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9/21 18:58:39
Name 가라한
Subject [일반] 현 교육제도와 관련 된 미국 교포 아주머니의 얘기와 이런 저런 잡생각 (수정됨)
현 교육제도 관련해서 이래 저래 시끄러운데 관련 옛날 일이 생각나서 그냥 생각을 끄적여 보는 글입니다.
개인적 소회라 편의상 반말체임을 양해 부탁 드립니다.

한 10여년도 더 전의 일이다. 미국 출장을 가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교포 아주머니 분과 옆자리에 동석하게 되었다.
먼저 물어 본것도 아닌데 미국 생활에 관해서 여러가지 썰을 풀던 아주머니셨는데 그 중 미국 교육제도 관련 얘기가 당시에도 인상 깊게 남았었다.

그 아주머니 하시는 말씀 왈, "한국에서 교육 제도 문제 많다고 미국 거 자꾸 따라하려고 하는데 내 생각엔 한국이 훨씬 나아".
그러면서 이유를 드시는게....

* 한국에서는 지나친 공부 때문에 문제라고 하는데 그래도 어쨌든 그건 자기 실력 아니냐.
* 미국식으로 자식 좀 괜찮은 데 보내려고 하면 그거야 말로 부모 돈과 시간으로 하는거다.
* 일단 미국식으로 스펙 만들려 하면
  - 공부는 기본
  - 체육 특기 하나 필요
  - 악기 연주 하나 할 줄 알아야 함
  - 인성 관련 봉사 활동 등 각종 활동 기록
  - 리더십 관련, 반장은 기본 학생 회장 같은 것도 해서 기록에 남기는 게 좋고...

* 이런식이니 부모가 챙기고 해야 할게 너무 많다.
* 예를 들어 체육 특기 때문에 수영장을 보낸다 하면 미국 같은 경우 개인 강습비가 엄청나게 비싸다.
* 이건 악기 교습도 마찬가지
* 따라서 저기에 있는 스펙들 다 만들어 내려면 돈이 어마어마하게 깨진다.
* 더구나 미국은 차 없으면 꼼짝도 못 하기 때문에 애들을 일일이 스케줄 맞춰 실어 날라야 하는데 이것도 부모 진이 다 빠짐.
* 부모들 정보력 같은게 되게 중요한데, 암튼 이것 땜에 네트워크 만들고 돈 들고 하는데 장난 아님.

뭐 이런 식으로 미국 입시 제도가 성적에 목 안 맨다고 하는데 사실은 더 돈으로 발라야 하는 제도라면서 한참 얘기를 하셨다.
그러면서 한국도 요즘 미국 따라하려는 거 같아 걱정이라고 한참 얘길 하시는데....

전반적으로 그분 말씀에 수긍이 되는 편이긴 했지만 당시엔 애도 없었고 교포 분이 한국 걱정 많이 하시네 하면서 좀 특이하다 생각했었다.

그리고 미국식으로 바뀌어 봐야 뭐 얼마나 바뀌겠어 싶깄했다.
한국은 워낙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내려오는 시험 전통이 강한 나라라...

아무튼 살다보니 늦게나마 애들이 생기게 되었고 그래도 아직 애들이 어려서 대입 이런거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작년에 하도 시끌 벅적 하기도 했고 주변에서 저기 나오는 얘기보다 현실이 더 하다 어쩌구 해서 스카이 캐슬이란 드라마를 봤더니...

어라 이건 뭐... 그 교포 아주머니가 얘기 했던 그 세계네....

그리고 이번 조국 사태 때문에야 알게 되었는데, 뭐 학종 8: 수능 2.....???? 헐..... 이거야 말로 말이 안 나오는 충격이었다.
난 개인적으로 기껏해야 수능 7: 학종 3 이 정도인줄 알았지....

