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11/16 11:02:16
Name 아타락시아1
Subject [일반]  수능 수학(나)형에 대한 후기
  어쩌다보니 공익을 하면서 동시에 고3 여학생 하나를 과외했습니다. 신분이 신분인지라 당연히 돈을 받지 않고 과외를 했고, 2월부터 수능 전까지 가르쳐서 6등급이던 친구를 2등급까지 만들었네요. 모든 수시 최저 맞춰졌다고 감사하다는 문자까지 받으니 뭔가 올 한해가 마무리되는 느낌입니다. 3월 모의고사부터 11월 수능까지 모든 교육청, 평가원 모의고사를 풀었습니다. 그래서 간략하게 현 수능체제 하에서 수학 나형에 대한 제 간략한 생각을 적으려합니다.

  문과 출신에 대학 졸업이후 수학이랑 크게 상관있는 삶을 살지는 않아서 전문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냥 13학년도 수리영역을 만점 받았고, 어찌어찌 고등수학을 잊어버리지는 않아서 겨우겨우 고3 문과를 가르쳤지만 그럼에도 많은 수학 선생님들, 전문가들에 비해서는 훨씬 미천한 식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점을 미리 양해드리고 글을 쓰고싶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수학 나형은 현재 점수를 따기 정말정말 수월한 구성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도 아슬아슬하게 84점으로 2등급을 맞았지만 공부량만 뒷받침된다면 누구라도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난이도라고 생각해요.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로 각 번호에 지정된 단원의 문제가 나옵니다. 문과 7,8,9번 중 하나에는 함수의 극한이 나오고 16번이나 17번 정도에 무한등비급수가 나옵니다. 그 다음문제는 확률과 통계단원을 이용한 빈칸채우기이고 21번, 30번 문제는 무조건 미적분입니다. 결정적으로 수험생 입장에서 이런걸 알려줄 사람만 있다면, 아니 기출분석과 시험지분석을 어느정도 하는 학생이라면 어느 단원을 얼만큼 공부해야 할지 감이 옵니다. 만약 누군가 수학 나형을 본다면 해줄 조언이 하나만 있다면 이거입니다. '미적분 단원이 가장 중요하니까 미적분 공부를 가장 많이 하세요.'

  둘째는 한 시험지 내에 난이도 격차가 상당합니다. 잘못 적은게 아닙니다. 6월,9월,수능 사이의 난이도 격차가 아닙니다. 6월 모평 시험지 내의 난이도, 9월 모평 시험지 내의 난이도 격차가 상당합니다. 수능은 비교적 난이도격차가 적게 나왔지만 솔직히 크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제가 알던 수리영역에 비해서 한 시험지 내에서 문제끼리의 난이도가 너무 달라요. 같은 4점이라도 무슨 3점짜리도 아까운 문제들이 존재하는 반면 4점이 아니라 난이도만 보면 한 20점 짜리 문제도 존재해요. 6월 9월 모의평가가 특히 이런 경향이 심했죠. 제가 여고에서 공익생활을 해서 여태껏 모의고사를 전부 학생과 같은 시간을 가지고 실전처럼 풀었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에게도 그 점수를 전부 공개했고요. 6월,9월 모평은 풀면서 욕을 했습니다. 진짜 21,29,30번 정도만 모의평가 문제같고 (여기에 무한등비급수 정도 더해서) 나머지는 진짜 문제집을 카피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6,9월 모평 분석할 때에도 학생한테 비슷하거나 아이디어가 똑같은 문제를 쎈수학에서 전부 찝어줬습니다. 

  수능은 사실 실질적으로 6월, 9월 모평과 난이도가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등급컷이 떨어진 이유는 6,9월 모평에 익숙해져서 공부를 '쉽게 쉽게'한 친구들이 점수를 낮게 받아서라고 추측합니다. 사실 올해 학생들이 받은 교육청, 모의평가 중에서 수능다운 문제는 유일하게 '수능' 한 번이었거든요. 하필 수능답게 깔끔하고 정갈한 문제를 당일날 처음 봐버렸으니 멘붕이 올 수 밖에요. 

