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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8/04 00:51:29
Name 풍림화산특
Subject [LOL] 승리를 부르는 말
4박5일 여름휴가를 받은 나는 딱히 어디 가기도 귀찮고 돈도 없고해서 4박5일동안 하루에 한 등급씩 랭겜을 올리자는 목표아래
롤에 접속을 했다.

소환사 정보창에 실버2 55점.
롤을 한지 1년반이 다되는데도 아직 한번도 골드를 밟아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내자신이 초라해보이고 무능해보이기까지 한다.
한때 스타 프로게이머까지 생각했던 나인데 이상하게 롤에서는 인연이 없나 싶기도 하고 내가 정말 롤에 소질이 없는가 하는
자괴감까지 들지만 적어도 롤을 시작한이상 골드라도 가보자는 집념아래 랭을 돌리기 시작했다.

어찌어찌 이기고 지고 하다보니 어느새 실버2 승급전 1승1패까지 오게 되었고 무려 7시간동안 롤을 하느라 점점 피곤해지고
머리까지 아파온다.
그래 마지막 한판. 이 승급전만 이기고 오늘 그만 끝내자고 다짐을 하고 랭을 돌린다.

랭이 잡혔고 나는 퍼플진영의 4픽. 다행히 울팀의 듀오는 없는 듯 하다.
밴이 끝나고 우리 1픽은 미드이즈를 2픽은 원딜케틀을 고르고, 상대 1픽은 탑제이스, 2픽은 서폿블츠, 3픽은 미드아리가 나왔다.
그리고 3,4픽의 차례가 왔고 3픽은 자신있게 탑신지드를 고르고 나는 원래 주포가 탑미드라 정글과 서폿 둘다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정글이 낫겠다 싶어서 마침 에테르 날개 케일을 산것도 있어서 케일정글을 하기로 결정하고 케일을 픽했다.
상대 4,5픽은 정글자르반과 원딜트리스타나를 고르고 울 5픽은 서폿피들을 고른다.

30초의 준비시간이 주어지고 갑자기 신지드가 '봇님들아 저랑 라인스왑해요' 라고 채팅을 치기 시작한다.
???
처음 든 생각은 이거였다.
아니 상대탑은 제이스고 제이스하면 라인스왑해서 가장 잘버티는 챔프중에 하나고
반대로 신지드는 라인스왑할시 가장 답없는 챔프중에 하나인데 라인스왑이라니?  
난 좋은말로 반대를 말했지만 이미 케틀과 피들, 신지드는 라인스왑하기로 결정해버렸고 시간은 5초가 남았다.
아 승급전이라 닷지하기도 뭐하고 이제와서 닷지유도하기도 시간은 너무 촉박하고...
상대방에 트롤이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결국 겜을 시작했다.

그렇게 게임이 시작되고 원래라면 선블루 시작이지만 라인스왑때문에 선레드를 시작하기로 하고 그 덕분에
적의 블츠를 선두로 한 인베에서 안전할 수 있었다.
어쨋든 그렇게 게임은 시작되었고 레드와 블루를 먹고 3렙을 찍고 바텀타워를 지키기위해 봇으로 지원을 가는 중
'퍼스트블러드'
설마가 역시나였다.
라인을 밀고있을 때의 블츠는 그랩상승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점멸대신 유체화를 든 신지드는 끌려갈시의 대책은 없었다.
그렇게 신지드는 끌려가서 적 트타에게 1킬을 안겨주었다.

나는 타워라도 지키자는 생각에 바텀커버에 들어갔고, 다시 이어지는 소리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탑에서 울팀 피들과 적 제이스가 동귀어진을 한 것이다. 아니 2명이서 1명을 상대하는데 같이 1킬을 주고받은건 명백한 손해자나.
점점 머리가 아파온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적탑타워와 우리바텀타워가 비슷한 시기에 부셔졌고, 용싸움을 하기위해서 서로 대치하려하는데 싱드와 이즈가
탑과 미드에서 안내려온다. 적은 5명이 다와서 용 트라이를 하는데 그걸 가만히 보고있는게 부아가 치미는지 울 피들이
궁 점멸로 이니시를 걸고 어쩔 수 없이 따라간 나와 케틀은 아리에게 트리플킬을 선물해주고 용까지 주었다.