사람 따라 생각이 다르겠지만 난 개인적으로 이런식의 입시에 대단히 비판적이다.
사실 지나친 입시 경쟁 문제의 근원은 소위 학업 경쟁에서 후위로 밀리는 경우 너무나 살기 힘들어지는 한국 사회의 문제인 거지.
입시 제도를 백날 바꿔봤자 그건 대증 요법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수능이던 학력 고사든 문제가 많은 건 다 알지만 어쨌든 학력 평가 자체는 객관적이다.
생기부던 학종이던 평가 기준에서 부터 작성까지 특정인의 주관이 개입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시스템이고, 시스템이 복잡할 수록 당연히 일종의 꼼수가 많이 생기게 마련이다.
당연히 재력이나 정보력이 좋은 쪽이 유리한거고.

개인적으로 현 시스템의 문제는 명약 관화인데 비해 이것을 도입한 교육계 측에서 자신들의 업적이라 생각하기에 눈가리고 아웅하는 형국이라 본다.

수 십년도 더 전에 아주 어렸을 때 들었던 얘기로 교육부에 미국 유학 갔다 온 박사들을 다 짤라 버려야 대한민국 교육이 산다는 얘기가 있었다.
교육부에서 우수 인재는 모조리 미국으로 박사 유학 보내는데 미국 자체도 교육 시스템이 그다지 성공적인 나라가 아닌데 거기서 나온 최신 이론이랍시고 배워와서 교육부 요직을 차지하고 앉아서 전국의 학생들을 자기들이 배워 온 이론의 마루타로 만든다고...

특별히 어떤 결론이 있는 글은 아니고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스템에서는 애들 키울 자신이 없긴하다.
그러다 보니 넋두리 비슷하게 푸는 글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미국이나 유럽 쪽으로 이민을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좀 있기도 한데 유럽은 몰라도 이런식으로 얘기해 놓고 만약 미국으로 간다면 그것도 웃기는 얘기긴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해도 먼저 가신 분들 얘기에 따르면 미국이 그래도 낫다고 하긴 하던데 (물론 캘리포니아 이런 비싼 지역이 아닌데서 공립학교가 좋은 지역으로 간 경우의 얘기)....

그냥 무슨 결론 있는 건 아니지만, 여러가지로 좀 답답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9/09/21 19:06
수정 아이콘
대입 이후 관심이 전혀 없다가 최근 수7 정3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땐 적잖이 충격받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학종 세대에서는 도저히 대학에 갈 수 없는 학생이었는데 시대를 잘 만났던거라고 봐야할 지도 모르겠네요
가라한
19/09/21 19:12
수정 아이콘
네 저도 마찬가지에요. 지금 같은 시스템에서는 제가 나온 대학은 못 갔지 싶네요
cluefake
19/09/21 19:51
수정 아이콘
근데 고3때부터 성적이 올라온게 아니고
그냥 고1~고3 계속 공부하는 학생은 예나 지금이나 가던데 갑니다.. 계속 못하다가 일발수능역전한방 이게 좀 힘들어졌구요.
나의규칙
19/09/21 19:08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냥 어차피 지옥에 빠질 거 문제만 푸는 지옥에 빠지지 말고 문제도 적당히 풀고 운동 같은 것도 적당히 하는 지옥에 빠지라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요.
19/09/21 19:30
수정 아이콘
그 운동을 적당히 하려면 돈이 공부보다 훨씬 많이 들어서.
Chandler
19/09/21 19:41
수정 아이콘
운동을 취미나 놀기위해서 해야 의미가 있는거고 그럴려면 대입의 가치자체가 줄어서 대입경쟁자체가 줄어야 의미가 있는거지

