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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7/20 13:54:09
Name 법규
Subject [일반] 교사로 일하며 본 특이한 교사들
어제 있었던 저경력교사 자살 사건으로 교사의 처우가 다시 주목받고 있네요.
관련된 이야기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만, 아무튼 이때를 틈타 외부에서는 잘 모르실 특이한 교사들에 대한 경험을 좀 풀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저는 올해 교육경력 10년차의, 소위 말하는 일시켜먹기 좋은 년차의 남자 교사입니다.
현재 지방 소도시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작성될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에 의한 글이며, 반박시 당신의 말이 옳습니다.
※ 편의상 평어체로 작성합니다.

1. 배째라 유형
공무원들에겐 그런 말이 있다. 제일 좋은 점은 [내가 안 잘린다] 는 것이고, 제일 나쁜 점은 [쟤가 안 잘린다]는 점이라고. 그 중 제일 꼴뵈기 싫은 유형이 바로 이런 유형이다.
일 시켜먹기 좋은 연차의 나는 [내년에 부장 맡을거냐, 너 아니면 맡을 사람이 없다] 는 소리를 교무실 지나갈 때마다 듣는다. 아무리 징징대며 사정해봐도 난 할 생각이 없다. 부장수당 한달에 7만원, 1년이면 84만원인데 그거 받고 행정업무는 몇배를 더 하라고? 무슨 말도 안되는...
그러나 A교사에게는 누구도 그러한 말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A교사가 현재 맡은 업무는 [서버실 관리], 1년 내내 에어컨만 돌아가면 아무 문제 없는 교실 관리이다. 이는 그가 이 학교에 발령받아 오며 관리자 앞에서 쏜 말 덕분이다.
"전 업무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할 생각도 없으니 업무 주지 마세요."
저 말이 먹혀들어갈 줄 알았으면 나도 그렇게 할걸. 그렇게 그는 행정업무는 물론이고, 담임조차 맡기기 어렵다는 관리자의 판단 하에 교과전담을 맡게되었다. 나도 업무분장 희망서에 교과전담 써서 냈는데...

2. 저런 애가 어떻게...유형
B교사는 나보다 나이가 두 살 많은 남자 교사이다. 올해 이 학교로 발령을 받아 잘은 모르겠으나, 소위 [관심병사]의 포지션이라고는 어렴풋이 들었던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정말 이 정도일줄은...
일단 정상적으로 의사소통이 안된다. 대화를 30초 나눠보면 대체 얘가 뭘 말하고 싶은건지 대화의 목적을 모르겠다. B는 담임을 강력하게 희망했으나, 관리자들의 판단에 따르면 마찬가지로 담임은 줄 수 없기에 전담을 줬단다. B의 수업시간에는 항상 그 선생이 지르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한번은 코로나 원격수업기간에 B가 우리 반 전담수업을 하고 있었고 본인은 연구실에 가 있었는데, 학부모님에게 전화가 왔다. 애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단다. 이런 애는 200명이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범생인데, 대체 뭘 잘못해서 저러고 있을까 궁금해하며 교실로 뛰어갔다. B는 애가 책을 안펴놨다는 이유로 카메라 너머로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대고 있었다. B의 담당과목은 체육이었다.
결국 교장 교감도 뛰쳐와서 이래저래 수습했고, 학부모 역시 B와 통화 후 나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선생님...혹시 그 체육선생님, 술 드셨어요? 너무 횡설수설해서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B는 현재 아동학대로 신고당해 수업에서 전면 배제된 상태라고 한다. 정확한 사실 확인은 안되었지만...

3. 전 진짜 아무것도 몰라요 ㅠㅠ 유형
C는 내가 현임지로 발령난 후, 전임지 학교에 발령받아 내 업무를 맡은 후임자였다. 만나서 업무 인수인계를 하는건 불가능했기에 업무 인수인계서와 개인 연락처, 업무메일을 전달해주었고, 필요한 자료 역시 업무메일로 모두 보내두었다. 그래도 당연히 부족한 것은 있을 수 밖에 없기에, 개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 교사 OOO인데요. OOO에서 선생님이 맡으셨던 업무 맡게 되었는데 궁금한게 있어 연락드렸어요~(중략) 아 근데 제가 진짜 이거 업무 처음 맡아보는거라 어떻게 하는지도 전혀 모르겠고...써주신 업무인수인계서도 잘 이해가 안 가구요...지금 업무부장한테 물어봐도 잘 알려주지도 않고~(후략)
"아 네...그거 업무처리 매뉴얼 스크린샷 첨부해서 다 보내드릴테니 업무메일 확인해보시구요. 혹시 또 궁금하신거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그렇게 잘 마무리 된 줄 알았다. 그러나...
도대체 발송된 업무메일은 매일 사라져서 읽지 못하는 것이며, 분명히 발송 완료되었는데 왜 본인에겐 안 보이는 것이며, 업무가 처음 맡아보는거라 너무 힘들다고 난 이거 못하겠다고 왜 시도때도없이 전화해 나한테 울면서 하소연을 하는 것인지. 그런 전화는 한달 내내 계속되었다.

