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9/26 02:33:04
Name Elecviva
Subject [잡담]열정..
지난 번에 남긴 글 처럼..

나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싹 지웠다.

이 것은 내 생활의 가장 커다란 변화로 작용했고..

-사실 생활을 찾기 위해 지운다기 보다는, 찾다 보니 지우게 되었다-

분명 나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적당히 즐기면서 하면 되지 않느냐..'라는 주위의 말에..

나는 이 게임을 적당히 하기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보잘 것 없는 실력이라도,

유지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종족별 한 게임씩은 해야만 했고..

그러다 보면 시간은 흐르고 흘러 2~3시간은 그저 흘러만 간다.

나는 그 속에서 엄청난 집중을 한다.

상대방의 실력 여부는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나는 마치 프로게이머가 된 것처럼..

나만의 세상에서 나름의 빠른 손놀림과 판단력으로 승리..

스스로 만족하며 게임이 끝나고 나면 정확히 묘사할 수 없는 승리의 기쁨이 다가온다.

'치열함'..

'긴장감'..

..

'승부'

이러한 단어들이 나를 끌어오르게 했고..

바라는 실력의 고지를 향해 나를 달려가게 했다.

하지만 나는 그 것들을 일순간 다 놓아버렸다.

단지 나를 소모시켜, 지금의 내 머리 속에..

마음 속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는 다는 생각이었다.

시간이 흘러갈 수록..

나는 집중하고, 몰두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 지..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사회적, 일반적으로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어도..

진정 나에게 어떠한 가치가 있는 지는 판단하기 매우 어렵다.

이미 지워진 자판의 알파벳이 눈에 띈다.

'열정'..

나는 다만 나를 태우고 무엇이 되고 싶어 그리도 하늘의 색이 변하는 것을 모르고 살았을까.

그리고 그런 나를 왜 스스로 놓게 된 것일까.

뜬금없이 젊음은 무엇이고, 지혜는 무엇이며.. 사랑은 무엇일까 생각도 해본다..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내가 보기에도 복잡하게 얽힌채 다가와 말을 하기가 어렵다.

승리..

그 것을 향한 나의 노력이었을까?

아니면..

게임 안에서 스스로의 발전을 바라보며 만족하고 있었던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 모두일 수도 ..

아니면 다른 것일 수도..

다만..

말하고 싶다.

'그렇게 사소하게 말하는 게임안에 나의 열정은 살아있었다.' 라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Nang_MaN
02/09/26 05:17
수정 아이콘
저도 Elecviva 님의 말에 공감이 가는군요 ^^

하지만 게임하는 이유가 승리에 있지않고 게임시작전 하는 인사인

HF처럼 즐겁게 즐기시면 되는겁니다...

Elecviva님이 생각하시는 나름대로의 게임인생을 즐기시면 되는겁니다 ^^
Michinmania
02/09/26 09:22
수정 아이콘
Elecviva님...
당신의 컴퓨터엔 스타가 없지만 가슴엔 스팀팩같은 열정이 살아있습니다..
님과 게임을 하면서.. 님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면서 일렉님이 스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저는 알고있습니다..
지금은 잠시 스타로 인해 고민하시지만..
언젠가 "순수한 열정"으로 컴백하실거죠..
그땐 정말로 스타를 즐기면서 한수 가르침을 받으려 합니다..^^
일렉님 좋은 하루되세요..
생글생글까꿍
저도.. 그런 열정으로.. 스타를 사랑하고.. 그리고 직접 해보며
님의 그때의 열정을 느끼고 싶네요..^^
Elecviva
02/09/26 10:32
수정 아이콘
자꾸 이런 글 올리면 스스로 위로나 받으려고 하는 것 처럼 느껴저서 부끄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허하게.. 달아나버린 열정을..
..
그리워하지도 않을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새삼 참 웃음도 나요..
이깟 게임이 뭐길래.. 하면서..
읽어야 하는, 읽고 싶은 책도 산더미 처럼 쌓였고..
귀담아 듣고 느껴야 하는 세상의 많은 것들이 기다리는 데..
하고 말이죠.

