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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3/09/02 19:07:44
Name brecht1005
Subject [바둑과 스타]기풍(棋風) vs Game Style (4) - 이창호 9단
- 바둑에 대한 상식이 바뀌다.
본인이 처음 바둑에 입문했을 당시, 또래들에 비해서 꽤나 일찍 바둑을 시작한 편이었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나 아버지 손을 잡고 기원에 가서 한구석 자리에 죽치고 바둑을 두고 있노라면, 아마 기원 출석부에 출근 도장을 찍으시는 듯한 낯익은 몇몇 아저씨들이 본인을 꽤나 귀여워하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아시는 분은 없겠지만 본인의 생김새가 귀여워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또한, 겨우 돌따먹기만 배운 주위의 친구들을 만방으로 이기고 의기양양하던 본인의 모습을 생각하면 '아무리 애였다고는 하지만 인간이 덜됐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본인이 처음 바둑을 배운 11살, 혹은 그 이전에 바둑을 배웠다는 소년소녀들을 본인 주위에서만 부지기수로 볼 수 있으며, 그냥 집에서 심신수양용으로 바둑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자식을 프로기사로 만들 생각에 바둑을 가르치는 부모들도 비교할 수 없이 늘어났다. 심지어는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에 바둑을 배웠다면 프로기사는 생각도 하기 힘든 상황까지 된 것이다. 무엇이 이토록 세상을 바꾼 것일까. 많은 이들이 조훈현 9단의 세계제패, 그리고 어린 이창호의 한국바둑석권이 90년대 부모들이 어린 학생들에게 바둑을 가르치게끔 이끌었다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굳이 둘중 하나를 고르라면 이창호 9단의 공이 더 크다고 하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영감같던', 그리고 고집세기로 유명했던 아이가 지금은 프로기사를 지망하는 어린 기재들의 꿈이며, 현재 세계바둑계의 최고봉이자 바둑의 대명사로서까지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 '뭉툭한' 천재, 이창호 9단.
이창호 9단의 바둑인생은 그의 은사이자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는 조훈현 9단의 그것과도 많이 닮아있다. 이창호의 스승이라고 하면 누구나 조훈현 9단을 떠올리지만, 사실 이창호 9단이 가장 먼저 사사했던 스승은 일반인에게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은, 작년에 지병으로 작고한 고(故) 전영선 7단이었다. 전영선 7단은 자신이 전주에서 가르치던 이창호가 어린이 바둑대회에서 우승하자, 조훈현 9단에게 이창호를 자신 대신에 가르칠 것을 간곡히 부탁하는데, 이런 연유로 조훈현은 당시 국민학교 3학년이던 이창호와 두점으로 지도기를 두게 된다.

이제 30대의 장년기로 들어서는 문턱에 와있는 이창호 9단. 지금도 그의 외모에서 천재들에게서 흔히 느껴지는 어떤 예기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수더분한 외모, 가끔 한 마디씩 수줍게 던지는 말소리도 들릴 듯 말 듯한 이창호를 처음 보는 사람은 '저 사람이 진짜 그 유명한 이창호?'라는 의문을 던질만도 하지 않을까.

84년, 조훈현 9단이 소년 이창호를 처음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조훈현은 두점 칫수로 진행된 지도기를 통해 이창호의 바둑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이나 오청원, 사카다 등 유명한 천재들에게서 볼 수 있는 번득이는 감각이나 천재성은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감각이 유별하게 뛰어난 것도 아니었고, 어린 시절 한시간 이상 바둑을 두는 것조차 못 참기 힘들어했다는 자신과 같이 수를 빨리 보는 속기에 능한 것도 아니었으며, 복기 역시 서툴렀다. 그저 한판의 바둑을 뚜벅뚜벅 두어갈 뿐인데, 다만 중후반으로 갈수록 끈덕지게 백의 행마를 붙들고 늘어지는 기묘한 끈질김이 느껴졌다고 한다. 지도기가 끝난 이후, 이창호를 제자로 거두어달라는 전영선 7단의 부탁에 조훈현 9단은 이창호의 천재성에 대해서 확신을 가질 수는 없었다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본인으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조훈현 9단은 본인의 기사활동에도 한창 바쁜 32세라는 젊은 나이에 집까지 옮기면서 어린 이창호를 아무런 조건도 없이 내제자로 받아들였다. 자신에게 어떤 댓가도 바라지 않고 생의 마지막 남은 기력을 불꽃처럼 모두 쏟아부었던 스승 세고에 9단에게서 받은 은혜를 돌려주고 싶었을까. 이유야 어찌되었든 이 결정은 결과적으로는 향후 20년간 한국바둑계뿐만 아니라 세계바둑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놓은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무서운 아이' 이창호.
