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2019년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작품성 있는 대작들이 나온 쓸만한 한 해 였습니다
여행 다니느라 아직 못 본 영화들도 많지만, 시상 시즌을 맞아 늦기 전에 올려봅니다.
기준이 2022년 미국 개봉한 시상시즌 영화들이라서, 아직 한국 미개봉작들도 있는건 미리 양해의 말씀 드립니다.
Honorable Mention 으로 애니메이션 2개, 다큐 3개, 영화 2개 갑니다
Apollo 10 1⁄2: A Space Age Childhood (아폴로 10 1/2: 스페이스 에이지 어드벤처) - 리차드 링클레이터 - 넷플릭스
비포 트릴로지와 보이후드의 명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애니메이션 도전작.
1969년, 인류의 첫 달 착륙 이야기를 우주 비행사와 관제탑이라는 서로 다른 2개의 시점에서 그립니다.
Marcell the Shell with Shoes On - 딘 플라이셔-캠프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와 함께 올해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최고의 한해였나 봅니다.
일상의 작고 소중한 순간을 통해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애니메이션
All that Breathes (숨쉬는 모든 것) - 샤우낙 센
지구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고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도시 중 하나인 뉴델리.
사람에 의한 자연과 생태계의 파괴가 극심하게 자행되고 있는 그 곳에서,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하지만 여느 다큐처럼 팩트를 나열하거나, 가르치려고 하거나, 고발하지 않습니다. 솔개를 돌보는 두 주인공을 통해서 ‘숨쉬는 모든 것’을 보살피는 것에는 희생과 헌신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2022년 최고의 다큐.
Descendant (마지막 노예선, 그리고 후손들) - 마가렛 브라운 - 넷플릭스
미국 흑인들은 왜들 인종 차별로 유난을 떠냐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리는 다큐
노예무역이 불법화되고 50년도 넘은 1860년, 기록상 마지막 노예선이었던 클로틸다호에 끌려온 200여 명의 흑인 노예. 남북 전쟁으로 몇 년 만에 “자유의 몸” 이 되어 “기회의 땅” 미국에 정착하게 된 억세게 운 좋은 사람들과 그 후손들의 얘기입니다.
All The Beauty And The Bloodshed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 로라 포이트러스
겉만 보면 그냥 공허해 보이는 심리 호러 영화이지만, 틸다 스윈튼의 연기와 “더 수베니어” 의 조애나 호그 감독의 멋진 디렉팅이 어울어져 질감을 더합니다
Emily The Criminal (에밀리: 범죄의 유혹) - 존 포드
제 스타일로 야한 코미디언 출신 배우 오브리 플라자의 새로운 매력!!!
범죄에 타고난 재능을 가진 주인공이 직업을 통해 자아실현에 이르는 과정을 신나게 그린 영화
Top 16 - 25
X, Pearl (펄) - 타이 웨스트
호러 영화 매니아들에게 2022년은 최고의 한해였습니다.
느낌있고 깔끔한 호러 영화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
X 에 이어서 속편 Pearl 까지 2022년에 개봉해버리는 깔끔함에 특별히 탑 25로 추천!
Women Talking - 사라 폴리
새벽의 저주의 히로인을 연기했던 배우이자, “우리도 사랑일까?”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 간간히 내는 작품이 죄다 엄청난 수작인 감독 사라 폴리의 최근작. 볼리비아 종교 식민지에서 발생한 성폭행 실화를 바탕으로 (동명의 원작 소설을 각색) 루니 마라, 클레어 포이, 제시 버클리, 프란시스 맥도먼드 등 현시대 최고 여배우들이 총출동합니다.
After Yang (애프터 양) - 코고나다 - 왓챠
애플TV 강추 드라마 시리즈 “파친코” 를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 감독 코고나다의 영화
기억에 대한 비디오 에세이처럼 느껴지는 나름 SF 영화
Triangle of Sadness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 - 루벤 외스트룬드
제가 사랑하는 영화 Force Majeure 의 감독 루벤 외스트룬드의 신작! 자본주의와 현대 계급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 강력한 돌직구는 아니고 너클볼 같은 영화라서 더 맘에 듬. 전작들 보다는 북유럽 특유의 드라이하고 다크한 유머는 좀 덜 치지만, 그 대신 들어온 헐리우드식 유머가 (우디 해럴슨!) 나름 좋은 양념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작들이 더 좋지만요
Nope (높) - 조던 필
조던 필 감독의 번뜩이는 천재성은 천천히 일단 건재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조던 필 영화의 특징은 영화 곳곳에 숨어있는 각종 레퍼런스들과, 곱씹어 볼 수록 잘 녹여낸 현 시대의 문제와 사회적 메시지. 한마디로 소위 알고보면 더 재밌는 영화입니다. (그런 재수없는 영화 싫어하시면 스킵하시는걸 추천)
이번 작품에서는 재미를 조금 놓친것 같은 아쉬움이 있지만, 이동진 평론가의 해설과 함께라면!