그렇게 첫 용싸움에서 대패하고 점점 스노우볼링이 이어지면서 어느새 킬뎃은 9vs20.
타워도 스왑해서 상대 탑타워 부신거 말고는 없었고 우리타워는 바텀2차빼고는 미드탑이 2차까지 밀렸다.
이렇게 되다보니 울팀 분위기도 안좋아졌고, 특히나 피들이 케틀한테 불만이 많았는지 계속 시비를 걸고 팀원들에게 욕을 하기 시작한다.

나도 태생이 트롤러라 울팀에 누가 시비를 걸거나 던지면 질 수 없다는 생각에 같이 맞상대를 하거나 같이 던지는 파이터라
채팅창에 그래 다 같이 던지자 xx 하고 엔터를 치려고 하는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든다.

뭐랄까 계속 버티면 우리가 이길거 같다는 느낌?
그래서 탭키를 눌러보니 상대 아리가 20킬중 10킬을 먹었고 블츠가 3킬을 먹었다.
거기다 아리가 로밍을 자주 가다보니 미드에서 아예 돗자리 피고 살던 이즈보다 cs가 한참 밀렸고, 신지드도 어느새 cs를 많이 챙겨서
코어템이 여러개 나오기 시작했다.

여태 롤을 하면서 나는 '님들 힘내봐요, 멘탈챙겨요' 라는 말을 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좀만 불리하면 '졋네 xx', 울팀이 죽으면 부모욕까지 서슴없이 하는 비매너 유저중에 한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 제대로만 하면 우리가 짜릿한 역전승을 거둘거 같은 감이 정말 강하게 왔다.
거기다 승급전이 1승1패가 아닌가.

그리고 내 롤 역사상 최초로 오글거리는 채팅을 하기 시작한다.

'님들아 그만싸우고 우리 제대로 해봐요. 저쪽은 아리밖에 안컸고 제대로 한타하면 이길거 같아요, 멘탈챙겨요'

그리고 기적은 시작되었다.

신지드를 그랩한 블츠로 인해 한타가 시작되었고, 아리는 우리 케틀을 자르기 위해 3단궁과 데파와 모든 스킬을 동원한다.
그리고 절묘한 나의 궁으로 인해 케틀은 아무 데미지도 입지 못했고, 아리는 아무것도 못하고 죽었다.
그 사이 파랑이즈는 그동안 미드에서 돗자리 핀 값을 제대로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타에서 대승을 거두고 적 미드 억제기를 밀고 바론까지 먹었다.

점점 승급이 눈앞에 보인다. 하지만 다시 피들이 투덜거리기 시작한다.

'아 xx, 나빼고 와드 아무도 안하냐? 나 템 다팔고 와드만 산다'

면서 욕을 하기 시작한다.

누차 말하지만 평소의 나는 똑같이 욕설을 하고 템 다팔고 와드만 샀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이기고 싶고 이미 오글거리는 채팅까지 했던 내가 아닌가.
한번했는데 두번을 못할까. 끝나고 피들한테 욕하면 되지.

'피들형. 죄송해요, 저도 같이 와드할께요, 좀만 참아요'

그렇게 피들을 달래고 정상적으로 한타를 해서 승리를 하고 적의 넥서스를 파괴시켰다.

그리고 뜨는 창.
'실버1로 승급하셨습니다.'

나는 승급과 짜릿한 역전승에 너무나 기뻤고,  게임 내내 투덜되던 피들마저도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울팀 다 수고했어요 하고 칭찬을 돌렸다.