5살 때 부터 그렇게 미친 듯이 한.. '게임'이..
왜 이제와서는 필요한 시간을 소모하는 괴물이 되었던 건지..
스스로의 의지박약에 자책하며 한숨쉬기도 지친 나머지..
게임을 지운 것 같네요.

이제는 이런 잡담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그래놓고 매일 여러글에 댓글을 달지요-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금 뜨거운 열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스무살은 생각할 게 참 많은 거 같습니다..
02/09/26 14:27
수정 아이콘
스무살의 열정과 고민은 .. 안 하고 사시는 분보다는 좀 더 기대되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너무 그 것에 집착하지 않고 모든 일에 여유롭게 대하는
마음 가짐도 함께 가지시면서 사신다면 더 즐거운 인생이 될 거 같군요^^
언제 채널에서 함 뵈요^^
02/09/26 17:37
수정 아이콘
스타하면서도 그런 열정을 느낀다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만족할만한 열정을 느꼇다면, 그것은 공허한시간이 아니라
노력이 될테니까요.


마음을 한결 놓아보시죠 :-)
인생이 그렇듯, 게임은 즐기는것입니다.


그럼 매사가 즐거우시길 :-)
Elecviva
02/09/26 18:52
수정 아이콘
참.. 바보같이 넋두리 한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조만간..
많은 분들과 즐겁게 게임을 하는 날이 오기를..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6597 [꽃다방숙자]문군님. 카페잃어버렸으면 이렇게 하세요. [3] 꽃다방 숙자2092 02/09/26 2092
6596 낼경기 예상입니다.(테란의황제 VS 처절함의황제) [93] 박정규3342 02/09/26 3342
6595 지금 온게임 넷에서 엽기대전 재방송 하네요.. [4] comeinatya1411 02/09/26 1411
6594 to 불멸의 저그... [3] 劍星1530 02/09/26 1530
6593 [잡담]...;; [8] KKND1169 02/09/26 1169
6592 어제의 하수 랭킹전 [26] matlab1903 02/09/26 1903
6591 [잡담]열정.. [7] Elecviva1139 02/09/26 1139
6589 혹시 어제 KPGA 예선하는 곳 갔던 분들중에서요~! [9] 김정아1998 02/09/26 1998
6588 http://www.tum.co.kr-->나의 사랑 툼 [1] Dabeeforever1657 02/09/26 1657
6587 리플레이 스페셜 KTF 편.. [2] 박준호1189 02/09/26 1189
6586 헌터... [4] nodelay1305 02/09/26 1305
6584 kpga 4차리그 최종 예선통과자 명단입니다 [24] 랄랄라2186 02/09/25 2186
6583 사이버 연고전을 하네요.. [16] Elecviva1819 02/09/25 1819
6582 저의 임요환 선수의 대베르트랑전 전략예상 [8] KABUKI1355 02/09/25 1355
6581 나쁜 습관.. [8] 내사랑HJ1276 02/09/25 1276
6580 [연재] ...엔투루키 마무리;;; [7] 고로록⌒⌒1700 02/09/25 1700
6579 이번주 KTF Nazit배는 연기됩니다 [5] 박신영1312 02/09/25 1312
6578 블드워 초창기 시절 다크아콘에 대한 Q & A 중...(황당시럽네요 -_-;;) [10] 삭제됨1407 02/09/25 1407
6577 (허접단편) 오! 필승 코리아 #5 [11] 마치강물처럼1267 02/09/25 1267
6576 차세대 게이머(?)로 본 향후 스타크 판도...(기존 고수 포함.) [20] 劍星2165 02/09/25 2165
6574 각 종족 프로게이머 대표주자들의 대표 별명 혹은 내가 생각한 별명들 [1] 박종혁2105 02/09/25 2105
6573 저그는 죽지않는다 [1] 김연우1231 02/09/25 1231
6572 [가입인사]안녕하신가유 ㅡㅠㅡ 가라뫼1127 02/09/25 112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