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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5/30 22:06:31
Name 모모스2013
Subject [일반] 흑인 최초 근대 독립국 아이티
전에 피지알에 비슷한 내용을 썼다가 지웠는데 홍차넷에 더 보충해서 작성했던 글을 더욱 보충해보았습니다.

지난 번에 "절해의 고도 - 이스터섬 https://pgr21.com./?b=8&n=65421" 글과 마찬가지로 재레드 다이어몬드이 "문명의 붕괴 (Collapse)" 라는 책을 많이 참조했습니다.


아이티가 위치해 있는 히스파니올라섬은 카리브해의 있는 섬으로 "카스트로" 로 유명한 쿠바섬과 "우사인볼트" 로 유명한 자메이카섬 동쪽에 위치해있습니다. 몇년 전 큰 지진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죽은 너무나도 못사는 바로 그 나라로 아이티가 히스파니올라섬 서쪽에 위치해있고 메이져리그 선수를 많이 배출하여 유명한 도미니카공화국이 섬의 동쪽에 위치해있습니다.

원래 히스파니올라섬에는 타이노족이라는 아메리카인디언이 살고 있었습니다. 약 200~800만으로 추정되던 타이노족은 다른 아메리카 인디언들처럼 천연두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유럽인들의 노예로 사탕수수농장에 강제로 투입되어 비참한 생활을 하다가 결국 전멸하게 됩니다. 유럽인들은 전멸해 버린 타이노족 대신 아프리카흑인들을 노예로 데려와 사탕수수농장에 투입했습니다. 히스파니올라섬 뿐만아니라 쿠바나 자메이카 같은 카리브해의 많은 섬들에서도 사탕수수농장에서 노동력으로 사용하기 위해 아프리카흑인들을 노예로 데리고 왔죠. 이런 역사로 인해 많은 흑인들이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카리브해의 여러 섬들에 강제로 이주하게 되었고 현재도 이들의 후손들인 많은 흑인이 카리브해에 살고 있습니다. 아이티도 이런 이유로 국민의 대부분이 흑인들입니다.

천연두가 아메리카 원주민만 죽이게 되자 기독교인들이던 당시 유럽인들은 신의 벌로 천연두가 이도교들만 죽인다고 생각했고 또한 천연두에 쉽게 죽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열등한 민족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번 "기생충 이야기 https://pgr21.com./?b=8&n=64765" 에서처럼 아메리카원주민 대신 노동력으로 사용하려고 데려온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아프리카 흑인들이 꺼꾸로 황열병과 말라리아에 죽지 않고 오히려 이들 전염병에 유럽인들만 죽게 됩니다. 이교도들이나 무신론자, 그리고 열등한 민족을 벌하는 거처럼 여겨졌던 전염병에 이번엔 유럽인들이 당하게 된 거죠.

히스파니올라 섬은 18세기 프랑스의 식민지였습니다. 프랑스의 다른 모든 식민지에서 나오는 수익보다 히스파니올라섬 하나에서 나오는 수익이 더 클 정도로 프랑스에게는 중요한 곳이었죠. 뇌를 중독시킨 그 단맛, 설탕의 원료가 되는 사탕수수에서 나온 수익이었습니다. 지금은 온대지방에서도 자라는 설탕무에서도 설탕을 대규모로 만들 수 있으나 당시에는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사탕수수에서만 설탕을 뽑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18세기 말에 히스파니올라섬에서 대규모 흑인폭동이 일어나고 프랑스의 대규모 파병, 게릴라전으로 폭동의 장기화, 말라리아와 황열병으로 프랑스파견군 전멸 과정을 거쳐 흑인 최초의 근대독립국이 아프리카에서가 아닌 카리브해의 한 섬에서 탄생하게 됩니다. 1804년에 흑인 최초 공화국인 아이티가 독립했습니다. 히스파니올라섬의 대규모사탕수수농장을 운영하기 위해 식량생산기지로 필요했던 프랑스 식민지 루이지애나 (당시 루이지애나는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프랑스 식민지로 남아있었습니다.) 히스파니올라섬에서 철수한 프랑스에게는 이제 쓸모가 없게 되어 결국엔 신생독립국 미국에 양도하게 되는 나비효과까지 일으킵니다.