이제와 생각하는데 과연 내가 거기서 같이 욕을 하고 같이 템다팔고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승급에서 떨어지고 이 짜릿한 역전승도 겪지 못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뭔가 내마음이 변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왜 게임에서 다른 유저를 욕하고 다른사람 다 열심히 하는데 기분안좋다고 트롤을 했을까 하는 과거의 잘못들이 생각나고
아무리 유리한 상황이라도 아군끼리 틀어지면 역전패를 당하고 아무리 불리한 상황이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노리다보면
오늘 처럼 짜릿한 역전승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오늘 마지막 게임. 이기면 승급하고 지면 떨어지는 중요한게임이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건 내가 이제 게임에 임하는 자세가
변하는 전환점이 되는 게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줄 요약 : 롤은 사람의 인격을 성장시켜주는 마법의 게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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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림화산특
13/08/04 00:52
수정 아이콘
아 욕으로 보이는 단어를 쓰면 삭제되는거군요..
죄송합니다.. 몰랐습니다...
사티레브
13/08/04 00:53
수정 아이콘
글이 왜 사라졌나 했는데... 더불어 제 댓글까지.. 흑
이제 골드로 가셔욧!
풍림화산특
13/08/04 00:5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저에겐 골드란 원피스같은 존재네요...
포프의대모험
13/08/04 00:54
수정 아이콘
풍림화산특님이 가장 잘하신 일은 그 게임이 승급전 마지막경기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입니다.
유료체험쿠폰
13/08/04 00:54
수정 아이콘
요즘은 패밍아웃도 거리낌없이 하는 시대군요.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원터치포다이
13/08/04 16:33
수정 아이콘
이렇게 시비조로 댓글다시는 님보단 나아보이네요
정공법
13/08/04 00:55
수정 아이콘
어떻게든 이길게임은 이기더라구요 오늘 랭겜했는데 로딩중에 컴터가 맛이가서 -_-;;
들어가니깐 12분정도됬는데 스코어는 13:0......... 저희팀이 이기고있더라구요....들어가서 죄송합니다...리폿도 달게받겠습니다...라고 채팅을쳤는데
아군 : 이겼는데 리폿을왜해요 크크크
역시 이기는 게임은 훈훈하더라구요...
13/08/04 00:59
수정 아이콘
저도 트롤을 한적이 있습니다만은 어느날부터 그냥 채팅을 안치는게 가장 좋은것 같더군요. 트롤러들이 처음에 가장먼저 킬이 따이면은 누구탓을 하고싶어 하더군요. 그냥 대꾸를 안하면 아무일이 없습니다만은 대꾸를 하는순간 채팅치다가 죽는경우가 허다하죠. 그냥 핑으로 대화를 나누면 누구든지 현재보다 3~4단계 티어를 올라갈수 있습니다.
이즈리얼
13/08/04 01:09
수정 아이콘
패드립유저에게 무대응하는편인데
굳이 한마디 할때는 욕할시간에 cs하나라도 더 먹으라고 해줍니다

패드리퍼중에 실력적으로 남한테 뭐라고 할만한사람은 도수빼고 본적없습니다
다 자기 실력에대한 방어기제죠
Legend0fProToss
13/08/04 02:15
수정 아이콘
기장님이 있지요!
이즈리얼
13/08/04 02:20
수정 아이콘
롤에선 패드립치는걸 직접 본적이없어서요
13/08/04 10:52
수정 아이콘
압도...?
해먹이필요해
13/08/04 01:10
수정 아이콘
저도 요즘 골드한번 찍어보겠다고 몇 주간 노력했는데.. 실버1에서 도저히 안되더라구요..
너무 많이져서 mmr이 이상해졌는지 판당 점수 변동폭이 5점내외고..
트롤에 욕설에 스트레스 받다가, 결정적으로 원딜로 봇 갔는데 상대 베인이 너무도 잘해서 전적검색해보니 대리기사 더군요..
대리까지꺼 뭐 할수도 있지 했지..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피해자가 되어보니 정말 게임할 맛이 떨어집니다.
결국 포기하고 계정 삭제했습니다. 혹시 취소할까봐 비밀번호도 까먹을만한걸로 바꿔놓고요 크크..
글쓴분도 실버1에서 한방에 쭉쭉 올라가셔야지 저처럼 mmr지옥에 빠지면 멘붕 수차례 옵니다..
가나다라마법사
13/08/04 01:13
수정 아이콘
패드리퍼에 트롤러가 승급전 지기싫어서 일반인 코스프레하는 글이군요 ..
유료체험쿠폰
13/08/04 01:15
수정 아이콘
트롤러도 보살로 만든다는 승급전
마음속의빛
13/08/04 02:33
수정 아이콘
1레벨부터 30레벨까지 그렇게 짜릿한 역전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초반부터 이상한 말꼬투리 잡고 게임 던지는 트롤러들을 이해할 수 없었지요.
하지만, 리그인벤 같은 곳에서 트롤러 달래는 대처법 같은 글을 많이 봐왔기에, 이상한 조짐을 보이는 사람이 보이면
상황에 따라서 적당한 말로 그 사람 멘탈 잡아주려 애를 쓰곤 했었답니다.

