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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12/19 22:57:50
Name Rorschach
Subject [일반] 헌터 킬러 / 스윙 키즈 / 아쿠아맨 / 로마
기대작이라 할만한 영화 세 편이 동시에 개봉을 해서 그런지 자유게시판에 영화 글이 많아서 즐겁네요.
시류에 편승해서 저도 이틀간 빡세게 본 영화들에 대해서 간단히 써 봅니다.

스포일러는 적지 않을 생각이지만 전체적인 흐름 등의 요소는 포함될 수 있으니 민감하신 분들은 건너뛰어주세요.
제가 이런거 민감해서 보기전엔 노스포라 써놔도 아예 글을 클릭도 못하는 성격이라서... 크크






헌터 킬러
우연히 CGV 예매창에서 제목을 보기 전엔 존재 조차 몰랐던 영화일 뿐만 아니라 보러 가기로 결정하고서야 개리 올드만이 나온다는 것을 알았을 정도로 관심없던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글에서 말 할 네 편의 영화 중에서 가장 재밌게 본 영화입니다. 아쉽게도 국내에는 사실상 극장상영이 종료된 상황이라서 추천을 드릴 수는 없네요. 저도 갑자기 봐야겠다고 결심하고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되는 어제 좀 무리해서 시간을 만들어서 봤거든요. 잠수함 영화인데 제가 크림슨 타이드도, 붉은 10월도, U-571도 안봐서 다른 영화들이랑 비교는 못하겠네요. 언더시즈는 너무 꼬꼬마 때 봤기도 하고 사실 그 영화는 시걸 형님이 주인공이지 잠수함이 주인공인건 또 아니라서... 뭐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긴 합니다만 극장에서 즐기기에 충분히 표 값은 하고도 남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크게 잠수함 쪽과 지상작전 쪽 두 가지 이야기로 전개가 됩니다. 그런데 지상 작전 쪽은 너무 대충 넘어간 듯 한 느낌이 강합니다. 뭐 사실 지상작전 팀이 맡은 임무를 제대로 보여주려면 영화 한 편을 온전히 할애해야 할 정도의 임무라서 이해가 되지않는 것은 아니긴 합니다. 잠수함 쪽은 긴장감도 넘치고 잘 만들긴 했는데 잠수함 액션이라고 할만한게 의외로 많진 않습니다. 제라드 버틀러는 여전히 딱 제라드 버틀러 그대로의 느낌이고 포스터에 나오는 개리 올드만은 사실 포스터에 올라갈 출연분량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전체적으로 이야기 전개가 깔끔하고 긴장감 또한 적절하게 잘 유지시켜줘서 마지막까지 즐겁게 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많지않은 해상 액션 씬 중에 CIWS(Close-In Weapon System) 이 등장하는 씬이 있는데 이 장면이 끝내줍니다. 매우 짧긴 하지만요;;
국내 한정으로 한 가지 더 장점이 있는데, 황석희 번역가님의 번역이 아주 끝내줍니다. 제가 공군 병사 출신, 게다가 전산실 출신이라서 전투 용어 쪽은 거의 모르는데 그런 제가 봐도 이건 참 번역이 잘 됐다 싶었습니다. 게다가 무려 장교(함장)이 부사관(갑판장)에게 경어를 쓰며 존대하는 모습이 자막으로 표현되어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좀 더 일찍 봤다면 추천하는 글을 썼을 것 같은데 상영이 끝나는 날에서야 봐서 추천하지 못하는 것은 조금 아쉽네요.



스윙 키즈
요즘 영화 예고편을 아예 안봐서 이 영화 역시 예고편은 극장에서 틀어져있는거 지나가다 얼핏 본 것이 다였는데, 포스터 정도로만 얻은 사전정보로 생각해도 관객에 대한 의도적인 기만이 담긴 영화입니다. 딱히 표현 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기만' 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나쁜 의미로 쓴 말은 아니긴 합니다. 이러한 부분은 비교적 최근 영화 중에서는 숀 베이커 감독의 플로리다 프로젝트와 유사한데, 문제는 영화 자체가 플로리다 프로젝트처럼 엄청 잘 만들어졌느냐 하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전쟁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뿐이지 전쟁영화예요. 탭댄스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필요한 소재일 뿐이고요.

중간 중간 재밌는 장면이 많긴 하지만 중반부 부터 시작되는 갈등구조가 지루할 정도로 길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관람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 내용적 측면에서 기분좋게 관람을 마치고 나올 그런 영화가 아닙니다. 아, 그렇다고 초중반까지 열심히 웃기다가 신파로 돌입하는 전형적인 한국영화의 구조를 따르진 않습니다. 그래도 '배우' 도경수는 더 좋은 배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고 전 이번 영화에서 박혜수 라는 배우를 알게 된 점은 소득이었습니다. 중공군 포로 역할로 나온 김민호 라는 배우도 매우 유쾌하고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주변에 딱히 추천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습니다.



아쿠아맨
pgr에서도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는데 일단 때깔은 좋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많은 것을 쉬지않고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지루합니다. 구성을 아예 바꿨으면 하는 부분들이 좀 있었는데 스포없는 글이니 내용에 대한 언급은 넘어가고... 

