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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9/20 21:38:24
Name 말랑
Subject [일반]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 감상문(본작+기타 짱구극장판 스포주의)
# 개인적으로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은 아주 선호하는 편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세간의 평가보다는 낮게 치는 편이죠. 3대명작에 꼽히는 로봇아빠나 전국대합전도 그렇고 나의 신부나 불고기로드, 암흑마왕 같은 호평 극장판들도 쉽게 봐지지가 않더군요. 개그 포인트도 약간 부담스러운 곳이 없잖아 있죠. 이를테면 석양의 떡잎마을 방범대에서 봉미선이 외모로 조롱받는 장면이라던가 전통의 게이개그라던가... 이번 극장판에서는 그런 부분은 상당히 날아갔습니다. 이번 극장판은 철저하게 아동용 극장판 정도를 걷습니다.

# 낙서왕국의 경우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아이들의 순수함, 거기에 대비되는 어른들의 이기심, 반전(反戰)같은 내용이지요. 내부적으로는 짱구일가나 떡잎마을 방범대를 배제하면서 나름 색다른 전개를 선택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저런 주제를 일말의 은유같은 것 없이 대놓고 언급합니다. 아동만화라고 실드치기에도 좀 유치합니다. 주토피아도 애들만화였다고... 이 만화에서 어른들은 일의 앞뒤 파악도 하지 않고 다짜고짜 5살박이 아동에게 고성을 박아넣습니다. 어른제국처럼 뭐에 홀리기라도 했으면 모를까, '어른들의 이기심'이라는 주제에 너무 꽂혀서 어른들을 다 바보로 만들었습니다. 그 많은 어른중에 '크레용이 다 떨어졌으면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한 명이 없는 건 좀 너무했다고 생각하네요.

# 주역 캐릭터인 짱구와 4명의 용사들은 잘 만들어졌습니다. 눈물빼는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 이런 단편 아동 극장판용 엑스트라의 왕도 연출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감상하는 어른분들은 쟤들이 어떻게 될 지 다 각이 나오지만 그래도 나름 그들의 행동은 멋이 있고 낭만이 있습니다. 개그는 제가 원래 개그에 빵빵 터지는 스타일이 아니라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큭큭큭 정도는 종종 했습니다.

# 진짜 문제. 이 극장판에는 낙서왕국 왕도 나오고 낙서왕국 공주도 나오고 낙서왕국 화가도 나오고 메인 악역으로 낙서왕국 국방장관도 나오고 국방장관과 함께 반역을 도모한 낙서왕국 신하들도 나옵니다. 근데 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4인 용사에 집중한 건 괜찮았는데 그 반대로 낙서왕국 인물들이 죄다 엑스트라가 되었습니다. 흑부리 마왕처럼 개연성있게 짱구부모님을 쳐내고 하리용 일당과 그들을 상대하는 흑부리마왕일당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4인용사의 우당탕탕에만 집중하고 낙서왕국 인물들의 역할은 완전히 날아갑니다. 낙서왕국 왕을 찬양하는 중간음악은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네요. 낙서왕국 공주는 다짜고짜 어른들에게 낙서를 해주세요! 합니다. 제가 너무 낡고 닳아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우리는 여러분의 낙서로 에너지를 모아 공중에 떠서 살고 있습니다' 정도는 이야기해야 되는 거 아닌가? 이게 비비의 싸움을 멈추세요도 아니고 낙서해달라고 하려면 이해는 시켜야지. 낙서왕국 신하들은 왜 자기들이 쿠데타로 국방장관에 동조해놓고 실패하니까 국왕 옆에서 국방장관을 쪼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니들도 눈깔아야 되는 거 아녀? [노하라 일가랑 떡잎마을 방범대를 전부 날려놓고 만든 스토리가 뭐 이래?]

# 유민이라는 친구는 떡잎마을의 외부인으로, 떡잎마을 어른들의 이기심을 지적하며 씨알도 안먹히던 낙서왕국 공주의 연설을 역전시킨 상징적 존재입니다. [외부인]이라는 위치가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그렇다는 거지 이 극장판에서 유민이 외부인이라는 걸 딱히 의미있게 보여주지는 않습니다만.

# 총평. 좋은 시도를 했지만 그게 전부임. 볼만한 그림을 만들었지만 스토리나 만듦새가 너무 난잡합니다. 볼만한 그림은 수어사이드 스쿼드에도 있었어요. 쿵푸때도 그렇고 마지막 문제 해결할 때 너무 날로 시간때우는데 못된 버릇 들기 전에 그만했으면 좋겠네요. 지극히 제 개인적인 평가만 하자면 나무위키나 다른 커뮤니티에서 이게 왜 그정도로 호평받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 여담. 이 다음 극장판이 진짜진짜진짜배기라는데... 솔직히 난 로봇아빠도 별로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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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ked Star
21/09/20 21:42
수정 아이콘
저도 로봇아빠는 로봇신형만 대 진짜신형만 팔씨름 장면만 오졌지 다른건 뭐 별로 였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09/20 21:56
수정 아이콘
핸더랜드랑 어른제국, 액션가면편은 좋았습니다. 초반부 일상 미스테리의 느린 템포가 짱구 극장판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그런 게 별로 없는 것 같더라구요.
21/09/20 21:59
수정 아이콘
저는 3개 뽑으라면 헨더랜드, 석양의방범대, 부리부리왕국입니다.

어른제국은 개인적으로 제가 본 모든 애니메이션 통틀어서 원톱이라 천상계보정으로 뺐습니다.
파랑파랑
21/09/20 22:16
수정 아이콘
극장판은 도라에몽이 참 좋더군요. 짱구 낙서왕국은 확실히 개연성이고 뭐고 없긴 했습니다. 아동타겟인걸 감안해도 날로 먹는 느낌이 크크
호머심슨
21/09/20 23:21
수정 아이콘
듬성듬성 케이블로 봤었는데
막연히 옜날것들은 재미있는데
요새것들은 별로다라는 인상이었음.
킹무위키보니 잘 정리돼 있네요.
대략 13기 부리부리3분대작전까지를
전성기로 보는듯.그리고 14기 춤을춰라 아미고
의 공포코드는 애들만화에서 반칙 아님?
21/09/21 00:38
수정 아이콘
3대 명작이 뭐에요?
Hudson.15
21/09/21 04:26
수정 아이콘
짱구 극장판 중에서 대중적으로나 평론적으로나 명성과 평가가 높은 어른제국의 역습, 전국대합전, 로봇 아빠의 역습 세 작품을 주로 그렇게 부르더군요
이쥴레이
21/09/21 15:24
수정 아이콘
아들이랑 방금 보고 왔는데 초등학생 2학년이 아들은 너무 재미있었다고 하네요. 저도 초반 잠깐 지루하다고 생각하다가 용사들 소환(?)되고 자동차씬부터 밟지마시오 누루지마시오부터 아들이랑 웃으면 봤네요. 부라리돼지용사인가 박명수가 생각나더군요.

각 용사들 마지막 장면들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특히 2일지난 팬티는 마지막에 처절하면서도(?) 슬프거나 감동적인 장면일수 있는데 저는 그 장면이 너무 웃기면서 처절함이 느껴져서... 그런데 너무 웃겼습니다. 이게 오랫만에 느껴보는 웃프구나.. 하고 제 개그 포인트가.. 크크

눈물 찔금하는 포인트들이 여러곳 있었네요.

마지막에 다음 극장판도 또 보러 오자는 아들이랑..
매년 짱구랑 코난 극장판 보러 가는데.. 언제까지 아들이랑 아빠랑 볼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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