  앞으로 수학은 3점짜리는 3점답게, 4점짜리는 4점답게 나왓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좀 어렵게 나왔으면 좋겠어요. 1등급컷은 92점 언저리로 맞춰야하고, 만점 비율은 줄여야 하는데 평균까지 올려야하니 이런 현상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나머지 싹 쉽게내고 21,29번 정도만 1등급들이 아슬아슬하게 맞출 난이도로 내고, 30번만 엄청난 난이도로 내버리면 위에 조건들은 전부 충족할 수 있거든요. 그러나 변별력이 사라집니다. 도대체 2등급 이하구간믄 막말로 그날 컨디션따라 4등급까지도 떨어지는게 이게... 변별력이 있는 시험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수학은 사람들이 공포에 떨던, 그 입시의 핵심 수학이 아닙니다. 진짜 나형 한정이지만 누구나 겁먹지 않아도 높은 점수 받을 수 있는 여유로운 구성입니다. 

  혹시나 수능을 친 학생분들이 있다면 수고하셨습니다. 사실 끝이 아닌 이제 시작이지만 인생에 가장 큰 시험 하나를 넘은 것은 분명하죠. 이러저러한 생각들을 떨치고 조금은 편안히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두서없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이른취침
18/11/16 11:09
수정 아이콘
이번에 나형 등급컷이 좀 낮게 나오는 이유에는
1. 애들이 너무 목표점수에 최적화해서 21 30은 거들떠도 안보는 경향 - 의외로 21은 쉬웠음
2. 본문에 나온이유 - 생각보다 20 29는 어렵게 나옴.
3. 국어에서 털린 멘탈
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타락시아1
18/11/16 11:18
수정 아이콘
아 국어도 영향이 있겠네요. 21번 20번은 번호를 일부러 바꿔서 낸건가 싶었어요. 29는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생각인데 수열을 등한시해서 그래요.

저는 수능에서 킬러문제들이 수열로 주로 나오던 때에 공부를 해서 그런지 몰라도 크게 어렵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사실 21번은 역대 모든 교육청, 모평 건드릴만 했어요. 버릴거면 30만 버려야죠. 만약 21번도 버린다는 생각을 가진 1등급 목표 학생이 있다면 잘못 설계한거라고 생각해요
18/11/16 12:49
수정 아이콘
아마 17 18에서 학생들이 좀 당황한것도 있을 겁니다. 평소에 잘 나오던 유형은 아니거든요.
파핀폐인
18/11/16 11:24
수정 아이콘
수리 나형만큼은 노력의 영역이라는거에 동의합니다. 제가 그랬어요. 수학 (이런 표현 써서 정말 죄송합니다만..) 진짜 역겨워했습니다. 사실 문과 간 이유 중 하나도 수학 싫어서였죠.

그런데 웃긴게 문과에서 등수 세워지는게 결국 수학 성적대로더군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 1학년 3월 모의고사 5등급으로 시작해서 2학년 때 1등급까지 갔으니 완전 노력으로 간거죠.

그래서 호기심에 가끔 가형도 보긴 했는데 그건 좀 아니더라구요 크크. 그건 pass~
패마패마
18/11/16 11:24
수정 아이콘
수학 어렵게 나오면 사교육 조장한다고 뭐라고 합니다 크크
아타락시아1
18/11/16 11:40
수정 아이콘
진짜 마법의 단어에요. 사교육 조장.
18/11/16 11:2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이번 수능 수학 1번 문제에게 떡실신당한 학력고사 출신 1인 입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히 10여년 전쯤에는 대부분 대충 어떻게 푸는지정도는 알았는데... 이젠 정말 말그대로 이해도 못하네요. ㅠㅠㅠㅠ
Zoya Yaschenko
18/11/16 11:36
수정 아이콘
이제 뿌링클을 사주셔야 할 타이밍입니다.
아타락시아1
18/11/16 11:41
수정 아이콘
누구에게요? 허허
Zoya Yaschenko
18/11/16 11:45
수정 아이콘
물론 과외학생에게죠. 참고로 밤에 드셔야 합니다.
아타락시아1
18/11/16 11:54
수정 아이콘
네... 네??
Zoya Yaschenko
18/11/16 11:55
수정 아이콘
https://pgr21.com./pb/pb.php?id=humor&no=325334