히스파니올라섬 상공에서 섬을 내려다 보면 서쪽 아이티는 옅은 녹색에 갈색이 섞인 풍경이고 동쪽 도미니카 공화국은 짙은 녹색으로 보입니다.



190km의 두나라 국경선에 서면 동쪽으로는 울창한 소나무숲이 서쪽으로는 나무가 없는 허허벌판이 보인다고 합니다. 원래 두나라 모두 숲이 울창했으나 유럽인들이 사탕수수를 심기위해 산림을 파괴하기 시작했고 아이티의 흑인 노예 해방 이후 늘어난 인구를 먹여 살릴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더더욱 삼림을 파괴하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도미니카공화국은 녹지가 전국토의 28%인 반면 아이티는 1%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산림파괴는 민둥산, 토양침식, 토질비옥도 저하, 하천바닥 침전물로 수력발전 불가능, 강수량 감소로 이어집니다. 아이티는 신대륙의 최빈국으로 아프리카의 몇몇 나라를 빼고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라고 합니다. 아이티는 인구도 많고 빈부격차가 심하며 AIDS, 결핵, 말라리아 등의 질병감염률이 신대륙 최고수준이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성장률은 높습니다. 전문가들조차 이제 이 나라에 희망이 없다고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아이티는 연간 3%라는 높은 인구성장률를 가지면서도 너무나도 가난하고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훈련 받은 고급인력이 부족하여 경제발전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해외 원조나 비정부기구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외부 도움을 효과적으로 유치할 능력마저 없다고 하네요. 미국의 국제개발국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투입한 금액의 7배를 아이티에 투입하나 그 성과는 훨씬 미미하다고 합니다.

아이티의 국립공원은 4군데인데 그나마 주민들이 숯을 만들고자 나무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반면 도미니카는 74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산림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도미니카의 변호사인 "후안 바우티스타 페레스 란시에르" 와 의사인 "미겔 카넬라 이 라사로" 는 숲을 훼손하는 걸 막기 위해 국가에서 숲을 매입하도록 로비를 하는 한편 주민들을 대상으로 모금운동을 하여 최초의 자연보호구역을 설정하였고 이에 도미니카의 지도자들도 국립공원을 지정하고 숲을 보호하기 위해 삼림경비대를 두었고 숲을 태워 농지를 개간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계획적인 조림을 하도록 했습니다. 불법벌채는 국가 안보를 반하는 범죄로 선언하기까지 이릅니다.

과거 한때 인구가 훨씬 많은 아이티가 더 부강한 나라였고 아이티가 도미니카공화국을 침략하여 힘으로 22년간 병합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이렇게 역전되어 차이가 많은 나라가 되었을까요? 아이티는 숲과 토양이라는 환경 자본을 희생하여 농업을 일으키고 인구를 늘렸습니다. 한정된 자원을 소모시켜 농업국가가 된거죠. 인간의 자제하지 못하는 탐욕과 욕심이 아이티라는 나라의 자원 (산림) 을 소모시키고 후손들에게 이렇게 아픈 고통을 주는 것 같습니다.

나무라는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영향을 우리 환경에 미칩니다.