이창호는 86년, 스승 조훈현 9단의 9세에 이어 최연소 2위의 기록인 11세의 나이로 프로기사의 관문을 뚫었다. 소년 이창호는 일단 당대 1인자 조훈현 9단의 내제자라는 것만으로도 많은 바둑팬들의 눈길을 끌었지만, 아마 소년 이창호 본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러한 주위의 시선은 부담 이상의 것이 될 수 없기는 힘들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창호는 그런 주위의 관심에는 아랑곳 없다는 듯이 입단한 해부터 본선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중견 기사들을 곧잘 이겨내기 시작했다. 이미 조훈현은 제자 이창호가 입단할 때부터 '현재 국내정상과는 승률이 좀 떨어지겠지만 호선 칫수이며, 끝내기는 나보다 강할지도 모른다.'라는 말을 했다는 사실에서 이런 소년 이창호의 약진은 그를 바라보는 스승의 입장에서는 실상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이들은 입단한 이후 1년 동안 무려 80%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하는 이 어린 소년을 신기함을 넘어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86년이었던가, 당시 바둑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아 바둑 두는 재미에 한창 눈이 멀었던 본인은 신문에서 바둑기사를 찾아 뒤적뒤적거리다가 '이창호 2단이 승률 86.x(x는 아마 7자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확실하지 않다;)%를 기록하며 '무서운 아이'로 떠올랐다.'라는 기사를 읽은 것을 아직 기억한다. 본인과 나이가 비슷한 아이가 프로기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당시까지 생각도 못했던 본인은 '아이라고 해도 스무살은 먹은 형이겠지.'라고 생각했었지만,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비단 본인 한 사람 뿐일까. 어쨌든 이창호는 드디어 3단 시절이던 88년, 13세의 나이로 KBS바둑왕전 결승에서 김수장 7단(당시)을 2:1로 꺾고 세계 최연소 타이틀 홀더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최소한 30대 언저리쯤에서야 바둑의 도를 어느 정도 깨우치고 정상에 가까이 갈 수 있다던 당시까지의 통념을 이창호라는 소년이 완전히 박살내버린 것이다.

- 스승을 꺾음으로 스승의 은혜를 갚다.
88년 이창호는 드디어 타이틀을 쟁취하기는 했지만, 당시까지도 스승 조훈현 9단에 대한 승률은 턱없이 낮았다. 89년에 들어 이창호는 국수, 패왕 등 몇 개의 타이틀전의 도전자가 되어 스승의 성문을 두드렸지만, 한 개의 타이틀도 빼앗지 못하고 물러났던 것이다. 당시 거의 모든 기전의 본선에 진출해서 다른 기사들을 상대로는 거의 전승을 기록하면서 연간 패배의 절반을 스승에게 기록하고 있던 이창호는 89년의 끝자락에 벌어진 최고위전 도전기 5국에서 1집반승을 거둠으로써 5번기 토털 3:2의 스코어로 조훈현 9단을 상대로 한 첫 도전기 시리즈 승리를 거두었다.

