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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8/21 09:58:07
Name acepoker
Subject [잡담] 제주 여행, 우도에 가지 말것....
지난주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도착한 날부터 비가 그치기 시작하더니
3박 4일 내내 맑은 날씨 속에서
아름다운 섬 제주를 둘러봤습니다.

그런데......

몇년전 우도의 모습에 반해
이번 여행전부터 우도에 가야한다고 가족들을 설득했고,
결국 3박 4일 가운데 하루를
우도관광 및 해수욕(산호사 해수욕장)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당초 차(랜터카)까지 갖고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차와 함께 승선하려면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차는 선착장에 두고 몸만 가기로 했습니다.

저와 제 아내, 그리고 4살난 딸과 15개월된 아들녀석,
그리고 부모님 등 대가족이 이동하는거라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도의 멋진 풍경을 보고싶다는 기대감에
그때까지만해도 힘든줄은 몰랐습니다.

줄을서 우도행 배를 타고 우도에 도착해보니
우도 일주용 관광버스가 있길래 일단 표를 사고 탔죠.
가보신분은 아시겠지만 저희가 목표로 잡았던 산호해수욕장은
일주코스의 맨 마지막입니다.

즉, 우도 선착장에 제일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관광버스는 반대방향(시계 반대방향)으로만 돌기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해수욕장을 우도 한바퀴를 돌아가야했습니다.

그래도 우도라는 곳이 워낮 좁은 곳(여의도 면적의 2.5배라고 합니다)이라서
우도 경치나 보며 해수욕장까지 가기로 하고 관광버스를 탔는데,
첫번째 기착지(언덕)와 두번째 기착지(검멀레)에서는
무조건 모두 내려서 관광을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정 다음 코스로 바로 이동하고 싶다면,
일단 내린 뒤, 뒤에 오는 관광버스로 갈아타라고 하더군요.(이유야 말씀 안드려도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다음 코스로 이동하려는 관광객이 많아
몇차례 버스를 보내고야 우리 일행은 다시 버스에 올랐고,
두번째 기착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둘째 놈은 잠들었지, 짐은 많지.... 여간 힘든게 아니었습니다.

여차여차 해서 결국 그 유명한 산호사 해수욕장에 도착했습니다.

산호사 해수욕장은 우도 팔경중 하나인 서빈백사로도 불리며
백사장이 모래가 아닌 산호조각(아무 생각없이 보면 그냥 모래로 보입니다)으로 이뤄진
국내에서 단 한곳뿐인 해수욕장입니다.

하지만 몇년전에 봤던 비취빛 바다의 모습은 간데없고
수많은 관광객과 상인들로만 북적였습니다.

주변에는 민박촌도 등장했고 식당도 여러곳 있더군요...

해수욕장의 크기는 매우 작은 편입니다.
길이는 대략 2,3백미터 정도고
산호가루로 이뤄진 백사장의 폭도 20~30미터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백사장에는 파라솔 탁자(물론 유료)가 즐비해 맘껏 뛰어놀 공간도 부족하고,
백사장 뒤쪽에도 간이 차양막이 설치된 곳이 즐비했습니다.
물론 이곳을 이용하는데도 2만원을 내야합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차양막 아래에는 기다란 장판이 두개씩 깔려있는데,
손님이 몰리니까 장판 하나당 2만원이라며
하나를 양보하던지 돈을 더 내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해수욕장 대부분의 공간을 상인들이 설치해놓은
파라솔이나 차양막이 차지하고 있으니
어쩔수없이 이용해야 했습니다. (나중엔 앞서 설명드린 것과 같은 이유로 추가요금까지 내야했습니다)

여기까지만해도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습니다.

음식값을 비롯해 생필품들의 가격은 정가보다 최소 1.5배는 비쌌고,
화장실과 샤워장이라고는 달랑 한곳뿐이었습니다.

한 건물을 4등분해서 왼쪽 두곳은 남자 화장실과 샤워장,
오른쪽은 여자 화장실과 샤워장이었습니다.

샤워장 이용요금은 2천원으로 입구 앞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받고 계시더군요.

