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11/28 05:45:49
Name OrBef
Subject [일반] 영화알못이지만 이 영화들이 위대한 영화라는 것은 의심할 수 없습니다.
글의 업로드 시점과 제목이 좀 이상하긴 한데, 절대로 이번 천하제2 키배대회 참가 글 아닙니다.

저는 영화에 대해서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닙니다. 대학생 시절에는 칸 영화제 수상작들도 좀 찾아보고 독립영화 비디오 확보한 비디오방 있다고 하면 멀리 찾아가서라도 보고 (당시에는 인터넷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로 발품을 팔아야 했는데) 그랬었는데, 그런 고통의 시절을 몇 년 겪고 나서 내린 결론은,

'이런 영화가 맞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난 포기'

였습니다.

해서 영화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도 포기하고, 해당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알아야만 논할 수 있는 이야기도 포기하고, 그냥 제가 좋아했던 영화 몇 편 얘기나 할까 합니다.

1. (1992) Bruce Campbell vs the Army of Darkness "사람이 팔이 잘리고 저주를 받고 고문 당하고 몸 속에서 괴물이 태어나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공포 영화가 아닙니다"

지금도 가끔 고민 많은 날 밤에 혼자 술 마시면서 틀어보는 영화입니다. 전형적인 공포영화로 시작했던 Evil dead 1, 공포 코미디였던 Evil dead 2 를 거쳐서 완전한 개그물이 되어버린 Evil dead 3 입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심도있는 분석을 할 깜냥은 안되고, 뭐랄까 영화 전체에서 느껴지는

'우히히히 낄낄낄낄'
'이런 장면 넣으면, 많이 웃기겠지? 낄낄낄'
'너희들이 정말로 보고 싶은 장면은 이런 거잖아? 크크크크'

의 B 급 센스가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을 낳은 것 아닌가 싶습니다.

2. (1975) 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 "다른 영화들이 B 급 센스를 활용했을 지 모르지만, 나는 B 급 센스를 인류에게 가르쳐주었지."


[아서: 네놈 팔을 떨어뜨렸으니 내 승리다]
[흑기사: 그냥 긁힌 거야]
[아서: 저기 떨어져있는 건 그럼 뭐냐]
[흑기사: 난 원래 팔이 없었어. 덤벼라 겁쟁이!]

B 급 센스에는 여러가지 정의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어이없을 정도로 싸구려임' 이라는 느낌이죠. 근데 이게 수위 조절이 정말로 중요한 지라, 성공을 위해서 일부러 싸구려 느낌으로 만드는 B 급 영화 (Asylum 영화들이 그렇죠) 들은 보통 끔찍하게 재미없는 결과로 이어지곤 합니다. 근데 그런 수위 조절을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한 영화가 B 급 영화의 선구자 중 하나로 알려진 1975년작  '몬티 파이썬과 성배' 라는 것은 참 대단합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앞뒤가 전혀 맞지 않고, 개연성이라고는 제비 눈물만큼도 없으며, 앞뒤가 맞지 않는 수준에서 끝날 줄 알았더니 그 이상으로 괴랄한 엔딩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미칠 듯이 웃기죠. 이 영화에서 제일 유명한 장면은 위에 나오는 흑기사지만, 이 영화가 얼마나 어이없는지를 더 잘 보여주는 영상은 아래에서 보여주는 1분짜리 란슬롯의 돌격 장면이죠.



????? 도대체 뭐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근데 웃기죠. 그래서 이 영화가 위대한 겁니다.

3. (1975) Rocky horror picture show "노노노 B 급 센스를 창조한 것은 니가 아니라 나임."

'몬티 파이썬과 성배' 와 같은 1975년에 나온 이 영화 역시 극단적인 말 안됨, 부조리함, 근데 웃김의 콤보를 보여줍니다. 신혼 여행 중에 자동차가 고장난 부부가 근처의 저택에 전화기를 빌려 쓰려고 들어갔더니 거긴 드라큘라를 닮은 크로스 드레서가 주인인 집이었고 그 집 손님들은 전부 춤 매니아인데 알고보니 주인장은 프랑켄슈타인과 비슷한 인조인간을 만드는 중이었고 그걸 만들었더니 여주인공이 그 괴물과 사랑에 빠지는데 알고보니 그 집 사람들은 외계인이었고 근데.....