북한은 난방에 쓸 연료가 너무 부족합니다. 아예 일반인들이 쓸 석유나 석탄 자체가 거의 없죠. 그래서 북한 사람들은 산에서 나무를 베어 그 혹독한 겨울을 버티고 있습니다. 북한의 풍경 사진을 보면 거의 민둥산이죠. 나무가 사라진 북한은 유수지의 부족으로 가뭄과 홍수에 둘 다에 취약합니다. 북한에 흉년이 들고 기근이 계속 발생하는게 다 이런 이유입니다. 우리는 다행이 세계화의 덕택으로 수입한 연료를 가지고 따뜻한 겨울을 보내지만 전세계적으로 자원이 부족해지면 우리도 북한처럼 산에 올라가 나무를 베어 겨울을 버틸거고 이에 민둥산이 되어가고 가뭄과 홍수로 기근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선진국일수록 1인당 목재사용량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전세계 1인당 목재 사용량 1위 국가가 일본이라하네요. 물론 일본은 자국산 나무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열대우림의 많은 나무들이 베어져서 선진국들이 가져가는 거죠. 그나마 황폐해져가는 열대우림에 중국의 성장은 더더욱 큰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선진국들 먼저 다 선점해서 이제까지 많은 자원을 소모해놓고 지금 중국에게 자원을 많이 쓴다고 뭐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중국은 인구가 너무 많아요. 중국의 성장으로 산림자원의 소모는 더 극적으로 빨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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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
16/05/30 23:31
수정 아이콘
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모모스2013
16/05/31 09:5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안군-
16/05/30 23:55
수정 아이콘
목재의 부족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듯 합니다.
- 스트라디바리우스 같은 명품 바이올린이 현대에 생산되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이 부족하거나 장인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재료로 쓰이는, 추운 지방에서 100년 이상 자란 단단한 목재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나무라는게, 오래될수록 밀도가 높아지고 단단해지는데, 지금은 그런 급의 나무 자체를 구할 수가 없지요.
요즘 만들어지는 악기들은 대부분 열대지방에서 빨리 자라서 밀도가 낮은 나무들을 쓸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 한옥들을 보면, 기둥이나 서까래 등이 통나무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정도 크기의 통나무를 구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옥을 해체할 때 나오는 기둥이나 서까래는 상당히 고가에 거래된다고 합니다.
- 20년 정도 전만 해도 쉽게 볼 수 있었던 원목가구는 이제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베니어 합판도 옛말이 되었고,
지금 생산되는 대부분의 가구들은 MDF나 집성목으로 만들어집니다. 가구의 문짝을 만들 크기의 원목 자체가 없는거죠.

혹시나 부정확한 정보가 있다면 보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파랑통닭
16/05/31 01:38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항상 재밌게 보고 있어요!!
모모스2013
16/05/31 10:0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16/05/31 05:40
수정 아이콘
항상 글 잘보고 있습니다!
모모스2013
16/05/31 10:0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브랜드 서폿
16/05/31 07:33
수정 아이콘
저도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의 산림 정책과 환경 정책에 대해 논문을 가장한 그냥 과제 레포트를 쓴 적이 있는데 양국의 양상이 꽤 상반됩니다. 같은 섬에 사는 이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모모스2013
16/05/31 10:0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밴가드
16/05/31 08:02
수정 아이콘
흥미로운 소재군요. 제가 알기로는 마야 문명과 이스터 섬도 과잉 벌채로 몰락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후자는 이게 확실한거 같은데 전자에 대해서는 학계의 중론이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16/05/31 08:07
수정 아이콘
잘 보고 갑니다.
모모스2013
16/05/31 10:0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스파이어깨기
16/05/31 08:34
수정 아이콘
섬이 그리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이 분열되고, 이렇게 확고한 정책 차이를 보이면서 갈라져있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지니팅커벨여행
16/05/31 09:01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하네요.
그리 넓지 않은 한반도의 북쪽과 남쪽의 상반되는 삼림 사정도 그렇고...
The Silent Force
16/05/31 09:31
수정 아이콘
몇 년 전에 중등 임용고시 문제로도 나왔습니다..크흠..
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모모스2013
16/05/31 10:0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홍승식
16/05/31 10:05
수정 아이콘
숲이 점점 사라진다는 얘기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계속 가속화 되고 있죠.
선진국들이 자국의 숲은 보호하면서 저개발국의 숲을 벌목해 쓰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숲을 훼손한다고 저개발국을 비난하는 것을 보면 좀 많이 파렴치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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