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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0/05/17 11:40:59
Name becker
Subject (10)스막을 위한 나라는 없다.
어제 낮, 공식적으로 승부조작 조사결과가 발표된 후, 나는 조심스레 전 본좌라고 추앙받던 한 게이머를 응원하는 글 하나를 지웠다. 그러면서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많은 이들도 그랬겠지만, 나는 적어도 마재윤과 진영수 이 두사람 만큼은 정말로 승부조작에 가담되지 않기를 바랬다. 수많은 루머가 놔돌고, 나름 친분이 있는 관계자들이 귀띔해주는 말을 들었고, 그리고 굳이 그런것 필요 없이 돌아가는 정황을 살펴봐도 분명 이성적으로는 둘의 혐의가 명백해 보였음에도, 그 둘만은 아니길 하면서 마음속에서는 조용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내가 그의 빠라던가,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던 본좌에 대한 예우따위의 감성적인 것과는 조금 달랐다.

승부조작이 터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이 바닥에서 제일 싫어했던 존재는 아무 이유없이 경기력만으로, 혹은 전성기에 비해 급격히 떨어진 위상의 변화를 가지고 낄낄되며 까는 집단들이였다. 스막이니, 쓰레기이니, 병신이니 등등... 물론 나도 가끔씩 장난으로 사석에서는 X스막, O레기같은 말을 쓴적이 있기에 나 역시 깨끗하다고 말할수는 없을지 언정 그런식으로 꾸준하게 조롱에 비난에 되도않는 까임을 보면서 망가져만 가는 프로게이머들의 인격을 보면서 참을수 없는 역겨움을 느껴왔다.

그런식으로 지나칠 정도로 까였던 게이머들중 내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남는 이는 넷 정도 있었다. 시작은 현 이스트로 감독 김현진이였다. 많은 스타팬들은 기억 못할지 모르겠으나, 김현진 전 선수야 말로 그러한 악질까임의 최대 희생양이였다. 부진한 성적에 그의 별명은 "면쥐니"였고, 조용하지만 선한 인상이 가득했던 그의 얼굴을 포토샵으로 조작하여 "주훈 시발라마"라고 외치던 악의적 짤방이 난무했다. 며칠 후 광안리 결승에서 김현진은 7차전 통한의 패배를 당하고, 그 이후 게이머 김현진에 대한 기억은 정말 가늘다고 느껴질정도로 미약했다. 물론 혹자는 김현진의 멘탈 자체가 너무나 여렸기에 그러한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졌다고 혹평할지 언정, 내가 그 당시 느꼈던 많은 이들의 광기는 분명 미래가 촉망되었던 게이머 김현진을 죽여놨다고 생각한다.

다 음은 홍진호였다. 홍진호의 까임은 너무나도 유명하기에 언급하지도 않을려 한다. 결론적으로 봤을때 그는 마치 예수가 고난 이후 사흘날 부활하듯이 황신으로 재탄생 하였다지만, 그것은 홍진호라는 사람의 인격을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폭풍처럼 까대던 이들이 미화시켜낸 결론이다. 진실은, 그렇게 대놓고 까던 이들이 홍진호에게 미안해질 정도로 홍진호라는 사람을 짓밟았다는 것이다.

넷 이라고 했으니, 나머지 둘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다들 짐작했을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재윤과 진영수... 이 둘이 어떻게 까였는가는 굳이 일일히 언급하고 싶지도 않지만 어쨌든 안좋고 개구린 경기력으로 그의 별명에 쓰레기, 바퀴, 병신, 막장같은 이름이 아무렇지 않게 불리고 있었는데 거기에 꼬투리를 더 잡혔으니 더 이상 동정 하고 싶은 마음도, 응원주고 싶은 가치도 한낱 꿈처럼 사라져 버렸다. 병신이 병신을 까는데 까이는 병신이 더 병신이니 까는 병신보고 병신이라고 부르기에는 병신같은 상황이 되버린 것이다.


참 공교롭게 되었다. 마치 길가던 사람이 생긴게 재수없다고 먼저 시비를 걸고 선빵을 날렸는데 알고보니 정말 수배자를 잡은것 마냥, 취지와 과정자체는 병맛같았는데 까임의 정당성은 합리화되어 버렸다. 까들이 탄력을 받을만한 사건이 터진 덕분일까? 승부조작 수사기간 동안 송병구는 인터뷰 후 필요이상의 조롱과 까임을 당하고, 안좋은 경기력으로 인해 계속해서 인신공격을 받는 게이머들을 볼수 있었다. 하물며 조사가 공식화 된 지금부터는 살아남은 프로게이머들이 어떠한 조롱과 놀림을 받을지 안봐도 뻔하다. 몇몇 병신들은 조작이나 스막화는 죽일죄라고 외치면서 정작 본인들에게는 도덕과 법의 잣대를 너무나도 관대하게 여기고 있다. 벌레만도 못한 것들을 보는것도 역겨웠거늘, 또 그러한 놀림속에 양심의 가책하나 없이 불법을 저지른 죄인들은 그러한 행동을 오히려 정의로 둔갑시켜주었다. 존나 고맙네...