The Northman (더 노스맨) - 로버트 에거스
“더 위치”, “라이트 하우스” 의 로버트 에거스 감독이 처음으로 심리 호러물에서 벗어난 상업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10세기 아이슬랜드를 배경으로 바이킹 설화에 기반한 복수극 영화. 슬로우 번 호러가 장기인 감독이니 만큼 분위기 끝내주는 영화이지만, 장르와의 괴리에서 오는 낯선 느낌도 함께합니다.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빅 스크린에서 보지 않은 자의 욕할 자격은 박탈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Avatar: The Way of Water (아바타: 물의 길) - 제임스 카메론
백인이 아니라 아바타 원작을 워낙 욕하면서 봤고, 솔직히 별 기대 없었습니다.
아니! 욕할만한 요소가 없으니 영화가 얼마나 재미지고 좋아??? 제임스 카메론 최고의 영화는 당연 아니지만 타이타닉 이후 최고작은 확실.
RRR (알알알) - S. S. 라자몰리 - 넷플릭스
한국에서 다들 좋아하시는 넷플릭스 인도 영화 바후발리 시리즈!!!! 감히 기생충 보면서 잤다는 그 감독이 만든 발리우드 영화. 괜히 여전사인척 하다가 사랑의 노예가 되는 여자 주인공 캐릭터 넣어서 개구려진 바후발리보다 그냥 담백하게 브로맨스! 인도 짱짱맨! 하니까 영화의 재미만 딱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아바타랑 비슷한 케이스!
Top 11-15
Glass Onion: A Knives Out Mystery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 라이언 존슨 - 넷플릭스
나이브스 아웃 1편보다는 조금 약하긴 하지만
추리극 좋아하는 분들께는 이만한 영화 잘 안나옵니다.
뛰어난 배우들의 앙상블과 맛깔나는 라이언 존슨표 각본은 여전하고, 오랜만에 보는 에드워드 노튼에 추가 점수!
Cha Cha Real Smooth (차 차 리얼 스무스) - 쿠퍼 레이프 - 애플티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20대 때는 뭐든지 다 해봐도 되는걸까요?
10대 자폐아를 키우는 싱글맘이자, 곧 결혼할 남자가 있는 여자를 사랑해도 되는걸까요?
(물론 그 여자가 다코타 존슨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이긴 합니다)
대학 졸업 후 변변한 직장도 없이 엄마와 새아빠가 사는 고향집으로 돌아와 눌러 앉은 앤드루가 엉망진창 피터팬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을 그린 따뜻한 영화.
개인적으로 올 해 가장 사랑하는 영화 탑 3입니다. 제 영화 추천 믿으시면 고!
Im Westen nichts Neues /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서부 전선 이상 없다) - 에드바르트 베르거 - 넷플릭스
전쟁은 지옥이다!
전쟁의 진정한 피해자는 자신의 의지를 참여했든 끌려갔든 전쟁의 참혹함을 모르고 참전하여 아무 의미 없이 죽어간 군인들이라는 단호한 메세지를 전달합니다.
휴전을 앞둔 국지전에서 병사 하나가 어떻게 되었든 ‘새로운 소식’은 아니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
Barbarian (바바리안) - 잭 크레거
호러 영화 팬이라면 이건 그냥 무조건 고!
기생충과 비슷하게 기냥 딱 예고편만 보고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The Batman (더 배트맨) - 맷 리브스
작품 자체는 다크나이트 라이즈나 배트맨 비긴즈보다 좋았습니다. 연기도 좋고 액션도 훌륭하고 재미도 꽤나 있는 편이고… 싫어하시는 분은 왜 싫으셨는지가 궁금. 미국에서는 평론가 평가보다 대중 평가가 더 좋은걸로 압니다.
그나저나 올해 콜린 패럴은 안 끼는 데가 없네요?
Top 6-10
Close (클로즈) - 루카스 돈트
사춘기의 아름다운 성장통.
서로 끌어안고 잠에 들었을 만큼 가까웠던(Close) 친구 레오와 레미. 둘은 중학생이 되었고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 사이에서 적응하기 위해, 나와 너, 서로의 감정에 충실하기 어려워 집니다. 그 과정에서 닫혀(Close) 버리는 레미의 마음. 과연 둘은 이 성장통을 이겨내고 다시 Close 해질 수 있을까요?
Aftersun (애프터썬) - 샬롯웰스
성인이 된 소피가 11살, 사춘기 시작 그 즈음에 아빠와 단둘이 갔던 튀르키예 여행을 추억하는 영화.
소피는 어린애 치고는 많은 관찰을 하고 나름의 통찰력이 있었기 때문에 아빠가 이혼 후에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빠와 딸이라는 사이가 모든 것을 공유할 수는 없기에 생길 수 밖에 없는 이해와 교감의 부족. 그 간극을 어린 시절 소피가 바라본 모습, 캠코더에 담긴 기록, 두 가지 다른 시점을 교차하며 보여준 너무나 똑똑한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다니엘
말이 필요없는 2022년 최고의 화제작.
