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11/17 15:18:17
Name ohfree
Subject [일반] 양귀마 (수정됨)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이 재밌다고(여주인공이 예쁘다고) 해서 챙겨 보았다.

드라마는 주인공이 고아원 소사 할아버지에게 체스를 배우면서부터 시작하였다.

한회 한회 보다 보니 갑자기 승부욕이 올라왔다. 나도 옛날에 장기 잘 뒀었는데…

4회 볼 때쯤, 잠깐 드라마를 멈춰 놓고 장기 어플을 실행 시켰다.





여섯살때인가… 아빠가 퇴근하시면서 장기판을 사들고 오셨다. 아버지가 장기 기물 움직이는 법을 알려 주었다.  
퀸스 갬빗 여주인공 처럼 난 금새 장기에 빠져 들게 되었다.

요리조리 장기 기물을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아빠는 포진법을 알려 주었다.
상마상마, 마상상마, 상마마상

아빠는 특히 마지막 포진법인 ‘상마마상’ 을 즐겨 두었다. 나 또한 곧 그 포진법을 좋아하게 되었다. 취미로 장기를 두는 많은 사람들은 이 포진법에 익숙하지 않았다. 어렸을 적 내 친구는 ‘상’하고 ‘마’가 잘못 위치 했다며 손수 바꿔서 놓아 주기도 했었다.


궁을 중심으로 양쪽 위에 마가 올라온다고 하여 ‘양귀마’ 라고도 불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포진법을 상대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초반에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몇 번 상대해 보면 ‘양귀마’의 단점을 파악하고 약점을 공략해 오기 때문에 적당히 초반 몇 판 이기고

‘죄송하지만 제 상대가 아닌것 같습니다.’

라고 정중하게 거절의 뜻을 내비치며 자리를 피해야 한다.




실로 오랜만에 두는 장기였지만 낮은 급수의 내 상대들은 여전히 양귀마를 상대하지 못하였다.

가볍게 세판 이기고 퀸스 갬빗 드라마 시청을 이어 나갔다.




조카

명절에 고향집을 내려갔더니 열살 먹은 조카 녀석이 할아버지(마이 파더) 한테 장기 이긴다고 자랑 하였다.

헐. 그게 되나? 난 중학교 되어서야 간신히 한 판 이겼었던거 같은데… 이 녀석 프로게이머 시켜야 하나? 싶었는데

실제로 할아버지와 장기두는 모습을 보고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의 장기 기물이 절반은 없었던 것이었다. 그나마도 장기두는 것을 보니 할아버지가 허허 웃으면서 눈 앞에 있는 것도 안 먹고, 일부로 먹으라고 대 주고 하였다. 그리고 조카는 할아버지에게 외통수를 날리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무리 강호의 의리가 땅에 떨어졌다 하여도 이건 아니었다. 조카 녀석에게 승부의 냉혹함과 아버지의 복수를 해야 한다는 두 가지의 명분을 내세우며 조카에게 장기 시합을 신청하였다.


그리고 장기 시작 오분만에 조카녀석이 울먹이면서 자기 방으로 뛰어 들어가 서럽게 울어댔다. 엄마가 와서

‘봐주지 그랬냐안’

했지만 이 녀석이 날 이기고 좋아하는 꼴을 볼 순 없었다.


조카 녀석아. 지금의 아픔을 잊지 말고 훗날 삼촌 아이가 태어나거든 그때 복수를 하거라. 군자의 복수는 십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고 하지 않더냐.

하지만 기억해라. 너는 그 복수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0/11/17 15:22
수정 아이콘
원앙마를 쓰셨으면 미래가 달랐을텐데요...
하필 원앙과 가장 먼 선택을
20/11/17 15:41
수정 아이콘
군대 막 전입한지 얼마 안되었을때 중대에서 제일 잘두던 병장이랑 두었는데....
그만 이겨버렸죠...
눈을 부릅뜨고 한 판 더 두자는데..그 때서야 잘못했구나 하고 느꼈다는.. 크크크
옆에서 다른 상병장들이 그 병장을 놀리는 데.... 참....(굉장히 착해서 사람들이 다 좋아했어요)
그래도 저 맛있는 거 많이 사주고 잘 챙겨줬었습니다~ 좋은 사람이었어요~

아.. 비슷하게 제가 상병 꺽였을때쯤 이등병이 하나 들어왔는데 장기를 잘 둔다더군요.
한 판 둬보고 완전히 발린다음 장기 접었습니다... 크크
포항공대생이었는데 장기가 다 거기서 거기지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잘두더군요..
양말발효학석사
20/11/17 16:25
수정 아이콘
프로게이머 프로바둑기사 프로체스기사, 프로장기기사 등등 이 양반들은 일반인과 머리가 다릅니다. 당연히 머리가 좋으니 게임을 잘하는 겁니다. 머리가 좋으면 게임을 엄청나게 잘 할 잠재력을 가지게 되죠.