음.. 저는 대부분 서폿을 하고, 서폿 자리가 없을 때만 정글을 했는데, 가끔은 정말 아무런 이유도 없이
(팀이 데쓰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비등비등한 상황 또는 이기고 있는데도 뭔가 말도 안 되는 트집 잡으며 - 예를 들어 너무 흥해서 재미없다며 미드 마스터 이가 적에게 일부러 사망 몇 번 해주고 게임 접속 끊음 - ) 트롤 하는 건 어떻게 할 수가 없더군요.

그렇게 멘탈 잡아줄 여유도 없이 게임에 나가버리는 경우만 아니면, 최대한 좋은 말로 다독이며 게임 1시간은 할 각오로 게임을 하곤 했는데..
요즘은 저도 지쳤는지 lol을 멀리 하게 되어버렸네요.

이 글을 보니 저도 뒤늦게 lol 입문해서 힘겹게 역전승 했었던 경기들이 떠오르네요.
13/08/04 02:54
수정 아이콘
농담이 아니라 롤은 인격 수양 게임이 틀림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멘탈 다 갈리고 새로 만들어...졌죠...
13/08/04 08:43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이기던 지던 이렇게 매너있게 게임하셨으면 하네요.
13/08/04 08:56
수정 아이콘
트밍아웃인가요.
5월며칠
13/08/04 12:13
수정 아이콘
앞으로도 이기던 지던 이렇게 매너있게 게임하셨으면 하네요. (2)
13/08/04 12:34
수정 아이콘
흔한 게이머의 성장기네요.크크
인간실격
13/08/04 21:16
수정 아이콘
인간이 갱생하는 케이스도 흔친 않지만 있겠죠..
목화씨내놔
13/08/05 11:16
수정 아이콘
실버 3까지 갔다가 실버5 0점으로 다시 내려가긴 했지만
브론즈 3에서 실버3까지 연전연승으로 올라가는 와중에 기묘한 경험을 자주 했었어요.
제일 기묘한 경험은 제가 서폿 룰루를 하며 평화로운 봇라인을 진행하던 중 우리편 제드가 카사딘에게 연속으로 따이며 우리 탑 자크도 상대 신지드였나?
여튼 파밍이 어렵지 않은 상대와 평화협정을 맺었지만 카사딘의 연이은 로밍으로 봇과 탑이 전부 박살난 상황

킬은 5대30정도로 뒤쳐졌는데. 다행이 상대편이 다이브를 막하지는 않아서 2차 타워만 다 날라가고 우리는 타워를 하나도 못 밀었죠. 용과 바론은 계속 내주었고 극도로 힘든 상황에서. 빅웨이브만 착실히 먹어대던 제드가 어느정도 파밍을 하고 자크도 이니시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탱템을 맞춘 상황에서
상대편 원딜이 빠진 사이 우리 미드 3차타워 앞에서 자크의 이니시로 4대5싸움을 했지만 우리는 전멸 상대는 서폿 쓰레쉬만 살아가는 참패를 겪었죠.

그 때 제드가 한마디 합니다.

"이거 이길 수 있다. 나 카사딘 원콤 된다."

탭키를 눌러보니 35킬 정도 중에 상대방 카사딘이 28킬..
제드의 신출귀몰한 백도어로 모든 라인을 밀고 제가 오라클로 바론쪽 와드를 지운 후 바론 트라이를 하는 척 낚시를 하던 중
역시나 패기 좋게 선 궁으로 들어오는 카사딘를 귀여운 동물친구로 변신 시킨 후 자크의 궁이 들어가자마자 제드의 순삭.

그 후로 카사딘 없는 상대방을 미드 1차타워에서 다이브로 압살하며 바로 게임을 끝냈죠.

게임 끝나고 나니 뭔가 허무하기도 하고. 싸우면 안되는 구나라고 반성도 했죠.
멘탈이 강해지면서 그 경기 포함해서 30경기 중 한 2경기 지고 연전연승해서 실버 3까지 갔지만.

결국은 실버5...... 멘탈이 강해진 건 박카스 먹고 난 후의 잠깐 동안 각성효과 였나봅니다. 결국 똑같아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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