사실 보기 전에 우려했던 것은 블랙 만타의 코스튬이었는데 예상외로 너무 잘 나와서 놀랐을 정도입니다. 그 커다란 헬멧에 대한 당위성 까지 짧은 시간에 부여해주면서 말이죠. 유치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역들의 코스튬도 좋았는데 문제는 아틀란티스 일반 병사들의 의상이... 게다가 색감이... 그 부분은 정말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역시 앰버 허드. 남성분들이야 당연하고, 여성분들도 보고나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나온 히로인입니다. 출중한 외모인데 역할도 중요하고, 많은데 게다가 강해! 니콜 키드만은 아직도 여전히 니콜 키드만이었고, 그리고 키가 크긴 정말 크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원래 패트릭 윌슨이라는 배우를 좋아하는데 오션마스터를 참 잘 연기한 것 같습니다.. 원작 느낌을 제대로 살리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후반부의 투구 쓴 모습도 좋았어요. (일반 병사들 한테 왜그랬냐...) 아, 그리고 배우들 얼굴 CG 이용해서 젊게 표현하는건 이제 정말 자연스럽더라고요. 슈퍼맨 수염은 왜 그 따위로 지웠냐고 찾아가서 따지고 싶어질만큼요.

깊이 있는 스토리를 중요시 하는 분들은 아예 건너 뛰시는게 좋을 영화이고, 화려한 볼거리 좋아하시는 분들은 표값은 아깝지 않을 그런 영화이기도 합니다. 다만 제가 용아맥에서 봐서 일반 2D에서 시네마 스코프 비율로 봐도 충분히 만족스러울지는 장담을 못하겠네요. 영화 특성상 수중 씬이 많이 나오고, 수중 씬 특성상 상하 움직임이 많은 편이라서 세로로 더 넓은 화면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일반 2D로는 못봐서 모르겠지만 디지털 상영과 아이맥스 상영의 차이가 아바타 수준으로 크지않을까 싶기도 했었습니다.



로마
그냥 알폰소 쿠아론 작품이라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영화이고 역시 예고편은 안본 상황이었습니다. 그냥 넷플릭스로 볼까 하다가 왠지 스스로를 극장에 가둬야 끊지 않고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서 극장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제 선택은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Rome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Roma 더군요 크크크. 멕시코에서 중산층이 많이 산다는 로마 지역이 배경이었습니다. 시대 배경은 1970년대 초반이고요. 멕시코 역사를 조금 아시는 분들이라면 초중반 까지 보시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사건이 어떤 사건인지 알아채시겠지만 멕시코 역사에 대해 문외한인 전 그런거 모르고 보긴 했습니다.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매우 힘든 영화이긴 합니다. 엄청난 걸적이 또 나왔다는 평가도 많긴 한데 (이동진 평론가가 또 5점을 주기도 했고) 그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히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용한 흡입력이 있고 후반부로 갈수록 등장인물들에 대해서 감정이입도 하게 되고요. 

그래비티가 매우 마음에 들어서 역시 재밌겠지 라고 생각하고 선택하시게 된다면 이 영화도 좋게 보실거라는 확신을 드리긴 좀 힘든데,
그래비티와 칠드런 오브 맨을 모두 좋게 보신 분들은 이 영화 또한 만족스러우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에도 공개가 되어있긴 하지만 보실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여건이 허락된다면 극장에서 관람하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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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러퀸
18/12/20 12:17
수정 아이콘
제게 로마는 올해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재작년 라라랜드도 그렇고, 저는 연말에 나오는 영화들에서 영향을 강하게 받나봐요. 로마는 왜 굳이 넷플릭스지? 라는 생각이 들만큼 극장용 영화더라고요. 촬영이 미쳤습니다 진짜.
Rorschach
18/12/20 13:33
수정 아이콘
촬영도 엄청나고 내용도 여운이 오래가는 좋은 영화더군요. 혼자 다 한 것은 아니지만 감독 본인이 촬영도 했는데 퀄리티가 이렇다니 정말 놀랍기만 하고. 보고나서 촬영도 알폰소 쿠아론인거 알고 진짜 놀랐었습니다.
그리고 넷플릭스가 제작비도 잘 주면서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니까 그런거 아닌가 싶긴 해요.
몽키.D.루피
18/12/20 14:19
수정 아이콘
로마 방금 봤습니다. 예상과는 많이 다르네요. 보기 전에는 멕시코 현대사랑 등장인물들의 서사가 엮여있을 줄 알았는데 변호인 1987 택시운전사 같은 한국식 현대극에 길들여져 있었나 봅니다. 어떻게 보면 큰 스토리가 없는 한 여인의 이야기인데 2시간 넘게 몰입하게 만드는게 감독의 재주네요.(게다가 흑백인데?) 쿠아론 감독은 이제 거의 롱테이크 깍는 노인 수준인 거 같습니다. 이번 영화에선 마치 연극 무대 보듯 카메라가 가로로 움직이는 롱테이크를 자주 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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