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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3/19 01:36:01
Name 영혼
Subject [일반] 어떻게 해야하나.
응. 술 한잔 했다. 좀 횡설수설 할 것 같아. 후, 이것 참. 어떻게 해야하나. 내 얘기 한번 들어봐. 여자 얘긴데..
알고 지낸지 올해로 3년째인 듯 싶은데, 가만. 군대에 다녀온 2년을 제하고나면 생각보다 알고지낸 시간은 짧구나.
처음 만났을 때는 그 아이가 나를 짝사랑하고, 나는 1년 후에나 그 아이에게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었지.
작년 6월. 전역을 하고서, 집이 가깝다보니 우연스런 기회로라도, 혹은 잠깐 짬이 나더라도 자주 보게 되고,
바쁜 일상들 때문에 누군가와의 소통이 그리운 가운데에 서로가 서로의 오아시스이기도 했지. 그랬다더라.

그렇게 좋은 감정으로 만나다가, 작년이 올해로 이어지는 날 그 아이가 내게 눈치를 줬어.
자기가 신년이고 하니 연애운을 봤는데, 남자가 너무 간을 보고 있는게 문제라고. 난 그냥 눈치 없는 척 너스레 떨었지만,
집에 와서 윤종신의 노래를 틀어놨어. 고백을 앞두고라는 노래. 혹시 들어봤어?
뭐 아무튼, 그 때 결심을 했지. 감정은 점점 깊어져 가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2월 15일인가, 그 아이가 나한테 쵸콜렛을 줬어.
발렌타인 뭐라는 그거. 그리고 그날 나는 고백을 했어. 좋아한다고. 그러니 그 아이도 내게 말해줬어. 좋아한다고.
근데 사귀진 못하겠대. 그냥 이대로 좋은 감정 가지고 만나면 안되겠느냐구 그러더라고. 꼭 사귄다고 해서 그게 연애인건 아니지 않냐고도.
자기도 여자이고, 외로워서 남들 다 하는 연애는 해보고 싶은데, 공식적인 CC는 도저히 못하겠고, 비밀로 사귀는건 더더욱 싫다나.

조금 껄끄럽긴해도 행복했지.
그러고 4일인가 있다가 그 아이에게 연락이 왔어. 누구를, 좀 사귀어보려고 한다고.
작년에 소개팅한 남자인데, 느낌이 괜찮았는데 외국을 다녀와서 그 사람이 지난달에 사귀어보자 했다고.
음. 어떻게 해야하나? 나는, 화가 났는데 화를 낸다고 달라질게 없을 거 같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러라고 했어.
내가 만나지 말란다고 안 만날 것도 아니고. 그러고 그 다음날부터 우리는 소원해지고, 아니 나의 감정이 소원해진거겠지?
그 아이는 내게 너는 좋은 남자이면서 동시에 좋은 친구라고 말하기 시작했어.
참. 이때부터 내가 물렀고 멍청했어.

3월 5일인가, 그 아이에게 말했어. 그만하자고. 이 모든 것,
가만 생각해보니 너도 나도 날 위한 예의는 눈꼽만큼도 없었다고, 나 스스로한테 미안하다고.
응. 힘들겠지만 그러자더군. 언제든 생각이 바뀌면 연락하라고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과 신의가 없어지는건 아니라고도.
내가 자조했어. 짧은 시간동안 나는 무엇이였고, 너는 무엇이였는지, 우리가 무엇이였는지 이젠 하나도 모르겠다고.
그 아이가 그러더라고. 너는 내가 세상 끝에서 울고있을 때라도 달려와줄 것만 같은 따뜻한 사람이라고. 좋은 사람이라고.
허, 참.

그러고 두번이 연락이 왔어. 한번은 11일인가였는데, 일하는데 문자가 왔어. 오늘 지나가다가 날 봤다고 하더라고.
하필 그 날 내가 열병을 앓아서 초췌했는데, 뭐 아무튼 미안했고 미안하다고. 순수한 너의 마음에 상처가 되었을 것 같다고.
날 생각하는 너의 마음이 그렇게 클 줄은 몰랐다고. 밥도 잘 챙겨먹고, 담배 끊는 것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더라.
담배 끊었냐고? 그럴리가. 내가 뭐랬냐고? 일찍 자랬어. 아프지 말고, 미안해하지도 말라고.

