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라는 얘기는 여러가지 의미를 동시에 띄고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처럼, 크게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얘기이기도 하겠지만, 저의 경우는 감정을 가만히 냅두면 천천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렇기에, 별 일이 없다는 건 참 저에게는 난감한 느낌입니다. 실은, 이 글을 쓰기 전에도 참 많은 것들을 썼다가 지워버렸습니다. 하나를 집어 어떤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어렵고, 어떤 이유를 들어 지금 제 기분을 말하기도 되게 까다롭고 어려운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약간의 무기력와 우울의 감각은 익숙하면서도 그만큼 되게 어려운 감각입니다. 동시에, 이 무기력의 감정은 일종의 자포자기로 이어지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따지자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싶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어떤 가사처럼, 때때로 '슬픔이 제 집' 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그래서, 무엇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인지, 혹은 어떤 행동이 도움이 되기는 할 지 의구심을 품고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구요. 이제는 사회인이니까요.
'별 일 없이 산다'라는 얘기는 그래서 저에게는 굉장히 아픈 이야기면서 또 동시에 바라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별일 없이 살고 있지만, 또 동시에 별일 없이 살고 싶은 것이라고 해야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