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벤트를 통해서 여러분들의 어린 시절 관련해서 여러가지 재미있고 감동적인 글들을 잘 읽고 있습니다. 저는 좀 우울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그냥 그저그런 이야기이겠지만 현제 제 성격과 가치관을 형성하는데에 있어서 뭔가 일반적이지 않고 엊나가게 되는 시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일화들입니다.
1. 삶의 불쌍함
어렸을 때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나이는 한 5-6세 정도였을까요? 재래시장에 가면 일단 수산물을 파는 분들이 길가에서 노점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으레 강렬한 비린내로 시작을 하기 마련이죠. 그리고 떡 뽑는 집도 있고 고소한 참깨 냄새가 나는 곳도 있고 술빵과 간식거리를 파는 곳도 있죠. 이곳저곳 엄마 손 잡고 돌아다니면서 제가 느낀 감정은
'아.. 세상 사람들은 모두 불쌍하구나..'
였습니다. 제 눈에는 물건을 파는 아주머니분들이 꽤죄죄한 옷을 입고 쭈구리고 앉아서 이것저것 다듬고 호객행위 하시면서 어떻게든 더 팔아보려고 전전긍긍하는 쓰는 모습이, 그리고 물건을 사려는 아주머니분들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어디가 더 싼지 물건에 하자는 있는지 흥정하면서 조금 더 가격을 깎아보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제 뇌리에 강하게 남았습니다. 마치 레미제라블에서의 팡틴의 모습을 보고 제목 그대로 불쌍함을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불교에서 인생은 고통 그 자체라고 하는데 저는 인생은 불쌍함으로 가득차 있다고 생각을 하고 살게 됩니다. 그리고 아마 제일 불쌍한 사람은 나일지도 모르죠. 그리고 그게 서러워서 그 나이에 밤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다가 단칸방에서 함께 주무시던 어머니에게 들킨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더 이상한 점은 제가 최근에 상담을 통해서야 어린 아이에게 닥친 이 감정의 소용돌이가 뭔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상담하시는 분의 유도에 따라 제 3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어린아이가 시장에 가서 이것저것 보면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호기심 이어야 할 것 같더라구요.
2. 식사의 수치스러움
생리현상을 날 것 그대로 타인에게 보여주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부끄러움을 유발하게 됩니다. 물론 타인과의 관계가 얼마나 밀접한지, 권력의 상하관계가 어떠한지 등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요. 실제 오프라인에서 이 사이트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상징을 발사하는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행위는 사회적 자살행위에 가깝지 않을까요? (물론 일단 저지르면 유명해 진다는 말이 있기도 하지만..) 이게 얼마나 중차대한 사안이면 초등학교 시절에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는 것을 들키게 되면 일 년 내내 똥쟁이로 각인되어 놀림을 받을것을 걱정하여 참다가 변비에 걸리는 학생들이 나오겠습니까.
식욕은 배설욕 수면욕 등과 함께 매슬로우의 기본욕구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어린 시절 식사하는 모습을 타인에게 보이는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뭔가 생명체로서 해야만하는 날것의 행위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배설행위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1번 항목과 결합되어서 이 고생만 하는 인생.. 살기위해 먹는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잘난 사람이건 못난 사람이건 간에 누구나 밥은 먹는다… 지금도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와.. 우리네들 참 열심히 산다. 다들 먹고살려고 아둥바둥 하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혼밥 위주로…
나이가 들면서 이런 감정들은 삶에 치이고 시간에 쫓기면서 점점 무뎌져 가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이러한 사고의 틀은 그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들 때문인지, 아니면 선천적인 기질이 이렇게 투영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현재 경미한 우울증 증세를 보이며 오늘도 살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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