대충 기억나는 사람들만 적어봤습니다. 도대체 저 양반은 공무원이 아니면 평범한 회사 같은데 다닐수나 있을까 싶은 사람들이 가끔 보이는데...할말은 아끼겠습니다. 이 사람들이 아니고 1인분이 되는 사람들만 있어도 내가 이 고생은 좀 덜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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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ke a stone
23/07/20 13:59
수정 아이콘
공무원 바닥 최대 문제점은 인수인계라고 보는데 문제는 전임자가 아무리 잘 쌓아놓고 가도 다음 사람이 볼 생각을 안해요
그래서 똑같은 소리 또 하고 또하고 나 몰라 으아아아앙 드러눕고 떠넘기고. 하아

오늘부터 방학 스타트인데 그나마 좀 살거 같네요. 본문에 추천 박습니다.
유료도로당
23/07/20 14:03
수정 아이콘
B같은 사람도 임용고시 면접전형을 통과할수 있군요..
먼산바라기
23/07/20 14:10
수정 아이콘
통과하고 나서 코스프레 아닐까요?흐흐
23/07/20 14:14
수정 아이콘
대충 한 10년쯤 전에 갑자기 초등 TO가 늘어나면서 경쟁률이 1:1이 안되는 시기가 있었는데 아마 그때 들어온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임용이 1차 필기 2차 수업실연/면접 점수 합산인데 2차는 과락이 없어서...
23/07/20 14:03
수정 아이콘
어떤 조직 사회건 저런 유형들이 하나씩 있다보니 제 이야기인줄..
퀘이샤
23/07/20 14:04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 시절 수학 선생님 한분이 수학을 잘 못 했습니다.
풀이집을 토시 하나 안 바꾸고 풀어주는 것이 수업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질문하면 야단 맞습니다.
어느 날 풀이집에 오류가 있어서 제가 지적(?)을 하였습니다.
죽도록 맞았습니다.
본인이 간단한 오류였으나 왜 오류인지 모르기 때문에 설명할 수 없으니 수업시간 끝날 때까지 맞았습니다.
20년 정도 더 해서 정년 채운 것으로 들었습니다.
사립학교인데 들어올 때 몇천내고 들어왔을꺼라는 소문만 들었죠.

훌륭한 분도 계시나 그렇지 못한 분도 있고, 문제는 공무원(교직) 사회에서는 그 차등을 두는 것이 쉽지 않죠....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분하네요...
김파이
23/07/20 14:07
수정 아이콘
지금 들어오는 초임 선생님들은... 저희가 학창시절때 겪었던 그 이상한 선생님들을 선임들로 두고 학부모를 상대한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습니다..
23/07/20 14:08
수정 아이콘
심지어 그 이상한 선생님들에게 배우고 자란 사람들이 학부모입니다...?
23/07/20 15:03
수정 아이콘
사립고교는 진짜로 그런 것들이 교사랍시고 교무실 한 자리 차지하고 있었죠. 우연하게 공립으로 전학한 후에야 사립의 (나쁜 의미로)특이한 부분들을 실감하게 되더라고요.
김재규열사
23/07/20 20:58
수정 아이콘
저 고등학생 때 수학 선생님이랑 정반대 케이스네요. 저는 문과 출신인데 괜히 질문 하나 잘못 했다가 그 선생님이 '너의 질문은 이과 개념을 알아야 돼' 이러면서 점심 시간 때 10분만에 식사하고 교실로 오시더니 제 책상 옆에 앉아 로피탈이 어쩌고 삼각함수의 미적분이 어쩌고 한참을 열강하시던 기억이 나네요. 덕분에 대학생 때 도움이 좀 되긴 했습니다만. 그런데 그 열정적인 선생님은 평판이 좋지 못했죠. 너무 열심히 한다고 다른 교사들한테 눈치를 먹었다나요.
김파이
23/07/20 14:06
수정 아이콘
제가 중학교 때 학생 앞에서 20대 여선생님 뺨을 때리는 50대 선생..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직까지 그분을 뛰어넘는 빌런을 보진 못했습니다.
퀘이샤
23/07/20 14:11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복도에서 떠들었다고 체육교사 무차별 폭행을 했습니다.
체육교사가 기분 안좋은 일이 있었는데 잘못 걸린거죠.
다음 날 친구 아버지가 와서 체육교사 무차별 폭행*2 했어요. (근데 아무도 안말림)
체육교사가 빌었어요.
대략 30년 전이네요.
강한 아버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민들레
23/07/20 14:14
수정 아이콘
뭐 어딜가나... 제가 있는 업계에서도 왜 면허박탈이 안될까 싶은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23/07/20 14:18
수정 아이콘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공공부문에 있는 지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민간부문에 대한 환상(?)같은 것이 있습니다. 민간은 경쟁력과 효율성 중심으로 돌아가고, 이를 갖추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는 환상이죠. 민간부문, 특히 업력이 오래된 대기업이나 가족중심으로 돌아가는 중소기업의 경우에 밥만 축내는 프리라이더, 고집불통 상관, 아무것도 모르는 n년차 신입 등을 꽤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우리아들뭐하니
23/07/20 15:43
수정 아이콘
민간도 일부의 능력자와 대부분의 공무원으로 돌아가죠. 일에대한 열정? 그런게 어딨겠습니까 그냥 최대한 편하게 돈벌러 온건데.
23/07/20 14:23
수정 아이콘
수고하십니다.
이게 위로가 될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임용시험을 통과한 교사가 평균적으론 더 능력치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크크
프리템포
23/07/20 14:41
수정 아이콘
저런 사람은 일반사회에도 일정한 비율로 항상 존재하죠 능력도 있고 열심히 하시는데 교권추락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선생님들이 더 많으십니다
23/07/20 14:42
수정 아이콘
저 양반은 공무원이 아니면 평범한 회사 같은데 다닐수나 있을까 싶은 사람들이 가끔 보이는데
-> 이건 어느 회사를 가도 다 똑같거나 더 심합니다. 사람 사는건 다 똑같죠 크크
이게나라냐/다
23/07/20 14:59
수정 아이콘
회사 다니면 다 비슷하긴 합니다.
그래도 교사는 특히 인성검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급률
23/07/20 15:06
수정 아이콘
1은 사실 되는사람 있고 안되는사람 있는거 같더라고요.