본격적으로 바둑계의 판도 변화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90년이었다. 이창호 4단(당시)은 명인전 도전기에서 스승에 1:3으로 패배하면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국내 바둑계 1인자의 상징과도 같은 타이틀이었던 국수전 도전 5번기에서 조훈현 9단을 3:0으로 완봉하면서 다시한번 세상을 놀라게 한다. 그동안 조남철-김인-춘추전국시대-조훈현으로 이어져온 한국바둑계의 대통이 국수타이틀의 이동과 묘하게 맞물려져왔다는 점에서 15세 국수의 탄생이라는 사건이 많은 이들로 하여금 조훈현의 15년 독재 마감을 예감하게 했음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다. 이창호는 그 이후 계속해서 스승의 타이틀을 하나둘씩 접수하면서 어느새 스승의 타이틀 보유수를 앞지르게 되었고, 93년과 94년에 걸쳐서 5개 타이틀을 놓고 벌어진 27번기의 대회전에서 가장 작은 대왕타이틀 하나를 내주고 나머지 모든 기전에서 조훈현 9단을 꺾음으로써 역대 최다관왕인 13관왕에 올랐다. 조훈현·서봉수·유창혁·이창호를 당시 국내 바둑의 4인방이라고 칭했지만, 실제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실상부한 1인자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때 그의 나이는 아직 약관에도 이르지 않은 19세였다. 예로부터 스승의 은혜에 가장 확실하게 보답하는 길은 스승을 능가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호사가들은 '조훈현이 호랑이새-_-끼를 길렀다.'는 식의 말을 공공연히 흘리고 다녔지만, 단지, 승부의 세계의 보은 방식은 본래 그러한 것일뿐, 그 이상도, 혹은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물론, 바라보는 자의 속편한 소리일 수는 있지만.

- 국내 1인자에서 세계바둑의 최고봉으로.
이창호 9단은 이처럼 15년간 아무도 쓰러뜨리지 못했던 스승 조훈현 9단을 본격적으로 도전을 시작한 뒤 불과 5년만에 1인자의 자리에서 끌어내렸지만, 그의 국제무대에서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국내에서의 위상에 비해 한동안 초라했다. 이창호 9단이 한창 조훈현 9단과 천하를 놓고 쟁패할 무렵인 91년 일본의 요다와 벌어진 특별 5번 대국에서 이창호는 요다에게 1:3으로 패배하면서 일본 바둑계는 '이창호는 조훈현을 이기는 연습만을 해온 것 같다.'는 평을 내렸으며, 92년 동양증권배에서 임해봉 9단을 꺾고 우승하기는 했지만 대략 95년까지 이창호는 그 이외에 해외에서 벌어지는 국제대회에서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외국 기사에게 져서 초반탈락하는 일이 매우 잦았다.

'이창호는 조훈현을 이기는 연습만을 해온 것 같다.'는 평을 말했던 기사는 일본의 오다케 히데오 9단인데, 이 평을 듣는 한국바둑계의 입장에서는 좀 불쾌한 말일 수는 있지만, 이 말은 어느 정도는 진실에 가까운 것이었다. 90년대 초반 이창호 9단이 조훈현 9단을 상대하는 전법은 철저한 후반전략이었다. 초중반 정신없이 허점을 파고드는 조훈현 9단의 현란한 창법에 이곳저곳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며, 때로는 살점을 내주었지만, 뼈가 다치거나 꺾이지는 않고 종반으로 싸움을 어떻게든 이끌고 가서 체력이 떨어진 조훈현 9단을 카운터펀치로 공략해 승리를 낚는 방식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러한 패턴으로 얻어지는 공식과도 같은 승리의 전략은 조훈현 9단에 기력에서는 좀 떨어질지언정 스타일에서 차이를 보이는 중국과 일본의 다른 고수들에게 잘 먹혀들지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까지 20살도 되지 않은 이창호는 자신의 약점을 극복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다. 국내 1인자의 자리를 굳힌 이후 이창호는 끊임없는 공부와 자기 수련으로 초중반의 약점을 커버하여 97년부터는 거의 매년 세계타이틀을 1개 이상 획득하는 등 세계대회에서까지 강한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하며, 현 시점에서는 세계대회 타이틀 최다 우승자라는 기록까지 보유하고 있다. 90년대 말로 접어들면서 바야흐로 진정 '세계가 이창호를 뒤쫓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 이창호 9단, '신산(神算)', '반상의 돌부처'
