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새 글을 팠습니다.


어제부터 계속 시끌시끌하던데 경찰이 잘 조사해서 발표하겠죠. 이슈가 커졌으니.
전개과정에는 큰 관심이 없는터라 시큰둥하게 보고 있던 차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만약 저런 욕설을 당하는 처지면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 거지?"

일단 논의를 좁히기 위해 제가 알고 있는 전개를 정리하자면


메갈 여성 2인이 옆자리의 커플에게 시비를 검(욕설) -> 커플이 당하는 걸 보고 옆자리의 남성들이 개입 -> 시비 붙다가 싸움
과정에서 (1) 단계인 메갈 여성 2인이 나에게 시비를 검 이라는 상황만 놓고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모욕죄인가? 모욕적인 발언이 많았고 공연성도 (주변 증언 확보) 있으니 모욕죄다. 그럼 처벌은?
모욕죄를 가지고 뒤적거렸는데 놀라운 사실 하나. 모욕죄가 형법에 적혀있는 나라는 굉장히 드물고 그 드문 나라 중 하나가 우리나라다.
모욕죄는 200만원 이하 벌금 내지는 1년 이하 징역에 해당하는 죄이다.

아니 띠용? 그럼 외국은 성인군자들만 가득해서 나한테 쌍욕을 퍼부어도 모욕죄로는 신고 못하나? 네 못합니다.
문명인답게 주먹으로 해결하는 러시아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로 서구권 나라들은 이런 스탠스인거 같아요. 욕설보다 표현의 자유가 우선이다.
소송의 나라 미국에서는 형사 사건이 아니라 민사로 탈탈 터는게 아닐까 하고 지레 짐작해봤습니다만 미국에 사시는 분들께서 제보를...


아무튼. 제 생각보다 세상은 욕설하고 욕설을 당하는 것에 그리 큰 가중치를 두지 않더군요. 약간 놀랐습니다.
우리나라가 모욕죄가 정식으로 형법에 있고, 벌금 200만원 이하도 상당히 강력한 처벌축에 속한다는 사실도요.
우리는 언어폭력도 실제 폭행만큼 심한 거라고 학교에서 배우고 가르쳤는데... (궁시렁궁시렁)



사건으로 돌아가서, 내가 커플남이고 상대 메갈이 나에게 인신공격 욕설을 퍼부어왔다. 그럼 할 수 있는 대응책은
우리에게 주어진 강력한 형법인 "모욕죄"를 들어 경찰을 부르고 고소를 해서 벌금형에 처한다-가 되겠습니다.
사람에 따라 200만원 이하 벌금이 강력한 것일수도, 아무것도 아닐수도 있다는 점은 조금 그렇군요.
벌금 이상의 형사 처벌은 직장에 통보가 가나요? 뭐 당연하지만 이것도 무직이나 자영업이면 의미는 없고.


성적인 욕설을 많이 썼던데 혹시 성희롱과는 별 연관이 없나요?
이 쪽으로도 뒤적거려보니 성희롱은 아예 형법 자체가 없네요. 아이고... 하긴 왜 그런지에 대한 이유는 납득이 갑니다.
우리 사회가 성희롱에 대한 처벌을 법으로 할 수가 없다보니, 성희롱 건이 나오면 대체로 "그 사람이 속한 조직" 에 압박을 가해서 조직 내부의 내규에 따라 처벌하도록 하는 것이 한계인 모양입니다. 공연성이 있는 심한 성희롱은 모욕죄로 가네요.


그러니까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자신이 무직이거나 자영업이라 윗선에서 제재를 받는 사회인이 아니고, 벌금 200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는 고수익자라면 우리의 메갈처럼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쌍욕을 퍼부어도 프리패스라는 얘기지요...


이런 관점에서 보니까 약간 색달라보이더군요.

사실 메갈리안 2명이 욕설한 건 벌금 200만 어치 정도의 잘못이다. (어느 정도 잘못인지는 갸웃해지긴 합니다) 우리사회는 모욕죄를 형법으로 처벌하는 나라니까 경찰 불러서 형사 소송 먹이는게 가장 점잖은 해결책이다. 오히려 모욕죄가 있으니까 욕설을 맞지르는 것은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하물며 타인이 욕설을 얻어맞고 있는데 거기에 끼어들여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조만간 한남들에게 혐오 욕설 퍼붓고 언냐들에게 벌금 보충받는 인기 BJ가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니 이미 있던가? 신체적 폭행이 언어적 폭행보다 더 높은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하긴 합니다만 문명인이기 때문에 상대의 욕설도 점잖게 들어줘야만 하는 게 약간은 안타깝긴 합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불심을 닦아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상은 그냥 법알못의 주절거림이니 법률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께서 보충 설명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