저러면 사실상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도 다 쌩까겠다는 얘긴데 일반인 신경줄로는 그정도까지 감수하긴 어려운 느낌...
밀리어
23/07/20 15:25
수정 아이콘
특이한 학생들도 알려주실수 있을까요?
23/07/21 09:57
수정 아이콘
1. 입벌구
입만 열면 거짓말이 튀어나옵니다. 셀래야 셀 수도 없이 튀어나오는데, 3초만에 들통날건데도 뻔뻔함이 극에 달해있어요. 규칙은 지킬 생각도 없고, 지금 혼내면 5분 뒤에 또 어깁니다. 보고 있으면 쌍욕이 튀어나오죠.
2. 창조적 핑계
규칙을 어긴 뒤 자신만의 합리화가 어마어마합니다. 저희 학교는 무거운 짐을 들거나 몸이 불편한게 아니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게 규칙인데요. 애들 제보로 "아까 내려갈 때 엘리베이터 탔지?" 물어보면 "아닌데요? 올라올 때 탔는데요?" 가 나옵니다. "그러면 엘리베이터 안탄거야?" 물어보면 "내려갈때는 안탄거죠" 가 튀어나옵니다. 아 혈압...
3. 니가 그러니까 애들이 싫어하지...
남자애 하나가 여자애들한테 시도때도 없이 "사랑해, 난 너밖에 없어" 하며 돌아다닙니다. 당연히 애들은 싫어하죠. 딱히 잘못을 했다곤 볼 수 없으나, 애들이 싫어하면 하지 말라고 얘기해도 멘트만 바꿔서 똑같이 하고 다닙니다. 관종병의 극치
4. 런 런 런
숙제를 내줍니다. 안해옵니다. 다음날 쉬는시간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검사맡으라고 합니다. 노느라 안해옵니다. 남아서 하고 가라고 합니다. 학원가야된답니다. 30분 후 운동장을 보니 축구하고 있네요.
5. 이상 1~4번이 한놈입니다.
23/07/21 10:26
수정 아이콘
특이하다 할것까진 없고 반마다 한놈 정도는 있는 유형...
23/07/21 10:37
수정 아이콘
적은게 저 정도라 그렇지, 지가 먼저 욕하고 놀리고선 발뺌하는건 기본이고, 수업방해는 말도 못하며, 올해는 아직 없었는데 작년엔 등교거부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말씀하신대로 저정도 하는 놈은 지금 저희 반에 셋정도 있습니다.
23/07/21 10:41
수정 아이콘
맞죠. 보통 한 문제만 가진게 아니라 여러 문제를 복합적으로 일으키죠.
아타락시아1
23/07/20 16:24
수정 아이콘
1번은 진짜... 아니 일단 업무분장에 앞서서 우는게 말이 됩니까? 그리고 그게 통하는게 말이 돼요?

2번은 없는 줄 알았는데 있더라고요 네. 없다면 나겠구나 싶은 마음으로 조금씩 반성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3번은 이해합니다. 업무라는게 인수인계가 어렵다보니 난감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죠. 그래도 좀 찾아보면 이런 말은 나한테 안 할텐데 아무것도 안 찾아봤구나 싶을 때는 한 숨이 절로 나오게 됩니다.
혼다 히토미
23/07/20 19:40
수정 아이콘
업무분장 발표나자마자 오열하면서 기절하시는 분 실제로 봤습니다
숨고르기
23/07/20 20:09
수정 아이콘
평가도 해고도 불가능한 조직에는 어디에나 저런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고 개중에 몇몇은 의외로 조직의 맨위로 올라갑니다.
23/07/21 00:30
수정 아이콘
길게 얘기할것도 없고 그냥 징계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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