저는 당일 설사가 나는 바람에
바다속에 들어가지 않아서 샤워장은 이용하지 않았지만, 대신 화장실은 몇번이나 다녀와야 했습니다.

화장실 바닥은 흙범벅인데다
변기 주변에는 술취한 사람들의 구토찌꺼기와
변 등이 묻어 있어 들어가기 겁날 정도였습니다.
물론 휴지같은건 없습니다.

샤워장 사용요금으로 2천원씩 받는다면,
적어도 화장실 청소는 해야하지 않을까요...

제가 그렇게 우겨서
온 가족을 우도까지 데려왔는데......

저 때문에 가족들은 우도에서는 아무말 안하다가
제주로 이동하는 차안에서 조심스럽게 한마디씩 하더군요.
"실망"했다고......

그순간 전 가족들을 볼 면목이 없었습니다.

여러분, 우도에는 절대 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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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light
02/08/21 10:30
수정 아이콘
우도 산호해수욕장이 그렇게 변했나요.. ㅠㅠ...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아이들 데리고 다녀오시느라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은곳 치고 변하지 않는 곳 없지만.. 아쉬운 일이네요.
happyend
02/08/21 11:11
수정 아이콘
ㅠ.ㅠ
내고향 제주도....를 돌리도....
여름에 제주도를 가시려면,그것도 어린 자녀분과 가시려면...저로서는 말리고 싶군요.아이들이 조금 큰다면...조개파는 체험도 재미가 있고,자전거 하이킹이나 한라산 등반도 쓸만합니다만 대체로 아이들은 불만스러워 합니다....굳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흔하디 흔한 돌고래쑈나 식물원에서 멋진 사진을 찍어두면 집에 걸어 놀만 합니다....제주도라...저는 여름 아니라면 추천해드릴 곳이 많지만...성수기는 피하심이...
02/08/21 13:52
수정 아이콘
전 올 여름에 제주도에서 돌아본 코스중에 우도가 가장 좋았던걸로 기억하는데요...--; 하긴 저야 친구들끼리 가서 우도를 자전거로 돌아서 가고 싶으면 가고 쉬고 싶으면 쉬어서 그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산호해수욕장은 잠깐 들렸다가 섬 뒤편의 방파제 비스무리하게 있는 맑은 물에서 그냥 뛰어놀았습니다.
해수욕장도 아니고 노는사람도 제 친구들 뿐이었지만 다이빙도 하고 맑은 물속에서 정말 재밌게 놀았습니다. 물론 씻는거는 주변의 식당에서 밥 시켜놓고 대충 씻고 옷을 갈아입었지만요.
전 다녀온지 한달이 다 되어 가지만 그 맑은 물과 친절한 사람들을 잊을수가 없는뎅...--; 자신의 상황과 주변 여건에 따라 그 느낌과 인상이 다른가 봅니다...^^
하긴 저희도 산호세 해수욕장에서 놀았다면 같은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Dr.protoss
02/08/21 15:28
수정 아이콘
여름이 아니라 가을에 가시면 어떨까요.
전 작년 가을과 올 봄에 우도에 갔었는데, 사람도 그다지 북적거리지 않고 무척 좋았다는...
minority
02/08/21 18:35
수정 아이콘
저는 제주도에서 간 곳중에 우도가 가장 좋았었는데요
아마 여름에 간게 아니라서 그럴수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참 아름답고 이국적이라는 느낌이었어요
사람도 정말 없었구요, 우연히 발견한 음식점에선 정말 집에서 차려주는 상처럼 성의껏 차려주시길래 두고두고 얘기를 했었는데..
아쉽네요
전 제주도 가는 사람들한텐 꼭 우도 가보라고 했었는데..-.-;;
Dr.protoss
02/08/21 23:09
수정 아이콘
저도 우도 꼭 가보라고 하는데^^;
마이너도둑
02/08/22 03:26
수정 아이콘
저도 우도가 좋았는데,, 너무나 상업화가 안된 곳이라서 좋았었는데..
많이 변했군요. 아쉬워요..
그래도,, 나쁜 기억은 잊으시고, 휴가 때 좋은 기억만 남겨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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