이 사건에 실망을 해서 떠나는 이들도 많겠으나, 적어도 나는 그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음이 있으면 양이 있듯, 나는 남아 있는 대부분의 게이머들의 열정을 응원하며 무엇보다도 이러한 사건 하나로 이 판을 버리기엔 내가 좋아했던 것들이 너무나도 많이 존재한다. (홍진호의 우승도 아직 못봤는데...) 다만 안좋은 경기력과 전성기에 비해 부진하는 선수들을 대놓고 까는 이들에게 빌미를 제공해줘버린 지금, "스막"을 위한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팬들은 가슴아프다.
* OrBef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1-16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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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_Lucy
10/05/17 11:43
수정 아이콘
그렇죠. 이제 나머지 선수들은 얼마나 또 까이고 마음고생을 할지... 하아.
비공개
10/05/17 11:45
수정 아이콘
이와중에 김태형 해설위원이 검색어 1위로 등극했네요. -_-;
공중파 3사 그랜드슬램에 검색어 1위까지 참 명예롭지 못 한 일로 이게 뭔지;;
마키아토
10/05/17 11:46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송병구 팬으로서 송병구가 준우승 3번하고 한창 콩라인 후계자 어쩌며 까였을때 정말 스타 안 보려고 했어요. 그 후 극적으로 우승을 해서 아직도 남아있긴 하지만 솔직히 무슨 일만 있다하면 사람들이 너무 심하게 깐다는 생각을 한두번 해본게 아니에요. 이번일은 예외지만.
바다밑
10/05/17 11:46
수정 아이콘
모든것을 낱낱이 밝혀내는 분위기와 함께
결백한 선수는 전적으로 믿어주는 분위기가 이뤄져야하겠죠

어렵겠지만 그건 팬들이 해줘야 할거 같습니다
제가 걱정하는것 중에 하나가 증거없는 뜬소문만으로
의혹이 더해지는 선수들이 늘어날거 같다는 것입니다
(어제 디시를 5시간 눈팅하면서 k관계자라는 닉으로 믿거나말거나를 찌껄이는걸 보더라도 말입니다)
적어도 증거없이 죄인만드는 분위기를 만들지 않았으면...
물론 가십거리는 저도 흥미있습니다만... 그걸 흥미에서 멈추는게 팬들의 입장인듯합니다
나는 고발한다
10/05/17 11:4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임이최마율~
10/05/17 11:4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2)
10/05/17 11:54
수정 아이콘
관심이란 미명하에 우스갯거리, 놀림감이 되어도 단 한번도 기분 나쁘다고 말하지 않은 홍선수.. 죄송합니다...
청보랏빛 영혼
10/05/17 11:57
수정 아이콘
"스막"을 위한 나라...있다면 선수들에게 힘이 될수 있겠죠.
특히나 지금같은 시기에 공교롭게도 성적이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선수들에게 말입니다.
못한다고 까고 싫다고 까고 사람이 사람 미워하는 일을 어찌나 쉽게하는지...

관련없는 선수들이 이 일로 다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데프톤스
10/05/17 11:59
수정 아이콘
이번일 가지고 온갖 패러디로 까면서 낄낄대면서 얼마나 마음의 위안을 얻을지는 모르겠지만..
보기 안좋더라구요.. 가벼운 사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라푼젤
10/05/17 12:05
수정 아이콘
죄송하지만 앞의 홍진호.김현진선수와 이번일은 차원이 다른문제입니다.
비록 각종 스타커뮤니티에서 홍진호선수와 김현진선수를 놀리고 가지고 논건 맞지만
솔직히 그건 애정도 있었고 스타판자체의 위협과는 다르죠.

이번일은 범죄입니다. 스타판자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죄악이죠.
홍진호선수와 마재윤선수는 다릅니다.
아레스
10/05/17 12:09
수정 아이콘
이번은 범죄자를 잡은것일뿐이죠..
속이고 기만하고 사기치고 배신하고 거짓이있던 범죄자들을
10/05/17 12:13
수정 아이콘
글 내용을 이해못하는 분들이 있네요.
'병신이 병신을 까는데 까이는 병신이 더 병신이니 까는 병신보고 병신이라고 부르기에는 병신같은 상황이 되버린 것이다...'라는거죠.
제목은 '안좋은 경기력과 전성기에 비해 부진하는 선수들을 대놓고 까는 이들에게 빌미를 제공해줘버린 지금, "스막"을 위한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팬들은 가슴아프다.'는 거구요
화이트푸
10/05/17 12:21
수정 아이콘
포인트를 잘못 짚고 계신 분들이 있군요
다크씨
10/05/17 13:5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3)
해피새우
10/05/17 15:26
수정 아이콘
홍진호 선수의 경우엔
너무 심할정도로
진짜로 심하게 ㅡㅡ
글로썬 도저히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방송에서도 홍진호 선수가 직접 언급할 정도로 까였죠
10/05/17 15:5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4)


스타판의 다른 사이트에서 그러진 않았지만 얼마 전까지 모 축구 사이트를 자주 다녔습니다. 포모스나 스갤과 다른 건 축구선수나 팀이 대상이었다는 점이었고 그냥 무작정 상대를 까는 글이 다수인 사이트입니다. xx팬은 항상 이렇고, oo팬은 매번 이렇고 등등.. 평소에 스갤이나 포모스의 무작정 비난은 혐오해왔으면서 저 자신은 다른 분야에서 잠시나마 그러고 있었다는게 부끄럽고 다시는 들어가지 않고 있습니다. 정말 그런 문화는 바뀌어야 마땅한 건데요..
10/05/17 16:53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팬들은 가슴아프다."

가슴이 아퍼옵니다.
SummerSnow
10/05/17 20:07
수정 아이콘
겜게에 이런 글만 올라오면 좋겠습니다.
정말 너무 불필요한 글들이 쏟아지는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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