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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6/30 23:54:46
Name 네로울프
Subject 꽃.....



... 당신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아.
한참을 머리를 갸웃거리는데도 좀처럼 떠오르지가 않아.
치열이 고르지 못한 작은 앞니가 보여.
그런데 늦가을 성기게 터트려진 바알간 석류 껍질 같을
당신의 입술은 모르겠어.
그나마 상상하는 것도 거기까지 뿐이야.
너의 코는 어둠 속에 있어.
콧부리를 가만히 더듬어 보자.
두개의 아치일테지.
그건 그냥 밤을 닮게 내버려두자.

아! 생각났어.

너의 볼은 복숭아 같이 달아오르지 않아.
그냥 그렇게 느낄 뿐이었어.
왠지 어두운 귓바퀴가 생각나.
얇게 치밀어 오르다 사라져가는 귀여운 골이 보여.
하지만 어느새 칠흙같은 머리카락이 드리우지.

아... 포기하자.

나는 너를 보았는데 너의 눈을 보지 못했어.
난 다만 너의 서투른 이빨만 기억할 뿐이야.
머리를 쥐어짠다고 내가 그걸 다 돌이켜 내진 못할 거야.
다음엔 너의 눈을 보여줘.
난 당신을 옆에서 보고 뒤에서 보았어.
그런데 난 너의 종아리와 뒤로 무릎이 접히는 부분과
약간의 허벅지만 알아챘어.
넌 몇개의 벌레물린 자국을 가졌어.
아니 너의 다리는.

난 왜 너를 앞에서 보지 못했을까?
어쩌면 너는 꿇어않는게 버릇이 된 여자처럼
앞무릎이 보기 싫게 툭 튀어 나왔을지도 몰라.
혹시 정강이에도 벌레 물린 자국을 남겼을지도 모르지.
난 당신을 옆에서도 보고 뒤에서도 보았는 데
난 어째서 너의 엉덩이와 등과 목덜미를 가져오지 못했을까?

그러면 앞으로 너의 어깨를 보여줘.
하지만 앞에서 보아선 안돼.
너는 너의 뒷모습의 어깨에서 보여지거든.
그건 단지 나의 습관일 뿐이야.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지.
나는 너를 멀리서도 보고 가까이서도 보고 옆에서
보지 않고 있기도 했어.
그런데 난 왜 너를 작은 시체를 나누듯 조금씩만
기억할까?

너는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었어.
너는 머리를 귀 뒤로 잡아 매 두기도 했지.
그런데 난 너를 다 보지를 못했어.
당신을 다 기억하지도 못해.
너에게 빛이 깃든 곳은
너의 고르지 못한 치열과 낮은 발 그리고 태연한
종아리 밖에 없어.
그건 내가 잘 알거든. 난 어둠속에 있으니까.
거기에선 그걸 잘 알게돼.


...........zzt
  
*** 여름이 되니까 역시 Bob Marley 가 땡기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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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7/01 00:40
수정 아이콘
밥말리.. 진정한 레게의 황제.. 너무 좋아요..T_T
04/07/01 01:16
수정 아이콘
좋은글, 음악 감사합니다.

"No Woman, No Cry."
that's true, but
"No woman, No life"
is also true.
엄재경
04/07/01 02:18
수정 아이콘
/lovehis 밥 말리의 'No woman no cry'는 '울지 않으면 여자가 아니다'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문장부호를 잘 쓰지 않는 자마이카식의 영어로 인해 그런 오해가 생겼다지요. '노, 여성이여, 울지 말아요'라는 의미입니다.
Quartet_No.14
04/07/01 03:31
수정 아이콘
이야... 밥 말리... 오랜만에 듣네요..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네요.. 레게에 푹 빠져 살던 시절이.. ㅡㅡ;; 그 이후 클래식만 듣다가.. 요새 다시 예전 음악들.. 찾아 듣는중인데.. 다시 레게의 세계로 빠져드는것도 괜찮겟군요.. 좋은 음악 감사합니다... 그런데.. 해설자 엄재경님???
04/07/01 09:12
수정 아이콘
엄재경님// 그렇군요. 제가 잘못알고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In.Nocturne
04/07/01 10:05
수정 아이콘
"여자가 없으면, 눈물도 없다"
그러나
"여자가 없으면 인생도 의미없다"
이런 뜻이 아닌가요...
슬픈비
04/07/01 10:56
수정 아이콘
우리 살아가는 작은 세상 몇바퀴를 돌아..
그대가 내 삶의 시작이었다는 뒤늦은 고백도 갈 곳이 없네.
04/07/02 10:49
수정 아이콘
In.Nocturne 님 해석이 맞지 않을까 싶은데요. 자마이카식 영어가 어떤건지는 모르겠지만 문맥상 해석이 In.Nocturne 님이 맞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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