현재 이창호 9단의 바둑에서 딱히 약한 부분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둑천재들이 초반→중반→종반의 순서로 바둑의 묘를 깨우친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의견이었던 데 반하여 이창호 9단은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타고난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마저 생기는 천부의 인내심을 바탕으로 한 특유의 계산력과 끝내기 실력에 스승 조훈현 9단으로부터 습득한 감각과 전투력이 보강되면서 거의 완성형에 가까운 바둑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가장 강한 대목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종반의 끝내기가 될 것이며,(중요한 대국이 벌어지면 일반적으로 근처에 있는 다른 방에서 기사들이 모여서 검토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형세를 판단해야하는 대목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기사는 언제나 이창호 9단이다. '창호 어디 갔어? 창호한테 물어봐!'라고 한다던가..;) 굳이 이미지로 비교하자면 오청원-사카다-조훈현과 같은 전통적인 천재들에게서 창이나 검광과 같은 느낌의 바둑을 볼 수 있다면 이창호의 바둑은 무협지에 나오는 전설의 도룡도나 관운장의 청룡언월도와 같은 무거운 도(刀)를 연상하게 한다고 하면 될는지 모르겠다. 얻어맞거나 베였을 때 아픔을 크게 느끼지는 않을지언정 그 무거움에 눌려서 결국 주저 앉거나 내상을 입는 무공이 이창호의 무공이라고 할까. 실제 이창호와 대국하는 상대는 항상 유리한 상황에서 종반으로 넘어가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조바심을 내는 경우가 많으며, 관전자의 입장에서 대국의 수순을 따라가다보면 그런 징후를 느낄 수 있는 수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창호와의 후반에 대한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조바심을 내다가 자멸하는 경우라고 하겠다. 천하의 조훈현이 시전하는 검무에도 치명상을 입지 않으며, 아무리 흔들어대도 반석과도 같이 튼튼히 자리를 지키고 움직이지 않는다. 바둑 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초중반에 둔탁한 듯 하지만 착실하게 요소를 차지하는 두터우면서도 집에서 뒤처지지 않는 그린 연후, 중반에도 상대가 도발을 걸어오지 않는한 뚜벅뚜벅 제 갈길을 열심히 간다. 물론 무리한 도발을 걸어올 경우의 전투는 당연히 사양하지 않으며, 전투의 힘은 스승에 비해 결코 못하지 않다. 그리고 초중반에 우세를 점하게 되면 역전을 허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며, 설혹 불리한 종반을 맞는다고 하더라도 반상 여기저기에 난전을 유도해서 역전을 기도하는 조훈현 9단의 바둑에 비교하여 특별한 전투나 계기 없이 슬금슬금 상대를 압박하고 차이를 좁혀나가 어느덧 승부를 뒤집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한가지 더 얘기하자면, 이창호 9단은 소위 말하는 '힘을 비축하는' 수를 자주 둔다. 둘곳이 사방에 널렸으며 검토실에서 다음 한 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순간에 이창호 9단은 대부분의 기사들이 예상하지 못한 엉뚱한 곳에 착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위 대세의 요점이라고 생각되는 곳이나 넓은 곳을 차지하는 한 수가 아닌, 좁지만 확실히 집의 가치가 있고 두터운 한 수를 두어서 중반 전투와 종반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창호 9단이 어린 시절에는 그런 수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기사들이 많았다고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창호가 둔 수이니 다 뜻이 있겠지.'하고 생각하는 것은 이창호 9단에 대한 프로기사들의 믿음이 어느 정도인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예라고 하겠다.

- 이창호 9단 : 서지훈, 조용호
이창호 9단의 특징은 두터움과 실리가 적절히 조화되어 있으며, 특유의 부동심과 인내심으로 대국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가운데 점차적으로 우세를 점하면서 승국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국면의 전반에 걸쳐 뚜렷한 약점이나 기복없이 소리소문 없이 상대를 압도해버리는 기이한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창호 9단의 바둑은 게임전반의 안정성이 높고, 자원전에 강한 선수와 비슷하다는 측면에서 서지훈, 조용호 선수와 비견할만 하겠다. 두 선수 모두 게임 전반에 걸쳐 뚜렷한 약점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면도 그렇지만, 서지훈 선수가 앞마당 혹은 그 이상의 멀티를 확보한 이후의 물량전과 대부대 운용에서 탁월한 힘을 보여준다는 측면, 조용호 선수는 저그유저로서 다양한 전략전술에 모두 능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유닛을 쉽게 소모하지 않고 꾸준히 모으면서 병력싸움에서 승리한 이후 다량의 멀티 확보를 기반으로 특유의 목동저그로 웬만큼 유리한 시점에 이르면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특징에서 이창호 9단의 바둑과 유사한 게이머로 손꼽을 수 있겠다.