두번째는 15일인가, 엊그제 일하는데 새벽에 연락이 오더라고. 그 아이가 뭐랬냐면
남자친구랑 헤어진지 좀 되었는데, 바로 연락하기가 좀 그래서 망설였다고.
혹시나 예전처럼 우리가 좋은 친구로, 슬픈 일도 기쁜 일도 나누며 안부 물으며 지내는건 니가 너무 불편하겠냐고.
허, 참.

솔직히? 솔직히는 쥐어패고 싶어. 미친 것 같고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 나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없는.
근데 아직 잘 모르겠어. 일하는 중이라 지금은 좀 곤란하다고 하고서 4일이 지났는데, 머리가 복잡해.
정말 긍정적으로 그런 생각도 해봤어. 내가 마음을 못 접고 있을까봐 자기를 미워하라고 일부러 이런 짓을 하는건가. 하는.
그래. 마음 내키는대로 하면 되는데 내가 뭐가 내키는질 모르겠다. 복잡해. 이것 참, 어떻게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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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12/03/19 01:41
수정 아이콘
마음에 들면 잡고 아니면 가라고하면된다고 생각해. (반말로 해야될거 같아서요. 마음상하지말아주시기를)
12/03/19 01:44
수정 아이콘
으 네 괜찮습니다. 혹시나 기분 상하셨다면 사과의 말씀 드리고, 고견 감사히 들었습니다.
Love&Hate
12/03/19 01:43
수정 아이콘
간단히 생각하면 기회 아닌가요?
그리고 남친이 있었던건 확실한가요?
LionBlues
12/03/19 01:49
수정 아이콘
답이 영혼님안에 있습니다.
12/03/19 01:50
수정 아이콘
이런 바보 같은 남정네 같으니..

아름다운 글이고, 아름다운 관계이고, 아름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당신..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행운을 빌어요.. ^_^
12/03/19 02:00
수정 아이콘
좋아 하시는 군요.
좋은사람에 좋은친구가 되면서,,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영혼님과 사귈거라면 중간에 소개팅남과 사귀지도 않았겠죠. [m]
Love&Hate
12/03/19 02:17
수정 아이콘
저라면 그분 말씀대로 좋은 감정가지면서 '만났을거 같습니다.'
사귄다는 컨펌은 하지 않고 사귀는 사이에서 할법한
데이트부터 스킨쉽, 애정표현 까지 했을거 같네요.

대충 저러다 보면 어느새 보면 사귀고 계시든지
반대로 그분이 님을 얄미워하셨을꺼라고 봅니다.

결국은 좋은 감정은 있지만 사귀기에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이야긴데
그래서 쉽사리 결정하기 힘들어하는 여성분들은
조금 천천히 결정하게 해주어도 됩니다.
다만 그 동안 섹슈얼한 텐션은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니면 그냥 편한 친구가 되어버리기 쉽기에..
애정표현과 스킨쉽이 동반되면 오히려 여성분이 초조해집니다.
그전이야 여성분이 조급할 이유가 없었죠. 사귀지 않아도 얻을건 다 얻고 있는걸요.
선택을 늦게 하려는건 당연합니다.


다만 영혼님이 이런 답을 좋아하실지는 모르겠네요.
12/03/19 02:25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대로 하려는 게 제 생각이였습니다. 과거에요. 그 아이가 제게 그러하기 전에요.
최근이 말씀하신 섹슈얼한 텐션을 가지려는 찰나였고, 그 때 타이밍이 참 중요하단걸 다시 한번 깨달았구요.
지금은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이 마인드를 가져야하는걸까. 다시 내가 껄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게 아니라면 내가 받은 상처를 운운하며 그 아이를 내칠 자신이 있을까. 지금의 헤어짐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을까.
많은 생각이 들어서 아직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답을 찾고 있다기보단, 결정 나 있는 답을 위해 숨 고르기를 하며 한번 더 재고해본다는 생각을 합니다.
벌렸죠스플리터
12/03/19 02:42
수정 아이콘
전 항상 물불 안 가리고 사랑했었습니다
남자가 있던 상황이 어떻든 제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 하나가 저를 일으켰었던거 같아요