이런 이상한 스토리라인을 가진 영화지만, 그런 말도 안되는 스토리라인을 정말 재미있는 뮤지컬로 승화했지요. 노래는 정말 멋지고, 춤은 정말 잘 추며, 주인장은 정말로 매력적입니다. 주인장의 등장 씬 보시죠.



아아 다시봐도 멋집니다. 저런 친구 한 명 있으면 인생이 두 배로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 역시 인생이 울적하다고 느낄 때 맥주 한 팩과 함께 종종 다시 틀어보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

다 쓰고 나니 제 영화 취향은 대체로 B 급이었군요. 저 자신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웰메이드 B 급 영화들은 오늘날에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작 중에서는 Cabin in the woods 가 '종종 다시 틀어보는 영화 목록' 에 추가되었네요. 이 영화 역시 공포라기보다는 자체 패러디성 코미디에 가깝지만, 공포영화를 많이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상당히 끔찍한 공포영화로 보일 수 있기에 영상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이런 고마운 영화들을 만들어주는 감독님들과 제작사들에 감사드립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5/11/28 07:01
수정 아이콘
캐빈인더우즈 저도 재밌게 봤습니다. 공포영화의 대표적인 클리셰들을 이리저리 꼬아서 전개하는게 엄청 웃기더라고요.
15/11/28 07:21
수정 아이콘
이거 진짜 웃기죠. 여주인공이 '난 처녀 아닌데?' 했더니 시고니 위버가 '뭐 가진 걸로 대충 하는 거지' 라고 대답하는 데서 웃다가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15/11/28 07:04
수정 아이콘
Orbef님은 분명 blackadder 시리즈도 좋아하실듯...
15/11/28 07:20
수정 아이콘
으음...??? 처음 들어보는 시리즈인데, 말씀 듣고 소개글을 찾아보니 범상치 않군요!!!! 감사합니다 흑흑
마스터충달
15/11/28 07:20
수정 아이콘
이 영화들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단어가 있긴 한데 벌점각이라 쓸 수가 없네요;;;;
15/11/28 07:21
수정 아이콘
하지만 저도 그 단어가 무엇인지 아니까 괜찮습니다?
치맛살
15/11/28 09:06
수정 아이콘
궁금합니다 크크 쪽지라도
Jannaphile
15/11/28 17:39
수정 아이콘
혹시 비읍과 미음이 들어가는 두 글자짜리 단어입니까?
Jace Beleren
15/11/28 21:46
수정 아이콘
댓글 추천 기능이 시급합니다 크크크 보자마자 바로 떠올랐어
Neanderthal
15/11/28 09:11
수정 아이콘
위에서 언급한 영화들과는 좀 다를 수도 있지만 [13일의 금요일]시리즈도 1, 2, 3편 정도는 봐줄만 한데 5편 이상부터는 그냥 코미디 비슷하게 되더군요...패턴이 너무 똑 같아서 "아 저기서 제인슨 나오겠네..." 하면 여지없이 제이슨이 나오고..."쟤 저러다 죽겠는데..." 그러면 여지없이 죽고...제이슨은 귀엽다 못해 안쓰러워 지기까지 하고...공포감은 확 죽고 개그감은 확 사는 영화로 탈바꿈 하더군요...--;;;
15/11/28 09:30
수정 아이콘
사실 제이슨은 방법이 조금 과격할 뿐, 문란한 10 대에게 올바른 성생활을 교육하려고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15/11/28 09:12
수정 아이콘
저런 친구 있으면 내 여친, 내 마눌에 의처증을 피할 수가 없을 터라.... 어쩌면 나 자신조차도!
OrBef님 글 늘 잘 보고 있습니다
15/11/28 09:29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니 마누라는 절대로 소개시켜주면 안 되는 놈이군요!!! 큰일날 뻔 했네요. 감사합니다!!!
노노리리
15/11/28 10:34
수정 아이콘
몬티 파이쏜은 정말 최고입니다...

날도 꾸물꾸물한데 코코넛 껍데기 찾아서 말이라도 타러 가볼까...(먼산)
15/11/28 11:23
수정 아이콘
정말 좋아하던 영화들이네요. 어렸을적 이블데드와 데드얼라이브를 보고 와 이거 뭔가 막 잔인한데 웃기네?
하면서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크크
15/11/28 11:46
수정 아이콘
데드 얼라이브는 진짜 어후......... 징그럽죠...

