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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1/09 23:34:55
Name 뺑덕어멈
Subject [일반] 무색무취의 남자
새해 초부터 소개팅에 나간다. 작년부터 시작된 솔로탈출 프로젝트.
다른 중요한 일도 많지만 연애 또는 사랑을 하는 것이 28세 모태솔로인 남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작년 쓰라린 추억으로 남은 첫 소개팅부터 어느새 6번째.
처음 소개팅에 나갈 때는 먼지 모를 자신감에 충만했지만,
몇 번의 좌절을 겪은 후에는 연애?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이제는 붕 뜨는 기대감보다는 덤덤하고 묵직한 마음이다.

소개팅을 나가서 겉으로 멀쩡한 20대 중반의 여자가 왜 남자친구가 없을까라는 분석을 하게 된다.
눈이 높은 걸까? 하지만 물어보면 아무도 눈이 높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은 없다.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그럼 주변에 남자가 없어서 그런가? 이건 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여자가 주변에 많은 직업이거나 여대를 나온 여자들이 평균적으로 외모가 더 뛰어났다.

어찌되었던 만나서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한다.
직업, 취미, 이상형 등등에 관한 내용.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요새 사람들의 특성인가?
소개팅에 나온 여자들의 경향은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은 있지만 ‘취미가 머에요’ 라고 물었을 때 자신 있게 이야기 하면서 그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는 여자는 거의 없다.
‘좋아하는 배우가 누구에요?’ 라고 물었을 때도 딱 한명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그때그때 바뀐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영화라든지 그런 것들도 단순히 좋아하는 정도 자세히 물어보면 더 이상 명확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내가 여자들의 취향에 대해서 몰라 대화를 못 이끌어 나가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여자들을 보면서 거울속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꾸준히 취미생활로 이어온 것도 없고, 운동도 틈틈이 헬스 하는 남자.
취미라고 하면 인터넷 서핑과 예전에 열심히 했던 mmorpg, 타지에 있었을 때 한 등산.
독서도 자기개발서 위주로 읽고 간간히 소설. 그렇다. 좋아하는 것은 있어도 남들에게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정도는 아니다.
어떤 여자 배우가 좋냐 물어봐도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그냥 예뻐서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뭐 이런 것을 처음 만난 이성에게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그리고 꼭 상대 여자에게 듣는 질문은 “어떻게 한의대 갈려고 하셨어요?” 라는 질문이다.
딱히 멋진 이야기를 하기 힘들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는 한의사 되었으면 한다고 이야기 했고,  회사원인 아버지는 전문직을 했으면 했고,
나는 그냥 한의사가 좋아보였고 싫어하는 영어공부를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갔으니.

마찬가지로 상대에게 물어도 수능점수 맞춰서 갔고, 대학교 가서 고민을 하고 어학연수도 갔다 오고,
그러다가 적당히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아니면 현실에 맞춰서 취업공부해서 취업하는.
또는 선망하는 직업에 간 사람은 다른 특별히 더 좋은 것은 없기에 우선 하는 것부터 열심히 하자는 생각에 하다 보니 하게 되었다고.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었던 그녀들이기에 내게는 멋진 스토리를 듣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첫 번째 소개팅녀에게 빠져들었던 것은 이런 질문들에 나름 멋진 스토리로 이야기 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좋아하는 음식, 영화, 책 등의 이야기를 해주었고,
진로를 선택한 것도 나름 진지한 고민과 그것을 해내기 위한 노력들도 멋지게 이야기했었지.
거기에 맞춰서 나도 영화나 책 이야기, 나름의 고민 등을 이야기 할 수 있었고.

이전 5번의 소개팅을 하면서 호감이 드는 정도면,
내 미래의 첫 여자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연구하고 노력해서 잘해주고 데이트도 하고 호감도 표시했지만,
2번째 만남 이후로 연락이 끊기거나, 나와 비슷하다고 느낀 여자에게는
단순히 연애를 하고 싶은 건지 나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저기 길가는 여자와 나와의 차이를 이야기 해달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자존심 문제인가?
어느 정도의 호감을 표시하면 갑과 을의 느낌을 여자도 알게 되고
그것을 고마워하며 잘해주기 보다는 즐기는 여자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식어버리는 이 현상.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 가에 대해서도 나는 무색무취의 남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정작 내 자존심을 버릴 정도의 매력적인 여자가 있으면
무색무취인 내 모습을 들키는 게 두려워 다가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황금 같은 대학시절은 지나갔다.

다시 소개팅 이야기로 돌아가서, 예전 같았으면 한번 에프터 신청을 할 만한 소개팅이었지만
집에 돌아와 안부문자를 보내고 더 이상 마음을 쓰지 않았다.

그래도 지난 1년간의 노력 덕분인가? 이제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라고 물으면
나름의 이유를 들어서 나만의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내 이상형에 가까운 여자가 물어봤을 때만 그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겠지.
나도 여자에 대해서는 나만의 취향이 생긴 것이다.

오늘 저녁에 기타를 처음 배우로 간다.
또 혼자만의 상상연애를 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마음에 드는 여자가 나타난다면 기타를 치며 고백할 수 있게 준비를 해 두는 것이다.
그때는 좀 더 확실한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겠지. 예전처럼 정말 좋아하는 것인가 불안해하면서 하는 고백이 아닐 것이다.
이승기의 연애시대 노랫말처럼 오랫동안 솔로라서 연애에 서툴지 모르지만 가장 널 사랑하겠다고,
용기 있는 남자가 될 테니 내 곁에 있어 달라고...