시간이 지나고 연애경험이 길어지자 바보였던 저는 어느새 계산만 하기 바빴습니다.
가끔은 그때의 멍청하고 무모한 솔직한 사랑이 그리워요

영혼님께 많이 위로받고 조언얻었는데 , 영혼님의 바보같은 사랑도
한번쯤은 지켜보고싶네요..!
12/03/19 07:37
수정 아이콘
마음이 가는 대로 하세요. 3자가 보기에는 여자분이 계속 글쓴분께 상처를 줄 것 같지만,
그런 사람이라도 마음이 간다면 그 마음으로 나아가보세요.
사랑은 안전한 곳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은하관제
12/03/19 08:37
수정 아이콘
마음고생이 참 많으실거 같습니다.
저는 '마음이 좀 더 원하는 대로 하셨으면'하는 바램이에요.
모태솔로긴 하지만, 모태솔로인 큰 이유중 하나가 바로 '좋은 사람'으로 남으려다 보니 지금까지 이도저도 아니게 된 거 같아요.
결국 좋은 사람으로 남는게 단지 그 사람에게 내가 보험으로만 되는 기분이기도 해서...
하고 싶으신 대로 꼭 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화이팅입니다^^ [m]
Hook간다
12/03/19 09:02
수정 아이콘
저라면... 다가가서 화를 내보겠습니다. 네가 나의 마음을 이렇게 비참하게 할 수 있냐고... 단단히 윽박질러보겠습니다.
격한 감정으로 그분에게 제대로 어필하겠습니다.
뒤 돌아보지 마시길 바랍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아직 남아 있으시면..
연애라는 것이 꼭 누군가와 서로 사랑해서 사귀는 안정적인 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 여자분께 제대로 어필을 해보시려면... 좀 강하게 나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좋아하는 감정을 그대로 꺾지 마세요. 자신이란 남자가 어떤 남자인지 보여줄 필요성도 있어보입니다.
12/03/19 09:44
수정 아이콘
때는 요때다 하고 대쉬해서 잡아먹겠네요.
당한게 억울해서

잡아먹는다는게 꼭 19를 뜻하는건 아닙니다 [m]
우유식빵
12/03/19 10:40
수정 아이콘
연애에서 여자분의 저러한 태도는 대단히 비겁하고 이기적인 것이라 생각해요.
좋아하는 마음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다고 보지만... 만약 제 친구라면 말릴 것 같네요.^_ㅜ
하지만 꼭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
Darwin4078
12/03/19 10:58
수정 아이콘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라보면, 여자분은 영혼님께 다가가고 싶은데, 여자가 먼저 좋아한다고 대시하는게 자존심 상하는 일인거 같고.
그래서 어쩌다 보니 벽이 생겨버렸고 남자친구가 생겼고 그래서 어찌할바를 모르겠는데 영혼님한테 향한 마음은 아직도 좀 남아있고.

부정적인 마인드로 바라보면, 그냥 어장관리.

대부분 진실은 저 사이에 있더군요. 어느 쪽으로 더 치우쳐있느냐의 차이일뿐.
그리고 영혼님의 마음. 제일 중요하죠.

사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지금 상황에선 제일 중요한 일일겁니다.
깨져도 부딛히는 수밖에 없죠. 그것만이 살길.
화이팅입니다!
무한낙천
12/03/19 14:28
수정 아이콘
보통 이런 경우에 친구 사이가 되어서 서로 각자의 연애생활을 하다보면,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결국은 둘이 연인이 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할수 있을 정도로
쿨해야 하고 또 그 마음이 그렇게까지 절실하지 않아야 하죠..

그런데 여자분 이전에 했던 행동이 좀.. 괘씸하긴 하네요
12/03/19 14:40
수정 아이콘
정말 이런 상황 제일 싫어합니다.
답은 그래도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친구와 저녁한끼 혹은 술한잔 먹으면서 얘기 나누시지요 크크크
좀 털어놓고 나면 편해지긴 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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