설명을 하는 제가 싫어요..엉엉
ioi(아이오아이)
18/11/16 12:03
수정 아이콘
현 교육계가 생각하는 수학 교육의 문제점을 수학에 대한 선호도, 관심, 흥미라는 해석이 달라지지 않는 이상

이 기조가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지나가는회원1
18/11/16 12:05
수정 아이콘
사실 수학문제가 같은 점수 안에서도 차이가 큰 건 역사가 유구했죠. 저도 9등급짜리 100일만에 3등급 만들게 한 적 있었는데(문과)
그냥... 4번문제에서 한 다섯개는 2점짜리 난이도니까 풀고, 남은 문제는 찍어. 라고 했어요
그리고 3점짜리 하나는 4점짜리보다 더 어려우니까 과감하게 버려. 보통 10번이야. 라고 했던게 07년 수능입니다.
결론적으로 2점 + 3점 + 통계 + 주관식 쉬운거 맞춰서 10점대 나왔던 친구를 60점 후반을 만들었습니다.
18/11/16 12:08
수정 아이콘
문과 수학 시험지 이과에게 보여주면 이게 수학이냐고 따지던데요 크크 왜 자기네들 객관식 기본 3점문제가 여기 주관식 4점문제로 가있냐고 크크
물맛이좋아요
18/11/16 12:25
수정 아이콘
올해 이과 30번을 푸는데 30분이 걸렸는데, 문과 30번을 푸는데 5분 걸렸네요. 문제 파악하는데 2분 계산하는데 3분. 이게 30번이냐? 일등급 컷 100점 아니냐? 생각했는데 1등급 컷이 88점이더군요. 우리 생각보다 문과 학생들은 더욱더 수학 공부를 안합니다.
파라돌
18/11/16 12:28
수정 아이콘
요새 학원에서는 나형 3등급 정도만 맞으면 되는 학생에게 21번 30번문제는 넘어가게끔 하죠.
3문제 틀리면 안정적으로 2등급, 4문제 틀리면 3등급...
어려운 4문제중 한문제만 맞추면 된다 결국 등급은 상대평가니... 이 시스템이 이과라고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시험지에 문제난이도폭이 커서 30문제 가지곤 그리고 범위도 적어지는 현 상황에선 이게 최선이긴한듯..
포프의대모험
18/11/16 12:50
수정 아이콘
문이과 수리난이도 편차를 고려한 문제가 바로 언어 31번같은 지문이 아닐지 크크
cluefake
18/11/16 12:55
수정 아이콘
솔직히 툭 까놓고 얘기해서
고교때 이과에서 전과하거나 나형으로 도망간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면
'야 이건 진짜 너무 쉽다 우리가 1등급 못 받는 게 말이 안 된다 진짜 이건 다 1등급 가능하고 열심히 하면 1등급이 나와야 맞다'전부 이러더군요.
18/11/16 13:06
수정 아이콘
그래서... 무보수로 과외를 해준 그 과외 제자랑 후기 부탁드립니다.
아타락시아1
18/11/16 13:45
수정 아이콘
JUST BUSINESS
Fanatic[Jin]
18/11/16 16:35
수정 아이콘
수학은 3점짜리 세문제를 2점으로 바꾸고, 언젠가부터 다른 4점과 난이도 차이가 심한 4점짜리 세문제를 5점으로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은 같은 4점인데 이게 4점인지 40점인지 의아하죠 크크크.
긴 하루의 끝에서
18/11/16 19:39
수정 아이콘
저는 초중고 때 수학을 상당히 좋아했고 잘했음에도 막상 대학생 때 수학 과외는 못하겠더군요. 진짜 말도 안 되게 너무나도 빠른 시간에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잊어버려서요. 사실 저는 고등학교 때도 중학교 때 수학은 고등학교 교과 과정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 내용은 거의 다 잊어버렸었죠. 글쓴분께서는 지금 고등학교 졸업하신 지 4~5년 가량 지나신 것으로 보이는데 그 후 딱히 수학과 접점이 있는 일을 하고 계시지 않음에도 현 시점에서 고3을 대상으로 이렇게 수학 과외를 하실 수 있다는 게 저로서는 참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심지어 단순히 개념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유형분석과 문제집 분석까지 다 하실 능력을 갖추고 계시다는 게 참 신기하네요.