여전히 한중일의 프로기사 혹은 바둑평론가들은 대부분 세계최강의 기사로서 이창호 9단을 꼽는다. 하지만, 1인자의 독주는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최강자를 상대할만한 라이벌의 등장을 갈구하게 하는 면이 있음은 어느 시대에나 동일한 경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90년대 초중반까지 이창호 9단의 라이벌로 각광받았던 유창혁 9단의 바통을 받아 이제 이세돌이라는 걸출한 기재가 이창호 9단의 뒤를 쫓기 시작하면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창호를 꺾을만한 기사로 그동안 한국의 유창혁, 중국의 마효춘과 상호, 일본의 요다 등이 거론되곤 했었지만, 기사생활 이후 자신보다 어린 상대와 짝지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본 일이 없었던 이창호. 얼마전 열린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에서 이창호는 특유의 '반전무인'의 자세를 잃은 모습으로 중반 실수를 연발하며 이세돌에게 1:3으로 패배했던 바 있다. 이창호 9단은 자신보다 8살 어린 새로운 도전자 이세돌을 맞아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세계 바둑계의 시선이 다시금 한국의 바둑계로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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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수
03/09/02 19:10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이창호9단은 이윤열선수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투덜이스머프
03/09/02 19:11
수정 아이콘
이상한 말같지만.. 맨처음 바둑이랑 스타랑 비교한게 96년에 내가 어느 게시판인지 올린다음에 itv에서 이기석선수가 언급을 하던데..그전에 누가 비교할 생각을 했을까?/^^
세츠나
03/09/02 19:35
수정 아이콘
이창호 9단과 이윤열 선수의 공통점은 어린 나이에 등장해 계속 메이저의 대문을 두드리다가, 물꼬가 트인 순간부터 무서운 승률로 최고의 자리로 나아간 점 - 그리고 현재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플레이 스타일을 생각한다면 의외로 그다지 공통점이라 생각되는 면이 없다고도 할 수 있죠. 생각하기 나름입니다만, 제 생각으로는 이윤열 선수의 물량 위주 전략과, 경중(輕重)을 겸비한 공격패턴은 이창호 9단의 실리바둑 + 종반 위주의 탄탄함과 분위기가 매우 틀리지 않나 싶군요...
03/09/02 19:48
수정 아이콘
이 창 호 사범님이 결국 나왔군요...
승률이니 우승 횟수니 영향력이니 하는 것을 찾아서 일일이 비교하는것
자체가 무의미 할 정도로 비교하는 이들을 무색하게 만들것 같군요..

단지 이창호 사범님을 서지훈, 조용호 선수와 비교한것은 반면을 이끌어
가는 모습에서 비교한 것 같습니다 ^^

아마 다음은 이세돌 사범정도 (그나마도 안쓸지도 ^^) 나온다면
유명인들은 다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이창호, 임해봉 사범님의 흑도(음침하고 알 수 없는 힘을 나타내는 표현이라면)에
비해 조훈현, 유창혁, 오청원 사범님들의 백도는 화려하고 공격적이고
감각적임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승부야 흑도쪽이 더 좋을 지도 모르지만.....
진정으로 열광하는 것은 저조차도 백도쪽이 되지는 않을런지 ^^

아뭏든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bretch1005님과의 리게임을 거부하면서 -_-;;;;;
푸하하하
Starry night
03/09/02 20:04
수정 아이콘
귀여우신지 안그러신지 저는 알지요 :)
어딘데
03/09/0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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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스머프님// 스타가 96년에 나왔었나요?