바둑의 예로 들면 프로로 갈 수 있는 한국기원 연습생들은 본문에 적힌 조카 정도 나이에 어른 쌈싸먹고 동네 웬만한 초급자는 다 양학하고 수련하는 기간 동안 기보 한 몇 개 정도는 한 두 번 보고 그냥 외워서 똑같이 두며 연구하죠.

프로 상위 정도 되면 기보 수 십 개는 보고 바로 똑같이 둘 정도에 상대 한수에 가지치기 해서 몇초만에 십 몇 수 앞의 형국이 어찌 돌아갈지 전체적인 판세 분석까지 다 되는 머리라야 된다고 합니다. 이게 인간인가 싶죠.

예전에 미생 봤을때 바둑두다가 경쟁에 밀려나와서 사회에서 고생하던 장그래가 불쌍해 보였는데 알고보면 전혀 불쌍할게 없는 그런 종류의 사람 입니다.

드라마랑 달리 현실에서 한국기원 연습생에서 경쟁에 밀려 물먹고 프로데뷔 못하고 나온 사람들이 몇년 공부해서 바로 SKY 인기 학과 들어가 놓고 신세 한탄하는 신문기사도 있고 그렇습니다. 바둑만 두던 사람이 몇년 공부해서 SKY 상위 학과 바로 들어가놓고 신세 한탄 합니다. 크흑!!! 장그래가 뭐가 불쌍합니까!
StayAway
20/11/17 15:59
수정 아이콘
자대에서 면상 엄청 잘두는 이등병이 고참들 다 박살내고 다니는 걸 본 적이..
군대 장기는 99% 귀마 아니면 원앙마라 초중반 농포전에 다들 털려나가더군요..
20/11/17 18:42
수정 아이콘
배우 이름이 어디서 들어봤다 했더니 23 아이덴티티군요. 그때부터 좋아했는데...
Pygmalion
20/11/18 17:14
수정 아이콘
부디 복수를 당할 수 있게 되시길 기원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8813 [일반] 울산도 집값이 난리도 아닙니다.. [133] 된장찌개14622 20/11/18 14622 3
88812 [일반] 편의점 맥주 마시다 맥주 추천하는 이야기.. [65] 대장햄토리11302 20/11/18 11302 3
88811 [일반] '오빠'로서의 역할 [16] 초아9810 20/11/18 9810 11
88810 [일반] 평범한 학생입니다 [42] 호고곡장론9573 20/11/18 9573 15
88809 [정치] 마스크 의무화와 벌금부과에 관한 생각.. [148] 고양이가좋아14364 20/11/17 14364 0
88808 [정치] 19일에 전세대책이 발표될것 같다고 합니다. [149] Leeka17202 20/11/17 17202 0
88807 [일반] 모더나 백신 3상 잠정결과 발표 및 자주 묻는 질문 정리 [73] 여왕의심복17882 20/11/17 17882 124
88806 [일반] 피지알 생활 처음으로 레벨업 해본 후기(feat 게임게시판) [48] 어바웃타임8448 20/11/17 8448 10
88805 [일반] 권위주의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공개편지 (번역) [12] 아난9428 20/11/17 9428 7
88804 [정치] 김해신공항이 백지화되었습니다. [183] BitSae16753 20/11/17 16753 0
88803 [일반] 양귀마 [6] ohfree5846 20/11/17 5846 11
88802 [정치] 2017->2019년, 2년간 다주택자 16만명 증가. [39] Leeka9082 20/11/17 9082 0
88801 [정치] 잠룡 유승민, 여의도 복귀 신고…"결국은 경제야" [117] 덴드로븀13556 20/11/17 13556 0
88800 [일반] 게이밍헤드셋과 일반헤드셋의 차이? [44] 이츠키쇼난12933 20/11/17 12933 1
88799 [일반] 제가 마음속하는 간직하는 인생 명언 혹은 속담 [111] 허스키15736 20/11/17 15736 13
88798 [일반] (이공계층) 재미삼아 RNA 유전정보를 건드려봅시다. [49] OrBef13176 20/11/17 13176 26
88797 [일반] [사설] RCEP, 중국에 맞선 조 바이든의 첫번째 도전이 되다 [14] aurelius11644 20/11/16 11644 4
88796 [일반] 주식 단타 투자(스캘핑)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61] 뜨거운눈물17722 20/11/16 17722 4
88795 [일반] 모더나 코로나 백신 3상 중간결과도 성공적입니다. [21] 쿠노13194 20/11/16 13194 1
88794 [일반] 수도권 거리두기 1.5단계 격상 예정이라고 합니다. [94] Leeka16843 20/11/16 16843 0
88793 [정치] 비번 공개법이라니 너무 간 것 아닌가요? [200] 노리20161 20/11/16 20161 0
88792 [일반] 공시에 대한 잡담들 [59] 바람기억14148 20/11/16 14148 6
88791 [일반] 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 2.5조 증자 [117] 좋은16105 20/11/16 16105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