아름다운 색깔과
향기로운 그대에게 물들고 싶다.
그대 곁에서 무색무취의 남자가.

ps. 일기같은 이 글을 오늘 쓰고 제 블로그에 올렸습니다.(이글은 보고는 아니지만 마침)
      누군가에게서 저보고 좋은사람이니깐 정말정말 좋은 사람 만날거라고
      저한테는 좋은사람이 아니었다며 미안하다며 연락이 왔는데
      술이나 먹고 싶은데 주변에 친구는 없고... 그래서 pgr에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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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ackDDang
12/01/09 23:41
수정 아이콘
보드카같은 남성이시군요 이제는 정말 토닉을 만나셔야할듯 싶습니다
하우두유두
12/01/09 23:42
수정 아이콘
힘내십쇼 작년에도 비슷한 댓글을 단것같은데 그때는 커플이었으나 지금은 저도 다시 솔로입니다;;;
새해를 맞이해서 소개팅전선에 다시 뛰어들었으니 죽이되든 밥이되든 뭔가는 되겠죠.
행복하시길^^
뺑덕어멈
12/01/10 00:03
수정 아이콘
솔로는 시간 많아서 참 좋아요~~
소개팅에 제가 원하는 여자가 나올 확률은 적은 것 같아요. 서울에 제 인맥이 부족한 것도 있고...들어오면 나가기는 하겠지만
열심히 살다가 눈에 띄면 잡아야죠.
박예쁜
12/01/09 23:53
수정 아이콘
자기만의 독특한 취미가 여자분들한테 어필하더군요 ㅠㅠ 그래서 게임이 취미인 나는 ㅠㅠ
뺑덕어멈
12/01/10 00:04
수정 아이콘
그렇죠? 호기심을 자극하는게 독특한 취미만한게 없죠.
저도 소개팅 나가서 게임 좋아하세요? 한번 물어봅니다. 크크크
Fanatic[Jin]
12/01/09 23:54
수정 아이콘
솔로만세!!
솔로만세ㅠ
불량품
12/01/10 00:41
수정 아이콘
이제 26살됬습니다.. 모태쏠로 고백 차인경험 3번.. 공부한답시고 일년동안 학원강의실 구석에서 썩으며 돈가스로 연명했더니 불어난
허리춤의 고무튜브... 더불어 목살에 붙어있는 헬륨풍선까지... 그렇다고 공부가 일취월장한것도 아니고 ㅠㅠ 자기혐오감이 요즘들어서
부쩍듭니다..
라울리스타
12/01/10 01:31
수정 아이콘
얼마전에 소개팅했다가 실패했었습니다.

여자분이 그렇게 맘에 드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 여성분께서 먼저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신데다 저 또한 '연애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매우 강해서 나름 열심히 했습니다.

서로 선물도 공유하고 괜찮게 지냈는데, 결국은 실패했네요. 왜 그럴까...라는 생각을 해보다가

이 글 보고 공감하게 됩니다^^ 전 개인적으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많은 것을 솔직하게 OPEN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었습니다만, 그것이 '솔직해서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결국 이성간의 관계(그것도 서로 모르는 채 만나는 소개팅 관계)에선 '심심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더군요. 게다가 서로 솔로 기간이 긴 사람들일수록 더 '흥미로운' 사람을 원하는 경향이 많다고 생각해요. 아마 안 그랬으면 그 전에 연애를 했겠죠.

왜 여태까지 나는 '저는 다 좋아요...'라고 말하는 여자들은 심심해 했으면서, 정작 나 자신은 심심하단 생각을 못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김태원씨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만, 이성을 얻기 위해선 '생각이 깊은 남자'가 되라고 했던 그의 말이 떠오르네요.

무언가 까면 깔수록 더 있을 것 같은 사람. 그리고 '허세'가 아닌 진짜 '무언가'가 있는 사람이 '킬러 콘텐츠'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위해선 솔로라서 슬프신 분들, 당장 여친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보다는 오늘부터라도 무언가 시작하고, 행동하고, 생각하세요. 하나하나가 자신의 내공이 될테고, 어느새 여자가 곁에 다가오는 순간이 있을겁니다!
뺑덕어멈
12/01/10 06:4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소개팅은 재미있고 공감대 형성되서 필이 통하는 느낌이 중요한거 같아요.
처음부터 다 보이지 말고 하나하나 전략에 맞춰서 공개하는 것도 참 중요한것 같죠.
svr이론이 있는데 처음에는 좋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 다음 호감도 형성 후 진솔한 이야기(약점 고민)를 해야 된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깐 매력있는 사람인데 진솔하고 순수하기도 해!!라는 느낌.
적어도 초반 3번의 만남까지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데이트를 해야되는 거 같고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콘텐츠 부족같습니다.

누나 조언은 주변 사람을 못살게 굴어서 남친이랑 헤어지는 애가 생기면
딱 너 떠오르게 만들어서 소개팅해야 제가 원하는 사람이 나올꺼라면서...

그리고 모든 것을 오픈할 때는 상대방이 미친 듯이 좋아해서 조절하기 힘들 때나 오픈해야지
연애하고 싶어서라는 마음이면 오픈하면 할 수록 끝빨이 떨어지게 되는거 같습니다.
연애시대 랩 부분에서도
'시간이 없거나 눈이 높아져서만은 아닌 것 같아 오랜동안 누군가의 포로가 될 나를 기다려왔어 지금 그게 너라고 말하고 있어'
와 같이 당신이 나에게 특별하다는 것을 여자들은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오랜 솔로 기간이 다 너를 만나기 위해서라는 마음이 들 여자가 아니고서야는 여자입장에서 마음 안열죠.
12/01/10 08:18
수정 아이콘
최근에 차였는데 위의 댓글을 봤더라면...정말 너무너무 맘에 들었는데 왜 차였을까 햇더니 너무 OPEN을 해서 그런거군요...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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