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화도몽낭만]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 끝에 이 내 마음 창공을 타고
정처없이 걷는다마는 행복하다네. 노래여, 작은 보금자리여.
찬란히 내리쬐는 햇볕 아래로 이 내 마음 바람을 타고
행여나 가는 도중 한잔 이라면 나 정말 행복하겠네. 라 라 라 ~
오! 서투른 독백도 쓰디쓴 좌절도 나의 정든 이길로.
끝없는 광야를 가로 질러가네 석양이여 나를 어루만져주오.
언제나 혼자라는 외로움 조차 나의 끓는 피를 식힐 순 없으리.
라 라 라 ~ 오! 앞만 보며 걸어가리. 사나이 꿈의 꽃길로.
"Viva No Brain" 을 끝으로 노브레인을 떠난 차차가 일본 유학을 가기 직전, 락타이거즈의 이규영과 함께 만든 짧은 ep 앨범. 정작 만들어낸 결과물은 노브레인과 락타이거즈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문자 그대로 시대착오적인 록큰롤. 怒브레인 그 자체였던 차차를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일문 물음표가 떠오를지도.
그러나 젊음의 분노를 노래하던 노브레인의 차차와 달리, 하이라이츠에서의 차차는 청춘가요(!)로 스스로 칭하는 노래를 하기 시작하고, 역시 차승우 이름 석자가 아깝지 않은 노래들의 향연이었다. 나긋한 청춘가요를 부르면서도 가끔씩 보이는 서슬퍼런 분노와 좌절의 가사(' 기름진 대지와 청량한 창공은 모두 임자 있는 것이리라. 여유 띤 미소와 소박한 만족감은 역시 나의 것이 아니리라' - 뒤틀린 길에서는)를 보면, 怒브레인은 절대로 한때의 치기가 아니었음을 알게해주고, 이내 안심이 된다. 그때의 노브레인은, 진짜였어.
이제와서 평가한다면, 본 ep는 몇년후 펼쳐질 차차의 문샤이너스의 예고편격. 그러나 단순히 21세기 록큰롤의 예고편만으로 치부하기엔, 이 짧은 ep의 곡들은 너무나도 좋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미 하이라이츠 시절의 이 ep 한장으로 문샤이너스 때의 모든걸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을만큼. 마치 저수지의 개들 때부터 스스로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확립했던 타란티노처럼.
요즘처럼 꽃이 피는 봄날에 나의 플레이리스트는, 제임스 이하의 "Let it come down" 앨범과 함께 이 앨범, 그 중에서도 이 곡을 꼭 듣는다.
차승우는 정말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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