경쟁은 그대로인데 경쟁의 컨텐츠로써 입시경쟁을 위한 스펙쌓기로 하는 운동과 취미를 애들이 좋아할까요?차라리 문제푸는 지옥이 더 낫죠
Bemanner
19/09/21 20:01
수정 아이콘
한국인에게 적당히라는게 있을까요..
cluefake
19/09/21 20:05
수정 아이콘
? 무슨 소리 하시는건지
문제만 푸는 지옥에서
문제도 똑같이 풀면서 악기도 하는 척 하고 운동도 하는 척 하는건데요.
19/09/21 20:05
수정 아이콘
적당히가 아니죠 크크크
지금 야구부원들 대학 보내려고 에이스 팔 갈아넣는게
사회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펼쳐지게 될수도 있는거죠
19/09/21 20:27
수정 아이콘
문제만 푸는걸 지옥으로 묘사하는 순간 교육에 정치가 개입하는거죠.
나의규칙
19/09/21 20:55
수정 아이콘
(수정됨) 비슷한 이야기가 많아서 다 합쳐서 이야기 드리자면

원래의 생각(이상)과는 달리 하는 척만 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지옥이라고 표현한 것이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수능 문제 푸는 것에만 목숨 거는 학생들은 줄어들고 있죠. 줄어드는 것만큼 다른 것으로 고생하고 있으니 문제라는 것이고....

수능 문제만 풀던 학교가 지옥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그냥 추억보정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지옥이라는 것에 반박이 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치 않았습니다.

입시제도가 바뀌는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는데 수능만으로 입시하는 것이 한창일 때 공부만 해야만 하는 학교에서 불행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았다는 것도 그 중 한 이유가 될 거에요. 그 시절에 다른 나라 특히 핀란드 같은(물론 지금에 와서 보면 그 나라 교육제도도 약점이 많지만) 나라의 교육제도가 우리나라 교육계에서 꽤나 조명이 된 것은 그 나라 학생들의 행복도가 꽤나 높게 나왔었거든요. 이런 점에서도 생각해봐야 해요.

http://www.edui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743

이런 식으로 행복도가 지속적으로 낮게 나오고 있고.. 뭐 요 몇년 간은 올랐다는 뉴스도 있습니다만은... 요컨데 입시 제도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 여러가지가 있다는 거죠. 입시 제도가 학교 생활에도 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니까요.
곰그릇
19/09/21 20:28
수정 아이콘
미국식 교육제도는 나쁘게 말하면 가난한 유색인종을 배척하기 위해서 발전해 온 제도에요
좋은 집안의 학생들이 명문 사립고에서 스펙을 쌓아 좋은 대학을 가는 게 당연한 제도입니다
미국식, 혹슨 외국식이라고 무조건 좋고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니라 장단점을 파악해서 우리 제도에 정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한거죠
19/09/21 20:35
수정 아이콘
입시제도에서 흑인 to가 있어서 흑인은 백인보다 sat 점수가 낮아도 합격합니다, 동양인은 대학가에 널려 있어서 오히려 불이익 보고요.
cluefake
19/09/21 20:41
수정 아이콘
그니까 뭐 똑똑하고 돈없는 애들은 많이 들어오지 말라 이거죠 뭐..
19/09/21 20:54
수정 아이콘
아시아계가 미국에서 5% 정도인데, 하버드에는 20% 정도 차지하고 있습니다.
cluefake
19/09/21 21:10
수정 아이콘
성적순이면 훨씬 더 많아질거구요.
유대계도 그런 학생들이라 성적순 하면 유대계 아시아계가 대부분이 될 겁니다.
하아위
19/09/21 20:47
수정 아이콘
1. 대증요법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사회를 바꾸어야 함.
2. 사회를 바꾸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교육을 바꾸는 것임.
3. 교육을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입시 정책을 바꾸는 것임.
그래서 사회를, 교육을, 입시 정책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계속 얘기하고 싸우는 중인 것이고,,
'문제인식'이 있는 한, 입시 정책을 그대로 둘 수는 없지요.
-안군-
19/09/21 21:14
수정 아이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인것 같기도 합니다. 만약 정비공, 배전공, 미용사... 같은 직업들이 고소득직이 된다면 입시정책이 그렇게까지 사회문제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좋은 대학 나와서 대기업 못들어가면 루저가 되는 세상인게 문제라고 봅니다.
BERSERK_KHAN
19/09/21 21:37
수정 아이콘
돈만 본다면 좋은 직장이라 부르기 어려운 9급 공무원도 정년 보장 덕에 상위 20%안에는 넉넉히 드는 직업이 되어버렸으니... 그 이하의 직업들은 저임금, 고용 안정성, 사회 인식이 너무 안좋고 앞으로 개선되기에도 요원한게 참 문제에요. 결국 좋은 직장은 한정되었는데...
-안군-
19/09/21 21:39
수정 아이콘
그렇죠. 제가 댓글엔 저렇게 쓰긴 했어도, 그런 사회가 되려면 뭐부터 해야할지를 얘기하라면 또 막막하긴 합니다;;
번개맞은씨앗
19/09/21 23:14
수정 아이콘
세계화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거라 봅니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소득수준과 유사해지는 거죠.