근데 재밌어... 어?????
이걸나진이
15/11/28 14:18
수정 아이콘
Sgt. Hammer
15/11/28 15:06
수정 아이콘
롴키 호러 핔쳐 쇼는 홍록기 선생이 해야 제맛입니다.
Sgt. Hammer
15/11/28 15:06
수정 아이콘
그리고 이블데드는 아무리 그래도 1편이 가장 위대하다능 ㅠㅠ
15/11/28 15:16
수정 아이콘
1편도 위대하고 3편도 위대한데 장르가 다르다능!
우리는 하나의 빛
15/11/28 16:47
수정 아이콘
1, 2, 3 다 봤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블데드2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3는.. 저한테는 별로더라구요. 아, 물론 재미라는 측면에서요.
Sgt. Hammer
15/11/28 16:48
수정 아이콘
이블 데드 시리즈가 독특한게, 호러에서 시작해서 코미디로 끝나죠 크크크
스타로드
15/11/29 11:35
수정 아이콘
캐빈 인 도 우즈 진짜 재밌어요.
제가 거의 유일하게 좋아하는 공포(?)영화입니다.
2편 안나올려나...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2245 [일반] [2][우왕] 인간 기본권을 침해당했던 이야기 [27] CathedralWolf4047 15/11/28 4047 1
62244 [일반] [야구] 송승준 롯데와 40억-추가 계약소식+불판 열림 [40] 친절한 메딕씨8179 15/11/28 8179 1
62243 [일반] [2][우왕] 배변행위는 마땅히 부끄러워해야 할 행위이며 하등하다는 증거입니다. [47] 카서스5180 15/11/28 5180 7
62242 [일반] 명의(名醫) [5] 구들장군3611 15/11/28 3611 3
62241 [일반] [2][우왕] 솔직히 똥으로 우승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26] 밐하5749 15/11/28 5749 11
62240 [일반] [2][우왕] 현시점에서 이런 이벤트를 한다는게 이해가 안되네요 [54] 일룰9191 15/11/28 9191 26
62239 [일반] 영화알못이지만 이 영화들이 위대한 영화라는 것은 의심할 수 없습니다. [23] OrBef8250 15/11/28 8250 2
62238 [일반] [2][우왕] 군대 가야 해요 말아야 해요? [56] 삭제됨6853 15/11/28 6853 0
62237 [일반] [2][우왕] 랜디 혼슨이 맞아요. 아니면 푸졸스 인가요? [60] 오클랜드에이스10295 15/11/28 10295 3
62236 [일반] [2][우왕] 똥싸고 나면 비데 사용하시는 분들... 더러워서 말도 섞기 싫네요. [132] 오빠나추워16692 15/11/28 16692 0
62235 [일반] 제도권 교육과 천재 [19] kien7403 15/11/28 7403 3
62234 [일반] 천하제2 키배대회 기간이 시작되었습니다 [6] OrBef8848 15/11/28 8848 0
62233 [일반] 007 : 스펙터 - 제겐 숀 코네리에 버금가는 역대 최고의 제임스 본드 [26] Jace Beleren5743 15/11/28 5743 2
62232 [일반] 서울지하철 노선별 적자 수준.jpg [125] 군디츠마라17111 15/11/27 17111 7
62231 [일반] 천재???? [49] 삭제됨11465 15/11/27 11465 1
62230 [일반] 노을/김동완/업텐션의 MV와 넬/백예린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9] 효연덕후세우실3972 15/11/27 3972 0
62229 [일반] [야구] 2차 드래프트의 결과가 공개되었습니다. [274] 어리버리18879 15/11/27 18879 0
62228 [일반] 똥을 밟았다. [16] 오르골6980 15/11/27 6980 22
62227 [일반] 송유근을 동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196] 소인배28482 15/11/27 28482 43
62226 [일반] 200억을 기부해 장학재단을 설립했더니 세금폭탄을 맞은분이 계시네요. [37] 스키너12318 15/11/27 12318 0
62225 [일반] [야구] 트루볼쇼가 예상한 FA계약금액2(SK편) [8] 이홍기6283 15/11/27 6283 1
62224 [일반] [야구] 엘지의 라뱅과 이진영이 40인에서 풀렸네요 [29] 덕팔8305 15/11/27 8305 0
62223 [일반] 헬스식 사고방식이 진리는 아니다. - 글쓴이입니다. [46] 삭제됨9014 15/11/27 901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