는 엄청 좋아하시는분인데 지난 세월이 힘들긴 힘들었나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11 [일반] 투표하고 왔습니다. [14] Kemicion3604 12/12/05 3604
209 [일반] 안철수, 오늘 문재인 유세 방문 가능성 + 문재인, 안철수 지지자들에게 사과 [127] 삭제됨7411 12/12/05 7411
208 [일반] 문재인 후보가 부동층에게 어필하려면? [19] Jay2873 12/12/05 2873
207 [일반] 안철수의 행보는? [24] Uglyman3340 12/12/05 3340
206 [일반] 개인적인 토론회 후기.. [8] 최종병기캐리3288 12/12/05 3288
203 [일반] 토론회 하마평 [41] 그리메4387 12/12/05 4387
202 [일반] [12/4] 리얼미터 7MA - 반등의 시작? [18] 마바라3927 12/12/05 3927
201 [일반]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후보 [70] JunStyle4240 12/12/05 4240
200 [일반] 이건 개그로 받아들여야 하겠네요. [17] 아우구스투스4586 12/12/05 4586
199 [일반] 토론 자체에 집중해 보면 [65] JunStyle3982 12/12/05 3982
198 [일반] 박근혜 후보의 대북정책 발언에 크게 실망하다. [87] s23sesw4603 12/12/05 4603
197 [일반] 박근혜가 80년 당시 전두환으로부터 받은 6억원의 가치 [125] 삭제됨10034 12/12/05 10034
196 [일반] 문재인과 박근혜의 대북관, 아무런 차이가 없네요. [54] 삭제됨4318 12/12/04 4318
195 [일반] 정치학으로 풀어보는 대선 TV토론의 영향력 [27] Alan_Baxter3492 12/12/04 3492
194 [일반] D-15 여론조사 모음 [8] 어강됴리3310 12/12/04 3310
193 [일반] 진실을 알 수 없는 사회 [4] 포로리3320 12/12/04 3320
192 [일반] 이정희후보. [99] 스머프4749 12/12/04 4749
189 [일반] 후보자 토론회 후기 [314] 삭제됨8283 12/12/04 8283
187 [불판] [불판] 2012 대선 후보 토론회 -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 #7 [412] kimbilly8040 12/12/04 8040
186 [불판] [불판] 2012 대선 후보 토론회 -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 #6 [335] kimbilly6217 12/12/04 6217
185 [불판] [불판] 2012 대선 후보 토론회 -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 #5 [313] kimbilly5618 12/12/04 5618
184 [불판] [불판] 2012 대선 후보 토론회 -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 #4 [315] kimbilly5297 12/12/04 5297
183 [불판] [불판] 2012 대선 후보 토론회 -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 #3 [338] kimbilly5644 12/12/04 564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