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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6 17:02
우울증을 앓고 있는 제 딸아이를 관찰하면서 제 아내가 우울증에 걸려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됐습니다.
국립대 교수를 아버지로 둔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한 제 아내가 우울증에 걸린 이유를 찾아내기 힘들었는데, 장모님이 우울증 진단을 받는 것을 보고 큰 흐름이 보이더군요. 제가 내린 결론은 아래와 같습니다. 장모님은 70여년 전 가부장적 시골분위기에서 부모님의 극단적 통제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올케에게 어린 시절 많이 시달렸다고 합니다.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헤어나올 수 없었기 때문에 자포자기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내면화 되었고, 그 것이 우울증인 것이죠. 우울증에 걸린 사람의 특징이 매우 방어적이라는 것입니다. 우울증으로 장모님은 스스로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녀들을 돌보는 것이 너무 벅찬 일이 돼 버렸을 거에요. 그 여파로 너무 어려 부모에게 모든 것을 의지할 수 밖에 없었던 자식들도 자포자기와 외부의 스트레스를 피하는 방어적 자세가 습관으로 굳어졌을 겁니다. 지금도 늘 기운없이 누어서 지내는 장모님과 집사람을 보면서 우울증을 떠올립니다. 제 얘기가 길어졌는데, 님 동생분의 그 이유없는 반항은 아마 부모님의 우울증 여파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여지고, 이는 그 선대에서 원인을 제공했을 겁니다. 제 딸과 아들의 경우를 놓고 가늠해 보면 성격이 유순한 딸애는 우울증으로 빠졌고, 반항적 특성이 강했던 아들은 분리불안증으로 특정 물건에 집착하는 현상이 있었지만 나름 잘 극복해서 지금은 정상적 생활을 잘 하고 있습니다. 이를 님에게 대입해보면 동생분보다 님이 더 큰 상처를 입고 우울증에 시달릴 공산이 큽니다. 우울증은 약물치료가 도움이 많이 되지만 결국은 스스로 객관화 훈련을 통해 개선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어 보입니다. 밤과 낮을 바꿔 사는 딸내미가 몇쳔의 치료끝에 그래도 오전에 공원으로 산책까지 나가고 있어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22/05/26 21:41
말씀대로 한때 심한 우울증을 앓긴했지만 지금은 일상 생활에 아무지장 없을 정도로 회복되어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둣돌님 말씀에서 정말 생각지도 못한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우울증을 앓고 계실 수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간과하고 있었어요. 수십년간의 심리적 자포자기 상태와 속내를 제대로 표현 못하시는 성향들... 이런 것들 때문에 원래 그런 분들이다라고 생각하고 그저 제 무기력함만 탓하고 지내고 있었는데 그 동안 상처 받은 만큼 치유 받지 못한 채 방치 되었을 부모님 마음을 뒤늦게야 생각하게 됩니다. 좋은 조언 진심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저보다 훨씬 큰 상처를 끌어안고 살았을 두 분 마음 다독일 수 있도록 노력해 보려 합니다.
22/05/27 15:49
어렸을 적 소심하고 겁많던 저는 늘 집에서의 이탈을 꿈꾸었지만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서울로(집은 지방입니다) 대학을 진학하는 것이 그당시 제가 생각한 유일한 합리적 이탈수단이었고 서울 상경에 성공했습니다.
그 이후야 뭐.. 공부에 열의를 잃고 대충 살고있죠. 그당시 열심히 공부하던 저를 아는 사람들은 니가 더 잘 나갈줄 알았는데 의외다 라고 말하지만.. 스트레스 없이 대충 편하게 사는게 삶의 목표라서 다들 말하는 부자나 출세나 이런 건 부럽긴 하지만 그것을 위해 달리진 않게 되더군요. "긴장과 갈등상태를 회피하기위해 최선을 다했던 어린시절"이라는 부분이 눈이 확 들어와 tmi한 댓글을 달게 되고 말았네요. 이제와 생각하면 제 사회초년생 시절의 사회적 분위기와는 다른(그 당시엔 욜로나 이런 것은 없었어서) 삶의 태도를 꽤 이르게 가지게 된 이유가, 쓰신 글처럼 어렷을적 이미 긴장과 갈등에 지쳐 버려서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도 글과 댓글 보니 널부러져버렸던 저와 달리 많은 생각을 하시면서 현재를 위해 노력하시는 것 같아 응원합니다.
22/05/27 17:06
저희 누나도 맨날 자기만 혼나고 저는 혼내지 않는다고 남녀차별이다, 장남만 편애하는거냐? 이런식으로 대응했었는데(초딩 저학년 주제에 대응수준이 참 크크)
제눈엔 저는 그냥 무던했던 반면, 누나는 성격이 드세고 민감해서 짜증폭발이 심햇던 탓이었죠. 누나가 짜증내고 대들어서 혼난건데 왜 날 물고늘어지냐고 뭐라고 했고 그래서 치고박고 싸웠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그 과정이 없었으면 누나는 가부장제의 희생양이라고 스스로에게 건 굴레를 벗지 못했을꺼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사이가 좋은편이진 못했을꺼구요. 자기가 받아야 할 대우는 생득적이고 고정값을 보장받는 무엇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리고 대우가 불만족스러우면 자기탓일리가 없으니(태어나면서부터 이정도는 받아야 된다고 보장된거니까!) 세상이 억까하는거라는 피해의식이 생기죠. 일종의 계급의식인건데 이걸 깨줘야 서로가 편합니다. 조선시대 몰락한 양반의 인지도식이랑 다를바 없는 불행이에요.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대판 싸워보심이 어떨런지..
22/05/30 13:31
비슷한 성격의 자매가 있어서 그 고통을 아는데, 대체로 순하고 체제순응적이었던 제가 보기에 늘 사서 매를 버는것 같은, 악을 쓰고 대들어서 또 혼나는 자매가 정말 이해가 안갔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있더라구요. 그냥 이러니 저러니 분석하려고 해봤자 원래 그런 인간인겁니다. 결혼하고 애가 큰데도 여기저기 악 쓰고 싸우고 난리칩니다. 가족들한테만 그래요. 밖에 만난 사람들한텐 천사처럼 굴어요. 기나긴 고생 끝에 저는 손절했고 제 삶은 정말 평화롭습니다. 그냥 이해하려 하지 마시고 쟤는 원래 저런 애라 생각하고 사세요. 가족이라고 형제라고 부모라고 다 잘지낼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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