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3/26 05:28:45
Name Apatheia
Subject [잡담] SCV 이야기.
며칠전 베넷에서,

여러 고수분들과 게임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그 요새 살아난다 프터 암울하다...

뭐 그런 얘기가 오가다가

자연히 테란 이야기가 덩달아 나왔는데요.

시즈탱크가 대공이 되면 그건 사기다...라는 말이 나오자

구석에서 가만히 대화를 지켜보던 어느 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더군요.

-그래도 테란 최고의 사기유닛은 SCV에요. --;



저 역시 허접하나마 테란유저입니다.

하지만 종종, SCV라는 그 유닛에 대해서는

있는 게 기본이고 없어도 무방한 걸로

뭐 그렇게 생각을 하곤 합니다.

(물론 얼마전엔 커맨드 깨지고 SCV가 한마리도 안남는 바람에

GG를 치는 험한 꼴도 봤습니다만.)

자원 캐고 건물을 짓고 리페어를 하고 정찰을 나가고

더러 체력약한 마린의 몸빵이 되어 주기도 하고

조이기 할땐 꼭 따라가서 터렛을 짓고 탱크를 고치고...

나름대로 많은 일을 하는 유닛이긴 합니다만

그 어느 테란 유저도, 승리의 탓을

탱크나 골리앗이나 배틀의 덕분으로 돌릴지언정

SCV의 덕분이라고 말하지는 않죠.



그게 섭섭했던 모양입니다.

어쨌든, pgr21.com이라는 빈 도메인에 커맨드를 내리고

이만큼이나 미네랄 캐고 가스를 캐서

배럭도 짓고 팩토리도 짓고

이젠 그럭저럭, 배틀은 힘들어도 레이스나 발키리 정도는 뽑을 수 있게 되었는데

아무도 너 일 참 잘하는구나 하는 인사 따위는 해 주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서플이 말린다고 짜증을 내고

터렛이 이상한 곳에 지어져서 드랍을 못막았다고 화를 내니까요.

커맨더의 입장에서는, 어쨌든 제 일 똑바로 하지 못한 SCV지만

일하는 SCV의 입장에서는

수고한다 말한마디 듣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려지는 신세가

그렇게나 서럽고 힘들었던가 봅니다.



잠시 해이해졌던 마음을 가다듬고

이제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려 합니다.

하지만 커맨더께, 감히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지금 배럭을 짓고 있는데 저리 가서 서플 지으라고 재촉하진 말아주세요.

엔지니어링 베이도 다 지어지지 않았는데

왜 터렛이 없냐고 화내지는 말아주세요.

지금 당장 배틀을 뽑아야겠는데 왜 미네랄이 이것밖에 없냐고

제 능력 밖인 일을 다그치진 말아주세요.



저 또한 동맹의 일개 사병으로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한 번만 믿어주세요.

꾸지람은, 그 뒤에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Apatheia, the Stable Spirit.


PS 1. 분에 넘치는 글 주셨다가 삭제하신 Tea님께

감사하다는 인사와 죄송하다는 사과를 드리며.

2. 아랫글... 삭제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자신의 글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어느 님의 글을 보고

일시의 감정에 북받힌 저 스스로 남긴 생채기라고 생각해

그냥 두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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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
그래요~툭툭 털고 일어나세요. 님글 읽다보면 본심은 아닌것 같은데 오해할 때가 있었거든요. 어떤 님의 글마따나 장애인들에게 구장을 빌려주지 않는 이유가 실제로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편견때문에 빌려주지 않는 것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늘 공평한 시각을 갖고 있는 분이라 생각했는데 유독 한 부분에서만 평정심을 잃은듯 평소 님같지 않은 반응을 보일 때가 있었거든요. 저의 기우였기를 바랍니다. 주제넘은 생각일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해보는것은 어떨까요? '나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는 말대신 '나 당신을 좋아한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님이 더 수월할 것 같은데요. 너무 어렵게 돌아가시는 것 같아서요...진심에서 드리는 말씀인데 제대로 전달될런지는 미지수입니다^^ 항상 좋은글 몰래 몰래 훔쳐보구 갑니다. 수고하세요(--)(__)
제가 이 사이트에 관심을 갖고 자주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파님의 글을 보고 따뜻함을 느껴서였습니다. ^^
춥게 자라지도 않았는데; 따뜻한 사람이 그렇게 좋더군요.
운영자분들의 노고를 알고 그 수고로움에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겁니다.
모쪼록 pgr21에 대한 그 열정 잃지 마시고.
항상 다감한 아파님의 모습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박세영
어제 밤에 이곳을 감시^^ 안했더니만, 또 무슨 일이 생겼엇군요. 거참... 캐나다 밴쿠버 근처의 빅토리아섬에 가면 유명한 부차드가든이라는 개인 꽃정원(어린이대공원 규모)이 있습니다. 이 곳은 저에게 그런 아름답고 크고도 아기자기하고 깔끔한 꽃정원이랍니다. 그저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운영자님들께서 아주 쪼금만 더 대범하셨으면 하는거구요. 잘 아시겠지만, 지지하고 응원하는 훨씬 많은 이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주시고, 힘 내시길 바래요. 제가 피자가게를 다시 열게 되면 여기 운영자분들... 배터지게 대접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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