만약 전세계가 단일 국가라면, 다른 선택지들이 널리 있겠지만요.
ComeAgain
19/09/21 23:16
수정 아이콘
이게 그 PISA나 그외 자료에서 한국 학생들이 자꾸 언해피 하다고 뜨는 것도 문제에요.
공부만 해서? 라고 생각을 하는 경향이...
-안군-
19/09/21 23:38
수정 아이콘
(좋은)대학 못가면 X된다. 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제일 큰 요인일텐데 말이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75970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41759 10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63702 29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38075 3
102744 [정치] 오세훈 시장 측, 명태균에게 21년 보궐선거 당시 3,300만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2] 린버크425 24/11/25 425 0
102743 [정치] '오세훈 스폰서' 강혜경에게 "명태균에 20억 주고 사건 덮자" [5] 물러나라Y749 24/11/25 749 0
102742 [일반] <위키드> - '대형' '뮤지컬' 영화가 할 수 있는 것.(약스포?) [4] aDayInTheLife291 24/11/25 291 1
102741 [정치] [속보] 이재명 위증교사 1심 무죄 [220] 물러나라Y15334 24/11/25 15334 0
102740 [일반] 『눈물을 마시는 새』 - 변화를 맞이하는 고결한 방법 [31] meson4985 24/11/24 4985 60
102739 [일반] <아케인 시즌 2> - 기대보단 아래, 걱정보단 위. (약스포) [13] aDayInTheLife3925 24/11/24 3925 2
102737 [일반] 린치핀 — GPT 세계에서 대체 가능한 톱니바퀴를 벗어나려면 [21] Kaestro5897 24/11/24 5897 10
102736 [일반] [팝송] 트래비스 새 앨범 "L.A. Times" [1] 김치찌개4062 24/11/24 4062 0
102735 [일반] 하프 마라톤 거리 뛰기 성공 [18] a-ha5797 24/11/23 5797 20
102734 [일반] 아케인 시즌2 리뷰 - 스포 다량 [36] Kaestro4468 24/11/23 4468 0
102733 [일반] DDP 야경을 뒤로 하고 프로미스나인 'DM' 커버 댄스를 촬영하였습니다. [22] 메존일각3805 24/11/23 3805 13
102732 [일반] 잘 알려진 UAP(구 UFO) 목격담 중 하나 [15] a-ha5070 24/11/23 5070 2
102731 [일반] 지하아이돌 공연을 즐겨보자 [12] 뭉땡쓰3830 24/11/23 3830 1
102730 [일반] 노스볼트의 파산, 파국으로 가는 EU 배터리 내재화 [74] 어강됴리10323 24/11/23 10323 6
102729 [일반] 한나라가 멸망한 이유: 외환(外患) [8] 식별3999 24/11/22 3999 16
102728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52. 윗입술/웃는모습 갹(⿱仌口)에서 파생된 한자들 [6] 계층방정2349 24/11/22 2349 3
102726 [일반] 동덕여대 총학 "래커칠은 우리와 무관" [191] a-ha18233 24/11/22 18233 22
102725 [일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상 4 [17] Poe4291 24/11/22 4291 32
102724 [일반] AI 시대에도 수다스러운 인싸가 언어를 더 잘 배우더라 [10] 깃털달린뱀3381 24/11/22 3381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