03/09/02 20:49
수정 아이콘
이창호 기사를 흑도로 보는 시각은 박치문 기자로부터 비롯되었지만,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타 기사에 비하여 가장 체계적인 학습과정 으로부터 얻어진 정순하고 심오한 내공과 부동심을 바탕으로한 소림무공을 연상케하는 점이나 돌의 흐름과 조형미, 실리와 세력의 균형을 고려할때 오히려 과장 백도를 대표하는 기사가 아닌가 합니다. 살수의 제왕 조훈현 , 웅후한 정통무당검법의 계승자 유창혁
03/09/02 20:53
수정 아이콘
수정;과장->가장
brecht1005
03/09/0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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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lab님// 베틀넷이 폐쇄되지 않는한 매트님과의 리겜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ㅇㅇa 후후-_-+
starry night님//못본걸로 해주세요..;
harmony님//백도:흑도의 분류가 박치문 선생의 글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납니다만, 백도/흑도의 구분이 정파/사파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 불필요한 오해는 피하고 싶어서 백도/흑도의 구분은 사용하지 않았죠. 화려한 초식을 구사하는 쾌(快)의 검법과 기수식을 취하고 태산같이 버티고 있는 정(靜)의 도법을 연상했다고나 할까요. 이와 비슷한 평을 내리는 분이 비단 박치문 선생 한분은 아닙니다. 그리고 조훈현 9단을 '살수의 제왕'이라고 하시는건 좀..; 최근 5년의 바둑을 보면 조국수님의 바둑이 매우 치열한 양상을 보이는건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 매우 꺼림칙하네요. 흠;
As Jonathan
03/09/02 21:11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게 잘 봤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네요^^;
이창호9단의 끝내기는 거의 세계최고라 불리지만, 요즈음에는 그것이 많이 약해졌다는 평이 있습니다..
(다른 바둑기사들이 끝내기에서의 역전패를 잘 허용하지 않는 다는 말이겠지요..)
서지훈과 조용호의 후반도모, 장기전의 한방싸움이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네요^^
위의 몇몇분들은 이창호9단의 데뷔시기와 그가, 사부 조훈현9단의 모든업적을 갈아치운 점 등을 근거로 해서, 지금의 임요환과 이윤열의 관계를 생각하시는 것 같네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윤열 선수의 그 강력함은 이창호의 강력함과 분명 차이점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in-extremis
03/09/02 21:36
수정 아이콘
흠 개인적으로는 변칙적인 게릴라나 기습 같은 공격에 흔들리지 않고 힘을 비축해 승부처에서의 정면대결에서 밀리지 않는 윤열선수의 스타일이 이창호9단과 닮은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흠 이세돌기사에 대한 비교는 언제쯤 나오는지요?
이세돌기사의 바둑은 제대로 본적이 없어서 어떤 스타일인지 궁금하네요
03/09/02 22:06
수정 아이콘
음.. 저도 맨 처음에 기사의 성격과 연혁 설명하는 부분에서
당연히 이윤열 선수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 바둑은 잘 모릅니다. 두기는 하는데.. 온라인 8급 정도라서;;)
커헉. 하게 하시는군요. ^^
몽땅패하는랜
03/09/02 23:47
수정 아이콘
저 역시 개인적으로는 이창호 9단과 조용호 선수를 비슷하다고 느껴왔습니다.차근차근 상대를 한방에 꺾기 보다는 조금씩 무너뜨리는 경기 스타일이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처음엔 외모탓이었지만-_-) 다만 인터뷰 솜씨는 단연 이윤열 선수와 비교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요새는 많이 나아지셨겠죠?)
sunnyway
03/09/03 09:10
수정 아이콘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바둑전문지 기자분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의 지식에 감탄중입니다 ^^;
그리고, 시리즈물로 하실꺼면 신예기사들까지 해주시면 좋겠어요. 저는 박영훈 4단을 좋아하는데, 나이에 비하여 참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은 그 인생 역정에 반하여서요.. ^^
03/09/03 12:08
수정 아이콘
세계최강 이창호 9단..... 바둑 외적으로보면 누가뭐래도 이윤열 선수와
가장 비슷하죠 그리고 그의 스승 바둑황제 조훈현 9단 마찬가지로 임요환 선수와 마니 유사하구요 별명에서부터 비슷하지 않습니까
근데 스타일로만 보면 이창호 9단 스타일은 서지훈 선수에 더 가까운 게 사실이죠 글구 임요환 선수는 서봉수 9단의 스타일에 더 가깝구요
그럼 이윤열 선수와 가장 비슷한 스타일의 프로기사는 누구일까.....
