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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9 18:51
결국 서래는 안개 같은 것이 되고 싶지 않았을까요.
영원히 서래 안에서 살아가고 동시에 해준의 안에서도 살아가는 어찌보면 반복되는 프랙탈 같은 그림처럼요. 어찌보면 현실과는 헤어지지만 결코 헤어질 수 없는, 떨어뜨려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무엇인가. 그렇기에 이 영화를 말로 표현하는 건 그만큼 어렵고 힘들지만 그만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22/12/29 18:53
저는 서래의 사고방식이 어쨌든 보통 사람의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살인을 저질러서 그렇게 된 건지, 아니면 그런 사람이라 살인을 저지른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22/12/29 18:55
흐흐흐 그렇죠. 그렇지만 뭔가 다르다는 것에서 묘하게 ‘서늘함’이 느껴질 듯 안 느껴진다는 게 이 영화의 또 기묘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솔직하게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를 취향에 안맞다고 느끼는게 그 서늘함 같은 거에서 나오는 독특함이었거든요. 그런 점에서 가장 소프트한 박찬욱 영화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22/12/29 18:57
저는 박찬욱의 다른 영화에 나오는 살인자들은 뭐랄까 인간적으로 나도 저러면 저럴지도... 싶은 면이 있었는데, 이 영화는 안 그렇더라고요. 오히려 가장 하드한 사이코가 등장하는 영화가 아닐까도 싶어요;;;
22/12/30 00:49
저도 마침내 넷플로 봤습니다. 긴 플레이 타임이 결코 지루하지 않았어요.
넷플 덕분에 자칫 놓칠뻔한 명작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해야할지, 넷플 덕분에 이런 명작을 서재방 작은 티비에서 볼륨 7로 봐버린걸 불행하다 해야할지 애매한 밤이었습니다.
22/12/30 08:47
여러번봐도 재미있는 영화이고 2022년 저에게는 최고의 영화 였습니다. 극장가서 후회없이 본 영화가 얼마만이었는지..
마침내 라는 단어 표현이 가장 기억에 남았죠.
22/12/30 18:04
워낙 감명 깊게 본 영화라 반가운 영화평입니다.
그런데 저는 서래가 싸이코 살인마라는 해석에는 동의를 못하겠어요. 3명이나 계획살인한 범죄자에게 하기 이상한 인물평이지만, 서래는 근본적으로 선한 인물입니다. 환자나 작은 동물 같이 약한 존재에게 친절해요. 다만 ... 법과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다는 점이 (큰) 문제죠. DnD 성향으로 치면 [혼돈선]? 세번째 살인의 경우도 서래에게는 '고통받는 환자의 안락사' + '악당으로 악당 처리' + '해준 보호' 라는 훌륭한 해결책일 뿐이죠. [질서선] 성향인 해준과 서래의 가치관 차이가 끝내 맺어질 수 없는 원인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었어요. (물론 서래가 그런 성향이 아니었으면 만날 일도 없었겠지만요 하하)
22/12/30 19:26
누구나 미결인 사건 하나 정도는 가슴속에 다들 있지 않나요?
영화를 보고 나니 그녀가 오랜만에 생각나서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리뷰 글 잘 봤습니다.
22/12/31 00:48
피가 많은 사건현장을 싫어하는 해준을 위해 수영장의 물을 빼는 서래를 보면서 저로서는 평생 경험할 일이 없을(그렇기에 이해는 더더욱 불가능할) 지독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연성이 떨어지면 드라마도 중도하차하는 내게 이런 몰입을 선사하다니 박찬욱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대단한 디테일의 작품이었네요.
[눈동자 굴러가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표현처럼 영화를 보다가 이전 장면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는것이 무슨 사술을 쓴것처럼 뇌리에 찍히는데 서래가 자신이 묻힐 장소에 꼽아놓은 막대조차도 흘려버리지 않고 밀물 때 이리저리 떠다니는 것을 보여주는데 소름끼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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