아타락시아1
18/11/16 19:56
수정 아이콘
하도 열심히 했다보니 하하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더군요. 막상 저도 공부하는 마음으로 준비하다보니 고3때 했던 것들이 다 기억납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
18/11/17 03:43
수정 아이콘
공부를 했다 = 84점 깔고 간다 라고 보시면 되는 난이도 입니다.
20,21 29,30번 제외하고는 정말 기초적인 문제들이에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8889 [일반] 명성교회 사건 후 떠오른 목사 비리 경험담 [26] shangrila4u8805 18/11/16 8805 9
78888 [일반] 애니메이션 하이큐! 이제 봤습니다. [6] 마음속의빛4209 18/11/16 4209 2
78887 [일반] 헬기소음 민원에 중증외상센터 폐쇄 위기 [74] 홍승식11182 18/11/16 11182 11
78886 [일반] [푸념]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 앞에 앉혀두고 하루종일 심문(?)하다 왔습니다. [16] journeyman6976 18/11/16 6976 9
78885 [일반] [서평] 제1차 세계대전으로 가는 몽유병자들을 [7] aurelius5802 18/11/16 5802 10
78884 [일반] 울산 맥도날드 사건 피의자 사과(feat. 핑계) [84] 김유라14067 18/11/16 14067 8
78883 [일반] 광주형 일자리 나가리 분위기군요. [57] 삭제됨14192 18/11/16 14192 2
78882 [일반] 이수역 사건 - 동작경찰서 브리핑 기사 [138] BibGourmand19842 18/11/16 19842 44
78881 [일반] [야구] 포수 이야기 [65] 살만합니다8054 18/11/16 8054 1
78880 [일반] [통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사한 식민지 병사들 [15] aurelius6766 18/11/16 6766 1
78879 [일반]  수능 수학(나)형에 대한 후기 [25] 아타락시아16237 18/11/16 6237 4
78878 [일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38] LunaseA13803 18/11/16 13803 11
78877 [일반] [데이터주의]노르웨이 이지스함이 유조선과의 충돌로 침몰하다. [34] 오리공작15687 18/11/16 15687 3
78876 [일반] 조심스럽게....한번 올려보겠습니다 [62] 태양연어11186 18/11/16 11186 22
78875 [일반] 안녕하십니까! 드디어!!! 처음으로 글을 남깁니다 [29] 태양연어5554 18/11/16 5554 5
78874 [일반] 아버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66] 나이스데이8858 18/11/15 8858 2
78872 [일반] (삼국지) 조위의 인사제도 (1) - 조조의 용인술 [49] 글곰11312 18/11/15 11312 61
78871 [일반] 이수역과 성희롱, 그리고 모욕죄 [71] 류지나15311 18/11/15 15311 7
78870 [일반] 일자리 대책 근황. 이래서 됩니까? [365] 아지매21766 18/11/15 21766 37
78869 [일반] 2018년 전세계 반도체 탑15 회사 (파운드리 포함) [78] 홍승식15037 18/11/15 15037 1
78868 [일반] 이수역 폭행사건 [740] 휘군39016 18/11/15 39016 3
78867 [일반] 원폭티셔츠 관련 선동자료 정정 [43] 자갈치토스10148 18/11/15 10148 5
78866 [일반] [재미있는 이야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체 뭔 짓을 한 걸까???!!!!! [81] 복슬이남친동동이14430 18/11/14 14430 2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