뭐가 떠오르질 않네요 이윤열 선수가 한창 떠오를 때 김정민+임요환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었는데 역시 이창호의 탄탄함을 바탕으로 조훈현의
감각과 센스를 겸비한...... 이렇게 평을 해야 되나요
그래도 꼭 한 명만 뽑으라면 이창호 9단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이윤열 선수의 스타일을 잘 표현해주는 프로기사가 누가 있을까요?
brecht1005
03/09/0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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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님. 개인적으로 한분 생각해놓은 분이 있는데.. 시간되면 써보겠습니다.^^
03/09/0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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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cht1005님/ 노고에 감사하고요 .저의 개인적인 느낌은 오청원 선생과 조국수의 바둑이 동류라고는 보기 어려운것 같습니다 .공제의 차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흑번일때의 오선생의 바둑은 이국수의 바둑과 오히려 더 흡사하게 보이며 조국수님의 바둑은 사까다의 바둑과 더 흡사하게 느껴집니다. 이국수의 바둑은 수책과 도책의 바둑을 합친듯한 느낌을 개인적으로는 받습니다.
brecht1005
03/09/0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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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사실 저같은 하수가 고수의 바둑에 대해서 논한다는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조국수님의 바둑과 사카다 9단의 바둑이 흡사한 측면을 가진다는 면에서는 동의합니다. 저는 조국수님의 바둑이 오청원 대세관+사카다의 전투력, 치열함이 배합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이국수의 바둑은 비슷한 예를 찾아보기 힘든, 실리와 두터움이 잘 균형을 이룬 바둑이라는 생각을 하죠. 도사쿠와 슈사쿠의 기보는 제대로 살펴본 것이 별로 없이 거의 얘기만 들은 것이 다라서 딱히 뭐라고 하기가 좀 망설여지네요.^^
03/09/0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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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이창호 9단을 퍽이나 좋아하십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이창호 9단의 돌부처와 같은 흔들림 없는 마음을, 오랜시간 묵묵히 참고 인내하는 끈기를 배우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저도 바둑을 배워보고 싶어서 나름대로 고수이신 아버지께 부탁했더니 -_-; 절대 가르쳐주지 않으십니다... brecht1005님 글 잘 읽었습니다 ^^ 다음 편이 기대되네요
SpanishCoffee
03/09/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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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열 선수의 스타일을 잘 표현해주는 프로기사가 누가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한분 생각해놓은 분이 있는데.. 시간되면 써보겠습니다.^^"
아..brecht1005님께서 어느 기사를 생각하고 계시는지 무척 긍금하군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아마 다음 편은 이세돌 九단 편일까요?)
jjangbono
03/09/0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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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하나도 모르는 제가 봐도 상당히 재미있는 글이네요..정말 글을 잘쓰시는듯..
(스타는 98년에 나오지 않았나요??)
이뤄보자사장
03/09/0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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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피지알에 바둑관련 글이 많이 올라오네요.. 그런데 본문에 서술되있는것과 달리 이창호 님은 바둑계에서 엄청난 노력파로 불리우지 '천재'라는 말은 듣지 못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천재'라고 한다면 조훈현님이 천하의 바둑천재라고 불리우죠(마치 이윤열이 천재테란이라 불리는것처럼..) 그런면에 있어서 저는(플레이 스타일말고^^;)이창호선수를 임요환 선수와 견줄 수 있겠다 싶네요. 베넷의 'bb'라는 아이디가 임요환선수것이라던데 전적이 어마어마하죠..;; 그게 사실이 아니더라도 아직도 꼭꼭 베일에 쌓인 그 '환상의 골리앗 드랍쉽 플레이'는 엄청난 연습이 아니면 발견할 수 없었겠지요.
김희성
03/09/09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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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뤄보자사장님 말처럼 경기내용(스타일)은 상극이지만 경기외적인 부분을 보면 이창호9단은 임요환 선수와 부합하는 바가 많네요.
엄청난 노력파(임요환 선수도 비슷),굉장히 많은 신수(임요환이 활용한 기상천외의 전략들),두 사람 모두 오랜시간 지켜온 세계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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