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끊은지 대충 6개월쯤 되갑니다. 그리고 아무런 일이 없다면 앞으로 술을 마실 일은 없을겁니다. 담배야 원래 끊었지만, 술은 한동안 마시고 살았죠. 그런데 이제 점점 술자리나 술만 보면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고 있습니다. 집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술들은 전부 싱크대에 쏟아서 버리기까지 했으니까요. 막상 술은 전혀 안 마시니, 굳이 허전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기분만 좋더군요.

저번에 잠시 휴가를 나온 친구가 말하길

'술 정도는 마셔줘야 하는거 아냐? 사람들끼리 어울리려면 한 잔 정도는...'

대충 이런 이야기 같았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이해가 안 가더군요. 사람끼리 만나서 왜 이리 술잔 기울이길 좋아하는지, 오랜만에 만나서 술부터 마시자는 소리부터 들으면 참 내키지 않더군요. 뭐 가주긴 합니다만, 가서도 이런 저런 핑계로 한 모금도 마시지 않습니다.

이렇게 다짐한 건, 여러 일이 있었지만 확고한 생각이 들게 된 것은 한 권의 책 때문이었습니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다시 읽는 중이었죠. 스티븐 킹은 이제 막 인기 작가로 거듭나기 시작할 때에, 어머니가 죽고 알코올 중독에 빠집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집안 재활용 쓰레기 통에 '밀러 라이트' 캔이 가득 있는데, 우리 집에서 밀러 라이트를 마시는건 자기 뿐이니 이때부터 알코올 중독이란 걸 깨달았답니다.

그리고 저와 비슷하게 술을 전부 버리고 끊어버리죠. 물론 이후에 잠시 마약 중독에 빠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술의 유혹에 벗어나는데는 성공합니다. 그의 소설 '샤이닝'이 그의 모습을 묘사하기도 하죠.(글은 쓰지 않고, 끊었던 술만 찾는 주인공의 모습이 당시 스티븐 킹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아무튼 이런 이야기 이후에 그가 하는 한마디를 보고 결심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술을 마신다는 것은 엉터리다. 술을 마시면 그냥 취하기만 할 뿐이다.'

pgr분들은 음주 습관이나 가치관이 어떠신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