저예산으로 구현할 수 있는 영화적 상상력의 극한 SF, 액션, 코미디가 버무려진 가족 드라마입니다. 이민 가정, 자기다움을 극한으로 추구하는 신세대의 주장, 그 윗 세대와의 갈등 - 한국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주제의식을 가진 영화라 미국에서만큼 호평 일색은 아닌듯 하네요.
헐리우드에 부는 다양성의 바람이 결실을 맺은 또 다른 케이스라 봅니다. 약빨고 영화 만드는 다니엘 들이 이뤄낸 영화적 성취에 박수!
L'Evénement / Happening (레벤느망) - 오드리 디완
1963년 파리
작가를 꿈꾸는 대학생 '안'은 예기치 못한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낳으면 미혼모가 되고, 낳지 않으면 감옥에 가야 하는 현실.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안'은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끝까지 가기로 결심하는데…
관찰자 시점의 “4개월 3주 그리고 2일” 과는 다르게 좀 더 1인칭 시점에서 몰입하고 체험하고 진 빠지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Guillermo del Toro’s Pinocchio (피노키오) - 기예르모 델 토로 - 넷플릭스
넷플릭스에 함께 올라와 있는 30분짜리 메이킹 영상을 보고나면 이걸 도대체 왜 이렇게 만들 생각을 했는지 너드들의 장인정신에 감탄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가 세상에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 델 토로 특유의 음울한 시대상에서 피어나는 희망,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는 주제의식을 더해 원작을 훌쩍 뛰어넘어버린 최근 몇년간 최고의 애니메이션!
Top 1-5
The Fabelmans (더 파벨만스) - 스티븐 스필버그
현 시대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하나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자신의 커리어의 막바지에 즈음하여 만들법한 영화입니다. 마틴 스콜세지가 Hugo 를 통해 영화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면, 스티븐 스필버그는 너무나 스필버그 감성으로 The Fabelmans 를 만들었습니다. 기억, 가족, 영화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따뜻하면서도 마법같은 영화.
TÁR (타르) - 토드 필드
2022년 가장 도발적인 영화. 위플래쉬의 테렌스 플레쳐가 사회적으로 매우 성공한 여자 사람이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은 지휘자 Tár . 엄청난 재능과 커리어에 대한 열정이 전부고 그 외의 것에는 전혀 이상적이지 않은 그녀가 몰락하는 과정을 통해, 이 시대에 만연한 캔슬 문화에 대한 화두를 던집니다.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역시나 또 너무 매혹적임
Top Gun: Maverick (탑건: 매버릭) - 조셒 코신스키
오리지널보다 잘 만든 후속작. 말이 필요없음.
탐 형 사랑합니다
The Banshees of Inisherin (이니셰린의 밴시) - 마틴 맥도나
“킬러들의 도시”, “쓰리 빌보드” 의 각본가 마틴 맥도나를 믿고 보라는 말 외에는 딱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어제까지 잘 놀던 친구가 갑자기 내가 대화할 가치가 없는 지루한 인간이라며 한 마디도 섞지 않겠다고 선언한다면? 거기서 시작되는 원한과 웃지 못할 촌극을 희극인지 비극인지 애매한 최고의 각본으로 탄생시켰습니다. 1920년대 격동의 아일랜드와 너무나 떨어진 외딴 마을의 멜랑꼴리함을 아름답게 표현한 화면과 콜린 패럴(2022년 MVP 배우), 브렌던 글리슨, 배리 키오건(올해의 조연) 의 미친 연기는 덤입니다.
Decision to Leave (헤어질 결심) - 박찬욱
올해 최고의 작가주의 상업영화! 올해의 감독상은 스티븐 스필버그도 다니엘들도 아니고 박찬욱이 받아야 마땅합니다.
산, 바다, 붉은 색과 청록색, 중국인 서래의 한국말, 해준의 시선, 화면 구도의 사용, 카메라 포커싱 등등 감상 요소가 너무 많아서, 첫번째보다 두번째 감상이 더 재밌고 세번째 볼 때는 감탄이 나오는 영화!
당신의 Decision to leave -> 나의 Decision to love -> 나의 Decision to le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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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에브리웨어올앳원스]는 연출은 하이엔드인데 주제의식은 진부한, 딱 미국스러운 영화였어요. 미국이 낼 수 있는 최대치의 영화랄까요. 개인적으로는, 연출은 투박하지만 내용은 하이엔드인 [경계선] 같은 정반대편의 영화가 조금 더 좋습니다. 물론 양쪽의 장점을 적절히 버무린 [셰이프오브워터] 같은 영화도 있지만요.
작년 최고의 영화가 [헤어질 결심]이라는 데 적극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